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20화 (120/332)

# 120

숲지기 일족의 족장, 홉스는 경악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가 이루어 낸 일이 그만큼 놀라웠던 것이었다.

그때 홉스가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정말로 다 해낸 건가?”

남자, 레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그는 현 상황이 무언가 탐탁지 않아 보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며 홉스가 더욱 당황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허 참, 반나절도 되지 않아 모든 것을 해결하여 놓고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는 건가.’

그가 이렇게 놀란 이유는 하나였다.

말도 안 되게 짧은 시간 만에 원시풍수반에 기운을 모두 담아 오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단언컨대 역대 도전한 이들 중 가장 짧은 시간 내에 해낸 것이리라.

한데 그때.

“휴우-.”

레온의 깊은 한숨이 들려왔다.

홉스는 레온의 그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한데 그때, 옆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이에요, 아버님.”

그의 딸, 주디가 보탠 말이었다.

홉스가 말을 않고 있자, 레온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듯싶었다.

그에 홉스는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자신이 아는 그녀는 이럴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떠했기에.’

그녀의 표정은 조금은 멍한 느낌이었다.

무언가에 큰 충격을 받은 듯하였다.

그녀가 레온을 따라간 사실을 아는 홉스는 그 원인이 바로 레온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홉스가 레온과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속으로 감탄을 토해 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레온이 현재 기분이 나쁜 이유는 더 빨리 해결을 하지 못해서가 전혀 아니었다.

‘아오! 물의 정령왕 이놈은 왜 안 나왔지? 미리 실피드한테 연락 듣고 도망간 건가.’

두 번째로 갔던 폭포수의 언덕에서 예상과 달리 아무것도 얻지 못했던 것이었다.

바람의 계곡에서 워낙 횡재를 했던 탓일까.

자꾸만 아쉬워 얼굴이 굳어지고, 침음이 새어 나온다.

그렇게 한참을 아까워하다가 레온은 이내 한숨을 한 번 푹 내쉬었다.

이번 한숨은 이제 그냥 털어 버리자는 의미였다.

‘에라, 그래 지나간 일 뭐 어떻게 하겠냐. 그래도 운 좋게 두 번째 시험은 눈 깜짝할 새에 끝났으니 그걸로 퉁 치자.’

그의 말처럼 바람의 계곡에서 개고생을 한 것을 떠올리면, 정말 황당할 정도로 빠르게 끝이 났다.

‘흐흐, 퀘스트 내용이 개꿀이었지.’

[깊은 산속 폭포수 누가 와서 먹나요 / 연계]

수행자들에게 폭포수의 언덕은 언제나 좋은 휴식처였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에 몸을 회복되는 기운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고행에 지친 이들은 항상 그곳을 찾아 몸을 회복시키곤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곳에서 사람의 모습은 사라지게 되었다.

패치 숲의 수많은 몬스터들도 그곳의 효능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물을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몬스터들을 해치워야 할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조건 : ‘허락받지 않은 자가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퀘스트 소유자

퀘스트 목표 : 폭포수에 10분간 원시풍수반을 넣어 영기를 충전하라.

보상 : 원시풍수반 영기 충전 가능

폭포수의 언덕에 도착하여 새로운 연계 퀘스트를 받은 순간.

레온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직감했다. 이 퀘스트는 깨는 데 딱 11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에 보스 몬스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크으, 펜던트가 정말 개꿀이다.’

라고 말이었다.

그랬다. 펜던트에 달린 효과로 인해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면 어떤 몬스터도 자신에게 선공을 날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도착한 뒤, 11분 후 정말로 레온은 원시풍수반의 물의 영기는 제대로 채워졌다.

몬스터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폭포수까지 다가가는 데 1분, 물에 넣어 놓는 데 10분.

합이 11분이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주디가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몬스터들이 레온이 뿌리는 패기에 짓눌려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원시풍수반을 보여 주겠는가.”

홉스가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스윽.

그러자 레온은 곧장 그에게 원시풍수반을 넘겼다.

처음 받았을 때에는 그저 평범한 원판에 불과하였지만.

휘유웅!

위유웅!

기운들을 흡수한 원시풍수반은 오묘하고 신비로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홉스는 이내 감동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역시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었군.”

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혼잣말을 레온에게 들리지 않을 자그마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레온은 전혀 감지해 내지 못했다.

휘유우!

우우웅!

‘오오!’

그 순간, 홉스의 손에서 하나의 기운으로 융화되어 가는 원시풍수반의 모습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촤아아!

이윽고 합쳐진 기운은 점차 원판 위의 허공에서 하나의 점으로 모여들었다.

거세게 소용돌이치던 그 기운들은 이내 하나의 형상으로 변화해 가기 시작했다.

파밧.

이윽고 모든 변화가 끝난 후.

“받게나.”

족장은 레온에게 비장한 얼굴로 그 결과물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레온은 두 눈을 반짝이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건을 건네받았다.

‘……구슬인가!’

원시풍수반에 충전되어 있던 기운은 그의 말처럼 작은 구슬의 형태로 화해 있었다.

‘오오!’

순간 레온이 감탄을 토해 냈다.

구슬을 받아 든 순간 무언가 서늘한 기운이 손바닥을 통해 스며들고 있었던 탓이었다.

띠링.

효과음과 함께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허락받지 않은 자가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충전된 원시풍수반(풍수의 구슬), 명성 15,000을 획득하였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명성 수치에 레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마신의 대장장이 스킬을 사용한 여파로 명성이 떨어져 씁쓸했었는데, 금세 복구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자, 어디 보자.’

레온은 건네받은 구슬의 상세 정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풍수의 구슬/ 획득 시 귀속]

분류 : 장신구

등급 : 유일

숲지기 일족에게 인정받은 자만이 얻을 수 있다는 증표.

-소유하고 있을 시, 패치 숲의 결계의 힘을 무시하고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크으, 드디어 얻었구나.’

내용을 다 보고 난 후, 레온이 쾌재를 불렀다.

이제 이 구슬만 있으면 패치 숲의 결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소환수들에게 전기 찜질을 가한 몹쓸 짓과 항아리 속에서 난리를 피우던 일이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갔다.

‘그럼 이제 바로 떠나 볼까!’

“감사합니다. 전 이제 그…….”

목적을 달성한 레온은 두 사람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려고 했다.

……한데 그리할 수 없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선물이 하나 더 있었다.

스윽.

“자, 이건 나의 진심이네.”

레온의 말을 끊고 홉스가 애틋한 눈빛을 보내며 무언가를 하나 더 건넸다.

“……아, 네.”

그런데 그러고 난 후.

얼떨결에 물건을 건네받은 레온의 표정이 미묘하기 짝이 없게 변화하였다.

그는 선물을 건네주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홉스를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 아저씨의 진심. 뭐지 대체?’

그때 레온의 손에 들려 있었던 건 바로, 바니 걸 복장을 할 때 화룡점정을 맞이하는 토끼 귀 밴드를 그에게 건네준 것이었다.

[위장용 토끼 귀 / 계정 귀속]

분류 : 장신구

등급 : 레어

토인족의 족장이 대대로 동맹으로 인정한 이에게만 하사하여 주었다는 토끼 귀.

-장착 시, NPC들에게 토인족으로 보이게 된다.

-매력도 +100(남자가 장착 시 –100)

‘아니, 이걸 왜 나를 줘…….’

물론 레온도 토끼 귀를 한 여인은 좋아한다.

……하지만 자신이 한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안 받을 수 없었다.

아이템의 설명에도 적혀 있듯, 이 족장이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자신과 동맹을 맺으려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레온이 떨리는 손으로 선물을 인벤토리에 넣으려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끄응, 그래. 받아만 두고 영원히 안 쓰면 되지, 뭐.’

라고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가짐은 곧이어 들려온 홉스의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자, 한번 써 보게.”

“…….”

그리고 잠시 후.

‘크흑.’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은 듯한 표정의 레온은 숲지기 일족의 마을을 벗어나 있었다.

홉스가 준비해 준 두두를 타고서였다.

이내 그는 자신의 소환수들을 까맣게 타 버리게 했던 바로 그 장소에 도착하였다.

그러고 난 후.

‘자, 가자!’

레온은 두려움에 떨려 왔지만, 한 손에 풍수의 구슬을 움켜쥐고 안으로 바로 용기 있게 한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슈웅.

마치 결계를 허상의 홀로그램처럼 지나칠 수 있었다.

“오오! 좋아!”

자신도 까맣게 선탠이 될까 봐 두려웠던 그는, 꼭 감고 있던 두 눈을 뜨자 완전히 안전하게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처럼 기뻐했다.

너무도 쉽게 통과한 탓에 결계에 전기가 통한다는 사실이 거짓말 같았다.

혹시 자신이 모르는 사이, 결계가 풀린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파지지직!

‘아니구나.’

타이밍 좋게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길을 잘못 든 몬스터 한 마리가 허공의 결계에 또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었다.

군침 넘어가는 냄새가 솔솔 풍겨 왔다.

꿀꺽.

“쩝, 오늘은 치킨이다…….”

그렇게 야식 메뉴를 고른 채, 레온은 이내 숲의 안쪽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깥에서는 안개가 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안에 들어오니 그런 것들은 전부 신기루처럼 사라져 있었다.

안개조차도 위장이었던 것이었다.

패치 숲 안은 살벌한 결계와 달리 생기 넘치는 자연이 가득했다.

그 싱그러운 풀 냄새를 만끽하며 걸어가던 그때.

품에서 레온이 지도 하나를 꺼내어 펼쳤다.

“흠, 어디로 가야 하려나.”

지도에는 달의 형상과 태양의 형상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 두 마을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떠나기 전 들었던 홉스의 말이 떠올랐다.

-숲 안에 샤먼들의 마을은 두 곳이 있다네. 한 곳은 동쪽에, 한 곳은 서쪽에 있지. 뭐, 어느 곳에 가도 샤먼들은 있으니 마음 내키는 대로 한 곳을 택해서 가시게. 오! 그건 그렇고 귀가 아주 잘 어울리는구먼.

“으으.”

레온은 기억의 마지막에 섞여 있는 끔찍한 부분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힘겹게 삭제하였다.

그러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들었던 의구심을 떠올렸다.

그건 바로.

‘근데 왜 마을이 둘로 나뉘어 있는 걸까?’

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이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뭐, 내가 신경 쓸 필요 있겠어? 난 어느 마을이든 전 주인의 흔적과 본 드래곤을 움직이게 할 비전만 얻으면 된다고!’

그리고 이제 곧 있으면 그 단서들을 얻게 되리라.

“흐흐.”

음흉한 웃음소리가 자동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곤 레온은 울창한 수풀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라? 저건?

그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샤먼들을 만난 순간은 말이었다.

레온의 시야 저 멀리로 6세, 7세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하나가 보이고 있었다.

그 아이들의 복장은 누가 보아도 샤먼이었다.

‘이렇게나 빨리 만나게 되다니!’

레온은 가슴이 콩닥거려 왔다.

그는 얼른 이 몸을 가리는 귀찮은 수풀에서 벗어나 녀석들과 만나고 싶었다.

“얘들……!”

레온이 아이들을 불러 세우려던 그 순간.

피융!

피융!

날카로운 파공성이 연이어 들려오며, 레온의 말을 가로막았다.

‘헉!’

레온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발치에 화살이 날아들어 꽂힌 것이었다.

놀란 아이들은 제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아니, 어떤 미친놈이 애한테 화살을 날려!’

레온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데 그때.

“후후, 거기까지입니다.”

아이들의 반대편에서 전형적인 악당의 대사가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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