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10화 (110/332)

# 110

잠시 전.

레온이 보물 상자의 뚜껑을 열려 하고 있었다.

철컹-.

두근두근.

쇠 걸쇠에서 마찰음이 들려옴과 동시에 레온의 가슴이 거세게 떨려왔다.

그는 눈을 빛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고렙제 무기 하나 나와라! 초기화하고 폭렙 좀 하자!’

라고 말이었다.

그는 무기를 가장 원했기는 했지만, 사실 어떤 아이템도 상관없었다.

‘흐흐, 영웅 등급의 아이템이기만 하면 말이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일 등급도 만세를 불렀던 그였지만, 어느새 영웅 등급 아이템을 간절히 탐하고 있었다.

그 성능에 맛 들려 버린 것이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북부 대륙에 올라온 후, 안개 여신의 장식가면에 부여된 안개 분신 스킬을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했던가.

만일 가면이 없었다면, 첫 번째 페이즈의 전투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을 터였다.

‘역시 템빨이 진리란 건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렇게 한껏 기대감이 부풀었을 때, 보물 상자가 활짝 열렸다.

‘자, 뭐냐!’

그러자 레온이 상자 안에 망설임 없이 손을 집어넣어 물건을 덥석 꺼냈다.

한데 그러고 난 후.

꺼내 든 자신의 손 위의 물건을 바라보는 레온의 표정은 당혹감에 젖어 들어 있었다.

화가 나는 것을 떠나, 그냥 어이가 없어 보였다.

‘……실화냐?’

안에 있던 것은 액세서리가 아니었다.

그 어떤 장비 아이템도 아니었다.

‘미친, 이게 웬 짱돌이야.’

뜬금없이 돌덩어리 하나가 놓여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황당할 뿐이었지만 점차 그는 이것이 어떤 상황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크윽, 재료 템이라니.’

자신이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재료 아이템을 얻었다는 것을 말이었다.

‘하, 정말 운이 지지리도 없는 사람만 받는다더니.’

그것이 다름 아닌 자신이라는 서글픈 사실에 레온은 억울할 뿐이었다.

울컥하며 감정이 차올랐지만, 꾹 참았다.

일단 확인할 것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에휴, 어차피 망했지만 요놈이 뭔지나 보자.’

마음 같아선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손에 쥔 짱돌의 아이템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곧이어 그의 눈앞에 의문의 돌덩이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주르륵 떠올랐다.

그런데 그것을 보자 레온의 눈동자가 커지는 것도 모자라 파르르 떨려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브룩이 말을 걸어오기 직전까지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현재.

끊이지 않을 것처럼 이어지던 레온의 웃음이 점차 잦아들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브룩의 표정이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어휴, 불쌍한 놈.’

브룩은 레온의 웃음을 현실도피를 하고자 하는 웃음으로 100퍼센트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예상은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레온은 정말로 기뻐서 웃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던 그때, 레온의 웃음이 완전히 멈췄다.

이어 레온이 브룩과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자신이 행복해하던 원인을 공개해 주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동석아.”

“으응?”

레온의 호명에 브룩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레온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레온이 씨익, 하고 웃어 보이며 놀라운 말을 건넸다.

“나 가능성의 돌 얻었다.”

“뭐?”

그 말을 듣는 순간, 브룩의 두 동공이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그러곤 이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말라며, 그에게 대답했다.

“……장난치지 마, 인마.”

하지만 그의 눈은 어느새 레온의 손에 들려 있는 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에 레온이 다시금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

“거참, 속고만 사셨나.”

스윽.

그러곤 레온이 서슴없이 그가 가능성의 돌이라고 말한 물건을 앞으로 슬쩍 내밀었다.

가져가서 직접 확인해 보라는 의미일 터였다.

‘쩝.’

브룩은 반신반의하는 감정으로 손 위에 놓인 돌을 가져갔다.

그리고 곧이어.

“헉! 미친, 진짜잖아!”

덩치에 안 맞는 식겁한 반응을 보였다.

브룩은 자신이 영웅 등급의 아이템을 얻었다는 사실도 잊고, 감탄을 터뜨렸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가능성의 돌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리라.

한 달 전, 판테라의 세계에 새로운 정보가 알려졌다.

그건 바로 각 직업마다 ‘티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레온이야 인장을 통해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으나, 다른 유저들에게는 단연 센세이션 같은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히든 직업과 일반 직업 정도로만 양분해서 생각했다면, 이제 히든 직업들에도 격차가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바로 레온이 획득한 ‘가능성의 돌’이었다.

가능성의 돌을 최초로 획득한 유저가 커뮤니티에 공개한 아이템의 정보는 이러했다.

[가능성의 돌 / 하급]

분류 : 잡화

등급 : 유일

사용하면 사용자의 잠재 능력을 발현시켜 주는 효력을 지니고 있는 신비의 돌.

사용 제한

-노멀 티어 이하의 직업 소유자

-히든 직업 전직자, 사용 불가

-80레벨 이상

설명 중 ‘노멀 티어’ 이하의 직업 소유자라는 말이 모든 유저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게시글은 단숨에 모든 커뮤니티로 퍼져 나가 한 군데도 빠지지 않고 그날의 화제글이 되었다.

물론 유저들의 열띤 반응들도 댓글로 쏟아졌다.

-노멀 티어 이하가 무슨 말?

-일반적으로 도시의 전직소에서 전직할 수 있는 직업들은 모두 노멀인 듯. 출처는 물론 나의 뇌피셜임.

-저도 한 다리 건너 아는 형이 업계 종사자 친구에게 들었다는 이야기인데, 윗분 말이 확실합니다.

-헐, 히든 전직자들은 배 아프겠네. 얻어도 못 쓸 테니.

-흐음, 그럼 노멀 이하의 직업을 지닌 사람도 있다는 건가?

-풉, 저기요? 전직소 가서 그냥 전직하면 노멀인데 그 아래를 어케 얻음요.

-레알로 노멀 이하 직업을 얻은 사람은 확실한 개노답 인정.

한데 그 게시물이 올라가고 얼마 후.

미튜브의 한 영상이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자신을 가능성의 돌을 최초로 획득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한 유저가 찍은 영상이었다.

영상의 내용은 평범했다.

‘자, 이제 제가 가능성의 돌을 사용해 보겠습니다!’

획득한 가능성의 돌을 직접 사용해 보는 전 과정을 찍은 것이었다.

사용 후기 방송이라고나 할까.

한데 처음 영상을 킨 사람들은 호기심으로 가볍게 보다가, 끝에 가서는 입을 쩍 벌리고 볼 수밖에 없었다.

‘우오오! 대박입니다! 여러분, 제 직업이 승급됐어요!’

놀랍게도 가능성의 돌을 사용하고 나자.

모두가 쉽게 얻을 수 있는 평범한 검사였던 그 유저가 한 단계 상위 티어의 검사 직업을 손에 넣게 되었던 것이었다.

모든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다.

그럴 만도 했다.

히든 직업을 얻지 못한 유저라도 가능성의 돌을 이용해서, 그에 견줄 만한 상위 티어의 직업으로 승급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으니까.

바야흐로 2차 전직의 길이 열린 것이었다.

그렇게 가능성의 돌의 놀라운 효과가 만천하에 공개가 된 후.

상위 직업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뉴비고, 고수고 수많은 유저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가능성의 돌을 찾아 헤맸다.

히든 직업에 연이 없던 유저들의 설움이 폭발한 듯 보였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들이 발견한 획득 경로는 단 하나였다.

그건 바로 160레벨 이상의 보스 몬스터를 잡았을 때, 아주 극악한 확률로 소량이 드롭이 된다는 것이었다.

한데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60레벨 이상의 보스 몬스터라면 일단 잡기도 힘들뿐더러 앞서 극악이라고는 표현한 드롭률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 레온이 획득 경로를 하나 더 발견해 내는 데 성공하였다.

자신의 영지의 근처에 있는 경쟁 던전에서 보상으로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었다.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이 너무나도 적다 보니, 당연하게도 가능성의 돌은 말도 안 되게 높은 가격이 되어 있었다.

그때 브룩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와씨, 될 놈은 된다고 하더니 영지 개발에 부은 돈을 그냥 벌었다, 너?”

레온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대답했다.

“후후, 그런 것이 제 손 안에 있습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레온이 획득한 가능성의 돌은 유저가 올린 것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중급’의 가능성의 돌이라는 사실이었다.

[가능성의 돌 / 중급]

분류 : 잡화

등급 : 영웅

사용자의 잠재 능력을 발현시켜 주는 효력을 지니고 있다.

사용 제한

-레어 티어 이하의 직업 소유자

-히든 직업 전직자, 사용 불가

-110레벨 이상

레온이 획득한 가능성의 돌은 레어 티어의 직업을 가진 이도 사용이 가능했다.

“아씨, 개부럽네. 쓸 수만 있으면 써 보고 싶다.”

순간 브룩이 군침을 질질 흘리며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는 아쉽게도 사용이 불가능했다.

아이템의 내용에 적혀 있듯 가능성의 돌은 히든 직업의 소유자는 해당이 안 되었으니까.

한데 그때였다.

‘……어라, 잠깐만.’

그 사실을 떠올리다가, 문득 레온에게 한 가지 의문이 샘솟았다.

그건 바로.

‘내 인장은 분명 히든피스가 맞지만 본 블랙스미스가 히든 직업은 아니잖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가 직업을 획득할 때 히든 직업을 얻었다는 말은 어디에도 뜨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충분히 억지 주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상식 선에서 막아 놓았을 것이 분명하리라.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잖아?’

가능성의 돌을 사용해 본다고, 자신에게 손해가 될 것은 없었다.

자격이 해당되지 않는다면, 사용이 무위로 돌아갈 뿐 사라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것을 떠올리자, 레온은 바로 결정을 내렸다.

‘이럴 때가 아니야. 바로 사용해 봐야겠다!’

가능성의 돌을 사용해 보기로 한 것이었다.

레온이 힐끔 자신의 레벨을 확인하였다.

‘111레벨인가.’

던전에 입장하기 전 106이었던 레벨에서 5레벨이 상승하여 있었다.

다행히도 110레벨이라는 중급 가능성의 돌의 사용제한은 충족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가능성의 돌을 한 손에 꼭 쥔 채, 레온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가능성의 돌, 사용.”

슈우우!

그러자 가능성의 돌이 은은한 빛을 내뿜기 시작하였다.

“어라? 너, 뭐야? 사용할 수 있는 거야? 어떻게 된 거야?”

그 모습을 확인한 브룩이 잔뜩 당황하여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히든 직업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이니, 황당한 것이리라.

하지만 레온은 대답을 해 줄 수 없었다.

우우웅!

가능성의 돌이 레온의 손안에서 부르르 떨려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니, 다시금 심장박동이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브룩도 어느새 숨을 죽이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촤아아!

샤악!

반복되다가 한순간, 빛줄기가 폭사되듯 뿜어져 나왔다.

그 눈부심에 레온과 브룩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곤 다시 눈을 뜨자 모든 것이 잠잠해져 있었다.

‘……이건.’

레온은 자신의 몸에 처음 접하는 낯선 기운들이 흘러넘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띠링.

띠링.

이어 그의 귓전에 연이어 효과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

레온의 눈앞에 생각지도 못한 내용을 담고 있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특수 조건 달성.

-본 블랙스미스의 ‘진화 불가’의 제한이 해제되었습니다.

-본 블랙스미스의 진화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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