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05화 (105/332)

# 105

도착한 목적지에서 정말로 던전을 발견하는 데 성공한 두 사람은 잔뜩 흥분하여 있었다.

그러다가 브룩이 상기된 얼굴로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와씨! 진짜 네 말대로 던전이 있네.”

그러자 레온은 한껏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NPC가 가지 말라는 곳은 다 가야 한다고. 내가 괜히 영주가 된 게 아니란 걸 알겠나, 부영주?”

“크으, 믿고 따르겠습니다. 영주님.”

브룩이 양 엄지를 척하고 치켜세우며, 아부를 떠는 시늉을 했다.

산만 한 덩치에 안 맞는 앙증맞은 자태였다.

레온이 그것을 보고 피식 웃어 보였다.

한데 그가 그렇게 수선을 떨 법도 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그냥 던전도 아닌 경쟁 던전이었기 때문이었다.

경쟁 던전은 일반 던전보다 훨씬 수가 적은 특수한 던전이었다.

기본적인 구조는 레온이 갔었던 놀 성채와 같은 ‘인스턴스 던전’이었는데, 클리어하는 데 걸린 시간과 전투 성적을 산정해 마지막에 클리어 랭크를 부여받는다는 것이 경쟁 던전만의 특징이었다.

클리어 랭크는 최저 D부터 SSS까지 정해졌는데, 고랭크일수록 끝나고 받는 보상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역대 도전한 팀의 성적을 비교해 순위 또한 정해졌는데, 1등이 되면 또 다른 혜택도 부여가 되었다.

그때 브룩이 레온에게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첫 발견자인 것 같지?”

끄덕끄덕.

레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이곳을 자신들이 처음 찾아낸 미확인 던전으로 예상했다.

만일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큰 행운이리라.

던전의 첫 발견 파티에게는 경험치 두 배의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추측한 이유는 간단했다.

상위 1%의 판테라 폐인인 그들은 현존하는 경쟁 던전의 이름들을 모조리 꿰차고 있었는데, 그중에 이곳은 없었던 것이었다.

“좋아, 바로 가 보자!”

“고고!”

순간 브룩과 레온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Y 선택지를 누르고 던전 안으로 바로 들어갔다.

슈웅!

한 줄기의 빛이 두 사람을 집어삼키며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그들은 빛 때문에 질끈 감았던 눈을 떠 보고는 동굴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동굴의 풍경이었다.

다만.

‘굴이 다섯 개나 있네?’

들어갈 수 있는 굴이 다섯 개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그러던 그때.

띠링.

띠링.

-경쟁 던전, ‘바라곤 동굴’에 입장하였습니다.

-첫 번째 페이즈 목표 : 다섯 개의 굴에 각각 한 마리씩 있는 ‘몰맨 사범’들을 처치하라.

-첫 번째 페이즈 시작 10분 전.

그들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메시지에는 첫 번째 페이즈의 목표와 시작 시간이 적혀 있었다.

경쟁 던전은 보통 세 번의 페이즈로 진행이 되었는데, 각 페이즈마다 다른 목표가 정해졌다.

지정 몬스터 처치, 웨이브로 밀려오는 모든 몬스터들을 처치, 지정 지역의 수호 등등 상당히 다양했다.

만족할 만한 보상을 받으려면, 최소 A랭크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러려면 1시간씩 주어지는 각 페이즈마다 최소 45분 안에는 끝내야 했다.

한데 이 순간, 레온과 브룩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찝찝하다고 해야 할까.

무언가 좋다 말았다는 표정이었다.

브룩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먼저 말했다.

“끄응, 누가 왔었던 건가?”

“쩝, 그러니까 말이다.”

그랬다. 자신들이 처음으로 입장한 던전이라 확신했건만,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첫 발견을 했을 때 나타나는 시스템 메시지가 아무리 기다려도 뜨지 않았다.

“쩝, 어쩔 수 없지 뭐. 끝나고 나서 전체 랭킹 확인해 보면 누가 왔다 갔는지 이름 정도는 알 수 있겠지.”

“쩝, 그래. 얼른 소환수나 꺼내라. 시간 쭉쭉 간다.”

브룩은 시야의 오른편 끝에 빨간색으로 선명하게 적혀 있는 ‘09:32’라는 타이머를 보고는 레온에게 말했다.

그러자 레온은 눈앞에 다섯 갈래로 뚫려 있는 동굴의 길을 보며 브룩에게 대답했다.

“오키, 그럼 넌 어느 굴부터 들어갈지 정해 놓고 있어.”

브룩이 고개를 끄덕이자, 레온은 바로 소환을 시작했다.

“레이즈 스켈레톤!”

슈웅!

슈웅!

슈웅!

레온이 소환수들의 이름을 호명할 때마다 연이어 동굴의 지면에 소환진이 그려졌다.

그리고 곧이어 익숙한 얼굴들과 새로운 식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단단이와 땅땅이, 마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케로베로는 일부러 소환하지 않았다.

스켈레톤 슈트로 만든 탓에 소환수로서의 전투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너무 오랜만이낭, 주인! 매일 불러 줘낭! 나 갑갑하다낭!

따닥.

딱.

소환이 되자마자, 마루는 곧장 자주 좀 소환해 달라며 칭얼거렸다.

언제 봐도 정말 촉새 같은 녀석이었다.

오랜만에 산책을 나온 똥개처럼 눈을 반짝이며 이리저리 살피던 마루는 옆에 선 새얼굴을 보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오! 이 짹짹이는 뭐낭! 주인!

마루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레온의 새로운 소환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끼룩.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새 한 마리가 가볍게 몸을 털었다.

요전번 영지로 이동할 때 탑승했던 그레이트 피죤으로 만든 6등급 스켈레톤, ‘피르호크’였다.

피르호크 +4

레벨 26 / 한계 레벨 180

분류 : 언데드

등급 : 희귀

힘 300 민첩 270

지혜 160 체력 280

생명력 11,000 마력 3,350

보유 스킬

1. 공중날기

2. 질풍날개

3. 브레이브 버드

4. 윈드 커터

레온이 마루를 흘겨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짹짹이는 뭐야, 인마. 새 친구니까 친하게 지내고.”

하지만 마루는 그런 그의 말을 실시간으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피르호크에게 말을 건네었다.

-후후, 신입이구낭. 여기는 내가 제일 형님이니 알아서 잘 따르도록 하낭.

끼루.

그 모습을 보며 레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오, 저놈은 대체 왜 주기적으로 주먹 주사를 놓게 해 주는 거지?’

이번에는 그냥 주사가 아니라 불 주사로 놓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띠링.

어느새 준비 시간이 모두 소진되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 페이즈 시작,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3.

-2.

드디어 페이즈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레온이 두 눈을 화르륵 불태우며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미리 말하는데, 누구든 걷는 순간 쪼인트 까일 줄 알아라!”

그의 경고가 끝나자마자.

-히익!

따닥!

딱!

끼, 끼룩!

쪼인트(?)라는 용어의 뜻은 알 수 없으나 그의 눈빛에서 살벌한 기운이 번뜩이는 것을 본 소환수들이 일시에 비명을 질렀다.

함께 뛰던 브룩도 당황하여 말을 꺼냈다.

“나, 나도?”

그러자 레온은 브룩에게 당연한 소리를 왜 꺼내느냐는 눈빛을 보내며, 케로베로로 만든 스켈레톤 슈트를 장착했다.

그리고 그의 변신이 모두 끝이 난 그때.

-1.

-첫 번째 페이즈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침내 대망의 첫 번째 페이즈가 시작되었다.

파바밧!

레온의 파티는 브룩이 먼저 골라 놓았던 첫 번째 굴로 전광석화처럼 진입해 들어갔다.

시야의 오른편에서 시간이 줄어들고 있던 타이머의 내용은 어느새 ‘00:00:13’으로 바뀌어 있었다.

준비 시간에서 진행 소요 시간으로 바뀐 것이었다.

상당히 긴 굴을 따라 들어가자마자, 저 멀리서 귓전에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꾸우우!

꾸꾸!

소리의 근원지와 가까워질수록 분명히 두더지의 모습인데 인간처럼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몬스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더지 인간, 몰맨이었다.

놈들에 대한 레온의 첫인상은 ‘아니, 뭔 놈의 두더지들이 저렇게 몸이 좋아.’라는 것이었다.

몰맨들은 짙은 구릿빛 털 속에 브룩과 비슷할 정도의 불끈불끈한 근육들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레온은 속도는 그대로 유지한 채, 빠르게 녀석들의 레벨과 숫자를 살폈다.

[몰맨 권법가]

레벨 : 133

분류 : 야수전사형

등급 : 희귀

동굴의 벽을 뚫는 권법을 깨달은 몰맨의 무도가들. 정정당당한 전투를 선호하며 아주 뛰어난 전투 실력을 지니고 있다.

[몰맨 사범]

레벨 : 137

분류 : 야수전사형

등급 : 유일

오랜 세월을 거쳐 권법의 오의를 깨달은 몰맨.

몰맨 권법가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다행이군.’

이 사냥터에 대해 아예 정보가 없다 보니, 몇 레벨대의 사냥터인지도 알 수 없어 사실 살짝 걱정을 했었다.

한데 이 정도면 그레이트 피죤과 큰 차이가 없는 정도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 정도 수준이라는 것은.

‘내 소환수들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라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레온은 일시에 걱정이 사라졌다.

그가 그렇게 안심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동안 자신의 스켈레톤들이 놈들을 충분히 상대할 만큼 강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소환수들의 레벨은 이러했다.

단단이 120레벨.

땅땅이 125레벨.

마루 94레벨.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피르호크는 제외하고 단단이와 땅땅이 같은 경우는 이미 한계 레벨을 완료해 놓은 상태였다.

+4강화의 힘을 더하면 몬스터들과 충분히 싸워 볼 만했다.

순간 그는 자신의 소환수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피르호크와 땅땅이는 후방에, 단단이와 마루는 최전방으로!”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자.

-크와앙!

가장 먼저 마루의 포효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러자 족히 스무 마리는 될 법한 몰맨 권법가들의 시선이 동시에 마루에게 꽂혔다.

꾸꾸!

꾸우!

어그로가 제대로 꽂혔는지, 놈들도 한꺼번에 거대한 근육들을 꿈틀거리며 달려들어 왔다.

“거대화! 몸통 박치기!”

그러자 레온은 마루에게 거대화 스킬을 사용하고 단단이는 몸통 박치기 스킬을 사용시켰다.

브룩은 레온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단단이와 함께 최전선의 탱킹을 감당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브룩 같은 경우 특이점이 없다면 레온의 지시는 필요하지 않았다.

워낙 경험과 실력이 출중한 베테랑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력으로 질주하던 두 세력이 동시에 맞부딪쳤다.

쿠우웅!

꽈앙!

엄청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런 후, 나가떨어진 것은 몬스터 놈들이었다.

뀨, 우우.

……꾸우.

퓨어 탱커인 단단이와 브룩이 딱 버티고 서 있자, 앞 라인은 마치 철벽처럼 단단하게 구축되어 있었다.

미식축구의 라인맨처럼 완전한 방어 태세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파밧!

파바밧!

레온은 그림자 은신의 사정거리에서 타깃인 몰맨 사범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탓에 외곽을 맴돌며 틈을 엿보고 있었다.

한데 그 모습을 힐끗 본 브룩이 속으로 감탄을 토해 냈다.

‘이야, 저놈은 뭔데 저렇게 빠르냐.’

파아아앗!

쐐애애액!

아무리 스켈레톤 슈트를 착용한 상태라고는 하나, 이제까지 그가 보여 줬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속도를 쏟아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금만 더 빨랐다가는 지나간 자리에 잔영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은 레온 자신마저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스켈레톤 슈트를 착용하고 있을 때 버프를 2중으로 받으니까 이렇게나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다니!’

[브레이브 버드]

30분간 모든 파티원들의 민첩 스텟을 50 증가시키고, 이동속도를 20% 상승시킵니다.

[수호의 맹약]

15분간 자신과 수호 대상의 이동 및 공격 속도를 50% 상승시킵니다.

-수호 대상의 체력이 70% 이하일 때, 효력이 –15% 반감됩니다.

-수호 대상의 체력이 50% 이하일 때, 효력이 –20% 반감됩니다.

그의 스피드의 비결은 바로 피르호크와 브룩 각각의 버프 스킬의 효력이 스켈레톤 슈트의 자체적인 성능과 조화를 이루며 상승효과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순간, 그는 개안을 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와, 버프가 이렇게나 엄청난 거였다니.’

사실 레온은 솔로 플레이를 주로 하다 보니, 버프 스킬의 위력에 대해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한데 이렇듯 일명 ‘버프 뽕’ 맛을 제대로 맛보니, 연구해 보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침착하게 그 탐구욕을 억눌렀다.

지금은 현재 닥친 상황에 집중해야 할 때였기 때문이었다.

이어진 다음 순간!

레온의 눈이 번개가 내리꽂힌 것처럼 번뜩였다.

그가 슬며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찾았다! 길!’

뒤편에서 유유히 상황을 관전하고 있는 저 건방진 몰맨 사범에게 닿을 경로를 찾아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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