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14화 (114/332)

# 114

* * *

그로부터 잠시 후.

이상하게도 레온은 아직 숲 안에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아직 경계선에 서서 숲 안쪽의 자욱한 안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데 그는 무언가가 영 맘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끄응.”

곧이어는 침음까지 흘릴 정도였다.

순간 그가 제 뒷머리를 긁적이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아, 이거 진짜 못 들어가나 본데…….”

이윽고 이어진 그의 말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눈앞에 한 발짝만 내디디면 숲이었건만 들어갈 수 없다고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의문이 들던 그때.

끼루, 끼루.

허공을 배회하던 그레이트 피죤 한 마리가 방향을 틀어 패치 숲의 상공을 향해 날아들었다.

“쯔쯔.”

그러자 이상하게도 레온은 놈을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혀를 찼다.

잠시 후, 그레이트 피죤이 패치 숲의 상공에 정확히 진입한 순간.

그가 못 들어간다고 말을 한 이유와 그레이트 피죤을 향해 혀를 찬 이유가 드러났다.

파스스!

찌지직!

끼, 루우우웅!

갑작스레 그레이트 피죤이 처절한 비명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번쩍번쩍하는 것이 보일 정도로 강렬한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숲의 허공에서 그레이트 피죤이 고압 전류에 감전이 된 것이었다.

사방에 솔솔 퍼지기 시작한 고소한 프라이드치킨 냄새를 맡으며 레온은 군침을 흘렸다.

‘오늘 저녁은 전기구이통닭이다.’

그러다가 이내 제정신을 차리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들어가려는 자들을 다 지져 죽일 작정인가? 적당히 해야지, 결계의 공격력이 마을에 쳐져 있는 것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하잖아.”

이것이 바로 여태껏 그가 숲 안쪽으로 못 들어가고 있는 이유였다.

마을의 것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전류 결계가 돔 모양으로 숲 전체를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까맣게 타 버린 채 결계에서 떨어져 내린 사체를 바라보며, 레온이 속으로 생각하였다.

‘하아, 결국 참퐁이 말해 준 방법 밖에는 없는 건가.’

순간 레온의 머릿속에 참퐁과 나눴던 대화가 다시금 떠올렸다.

‘들어가는 것이 힘드실 겁니다. 마을에 쳐진 결계보다 훨씬 강력한 결계가 펼쳐져 있으니까요.’

‘결계가 또 있어요?’

‘네.’

‘하아, 이 샤먼 이놈들은 결계 성애자야 뭐야…….’

‘네?’

‘아, 아닙니다. 한데 그럼 참퐁 님은 어떻게 들어가시려 했습니까?’

‘패치 숲의 외곽에 살며 결계를 지키는 숲지기 일족이란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숲에 들어가게 해 달라 사정을 해 보려 했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그럼 저에게 그 숲지기란 자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말씀해 주시면 되겠네요.’

‘……저, 그것이.’

‘네?’

‘어디에 가시라고 말을 하기가 그렇군요. 그들은 숲의 외곽을 돌며 오로지 결계의 수호만을 위해 삽니다. 어떨 때는 한 곳에 오래 머물기도 하지만 또 어떨 때에는 쉬지 않고 이동을 하기도 하죠.’

‘어, 그럼 참퐁 님은 어떤 식으로 그들을 만나려고 한 겁니까?’

‘어차피 다 늙은 몸뚱이, 목숨을 걸고 외곽을 돌아보려 했습니다.’

‘…….’

참퐁의 말을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숲지기 일족이란 존재들이 있는데, 그들은 대대로 패치 숲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숲에 침입하려는 자들을 막으며 사는 이들이다.

한데 워낙 패치 숲이 거대하다 보니, 그들은 정착하여 살지 않고 유목민처럼 잠시 머무르다가 이동하다가를 반복한다.

그래서 그는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시간을 정하지 않고, 그들을 만날 때까지 숲을 한 바퀴 빙 돌려 했다.

순간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아니, 클라크는 저번에 마탑에 잠입을 하는 작전을 세우지를 않나. 뭔 놈의 NPC들이 이렇게 대담해.’

그는 허무맹랑한 계획에 황당할 따름이었다.

베어 그릴스도 아니고, 이 험난한 지역에서 어떻게 두 달을 버틴단 말인가.

절대 불가능할 일이었다.

순간 레온의 미간이 좁혀졌다.

숲지기 일족이라는 이들을 찾는 데에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출발할 때만 해도, 도착해 보면 마을의 결계처럼 숲에도 금이 간 구역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왔었다.

마을에 쳐져 있는 것도 약해졌으니, 이곳도 약해졌겠지 생각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이곳에 펼쳐진 결계의 힘은 완전 정상에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찌한다.’

레온의 고민이 깊어졌다.

레온에게 지금은 정말 시간이 금이었다.

브룩에게 맡기고 왔지만, 최대한 빠르게 해결을 하고 돌아가야 혹시 모를 영지의 일에 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순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피르호크를 타고 날아다니며 찾아볼까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금세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늘을 나는 순간 저 녀석들과 싸움이 붙겠지.’

그곳에는 새까맣게 무리지어 있는 그레이트 피죤과 같은 수많은 비행형 몬스터들이 빽빽이 모여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에게 선공을 회피하는 아이템이 있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많은 수가 무리지어 있다면 전부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리라.

‘게다가 하나를 건드리는 순간 모든 몬스터들이 나에게 달려들겠지.’

레온이 끔찍한 상황을 떠올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결국 참퐁의 말처럼 숲을 빙 둘러 하염없이 찾는 것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았다.

“끄응.”

그에 레온은 한쪽 손으로 제 턱을 짚으며 고심하기 시작했다.

숲지기 일족. 숲을 수호하는 존재들.

침입자 봉쇄. 문제 유발자 처리.

숲지기 일족에 대하여 들은 모든 것들을 곰곰이 머릿속에서 정리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골몰히 생각하던 그때.

‘아!’

불현듯 레온은 한 가지 계획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가상의 과정을 진행해 보았다.

그러곤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분명히 무식하고 무모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가능성은 있어.’

‘걷다 보면 만날 수 있겠지’라는 대책 없는 계획에 모든 것을 걸고 숲을 빙 돌지 않아도 숲지기 일족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레온은 가슴을 활짝 펴며 자신감 넘치게 소리쳤다.

“좋았어! 바로 시작이다!”

그런 후 떠올린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정을 마친 레온은 곧바로 손을 뻗으며 한 가지 스킬을 사용하였다.

그건 바로.

“레이즈 스켈레톤!”

레이즈 스켈레톤이었다.

그가 자신의 스켈레톤들의 이름을 호명하기 시작하자, 지면에서 소환진들이 연속해서 생겨나며 그의 소환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초기화를 하였음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초기화 전에 만들었던 스켈레톤들을 소환하고 있었다.

한데 사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그가 초기화를 진행하던 순간 그의 소환수들은 모두 계약이 풀리고 사라졌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초기화 시, 스킬에 종속되어 있지 않은 소환수들은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그가 초기화를 하던 때, 새롭게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였다.

인장의 시스템은 소환수들을 데리고 초기화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레온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조금은 예상했던 것이었다.

‘본 네크로맨서의 스킬 중에 소환수들을 저장해 두는 스킬은 없어. 연구, 창조, 해체는 모두 만드는 데 사용하는 스킬이고, 레이즈 스켈레톤은 그냥 불러오는 스킬에 불과하니까.’

그래서 그는 일전에 미리 생각해 두었던 ‘보험’ 계획을 진행했다.

그건 바로.

‘흐흐, 첫 번째 초기화에서 그림자 아공간을 지정했던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 정말.’

그림자 아공간에 모든 스켈레톤들을 집어넣어 놓은 상태로 초기화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모험성이 짙어 보였던 계획은 보이는 결과와 같이 완벽하게 성공을 했다.

그로써 그는 모든 소환수들을 손에 쥔 채로 초기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레온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자신의 소환수들의 모습들을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데 그때, 마루가 또 신규 멤버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봐, 거인 두더지. 저번에 아주 신세 많이 졌다낭?

끼, 끼우.

-흥, 이제 와서 사과하면 받아 줄 것 같낭?

신규 멤버는 바로 자이언트 몰맨으로 만든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 너클즈였다.

[너클즈]

레벨 1 / 자이언트 몰맨 / 진화 불가 / 한계 레벨 200

분류 : 언데드

등급 : 유일

힘 420 민첩 270

지혜 85 체력 605

생명력 41,200 마력 2,210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몰맨으로 만든 스켈레톤.

스켈레톤화가 되며, 흡수했던 독의 정수의 힘은 거의 대부분 잃어버렸다.

하지만 비대했던 신체가 스켈레톤화가 진행되며 가벼워져, 땅을 파기에 더욱 적합한 신체가 되었다.

보유 스킬

1. 지하 탐색

2. 마음의 눈

3. 땅 뒤집기

경쟁 던전에서 브룩이 떠나고 난 후, 레온은 자이언트 몰맨의 시체를 해체하고 뼈의 정수를 얻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곧장 제작에 돌입하였다.

그리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이미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사혼의 구슬’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크로폴리스에서 메르엠 영지로 출발하기 전, 쟈켄에게 자신의 영지에 대해 말하러 갔을 때 하나 더 제작하여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한데 이상했다.

다른 때와 달리 아직까지도 레온이 까불고 있는 마루를 혼내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흐음,’

그는 무언가 마루를 보며 드는 생각이 많은 듯했다.

그건 바로, 같은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임에도 마루와 너클즈 두 녀석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 때문이었다.

레온이 순간 속으로 생각하였다.

‘……쩝, 정말 이상하단 말이지. 만들고 보니 너클즈는 사람의 말도 못 할뿐더러, 진화도 하지 못한단 말이지.’

그랬다. 레온의 말처럼 너클즈는 다른 스켈레톤들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진화도 막혀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능력치의 스펙이야 평범한 스켈레톤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지만 말이었다.

분명히 마루보다 너클즈가 더욱 레벨이 높고 강력한 몬스터였기에, 오히려 입장이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녀석,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가.’

순간 레온이 마루를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저 녀석이 무슨.’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마루가 그런 사실도 모르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레온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주인, 주인. 주변에 아무도 싸울 놈이 없다낭. 저 위에 새들이랑 싸울 거낭?

녀석은 주위에 적이 아무도 없자,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그 말을 들은 레온이 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녀석에게 대답했다.

“후후, 우리는 아무랑도 안 싸울 거야. 대신 다른 계획이 있지.”

-무슨 계획이낭?

마루의 말에 레온이 손가락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자, 저기 보이지?”

그들이 그 방향을 바라보자, 패치 숲이 보였다.

레온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녀석들에게 말을 건넸다.

“자, 저기로 한 명씩 달려들면 돼. 한 명씩 바통 터치를 할 거니까, 친구가 조금(?) 힘들어하면 바로 꺼내 주고, 다음 타자가 들어가면 된다잉?”

그의 계획은 바로 ‘내가 찾기 힘들다면 놈들이 날 찾게 만들겠어!’라는 것이었고.

총 3단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1. 소환수들로 결계에 진입하려 시도하고, 무차별로 공격을 난사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

2. 문제를 일으키면 처단한다는 숲지기 일족들이 찾아온다.

3. 상황을 잘 설명하고, 숲에 들어갈 방법을 듣는다.

-으응? 잘 모르겠다낭.

아직 결계의 존재를 모르는 소환수들이 자신들의 처참한 미래를 아직 예상치 못한 채, 그저 고개만 갸웃하고 있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