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09화 (109/332)

# 109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몰맨’이 사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마루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마루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소환수, 마루가 ‘진화’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맹독 지대가 정화되어 효과가 사라집니다.

-소요 시간 44분 02초.

-보스 페이즈를 성공하였습니다.

각자 자신들의 눈앞을 가득 채운 메시지들을 확인한 순간.

“흐흐흐.”

브룩과 레온이 서로 친구가 아니랄까 봐 동시에 탐욕에 찬 웃음소리를 똑같이 쏟아 내었다.

마루가 그 모습을 보며 들키지 않게끔 자그맣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곧이어 진정된 두 사람은 곧장 메시지들의 내용을 살펴 갔다.

한데 그때, 레온은 메시지 중 하나를 보고는 흥미롭다는 눈빛을 띠었다.

‘어라? 진화?’

그건 바로 마루의 진화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루가 다른 스켈레톤들과 달리 진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그거야 제작하였을 때, 이미 알아차린 부분이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그가 흥미로워하는 부분은 다른 점에 있었다.

‘분명히 한계 레벨에 도달하려면 많이 남았는데?’

마루의 한계 레벨은 140이었다.

한데 지금 현재 레벨은 110에 불과했다.

레온은 당연히 마루의 한계 레벨에 도달하여야 진화할 수 있다고 짐작하고 있던지라 놀랐던 것이었다.

‘한계 레벨에 도달해야 꼭 진화하는 건 아닌가 보네?’

여태껏 자신이 인장을 사용할 때, 항상 한계 레벨까지 찍었어야 했던지라 자신도 모르게 미리 단정 지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레온은 이내 입꼬리를 슬며시 말아 올렸다.

‘흐흐, 어찌 되었건 나한테야 좋은 일이지.’

그의 말대로 한계 레벨까지 올리지 않았음에도 진화를 시킬 수 있게 된 것은 그에게 큰 이득이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지금도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진화를 시키면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까 기대감이 차올랐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곧장 마루부터 진화시켜 볼까 했지만.

“오오!”

다음 순간 새롭게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는 탄성을 내지르며 곧바로 다음으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던전 클리어 랭크의 산정을 시작합니다.

그들의 클리어 랭크가 정해진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던 것이었다.

곧이어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 상태의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두 사람은 그 창을 보는 순간, 이 백지에 떠오를 알파벳이 자신들의 클리어 랭크일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다.

그에 브룩이 덩치에 안 맞게 호들갑을 떨어 댔다.

“와, 근데 나 왜 이리 떨리지? 미치겠네.”

“그러니까 그만 좀 떨어라. 그 정도면 경련 수준 아니냐?”

“꿀꺽, 됐고, 이러다가 나 쓰러지면 의료 지원 센터에나 바로 전화해라.”

녀석의 너스레에 레온이 피식 웃어 보였다.

히든피스 방패를 얻은 이후로 템운이 거의 지저 수준으로 급락했다고 하더니, 정말 마음고생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분명 좋은 기회이리라.

경쟁 던전의 상위 등급 보상은 다른 던전의 보상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뛰어난 것으로 유명했으니까.

-모든 페이즈의 기록을 합산합니다.

-34분 02초 / 30분 00초 / 44분 02초

-108분 04초.

그때, 두 사람이 바라곤 동굴을 클리어하는 데 총 소요된 시간이 나타났다.

108분 04초.

평균 36분으로 상당히 뛰어난 수준의 클리어 시간이었다.

대체로 만족해하는 브룩에 반해 레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끄응, 44분이라.’

다른 것들은 그나마 괜찮은데 마지막 페이즈의 클리어 시간이 영 맘에 들지 않았던 탓이었다.

확실히 보스 몬스터는 보스 몬스터였다.

생각처럼 빠른 시간 내에 처치하기가 도무지 쉽지 않았다.

자꾸만 그의 머릿속에서 조금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데 사실 그가 보스 페이즈에 곤욕을 치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는 결과였다.

원래 경쟁 던전은 도전에 앞서 치밀한 사전 조사와 정보를 파악한 후 치러지는 것이 대부분이지 않던가.

한데 그는 어느 커뮤니티에도 정보가 없는 신규 던전을 공략한 것이니, 이 결과도 충분히 뛰어난 활약을 벌인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 사항들을 떠올리며, 이내 레온은 마음을 털어 버렸다.

‘휴,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러면서 원거리에서 공격할 스킬이 부족하다는 자신의 단점을 발견한 것을 위로로 삼았다

그러던 그때, 점차 백지였던 시스템 창에 서서히 알파벳의 형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브룩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알파벳이 선명해져 버렷!”

‘과연……!’

두 사람은 시점까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확인한 그 결과는 바로.

-축하합니다. 당신의 클리어 등급은 ‘SS’입니다.

바로 SS등급이었다.

‘……레알인가?’

의외의 결과에 레온은 화들짝 놀랐다.

마지막에 너무 죽을 썼던지라, 내심 S도 힘들지 않을까 했었는데.

이게 웬걸, 그보다 더 높은 SS등급이 나왔던 것이었다.

“으하하!”

“대박이다! 대박!”

레온과 브룩이 얼싸안고 펄쩍펄쩍 날뛰었다.

한데 그러면서도 레온은 머릿속으로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에 대해 계속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곧이어 내린 추측은 도전 인원이 둘에 불과하다는 점과, 치러진 전투 과정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부가점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이내 레온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곤.

‘후후, 뭐가 어쨌든 무슨 상관이냐! SS등급 받았으면 됐지!’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한데 그때였다.

‘아!’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레온이 브룩을 다급하게 툭툭 치며 상기된 얼굴로 말을 건넸다.

“……야, 야. 근데 SS등급이면 우리 앞에 누가 먼저 도전했어도 1등 각 아니냐?”

이제 곧 바라곤 동굴 경쟁 던전에 도전한 팀들의 성적이 적힌 순위표가 등장할 차례였다.

전체 순위 중 1등을 차지하게 되면, 두 사람은 또 다른 혜택을 획득할 수 있었다.

브룩이 레온의 말을 듣고는 눈을 빛냈다.

“오오! 맞네!”

그의 말처럼 SS등급이라면 충분히 1등을 노려 볼 만한 지표였다.

띠리링.

그리고 다음 순간.

-전체 랭킹이 발표됩니다.

효과음과 함께 전체 랭킹이 적혀 있는 순위표가 그들의 눈앞에 떠올랐다.

‘이걸…….’

‘1등 보상까지?’

어느새 둘의 눈동자에 달러화 문양이 박혀 있었다.

두 사람은 당연히 자신들이 1위를 갈아 치울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어라?”

“뭐야, 이거?”

이내 확인을 마친 두 사람은 당황에 찬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바라곤 동굴 / 전체 랭킹]

1위

-도전자 : 포프 / 1인

-기록 : 77분 00초 / SSS

2위

-도전자 : 레온 파티 / 2인

-기록 : 103분 04초 / SS

3위

-(미등록)

그들의 부푼 기대와는 달리 그들은 1등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2등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있는 유저는 등급으로도, 클리어 시간으로도 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도저히 견줄 수 없는 막대한 격차였다.

“……어라? 잠깐만.”

한데 그때, 자신들의 위에 당당히 박혀 있는 ‘포프’라는 이름을 확인한 브룩이 이내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말을 꺼냈다.

“……포프? 설마 전체 랭킹 1위 대마법사 포프인가?”

“뭐?”

예상치 못한 브룩의 말에 멍해 있던 레온 또한 식겁한 반응을 보이며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정말이잖아?’

그러자 브룩의 말이 사실인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랬다. 그들보다 앞서 이곳을 클리어한 유저의 정체는 바로 판테라 한국 서버의 전체 랭킹 1위에 빛나는 이였던 것이다.

대마법사, 포프.

그는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오로지 솔로 플레이만 고집하는 마법사로, 판테라가 오픈하고 한 번도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유저였다.

순간 브룩이 포프의 기록을 보더니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와, 미친 것 아니냐? 솔로로 도전해서 전체 77분 컷에 SSS등급을 받았다고?”

한데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그들도 말은 안 했지만 자신들 두 명이서 이곳을 클리어 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자는 단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 것이니 말이었다.

‘끄응.’

레온은 침음이 새어 나왔다.

아까 이 정도면 충분하지 하고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홀로 도전하여 자신보다 훨씬 높은 결과를 만들어 낸 포프의 흔적을 보자, 적당한 성취에 안주하려 했던 자신의 모습이 창피했던 것이었다.

‘……포프.’

레온은 그를 영상으로만 보았을 뿐 실제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에게 묘한 경쟁심이 생겨나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슈웅!

쿵! 쿠웅!

“아우! 시바, 깜짝이야!”

갑작스레 터져 나온 굉음에 레온이 혼비백산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무것도 없던 동굴의 천장에서 난데없이 커다란 물체 두 개가 그의 발치에 떨어져 있었다.

곧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클리어 등급에 맞는 보상이 주어집니다.

마루가 레온을 식겁하게 한 의문의 물체를 향해 꼬리뼈를 살랑이며 다가갔다.

-우와, 반짝거린당 주인! 이게 뭐낭?

어두컴컴한 동굴 안을 일시에 환하게 만들 정도로 빛을 쏟아 내는 보물 상자 두 개가 있었다.

경쟁 던전은 클리어 보상으로 알 수 없는 내용물이 든 보물 상자를 주었던 것이다.

브룩이 입맛을 다시며 입을 열었다.

“……쩝, 이렇게 다이나믹하게 보물 상자를 주는 던전은 처음이네.”

그러자 레온이 질색하며 말했다.

“다이나믹 같은 소리 하네. 야, 두 번 다이나믹했다가는 머리통 터져 죽겠다.”

하나 그렇게 투덜거리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둘은 각자에게 배정된 보물 상자 앞으로 쪼르르 다가섰다.

그들의 보물 상자는 모두 백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클리어 등급에 따라 지급되는 보물 상자의 모습도 달랐다.

백금 보물 상자는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었다.

당연히 들어 있는 상품도 좋으리라.

개봉을 앞두고 브룩이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서로한테 더 좋은 것 나오면 바꿔 가지기다?”

“그냥 둘 다 내가 가지면 안 되냐?”

“…….”

“……농담이야, 인마.”

레온의 말을 듣고 나자 벌레 보는 듯한 눈빛으로 레온을 바라본 브룩이었다.

두 사람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뒤로하고 바로 개봉을 시도했다.

정말 지지리도 운이 없는 사람은 아이템이 아닌 재료 아이템을 얻는다고 들었지만, 설마 나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였다.

“에잇!”

“가즈아!”

철컹-.

철커컹-.

쇠의 마찰음이 들려왔고, 보물 상자의 뚜껑이 활짝 열렸다.

“오오! 이건!”

브룩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보물 상자 안에 있던 물건을 꺼내 들었다.

상당히 화려하게 꾸며진 청록색 중갑옷이었다.

곧이어 브룩이 아이템의 정보를 살폈고.

“오예!”

이내 펄쩍펄쩍 뛰며 격한 반응을 만들어 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영웅 등급의 갑옷이 나오다니!’

그가 얻은 아이템의 이름은 ‘청록왕의 보주갑옷’으로, 그의 말대로 영웅 등급 아이템이었던 것이었다.

‘후후, 외견뿐만 아니라 성능도 개좋은데?’

브룩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한데 그렇게 행복감에 젖어 있던 브룩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라?’

자신과 마찬가지로 보물 상자를 개봉했을 레온이 이상할 정도로 너무 조용했던 것이다.

좋은 물건을 건졌다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 레온이었다.

그러므로 이 경우, 벌어진 상황은 뻔했다.

‘쩝, 겁나 쓰레기가 나왔나 보네.’

표정 관리를 하며 은근슬쩍 레온 쪽을 살짝 살펴본 브룩은 이내 식겁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 새끼. 운도 지지리도 없지. 어떻게 저런 게 나와…….’

레온의 손 안에 웬 돌 하나가 들려 있었던 것이었다.

유저를 우롱하는 것도 아니고 보물 상자 안에 평범한 돌덩이가 들어 있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저 돌은 정말 드물게 나온다는 폭망의 증표, 재료 템이리라.

레온은 그것을 든 채, 메두사와 눈싸움이라도 한 것처럼 뻣뻣이 굳어 있었다.

그에 브룩이 슬며시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다.

그러곤 위로의 말을 건네려 했을 때.

“쩝, 괜찮…….”

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으후후, 으하하하!”

‘뭐, 뭐야?’

레온이 별안간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자 브룩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쳐 버린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며, 레온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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