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18화 (118/332)

# 118

사람들이 스트리머의 게임 방송을 보며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재미있으니까’일 것이다.

자신이 절대 클리어하지 못할 극악한 난이도의 게임을 실력이 출중한 스트리머가 대신 척척 해결하는 것을 보면 대리 만족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그 해결 과정 속에 너무도 안타깝게 실패하는 장면들이 섞인다면, 웬만한 영화보다 더 스트리머에게 감정이 이입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런 경험을 해 보지 못했던 NPC 한 명이 그 즐거움을 처음으로 만끽하고 있었다.

“아, 아! 그래! 거기에 꽂아야지!”

누군가 들으면 큰 오해(?)를 살 만한 말을 내뱉고 있는 여인의 정체는 바로 주디였다.

그녀의 시선을 쫓아가 보니, 레온이 해머를 휘둘러 홈에 망치를 끼워 넣고 있었다.

벌써 네 번째 도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 거기야!”

그러던 그때, 주디의 탄성이 한 번 더 터져 나왔다.

순간 레온이 절호의 위치의 홈에 해머를 고정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한데 상당히 의아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무심한 얼굴로 레온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그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현재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이 가장 빠르리라.

레온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는 두 가지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건 바로.

‘드디어 이번에는 성공하는 건가!’

동정심과 감동이었다.

그녀는 여태껏 일족의 사람들에게 바람의 계곡과 폭포수의 언덕에서 치러지는 시험이 얼마나 지독한지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역대 족장이 쉽사리 원시풍수반을 내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데 정말 레온의 도전을 지켜보다 보니, 전해 들었던 것보다 더욱 시험이 끔찍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온에게 동정심이 들 정도로 말이었다.

정말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녀의 태도는 서서히 변화했다.

자기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말이었다.

분명 레온을 탐탁지 않아 하던 그녀였지만, 정말 처절함이 느껴질 정도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어느새 응원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 데에는 도전할 때마다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레온의 실력에도 그 이유가 있었다.

두 번째 도전부터의 레온은 첫 번째에 황당할 정도로 빠르게 탈락했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이거 사기라도 치고 있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정도의 변화였다.

몸의 반동을 이용하는 센스와 망치의 고정과 해제의 타이밍을 완전히 터득한 그는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쾌속하게 돌파해 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섯 번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을 맞이하자 레온이 자신의 모든 재능을 갈아 넣기 시작한 것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플레이들이 연이어 튀어나왔다.

‘우와!’

‘헉! 저런 게 된다고!’

그리고 그런 레온의 기상천외한 플레이에 어느새 푹 빠진 그녀는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레온을 경계하던 마음이 무너져 갔던 것이었다.

혹여 레온에게 들킬까 지켜보면서도 삼엄하게 동태를 살피던 그녀는 점점 무장해제 되다가.

결국에는 훤히 트여 있는 데다가 엄폐 요소가 없어 들킬 위험이 큰 곳에 의자로 사용할 돌덩이를 가지고 떡하니 깔고 앉을 정도가 되었다.

감시자에서 시청자로 상태가 변화한 것이었다.

거리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토인족의 시력은 인간에 비할 바가 아니었기 때문에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다.

만일 NPC가 인터넷 방송을 볼 수 있었다면, 그녀는 지금 즉시 레온에게 통 큰 팬가입을 하였으리라.

그러던 그때,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아오! 저 굴뚝같이 생긴 곳이 정말 악마 같네! 될 듯 말 듯한데 왜 저리 안 들어가지는 거야.”

이제 그녀는 레온에게 완전히 감정이입이 된 듯 화까지 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레온이 낑낑거리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려 하고 있었다.

난데없이 뚫려 있는 긴 구멍이었다.

꼭대기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마치 마지막 시험이라는 듯, 더 이상 홈이 없었던 것이었다.

저 구멍만 통과하면 꼭대기가 나오는데, 그 하나를 통과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구멍의 크기가 항아리가 겨우 들어갈 정도밖에 되지 않아, 타이밍을 좀만 잘못 잡으면 통로의 입구에 항아리가 걸려 그대로 추락하고 마는 구조인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아……!”

순간 그녀가 너무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침음을 흘려 냈다.

후우우!

아니나 다를까, 레온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지면으로 추락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슈우우우!

엄청난 파공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수직 낙하하는 레온의 항아리가 만들어 내는 소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쿠콰아아앙!

이어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유성처럼 떨어진 항아리가 시작 지점의 지면에 내리꽂힌 것이었다.

말도 안 되게 높은 고점에서 떨어졌기에, 항아리가 떨어진 지면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패여 있었다.

뿌옇게 피어오른 흙먼지가 가라앉고 난 후.

뾱.

곧이어 그 항아리에서 레온이 머리를 드러내었다.

그는 아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아오! 이번에는 진짜 될 뻔했는데.”

부들부들.

레온이 안타까움에 몸서리를 쳤다.

마지막 지형에 도달하여 성공의 문턱까지 갔는데, 통과를 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 레온이 자신에게 굴욕을 안겨 준 마지막 지형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망할, 그 악마의 X구멍!”

아무리 기다리며 각을 재어 보아도, 항아리와 거의 동일한 크기의 구멍에 들어가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수없이 고민을 하다가 최선의 타이밍을 잡았다고 생각하였을 때, 도전을 했는데 실패를 하고 말았다.

‘……흐음.’

레온은 시름이 깊은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이번이 마지막 다섯 번째 도전의 차례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레온은 이전처럼 곧바로 다시 도전하지 않았다.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천천히 생각해 보자.’

방금 자신을 떨어뜨린 마지막 터널을 어떻게 통과할지 계획을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일단 다시 그곳까지 올라가는 것은 이제 손쉬울 것이었다.

이미 여러 번 올라가며, 고정하기에 적합한 홈들의 위치를 전부 머릿속에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갔던 길을 다시 쫓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을 눈을 감은 채 골똘히 생각하던 레온이 이내 감았던 눈을 떴다.

‘그래, 어차피 뒤가 없다. 그걸로 가자!’

그의 눈이 무언가 큰 결심을 한 듯이 보였다.

스윽.

레온은 곧장 옆에 세워 두었던 망치를 집어 들었다.

그러곤 곧바로 다시금 망치를 휘두르며, 등산을 하기 시작하였다.

슈웅!

처척!

타닷!

피융!

이제 그는 망치를 홈에 걸고 당겨서 점프하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공중에 뜬 상태로 다른 구조물이나 벽을 망치로 쳐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거나, 원심력을 이용하는 등 절묘한 테크닉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는 이제 이 항아리 미션의 마스터가 된 듯이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올라가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대포알이 하늘로 솟구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다시 왔다, X구멍!’

레온은 자신을 떨어뜨렸던 마지막 위치에 다시금 도달할 수 있었다.

그의 머리 위로 그의 말처럼 항문처럼 길쭉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한데 레온은 네 번째 도전에서 망치를 꽂아 넣었던 홈이 아닌 다른 홈에 망치를 꽂아 넣어 있었다.

이상한 것은 이전의 홈이 구멍과 더 가까웠다는 것이었다.

지금 있는 홈은 분명히 더 아래에 있었다.

당연하게도 구멍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쪽이 좋았다.

그런 의문이 차오르던 때, 레온이 슬쩍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휘이잉.

땅의 모든 것들이 개미처럼 자그맣게 보이고 있었다.

머리가 어질할 정도로 아찔한 높이였다.

꿀꺽.

이내 고개를 돌린 레온이 침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그런 그의 낯빛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하던 레온이 이내 눈을 빛내며 속으로 결심을 내렸다.

‘이 방법밖에는 없어. 가자!’

그리고 레온이 계획을 시작하였다.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던 레온이 충격적인 선택을 하였다.

그건 바로.

“항아리 장착 해제!”

자신의 안전을 책임지는 항아리를 벗어 던진 것이었다.

철컹-.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레온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항아리가 떨어졌다.

그러곤 섬뜩한 소리와 함께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슈우웅!

후우우!

그 모습을 생각이 많은 얼굴로 바라보던 레온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냐, 구멍에 들어가려면 항아리가 없는 것이 더 확률이 높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레온의 행동은 도박수에 가까웠다.

성공만 한다면야 상관이 없었으나, 이제 실패하면 항아리가 없으니 무조건 사망 확정인 것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그에 굴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살아남아도 아무 의미가 없어!’

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레온이 구멍을 뚫고 꼭대기로 들어가기 위해 세운 계획을 시작하였다.

스윽.

스윽.

레온이 망치의 손잡이를 어깨 넓이로 넓게 잡은 채, 위아래로 반동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그 동작이 커다랗게 변해 가기 시작하였고, 결국에는.

휘우우우!

붕붕붕!

붕붕!

풍차처럼 레온이 세차게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크윽!’

레온은 자신의 몸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세차게 속력을 높여 갔다.

그러자 통각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팔이 끊어질 듯이 아파 왔다.

‘좀, 더! 좀, 더!’

하지만 이를 악물고 레온은 더욱 속력을 높여 갔다.

그리고 그 속도가 최고점을 찍은 순간!

‘지금!’

후욱!

레온이 타이밍을 잡아 손을 획하고 놓아 버렸다.

피유우웅!

그러자 그의 몸이 포탄처럼 엄청난 속도로 하늘로 솟구쳤다.

정확히 구멍이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처척.

그 와중에 레온은 놓치지 않고, 스켈레톤 경기를 하는 선수처럼 팔과 다리를 최대한 몸에 가까이 밀착시켰다.

조금이라도 삐끗해서 구멍이 아닌 지형에 박으면 머리통이 터져 나갈 것이었다.

레온은 눈을 질끈 감고 싶었지만, 끝까지 참아 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화악.

순식간에 그의 시야가 캄캄해졌다.

다행히도 구멍 속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을 하기에는 일렀다.

타다닥.

투드득.

구멍 안에는 부러진 나뭇가지와 돌부리들 온갖 날카로운 지형물들이 잔뜩 존재했는데, 이것들이 레온의 몸을 상처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크윽!’

하지만 그 고통도 레온은 꾹 참았다.

‘좀만 더!’

저 앞으로 빛줄기가 비쳐 왔다.

구멍의 끝이 보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점점 속도가 빠지고 있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흐아아앗!”

레온이 사력을 다해 빛이 보이는 쪽으로 손을 쭉 뻗어 내었다.

* * *

‘실패인가?’

그녀는 터널 속을 볼 수 없었기에, 레온이 성공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 걱정이 잔뜩 떠올라 있었다.

레온이 항아리를 벗어 던지는 순간, 그녀는 그가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음을 깨달았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그녀는 감탄을 토해 내었다.

‘영지민들을 위해 시간이 부족하다더니, 더 빠른 성공을 위해서 안전을 책임지는 항아리까지 벗어 던질 줄이야…….’

그녀의 눈에는 그의 행동이 자기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는 이타적인 모습으로 비쳤던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씁쓸하게 변화해 갔다.

여전히 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레온이 실패한 것 같았다.

그러자 순간 그녀가 스스로에게 놀라며 생각했다.

‘어라? 내가 왜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지.’

그제야 자신이 어느샌가 레온을 응원하고 있었음을 자각한 것이었다.

한데 그때.

‘어라?’

바람의 계곡 정상에 흐릿한 형상 하나가 보이고 있었다.

‘……설마?’

그리고 곧이어 그 형상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울컥.

그녀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꺄아!”

그러곤 환호성을 내질렀다.

모습을 드러낸 레온이 정상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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