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15화 (115/332)

# 115

타다다닥.

패치 숲의 외곽을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내달리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은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속도였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무언가는 절대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것이었다.

지면에 뚜렷이 남아 있는 짐승의 발자국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으리라.

한데 그때였다.

우욱, 우!

갑작스레 한마디 울음소리가 들려옴과 함께 질주하던 그 무언가는 그 자리에 척 하고 멈추어 섰다.

그러자 가장 먼저 길쭉하게 뻗어 있는 짐승의 발달된 두 다리가 보였다.

그것의 정체는 바로 ‘타조’였다.

다만 일반적인 타조와는 달랐다.

몬스터와 동물의 경계에 있는 느낌이랄까.

한데 녀석은 한 가지 더 특이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그건 바로.

“두두야, 무슨 일이야?”

자신의 등 뒤에 사람을 태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타조의 몸에는 전용 갑옷과 등자가 장착되어 있었다.

두두라 부른 타조를 올라타고 있는 그녀는 전형적인 레인저의 복장이었다.

불필요한 무게를 줄이기 위해 몸에 딱 붙는 형태의 전신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고, 등 뒤에는 거대한 활을 메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상당한 미녀였다.

우우, 우우!

그러던 그때, 두두가 다시 한 번 그녀를 쳐다보며 다급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얘가 왜 이러지?’

숲지기 일족의 일원인 주디는 그런 두두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주디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두두를 타고 숲의 경계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두두가 멈추어 선 것이었다.

“아!”

한데 그 순간,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두두가 다급한 울음소리를 내면 위험을 감지했다는 것이니 곧장 마을로 돌아오거라.

주디는 두두가 자신이 아직 보지 못한 위험을 발견한 것을 깨달았다.

‘설마?’

순간 그녀가 갑자기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던졌다.

그러자 놀라운 모습이 드러났다.

모자를 벗자 길쭉하게 솟아 있는 그녀의 토끼 귀가 드러난 것이었다.

숲지기 일족 전체는 수인족 중의 하나인 토인족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무슨 이유에선가 힘없이 굽어져 있던 그녀의 귀가 쫑긋하며 빳빳이 세워졌다.

‘역시!’

그녀의 표정이 확신에 찬 그것으로 변화했다.

토인족의 귀가 세워지는 순간은 딱 한순간밖에는 없었다.

-355구역. 소란 발생. 침입 시도 발생. 가까운 래빗 확인 바람.

그녀의 귓가로 동료가 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인족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동족들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숲지기 일족의 일원들은 그 능력을 무전처럼 사용하였다.

순간 무언가를 결심한 주디가 대답했다.

-여긴 래빗 3. 내가 가겠다!

-알았다, 래빗 3. 헉? 래빗3? 아, 아니다! 다른 래빗에게 전달하라! 래빗 3? 주디!

곧바로 무모한 그녀를 말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가자! 두두야!”

우우! 우!

투다다닥!

그녀는 못들은 척 무시하고 두두와 함께 사건 발생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러면서 그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다들 날 아직 어린애로 봐! 나도 할 수 있다고!’

라고 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자신의 아버지가 일족의 수장이라는 이유로 위험한 곳에 보내려 하지 않았다.

……사실은 여태껏 저질렀던 그녀의 수많은 실수들 탓이었지만, 그녀는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문제를 싹 해결하고 인정받겠어!’

그녀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주디가 연신 두두를 재촉했다.

피융!

두두가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355구역이라면 두두의 속도로 달리면 멀지 않은 곳이었다.

‘저기군!’

처척.

그리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마침내 도착하여 두두의 등에서 내려왔다.

이내 그녀의 시야에 사건 현장의 상황이 담겨 왔다.

‘뭐, 뭐야? 저게?’

그녀의 눈에 경악이 차오르고 있었다.

찌지지직!

파스스스!

검게 물들은 거대한 새 형태의 스켈레톤이 결계에 몸이 닿아 고압 전류에 감전이 되고 있었다.

끼루루욱!

그녀의 귀로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한데 그녀가 경악한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따다다다!

순간 갑자기 또 다른 검은 스켈레톤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고통 받던 새를 밀쳐내고 이번에는 자신이 감전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바통 터치를 하는 것처럼 말이었다.

기괴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고통을 즐기는 변태 몬스터인 거야?’

“이게 대체?”

그녀가 당황에 찬 목소리를 흘린 그때.

획!

획!

‘히익!’

모든 검은 스켈레톤들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돌아보았다.

“으, 으아.”

그러자 그녀는 순식간에 두려움에 떨었다.

검은 스켈레톤에, 감전되기를 즐기는 변태 몬스터라니.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탓이었다.

그러다가.

덥석!

“꺄아!”

그녀가 덜덜 떨며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자신의 바지춤을 무언가가 잡고 끌어당겼던 것이었다.

그녀가 덜덜 떨며 아래를 내려보자.

-흐흑, 사, 살려 줘낭. 주인이 미쳐 버…….

자그마한 개 형상을 한 검은 스켈레톤 한 마리가 그녀를 향해 기어와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사, 사…….”

살려 달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공포심에 말이 나오지를 않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스켈레톤이 왜 까만지 알 수 있었다.

결계의 전류에 까맣게 타들어 간 것이었다.

흉측하기 짝이 없었다.

투툭.

뒷걸음질 치던 그녀가 등 뒤에 누군가와 부딪쳤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녀가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씨익.

“흐흐, 봐 봐. 왔잖아.”

악마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꺄아!”

‘어, 엄마…….’

털썩.

주디는 입에 거품을 물고 그대로 뒤로 나자빠지며 기절을 하고 말았다.

잠시 후.

숲지기 일족의 이동식 거처.

족장의 집.

쪼르륵.

기품 있게 생긴 족장이 자신의 방 안에서 손님에게 차를 따라 주고 있었다.

그에 상대는 전혀 기죽지 않은 어깨를 피고 당당한 태도로 차를 받았다.

그런 손님의 모습이 맘에 들었는지, 작은 미소를 띠며 족장이 손님에게 말을 건넸다.

“……메르엠에서 오셨다고 하셨지요?”

그러자 따라 준 차를 한 번 홀짝이며 마신 레온이 찻잔을 앞에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예, 이번에 메르엠의 신임 영주가 된 레온이라고 합니다. 말씀 편히 하시지요, 족장님.”

레온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사실 그가 그렇게 한 수 져 주고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자신은 그에게 숲에 들어갈 방법을 물으러 온 아쉬운 처지였다.

최대한 기분을 맞추어 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행동한 것이었다.

“허허, 그러면 그렇게 하겠네.”

자신을 향한 이계인의 친절한 태도에 살짝 놀란 듯하던 홉스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띠링.

-당신에 대한 숲지기 일족의 족장, ‘홉스’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호감도가 상승한 것을 확인한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생각했다.

‘정말 이 게임은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게 뭔지 보여 주는구먼.’

한데 그러다가 레온은 문득 시선이 느껴져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슬며시 돌렸다가.

‘히익!’

질겁하며 다시 홉스를 바라보았다.

홉스의 옆에서 죽일 듯이 쳐다보는 주디의 기세에 식은땀이 절로 흐를 정도였던 것이었다.

레온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꺼냈다.

“아, 저…… 따님의 건은 죄송하게 됐습니다.”

“응? 하하, 걱정 말게나. 가끔 벌어지곤 하는 일이니.”

“하, 하하, 그렇습니까……?”

족장은 그냥 잘 넘어가는 눈치였으나, 주디는 전혀 아닌가 보았다.

오히려 더욱 악효과가 났는지 이제는 얼굴이 시뻘개져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자 레온은 속으로.

‘쩝, 지가 기절해 놓고 나한테 난리야. 에라, 그냥 무시하자.’

라고 생각하고는 그냥 신경을 꺼 버렸다.

그러던 그때, 홉스가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흐음, 메르엠 마을의 결계가 약해지고 있단 말인가?”

“예, 점점 위험해지는 형국입니다. 영지민들의 안전을 위해 제가 직접 패치 숲의 샤먼님들을 만나 보려 이곳까지 왔습니다.”

“흐음, 역시 평범한 일은 아닌가 보군. 이곳과 마찬가지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니 말일세.”

이곳과 마찬가지인 일?

레온이 그의 말 중에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말이 있어 되물었다.

“저, 이곳과 마찬가지라면?”

그러자 홉스가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응? 느끼지 못했나? 이곳의 결계의 힘도 무척이나 약해졌다네.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지.”

‘뭐?’

이후 덧붙여진 홉스의 설명을 듣고 레온은 혀를 내둘렀다.

이전에는 지금보다 최소 서너 배는 더 결계가 강력했었다고 말을 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레온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났다.

그건 바로 소유욕 때문이었다.

‘이 결계, 탐난다.’

숲에 쳐진 결계를 자신들의 마을에도 설치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런 강력함이라면 몬스터들뿐만 아니라, 영지를 쳐들어오는 적 병력들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꼭 얻어 내야겠다고 생각한 레온은 슬픔에 차오른 연기를 하며 홉스에게 말을 건넸다.

“족장님, 이 시간에도 제 영지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저는 꼭 샤먼님들을 만나야 합니다. 족장님도 일족들을 이끄시니 이 절실한 마음을 아시지 않습니까. ……제발 제게 방법을 알려 주십시오.”

그리고 레온의 연기는 제대로 통했다.

레온의 말에 홉스는 큰 감명을 받아, 말을 멈춘 채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놀랄 일이군. 그 시건방진 이계인 중에 이런 자가 있었을 줄이야.’

그러나 레온은 홉스가 대답이 없자, 겉으로는 티를 안 냈지만 속으로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쩝, 90퍼센트는 넘어 온 것 같은데? 왜 말이 없지. 불안하게.’

그때 정적을 뚫고 홉스가 말을 꺼내었다.

“……숲지기 일족이 자격이 없는 이를 숲에 들여보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네.”

이게 무슨 개똥 같은 말인가.

‘이런 젠장! 안 돼, 이 자식아! 나 망해.’

레온의 낯빛이 단번에 사색이 되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홉스의 반전이 말이 이어지자, 레온은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을 지어냈다.

“휴우, 하지만 자네의 이런 영지민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저버릴 수가 없군. 알겠네, 자네가 숲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도록 하겠네.”

“오오, 족장님! 감사합니다!”

“허허, 이 친구.”

진심으로 고마웠던 레온은 홉스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거세게 흔들었다.

그리고 이어 레온은 그에게서 한 가지 물건과 한 가지 퀘스트를 획득할 수 있었다.

[허락받지 않은 자가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패치 숲에는 오로지 숲지기 일족같이 샤먼들의 허락을 받은 이들이나, 샤먼의 직업을 지니고 있는 이만 들어갈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이가 결계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샤먼이 숲지기 일족에게 오래전 전해 준 ‘원시풍수반’을 사용하여 들어가는 것이다.

원시풍수반은 일종의 통행증으로, 이것을 소지하고 결계 안으로 들어갈 시, 전류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원시풍수반의 효력을 받기 위해서는 원시풍수반에 바람과 물의 영의 기운을 충만하게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당신은 패치 숲 근방에 있는 ‘바람의 계곡’에서 바람의 영의 기운을, ‘폭포수의 언덕’에서 물의 영의 기운을 채워 와야 한다.

퀘스트 랭크 : S+

퀘스트 조건 : 숲지기 일족의 족장, 홉스에게 원시풍수반을 받은 자

퀘스트 보상 : ‘충전된 원시풍수반’, 알 수 없음

내용을 순식간에 주르륵 훑은 레온이 두 눈을 빛냈다.

그러곤 손에 쥐고 있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원판인 원시풍수반을 가볍게 매만졌다.

‘결론은 저 두 곳에 가서 원시풍수반에 기운을 담아 오라 이거지?’

목표를 다시 한 번 되새긴 레온이 곧장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으응? 바로 가려는가?”

“예, 지금도 영지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레온은 이제 기계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순박한 NPC들에게 레온의 그런 행동들은 제대로 통하고 있었다.

홉스는 다시 또 감명받은 듯한 표정이었던 것이었다.

꾸벅.

레온은 촌장에게 인사를 하고는 바로 더 가까운 곳에 있는 바람의 계곡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두 개 다 오늘 안에 모두 해결한다!’

그의 발걸음이 바람처럼 가벼웠다.

한데 그 순간, 마을을 빠져나가는 레온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는 분노에 찬 눈동자가 있었다.

‘다 거짓말이야! 저자가 그런 사람일 리 없어.’

바로 주디였다.

파바밧.

‘내가 밝혀내겠어!’

그녀가 멀찍이 떨어져 레온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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