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07화 (107/332)

# 107

-조건을 완료하였습니다.

-첫번째 페이즈를 성공하였습니다.

-소요 시간 34분 02초.

“34분이라고? 이게 실화야?”

34분이라는 말도 안 되는 클리어 시간을 이뤄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40분이 A등급 컷이었다.

그리고 35분이 S등급, 30분이 SS등급, 25분이 SSS등급이었다.

즉 레온과 브룩은 2인 파티로 S등급을 달성한 것이었다.

“아놔, SS등급을 못 받았다니!”

“…….”

그런데도 레온은 만족을 하지 못하고 아까워 죽겠는지 발을 동동 굴렀다.

‘이놈 정말 난놈일세.’

브룩은 그런 레온을 경이롭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또 생각했다.

만일 두 번째 페이즈와 보스 페이즈를 지금처럼만 끝낼 수 있다면.

‘……획득할 보상이 정말 엄청날 수도 있겠는데?’

라고 말이었다.

* * *

같은 시각.

레온의 영지 메르엠.

언젠가부터 활력을 잃고 조용하기 짝이 없었던 마을이 오늘은 무슨 이유에선가 시끌벅적했다.

“어이, 그쪽으로 가면 안 된다니까. 그래, 거기다 놓으라고.”

“영차! 영차!”

일꾼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레온이 지시한 건물들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원 시장 같은 이미 만들어진 건물들도 마을에 공터로 비어 있던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었다.

새로운 영주가 오자마자, 걱정과 달리 한시가 바쁘게 마을의 발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표정에는 간만에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영주민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영주님이 우리 마을을 발전시키려고 작정을 하셨나 봐요.”

“허허, 그러니까 말이여. 이제 좀 사람 사는 마을 같아 보이는구먼.”

“근데 새로 세워지는 건물들이 너무 많지 않아요? 대체 무슨 돈으로 건설을 한 걸까요. 우리 마을에 돈이 있을 리가 없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게 글쎄, 영주님이 마을을 돌아보시고는 자기 돈을 쓰신 거라지 뭐예요.”

“헉! 그게 정말인가?”

“허, 참. 이런 영주님을 몰라보고 우리는 이계인이다 뭐다 편견으로 대했다니…….”

그들의 두 눈에 감동의 기운이 맴돌았다.

그리고 그 말은 영주민들의 충성도와 만족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말과 동일했다.

그리고 레온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여인 밍시아도 있었다.

그녀는 언덕에서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와, 많다 많아.’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 대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통나무집들이 있었다.

밍시아는 그 집들을 바라보며 무언가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여태껏 마을을 떠난 수많은 사람들과 모두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그들을 떠나보내며 그녀는 몹시나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붙잡을 수는 없었다.

이곳의 위험함을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런 상황에서 새로 온 영주가 무슨 이유에선가 통나무집을 200가구나 짓자 기쁨 반, 걱정 반의 심정이 차오르는 것이다.

‘무슨 생각이실까?’

그녀는 커다란 뼈다귀 새를 타고 날아온 자신의 영주를 떠올렸다.

뼈다귀 새에서 척하고 내려오던 레온의 자태가 떠올랐다.

그녀의 눈이 조금은 몽롱하게 변해 갔다.

‘영주님은 정말 신비로운 분이야. 그리고 생긴 것도 참 잘…….’

한데 그때.

“뭘 그리 생각하고 있는 게냐?”

그녀의 몽상을 갑자기 나타난 목소리 하나가 깨뜨렸다.

그는 참퐁이었다.

“어머, 촌장님.”

그녀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참퐁이 혼을 내듯 말했다.

“어허, 그리 부르지 말래도.”

“헤헤, 차차 고칠게요.”

밍시아의 애교에 피식 웃어 보인 참퐁은 그녀와 그 뒤로 한참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은 영지와 레온에 관련한 이야기였다.

한데 그때.

‘어라? 그러고 보니…….’

밍시아가 항상 노쇠한 참퐁의 곁을 지키던 카피탄의 모습이 오늘은 보이지 않자, 그에게 물어보았다.

“카피탄 아저씨는 안 보이네요?”

그러자 그녀에게 참퐁이 대답했다.

“그놈은 암살자 길드에 갔단다.”

“……암살자 길드요?”

“그래, 오늘 그런 곳이 생겼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그곳에서 마을 주민 중에 원하는 자에 한해서 훈련을 시켜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부리나케 달려갔단다.”

‘암살자!’

순간 밍시아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그녀가 참퐁에게 말을 꺼냈다.

“거기가 어디예요?”

“으응? 암살자 길드가 세워진 곳 말이냐? 흠, 분명히 영주관의 맞은편에 있…….”

참퐁의 말이 채 다 끝나지도 않았건만.

후다다다.

밍시아가 갑자기 언덕에서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감사해요, 촌장님!”

라고 소리치면서 말이었다.

뒤편에서 참퐁 촌장이 그녀에게 무어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위험하니 쓸데없는 생각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마음이 이미 아까 전부터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두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도 암살자가 돼서 마을을 지키겠어!’

* * *

-조건을 완료하였습니다.

-두번째 페이즈를 성공하였습니다.

-소요 시간 30분 00초.

“나이쓰!”

순간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레온이 쾌재를 불렀다.

두 번째 페이즈가 매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었다.

‘흐흐, 턱걸이기는 하지만 30분 맞췄다!’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첫 번째 페이즈의 34분도 대단한 것이건만, 그의 의지는 결국 거기서 시간을 더 줄이는 데 성공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SS급의 기준이 되는 30분에 맞추는 데 성공한 순간이었다.

그때 레온은 주위에 너저분하게 깔려 있는 몬스터들의 시체를 바라보더니, 속으로 생각했다.

‘확실히 여러 곳에 흩어진 지정 몬스터의 처치보다는 오히려 한곳에 몽땅 모여 있는 놈들을 모조리 해치우라는 목표가 더 쉽군.’

그의 말처럼 두 번째 페이즈의 목표는 심플했다.

첫 번째 페이즈를 끝내자 모습을 드러낸 여섯 번째 굴의 안쪽으로 들어가, 그곳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었다.

레온에게는 더욱 손쉽게 느껴지는 목표였다.

그냥 날뛰면 되었으니까.

최대한 빨리 지정 몬스터를 잡고, 뒤쫓는 녀석들을 따돌리며 다음 굴로 이동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치 않으니, 더욱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으으, 죽겠다낭.

“……야, 나두.”

레온과 달리 브룩과 다른 소환수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그들에게 참을 수 없는 피로감이 내려앉아 있었다.

순간 브룩이 레온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했다.

‘지독한 놈, 저놈은 정말 악마야, 악마.’

그가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첫 번째 페이즈보다 클리어 시간을 더 줄이겠다는 생각에 레온은 그들을 무섭게 채찍질했던 것이다.

피아를 가리지 않는 소환수들의 광역 스킬들이 쏟아지고 있는 현장 속에 한 마리라도 더 잡으라며 등을 떠미는 레온의 작태에 치가 떨려 왔다.

한데 또 본인이 그중 최전방에 서서 싸우니 뭐라 말을 하기도 뭐했다.

한데 그때.

그제야 레온이 상당히 체력이 떨어져 있는 자신의 소환수들을 눈치채고는 이내 혀를 차며 말했다.

“쯔쯔, 뭐야, 너희들 왜 이렇게 체력이 많이 달았어? 으이구, 몬스터들한테 많이도 맞았구먼. 조심했어야지.”

레온의 말에 ‘너 때문이자낭!’이라고 마루는 소리치고 싶었지만, 아까 전 까불다가 맞았던 불 주먹 주사를 떠올리고는 끙끙거리며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장착, 전도사 스켈레톤.”

아무튼 그런 마루를 비롯해 체력이 많이 떨어진 다른 소환수들에게 힐을 해 주기 위해, 레온이 입고 있던 스켈레톤 슈트를 다른 종류로 갈아입었다.

슈웅.

그의 케로베로 슈트가 벗겨지더니, 바로 새로운 힐러 스켈레톤 슈트가 소환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몸을 감싸기 시작한 와중에 레온은 무언가를 확인하고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쩝, 아무리 생각해도 스켈레톤 슈트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 입어도 착용 제한 시간은 동일하게 적용되는 건 맘에 안 드네.’

그가 확인한 것은 시야의 한쪽 편에 조그맣게 떠올라 있는 스켈레톤 슈트의 착용 제한 시간이 표시된 타이머였다.

다른 슈트로 갈아입었음에도, 타이머의 남은 시간은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끄응, 하긴, 그러면 너무 사기기는 하지.’

쯧, 하고 혀를 한 번 찬 레온은 바로 힐링 스킬을 발동하였다.

“광신의 축복.”

우우웅!

효과음이 울려 퍼졌고, 그와 동시에 모든 소환수들의 체력이 천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브룩은 왜 나는 안 해 주냐며 칭얼거렸고, 레온은 언데드에게만 효력이 발휘되니 얼른 죽고 다시 태어나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러고 난 후, 레온이 오늘 사냥이 끝나면 이제 슬슬 장착형 스켈레톤을 경매장에 한번 올려놔 볼까 하는 생각을 하던 그때.

-보스 페이즈 목표 :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몰맨’을 처치하라.

-보스 페이즈 시작 10분 전.

드디어 그들의 눈앞에 마지막 보스 페이즈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지막이다.’

레온과 브룩의 눈이 반짝였다.

이 페이즈만 끝나면 드디어 기다리던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레온은 10분 동안 소환수들에게 힐링 스킬을 시전하며 모두의 체력을 완벽히 회복시켰다.

그들은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보스 페이즈에 돌입하였다.

-3.

-2.

-1.

-보스 페이즈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펼쳐진 상황은 그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두드드드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자마자, 파티원들은 난데없는 진동을 느꼈다.

“어라?”

“뭐, 뭐야?”

그 진동은 급속도로 강렬해졌다.

순식간에 도저히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미친 듯이 요동치며 떨려 오고 있었다.

동굴 안에 대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

‘뭐야 대체?’

그들이 차오르는 당황을 감출 수 없던 그때.

콰가가가강!

쿠아아아!

귀를 마비시킬 정도로 거대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콰드드득!

“헉!”

“따, 땅이!”

파열음은 지면이 쩍쩍 갈라지는 데서 발생한 것이었다.

마치 가뭄이 든 논밭처럼 균열은 엄청났다.

순간 레온이 등에 식은땀 한 줄기가 흘렀다.

이건 아무리 봐도 갈라지는 것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예상은 현실로 드러났다.

파티원들은 모두 비명을 쏟아 냈다.

“으아아아!”

“시이이바아아!”

-으아! 주인, 망했다낭!

선으로 되어 있던 균열들이 하나로 합쳐지더니, 이내 발을 딛고 있던 지면 전체가 아래로 푹 꺼져 버린 것이었다.

순식간에 지면에 싱크홀처럼 뚫려 버린 거대한 구멍으로 파티원들은 모두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깊이는 엄청났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후우우우!

쐐애애애!

점점 가속이 붙고 있었다.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귓속을 아프게 했다.

레온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미친! 무슨 처음부터 이 따위야!’

그러곤 이내 제정신을 차리곤 자신의 비행형 소환수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피르호크!”

끼루!

휘유유!

레온이 급하게 소리를 지르자, 피르호크가 날갯짓을 하며 그에게 날아왔다.

그러곤 레온을 필두로 한 명씩 자신의 등에 태워 내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다행히도 모두를 등에 태울 수 있었다.

바닥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나며 게임 오버가 되는 일은 없었던 것이었다.

휘유유!

후우우!

피르호크는 탑승객들의 무게가 상당한지, 낑낑거리면서도 안전하게 지면에 착지할 수 있었다.

처척.

“휴우, 수고했어.”

레온이 등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어우, 시바, 오늘 잠은 다 잤네.”

브룩의 두터운 다리가 어울리지 않게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그 진풍경을 감상하며 피식하고 웃어 보인 레온이 이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히 보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 것일 터인데, 이상하게도 어디에도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레온이 의아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름부터 자이언트가 들어 있으면 몸체가 상당히 거대할 텐데, 코빼기도 안 보이네?’

한데 그때.

킁킁.

냄새에 민감한 브룩이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야, 근데 무슨 냄새 안 나냐?”

“냄새?”

순간 레온은 그가 뜬금없이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어라?’

브룩의 말을 듣고 나니, 점차 코끝을 찌르는 매캐하고 역한 냄새가 서서히 느껴지고 있었다.

의아하던 그때, 마루가 크게 소리쳤다.

-주인! 여기 땅이 이상하다낭!

‘땅?’

레온이 딛고 있는 지면을 쳐다보았다.

“……이건?”

그러자 왜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끈적이는 초록빛 기운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띠링.

순간 효과음과 함께 메시지가 그의 눈앞에 떠올랐다.

-특수 지형, 맹독 지대에 진입하였습니다.

-지속적으로 독 대미지를 입습니다.

‘이런!’

레온과 브룩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지면에서 확인한 기운의 정체는 맹독이었던 것이었다.

-맹독 지대의 효과로 인해 독 대미지를 입습니다.

-체력이 감소하였습니다.

그들이 당황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곧장 맹독 지대의 효과로 대미지가 들어왔다.

체력의 손실 수치를 확인한 레온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나 많이 단다고?’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독 대미지가 상당히 세게 들어왔던 탓이었다.

물론 치명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 대미지는 지속적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떠올릴 때 절대로 쉽게 볼 것이 아니었다.

레온의 고민이 커지던 그때.

쿠구구구!

콰가가강!

독이 잔뜩 배어 있는 땅을 뚫고, 이름에 걸맞은 거대한 크기를 지닌 보스 페이즈의 주인공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자이언트 몰맨]

레벨 : 146

분류 : 야수전사형

등급 : 유일

땅 속 깊은 곳에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독기의 정수를 흡수하여 한계를 뛰어넘고 거대해진 몰맨.

숨을 쉬는 것, 움직이는 것 하나하나에도 치명적인 독기가 흘러넘친다.

크워어!

순간 자이언트 몰맨의 커다란 포효가 터져 나왔다.

흉포한 기운이 녀석의 전신에서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내 놈을 위아래로 훑어본 레온은 혀를 내둘렀다.

‘……저건 예전 마루보다 더 크잖아?’

지금껏 레온이 보았던 몬스터 중에 가장 컸던 탓이었다.

전체적으로 날렵했던 마견 그라울과는 달리 이 녀석은 몸집도 비대해 더욱 거대해 보이는 것 같았다.

크워어어!

쿵! 쿵!

땅에서 튀어나온 녀석은 커다란 발소리를 내며 그들에게 살의를 드러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온은 그 모습을 보며 두려워하기보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후, 움직임 자체는 그렇게 빠르지 않군!’

날쌔기 이를 데 없었던 첫 번째, 두 번째 페이즈의 몰맨 들과는 달리 이동속도가 굉장히 느렸기 때문이었다.

저 산만 한 덩치에 이동속도까지 빨랐다면 정말 끔찍했으리라.

띠링.

-맹독 지대의 효과로 인해 독 대미지를 입습니다.

-체력이 감소하였습니다.

“이런 젠장!”

순간 또다시 등장한 시스템 메시지에 레온이 울컥해 욕지거리를 쏟아 냈다.

또다시 독 대미지로 인해 체력이 달자, 레온은 마음이 다급해지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러자 레온은 일단 먼저 단단이와 마루를 보내 자이언트 몰맨을 상대하게 했다.

“단단아, 마루야, 나도 금방 합류할게, 먼저 들어가!”

투다다다!

따닥!

-크와앙!

그들이 돌진하자 자이언트 몰맨이 거대한 손톱을 휘둘렀지만, 소환수들은 잘 피해 내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 광경을 초조하게 바라보며 레온이 브룩에게 다급히 말을 건넸다.

“이건 장기전으로 가겠지?”

“응,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일찍 끝내기는 어렵겠어.”

첫 번째, 두 번째 페이즈의 성과가 아쉬웠지만 지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브룩이 말을 이었다.

“얼른 너랑 땅땅이는 피르호크 타고 하늘로 올라가. 맹독 지대의 패널티는 발을 딛고 있는 순간 발휘되니까.”

브룩이 레온을 하늘로 올려 보내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레온은 딜러보다 힐러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레온의 체력은 맹독 지대를 오래 버틸 수 있을 만큼 높지 않았다.

그래서 힐링 스킬이 있다고는 하나, 보스 몬스터와의 직접 전투를 병행한다면 까딱 잘못하면 단숨에 리타이어될 위험성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피르호크를 타고 하늘 위에서 소환수들에게 광신의 축복을 걸어 주며 엄호하는 편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피르호크!”

레온은 납득하고 바로 피르호크를 호출했다.

끼루.

그러자 하늘에서 자이언트 몰맨에게 공격 스킬을 난사하고 있던 피르호크가 그에게 방향을 꺾어 다가왔다.

“너는 괜찮겠어?”

“흐흐, 걱정 마라. 내 체력 바가 너의 대여섯 배는 될 테니까.”

파바밧!

그 말을 끝으로 브룩 또한 앞으로 돌진해 나갔다.

‘끄응.’

그 모습을 보며 레온이 상황의 답답함에 침음을 흘렸다.

‘생각해 보니, 암살자 이후로 소환수에 관련한 스킬만 늘었지 내 공격 스킬은 없었구나.’

강력한 공격 스킬의 부재가 이처럼 아쉬울 수가 없었다.

처척.

곧이어 레온은 땅땅이와 함께 도착한 피르호크의 등에 올라탔다.

후우웅!

피르호크가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았다.

-맹독 지대에서 벗어났습니다.

-더 이상 체력이 감소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곧이어 맹독 지대의 효과가 사라졌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에 한숨 돌린 레온은 땅땅이에게 암석 폭풍 스킬을 시전하게 하였다.

그러곤 바로 아래쪽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전투의 양상을 살폈다.

브룩과 단단이가 자이언트 몰맨이 휘두르는 육중한 공격들을 꿋꿋이 버텨 내고 있었고, 마루는 어느새 거대화하여 날카로운 어금니를 놈에게 박아 넣고 있었다.

“광신의 축복!”

곧장 레온은 힐링 스킬을 사용했다.

위우웅!

이펙트와 함께 소환수들 모두의 체력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한데 그러고 난후, 레온은 무슨 이유에선가 침음을 흘렸다.

‘끄응, 원거리 공격 스킬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나 무력하게 느껴질 줄이야.’

그저 힐러의 역할로 남아 있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씁쓸했던 탓이었다.

무력감을 느끼던 그때.

‘……잠깐만!’

갑작스레 원거리 공격 스킬이라는 말과 함께 한동안 잊고 있던 자신의 물건이 떠올랐다.

순간 레온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맞아! 이게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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