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13화 (113/332)

# 113

북부 영지.

메르엠.

오늘은 영주관이 세워지고 처음으로 집무실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상석에는 당연히 영주인 레온이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고, 그 뒤에는 백인대원 엡톰과 쇼우가 근위병처럼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앞에 놓인 긴 탁자의 우측에는 브룩과 유우 그리고 네기가, 좌측에는 클라크를 필두로 본 네크로맨서들이 앉아 있었던 것이었다.

영주관 자체는 여전히 허름한 상태이건만, 방을 채우고 있는 이들에게서 뿜어지는 기세들에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있었다.

한데 안쪽의 문 앞에 못 보던 낯선 얼굴의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고개를 슬쩍 들었다가.

‘헙.’

자신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레온과 눈이 마주치고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다시금 고개를 내렸다.

그의 이름은 ‘류크’로, 레온이 자신의 영지에 암살자 지부를 설립하자, 판탈로네가 도움을 주기 위해 보낸 간부 NPC였다.

그는 마을 내에 암살자 길드 건물이 세워지고 이틀 정도 후에 도착하여 있다가, 레온이 복귀하자 찾아온 것이었다.

그 순간 류크는 속으로 생각했다.

‘꿀꺽, 아니, 포를란에서 떠난 사이에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때 보았던 자와는 전혀 딴사람 같잖아.’

그는 판탈로네가 자신을 레온에게 보내었을 때, 솔직히 불만이 치솟았다.

명령이기에 어쩔 수 없이 따랐지만, 그의 기억 속에 남은 레온의 이미지는 운이 좋은 초보자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마주친 레온의 모습은 그때와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게다가 그의 부하라고 앉아 있는 이들이 하나같이 범상치가 않았다.

‘……역시 판탈로네 님이 그냥 이곳에 날 보낸 것이 아니었어.’

그의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이 스치던 그때.

레온이 긴 정적을 뚫고 류크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 지금까지 영지의 길드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

그에 류크가 긴장감에 말을 떨며 대답했다.

“네, 네, 재능이 보이는 영지민들을 골라 암살자로 육성하고 있었습니다.”

레온은 잔뜩 긴장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씨익 하고 웃어 보이곤 말을 건넸다.

“그래, 내가 없는 동안 큰 역할을 해 주었구먼.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해 주길 바라네.”

레온의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잔뜩 얼어붙은 류크가 대답했다.

“네, 넵! 알겠습니다.”

“자, 그럼 들어가 쉬게나.”

레온이 축객령을 내리자, 그가 암살자에 어울리지 않게 허겁지겁 서두르며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류크가 사라지고 난 후, 레온은 전신의 힘을 빼며 축 하고 자리에 늘어졌다. 그러곤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우, 영주 업무도 빡세구먼.”

그리고 레온의 말이 끝난 순간.

후다닥.

“대장님! 힘드십니까? 당장 꿀물이라도 내오라고 할까요?”

타다닥.

“허어, 몸이 허해지신 것입니까? 안되겠습니다! 제가 본 네크로맨서들에게 전해져 오는 뼈다귀 마사지를 해 드리지요.”

쇼우와 클라크가 있던 자리에서 부리나케 달려와, 레온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떠받들기 시작했다.

레온은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익숙하게 제안을 모두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러곤 난처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쩝, 이거 충성도가 너무 높아도 민망하구먼.’

둘의 충성도가 정점을 찍은 후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그는 그 후, 힘겹게 일명 레온 바라기들을 집무실에서 내보냈다.

둘은 끈질기게 버텼지만 결국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떠나갔다.

그들까지 모두 나가자, 브룩이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을 건넸다.

“어쭈, 이제 분위기 좀 잘 잡는다? 거의 조조급이야?”

그에 레온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민망하다는 듯 대답했다.

“쩝, 할 때는 해야 되지 않겠냐. 저놈이 어떤 녀석인지 알아봤어야 돼서.”

그랬다. 레온은 일부러 류크에게 중압감을 느끼게 연출을 좀 했던 것이었다.

그의 본모습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 말이었다.

그를 보낸 판탈로네야 자신과 신뢰 관계가 견고하였지만, 저자와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자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뒤통수칠 만큼 담이 큰 자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암살자치고는 심약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레온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자도 잘 이용해 먹을 수 있겠어.’

한데 그때, 브룩이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쩝, 근데 네가 숲으로 들어가면 영지 운영은 다시 내가 맡아야 하겠네.”

말을 마친 브룩이 걱정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일주일간 홀로 운영을 해 본 결과 생각만큼 쉽지 않았던 탓이었다.

시무룩한 그의 표정을 보더니, 레온이 피식 하고 웃어 보였다.

그러곤 무언가를 품에서 꺼내어 탁자에 올려놓았다.

쿵!

커다란 소리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레온이 꺼낸 물건에 모두 시선을 보냈다.

‘저건?’

그것은 양피지 뭉치였다.

유우가 제목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영지 개발 지침서 2.0?”

스윽.

“뭐야, 이건?”

브룩이 양피지를 자신의 앞으로 가져오며 말을 건넸다.

“형이 네가 힘들어했을 거 다 예상했지, 인마. 자, 꼼꼼히 정리해 놨으니까 거기 쓰여 있는 그대로 진행해.”

레온의 말을 들은 브룩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급작스럽게 만들었을 양피지가 영지 운영을 얼마나 도와줄지 의심쩍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스르륵.

이내 양피지들에 적힌 내용을 살피고 난 후.

브룩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와, 이 자식은 사냥을 하면서 언제 이런 걸 다 정리해 놓은 거야?’

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할 만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영지 운영 계획이 적혀 있었던 것이었다.

브룩은 이것만 있으면 어떻게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자신감을 얻은 브룩은 문득 드는 의문점을 레온에게 물었다.

“그럼 언제 가려고?”

브룩은 조금만 더 있으면서 일 좀 도와주고 가라고 뒷말을 이으려 했지만.

다음 순간 레온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엉덩이를 툭툭 털며 한 대답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브룩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뒤로하고, 레온은 도망치듯 마을의 후문으로 나와 곧장 패치 숲으로 향하였다.

뒤쪽에서 브룩이 욕지거리를 내뱉는 것이 들려왔지만, 그는 다른 유저들도 영지를 얻게 되리라 예상되는 2~3주 후까지는 꼭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소리쳤다.

물론 그러자 욕의 강도는 더욱 심해졌다.

그 후 한참을 걷던 레온은 얼마나 남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아, 걸음을 잠시 멈추고 눈앞에 맵을 확장시켜 보았다.

그러자.

“헉, 겁나 많이 남았네.”

이동하는 데에 꽤나 긴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답답함에 뒷머리를 긁적이던 레온은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는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앞으로 내딛었다.

‘에휴, 어쩔 수 있나. 퀘스트가 까라면 까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었다.

여태껏 레온은 오늘처럼 마을의 위쪽으로 향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위쪽 지대의 지형적 특징을 잘 알지 못했다.

한데 돌입하고 시간이 점점 지나게 되자, 이곳의 특징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위쪽 지대의 특징은 바로.

“아오, 뭔 놈의 걸리적거리는 게 이렇게 많아.”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 대자연이었다.

몇 걸음마다 걸음을 방해하는 늪들이 튀어나오지를 않나, 함정처럼 발목을 휘어잡는 가시덩굴, 갑자기 눈을 가려 버리는 길쭉한 독성 나뭇잎들까지.

도저히 이동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러자 레온은.

“스텟.”

갑자기 스텟 창을 눈앞에 띄워 버렸다.

‘에휴, 기왕 이렇게 된 것 초기화를 하며 얻은 것들이나 다시 한 번 천천히 정리하며 가자.’

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레온

LV. 1

종족 : 인간

직업 : -

생산 직업 : - (없음)

칭호 : 한계를 돌파한 자 / 진정한 본 네크로맨서

명성 : 38,000

힘 115(+40)

민첩 113(+40)

지혜 110(+40)

체력 115(+40)

불굴 106(+40)

손재주 130(+40)

생명력 21,200 마력 20,300

“흐흐.”

이미 보고 다시 보는 것임에도, 레온은 웃음이 흘러 나왔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초기화를 했음에도 기본적으로 100을 가뿐히 넘는 자신의 스텟들 때문이었다.

암살자에서 초기화를 하였을 때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들이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직업의 클래스를 높이고 초기화를 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어!’

레온이 유니크 클래스인 마신의 대장장이로 전직을 하며, 인장의 티어가 5로 상승하였기 때문이었다.

암살자 때보다 티어가 2나 높았기 때문에, 초기화 스텟 보상도 높게 받았던 것이었다.

스텟 창을 살피던 레온은 한 항목에 시선이 닿고는 아쉬움이, 한 항목에는 짜증이 솟구쳤다.

‘쩝, 지혜가 또 300 이하로 떨어졌군.’

전자의 것은 지혜 수치가 하락하여 새롭게 알게 된 원거리 무기인 스핏파이어 스킬을 또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일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금방 또 복구를 할 수 있었기에, 아쉽기만 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후자의 일은 생각만 해도 다시금 짜증이 치솟았다.

그는 부들부들 떨며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 아오, 아까워 내 명성.’

그러고 보니, 레온은 영지를 획득하며 추가로 받은 15,000의 명성을 더해, 총 41,000의 명성이 있어야 하건만, 38,000의 명성밖에 없었다.

3,000의 명성이 사라져 있었다.

레온이 속이 쓰려 하며 그 이유를 떠올렸다.

‘크윽, 초기화 전에 마신의 대장장이 스킬들이 어떤 것들인지 한 번씩은 써 보아야 했으니…….’

그랬다. 사용하면 명성이 깎이고 악명을 얻는 마신의 대장장이 스킬들을 초기화 전에 시험해 보느라 명성이 깎여 나갔던 것이었다.

‘……휴, 그래도 그 덕에 옥석은 잘 추려 냈잖아. 릴렉스하자, 릴렉스.’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이 결정한 스킬의 목록들을 되짚어 보기 시작하였다.

-본 네크로맨서 : ‘해골 지배’, ‘해체’, ‘연구’, ‘제작’, ‘레이즈 스켈레톤’

-본 블랙스미스 : ‘창조’, ‘강화’, ‘부여’

-마신의 대장장이 : ‘개조’, ‘글러트니 해머’, ‘흑뢰격’, ‘흑뢰 강림’

‘열두 개라니, 정말 대박이긴 하다.’

스킬들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보고 난 후, 레온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의 말처럼 놀라울 정도로 계승할 수 있는 스킬의 양이 대폭 증가되어 있었다.

노멀 등급에 초기화를 하였을 때는 네 개였는데, 지금은 무려 열두 개였던 것이었다.

하나의 티어마다 네 개씩 스킬이 늘어난 꼴이었다.

……한데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순간 레온이 미소를 머금으며 놀라운 말을 꺼냈다.

“후후, 실질적으로는 열여섯 개나 마찬가지지만.”

그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기화 당시 떠올랐던 시스템 메시지를 보아야 하리라.

-이전에 계승했던 스킬은 그대로 이전됩니다.

놀랍게도 이전에 초기화할 때 계승하였던 스킬들이 다시 선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계승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이 또 없었다.

레온은 헤벌쭉한 표정으로 초기화 혜택들을 몇 번이고 다시금 되새김질하며, 발길을 재촉해 갔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레온은 걸음을 멈추어 있었다.

그러곤 퀘스트를 받을 때, 참퐁이 해 주었던 한마디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패치 숲은 저희에게 달리 안개의 숲이라고도 불립니다. 숲 전체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희뿌연 안개가 가득하기 때문이지요.

그 순간, 그가 서 있는 곳에서 몇 발자국 떨어져 있지 않은 한 곳을 바라보았다.

안개에 뒤덮인 거대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다 왔군.’

레온의 눈이 반짝였다.

마침내 본 드래곤을 되살릴 수 있는 단서가 숨어 있는 패치 숲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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