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11화 (111/332)

# 111

메시지를 순식간에 모두 읽어 내려간 레온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본 블랙스미스의 진화가 가능해졌다고?’

그만큼 가능성의 돌이 레온에게 발휘한 효력은 놀랍기 그지없었으니까.

진화가 불가능한 본 블랙스미스의 제약을 강제로 해방시켜 버렸던 것이었다.

레온은 이 놀라운 결과를 만끽하고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휴, 진짜 지레 포기하고 시도를 안 해 봤으면 어쩔 뻔했어.’

혹여 자신이 그냥 지나쳤다면 이런 놀라운 정보를 결코 얻지 못했으리라.

순간 레온이 눈을 빛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건 바로.

‘인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의 돌 같은 물건들이 더 있을 수도 있겠어.’

라는 것이었다.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나, 그의 말이 허무맹랑하게 보이진 않았다.

하나가 있는데, 둘이 없으리란 법은 없었으니까.

그러던 그때, 그는 오늘이 무슨 진화의 날인 건가 싶었다.

마루부터 해서 자신까지 모두 진화를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의 입꼬리가 절로 말려 올라갔다.

‘흐흐, 본 블랙스미스도 이렇게 꿀직업이었는데. 진화하면 대체 무슨 직업이 나올까.’

“인장.”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앞에 인장의 시스템 창을 띄웠다.

당연하게도 메시지의 내용처럼 진화 불가였던 본 블랙스미스의 속성이 바뀌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오오!’

[창생의 인장]

티어 4 / 경험치 100%

개방 특성 (4/?)

(1) 창조(사용 불가)

(2) 합성(사용 불가)

(3) 진화

(4) 초기화

직업 총람 (7/?)

5. [본 블랙스미스]

클래스 랭크 : 레어 / 진화 가능

클래스 특성 : 단일

(……중략……)

‘진짜 진화 가능으로 바뀌어 있어!’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자그마한 걱정도 송두리째 사라졌다.

한데 그때였다.

‘……어라, 잠깐만?’

진화가 가능한 것을 확인하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내 창을 끄려던 레온은 불현듯 한 가지 내용을 보더니 멈칫하였다.

그러곤 곧이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뭐야, 왜 인장의 경험치가 가득 차 있지?’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갑자기 인장의 경험치가 100%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었다.

레온이 당황할 만도 했다.

그 말인즉 인장을 사용할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것이지 않은가.

‘아직 한계 레벨이 되려면 9레벨이나 남았는데?’

그의 말처럼 그의 레벨은 111레벨에 불과했다.

가능성의 돌을 사용하려, 방금 전에 레벨을 확인한 것이기에 분명했다.

지금처럼 인장의 경험치가 100%로 충족되려면 항상 레벨을 한계 레벨까지 올려야 했었다.

‘설마 예외 상황이라는 건가?’

여태껏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에, 그는 머리를 바쁘게 굴렸다.

그러다가 설마하며 인장의 특성 란을 살핀 레온은 이내 아, 하며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쳤다.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창조와 합성의 사용이 봉인되어 있었다.

그것은 한 가지 사실을 말해 주었다.

‘이것 또한 가능성의 돌을 사용한 결과이겠군!’

진화 불가를 가능케 하여 주는 대신에 다른 두 특성들의 힘을 봉인함과 동시에 곧장 진화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듯하였다.

‘레벨을 올리는 것 말고도 인장을 이런 식으로 도 사용할 수 있구나!’

오로지 한계 레벨까지 레벨을 올려 인장을 사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던 그에게 이 일은 상당히 유의미한 발견이었다.

머릿속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계획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레온이 말없이 시스템 창만을 계속 보고 있자.

“……끄응.”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브룩이 고통에 찬 침음을 내뱉었다.

그가 레온의 시스템 메시지를 볼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답답해 죽겠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흐아, 가능성의 돌 사용해서 뭐 어떻게 된 건데? 얼른 말해 줘. 답답해 죽을 것 같아.”

결국 참지 못하고 브룩이 레온을 재촉하였다.

그러자 그제야 레온이 제정신을 차렸다.

“아, 미안 미안.”

그러곤 입꼬리를 살며시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

“후후, 나 이 직업 진화할 수 있게 됐다.”

레온의 대답을 듣고서 잠시 멍하니 있던 브룩이 헛움을 짓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허허, 소환수를 강화할 수 있는 그 사기 직업을 한 번 더 진화할 수 있다고?”

“예압.”

레온이 경쾌하게 대답하자, 브룩이 황당해하며 말을 이었다.

“아니, 이 자식, 사람이 아니라 디x몬 아니야? 뭘 자꾸 진화를 해 대는 거야.”

“어허,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하시게, 부길드장. 심히 없어 보이는구먼.”

“……끄응, 들켰네. 아오, 이러면 내가 영웅 등급 갑옷을 얻은 게 의미가 퇴색되잖아.”

“흐흐, 퇴색될 건 뭐가 있냐. 어차피 우리 둘이 더 강해지면 우리 길드도 동시에 강해지는 거 아니겠냐.”

레온의 말에 브룩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짜식, 말은 잘해요. 야, 그러면 바로 해 보자. 뭐 나올지 궁금하다.”

“오오, 그럴까?”

바로 진화를 해 보자는 브룩의 말에 레온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예전에 암살자 때에도 브룩의 앞에서 인장을 사용했었기에,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자, 그럼!’

마음을 먹은 레온이 바로 인장을 사용했다.

“인장 티어 상승!”

슈아아아.

그의 말이 끝나자, 레온의 오른팔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오호, 오랜만이네.”

깜짝 놀랐었던 과거와 달리 브룩도 흥미진진하다는 눈빛으로 레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후, 본 블랙스미스 때 이후로 처음인가.’

인장을 사용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었지만, 매번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떨려 왔다.

-사용할 특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진화.”

레온은 망설임 없이 진화 특성을 선택했다.

두우우웅!

전신 세맥을 뚫고 진격하는 인장의 기운을 느끼며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클래스가 높아질수록 점점 체내에 스며드는 기운도 강렬해지는 것 같은데.’

걱정과는 달리, 가능성의 돌을 사용하여 진화를 하는 것도 그가 여태껏 해 오던 진화의 과정과 크게 다른 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긴장을 늦추기에는 일렀다.

‘흠, 결과도 좋게 나와야 할 텐데!’

그렇게 레온이 혹시라도 옛날의 망한 직업 같은 것들로 진화될까, 고민을 이어 가던 그때.

띠링.

띠링.

그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왔다.

‘과연!’

이어 레온이 시스템 메시지들을 확인했고.

레온은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인장 티어가 ‘5’로 상승하였습니다.

-‘유니크’ 클래스를 획득하셨습니다.

-인장 티어 상승에 성공하셨습니다.

-클래스 진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유니크!’

드디어 유니크 클래스까지 다다르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레온이 상기된 얼굴로 브룩에게 얼굴을 획하고 돌리더니, 말을 건넸다.

“쏘리 질러!”

“오오! 뭐 떴냐!”

“유니크다! 유니크!”

“크으, 역시 오졌다, 오졌어. 직업 이름은 뭐야.”

“흐흐, 이제 뜬다. 잠깐만 기다려라.”

아직 클래스만 보았을 뿐, 이름은 확인하지 못한 레온은 브룩에게 잠시만 기다리라 주문했다.

그 순간, 레온에게는 그 어떠한 걱정거리도 없었다.

유니크 클래스까지 와서, 게다가 본 블랙스미스라는 걸출한 직업을 바탕으로 진화시킨 것이니 이상한 직업이 뜰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본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었다.

“어, 어라?”

이어 진화에 성공한 자신의 직업의 이름을 확인한 레온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본 블랙스미스’가 클래스 트리에 저장됩니다.

-저장된 직업의 스킬은 초기화 전까지 사용가능합니다.

-새로운 직업 ‘마몬의 일곱 사도 / 마신의 대장장이’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마몬의 종’을 획득하였습니다.

‘……마몬의 뭐?’

순간 레온은 낯빛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마몬의 종이라니! 마몬의 종이라니!’

직업 이름에 왜 마몬이 들어간다는 말인가.

마몬은 암흑성국의 사람들이 믿는 악신으로 다른 모든 왕국에서 배척받는 최흉의 존재가 아니던가.

식은땀 한 줄기가 레온의 등줄기로 흘렀다.

‘아니, 왜 이딴 직업이 나오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좋지 않은 결과밖에는 그려지지가 않았다.

“응? 야, 왜 그래?”

들떠 있던 레온이 연신 불안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고 있자, 브룩이 걱정 어린 질문을 던져 왔다.

하지만 레온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일단 상세한 직업 정보를 눈앞에 띄워 보기로 결정했다.

그가 잘게 떨려 오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인장.”

[창생의 인장]

티어 5 / 경험치 0%

개방 특성 (4/?)

직업 총람 (8/?)

5. [마몬의 일곱 사도 / 마신의 대장장이]

클래스 랭크 : 히든 / 유니크 / 진화 불가

클래스 특성 : 단일

마신, 마몬은 현세에 강림하여 대륙의 모든 피조물들을 직접 다스리려는 욕망을 멈춘 적이 없습니다.

그것을 위해 역사 속에서 마몬은 몇 번이나 대륙을 피로 물들였습니다.

그중 최악의 혈란을 일으켰던 것이 일곱 명의 사도들로 일으키게 한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신의 대장장이는 전쟁에 참여한 모든 마몬교도들의 무기와 장비들을 만들어 배포하였는데, 무기에 담긴 힘들이 끔찍할 정도로 강력하였습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마신의 대장장이가 만들었던 무기들은 악마의 무기라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암흑성국이 패퇴하여 서쪽 변방으로 쫓겨날 때, 홀로 버려진 마신의 대장장이는 분노한 시민들이 들고 있는 무기들에 온몸이 베여 사망하였습니다.

보유 패시브 스킬

1. 마신 추종자 : 마몬의 힘을 사용하는 자가 자신의 곁에 많으면 많을수록 전투 능력이 상승합니다.

보유 액티브 스킬

1. 창조

(마신의 대장장이는 오로지 마몬교도들을 위한 장비만 창조가 가능합니다.)

2. 강화

(마신의 대장장이는 오로지 마몬교도들을 위한 장비만 강화가 가능합니다.)

3. 분해

4. 개조

5. 글러트니 해머

6. 무기 파괴

7. 흑뢰격

8. 흑뢰 강림

꿀꺽.

레온이 직업 설명을 읽다가 목구멍으로 침을 넘겼다.

쓰여 있는 문장 중에 마치 이 직업을 계속 지니고 있을 시, 펼쳐질 자신의 미래인 것 같은 것이 있었던 탓이었다.

그건 바로.

‘암흑성국이 패퇴하여 서쪽 변방으로 쫓겨날 때 홀로 버려진 마신의 대장장이는, 분노한 시민들이 들고 있는 무기들에 온몸이 베여 사망하였습니다.’

라는 것이었다.

‘하아, 겁나 끔찍하네 정말.’

레온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사실 유니크 클래스의 직업이어서 그런지, 스킬들의 능력들은 하나같이 매우 뛰어났다.

하지만 스킬들의 아래에 적혀 있는 마신의 대장장이가 가진 어이없는 제약들이 그 장점들을 모두 일거에 사라지게 만들고 있었다.

레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뭐 하냐, 스킬을 사용하려면 인생 첫 종교를 마몬교로 가져야 할 판인데.’

그는 다시 한 번 마신의 대장장이의 제약들을 훑어보았다.

-마몬의 일곱 사도들은 그들의 신 마몬에게 하루에 필수적으로 2시간 이상의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기도 시간이 충족되지 않았을 시, 모든 스킬의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암흑성국을 제외한 모든 왕국의 도시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마신의 대장장이의 스킬은 사용할 때마다 명성이 깎이고, 악명이 높아집니다.

그렇게 내용들을 다시 정독하고 나자, 레온은 확실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하핫, 얼른 초기화해야겠어.”

이딴 직업은 얼른 기억 속에서 없애기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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