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03화 (103/332)

# 103

그렇게 자원 시장의 건설이 시작되고 난 후, 레온은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후후, 벌써 거의 다 됐군. 좋았어, 1시간밖에 안 걸리다니.’

다른 건물들에 비해 자원 시장의 완성에 소요되는 시간이 무척이나 짧았던 탓이었다.

그렇게 레온의 기분이 들떠 있을 때, 브룩이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흐흐, 근데 조금 뿌듯하다?”

레온이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았다.

‘뭐야, 왜 저래.’

브룩은 무언가 징그럽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에 레온은 질색하며 되물었다.

“으으, 그 미소 뭐냐? 뭐가 뿌듯해?”

그러자 브룩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긴 뭐야. 네가 이리도 날 굳게 믿고 있구나 하는 것이 느껴져서 그런 거지.”

‘무슨 말이지?’

레온이 영문을 알 수 없어 말없이 조용히 있자, 브룩이 이어 말했다.

“짜식, 괜히 민망하니까 모르는 척하기는. 네가 이런 거금을 영지 운영비로 넣으면서 아무런 조치도 안 취하는 것 때문에 그런 거라고. 사실 내가 나쁜 맘먹으면 영지 운영비에서 빼내 갈 수도 있는 거잖아.”

브룩이 말한 내용 자체는 사실이었다.

부영주의 권한 중에 운영비를 일부 빼낼 수 있는 것이 있었다.

한데 레온은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없이 느닷없이 돈을 보여 주고는 그 자리에서 모두 영지 운영비로 넣은 것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브룩이 레온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새끼, 역시 날 믿고 있구먼?”

그에 레온은 무언가 살짝 머쓱하게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어, 아. 하하, 그렇지. 뭐.”

하지만 사실 그 순간.

레온은 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쩝, 이거 미안한데.’

그의 짐작은 전혀 현실과 달랐다.

한데 도저히 이 상황에서는 솔직하게 말을 꺼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사실 아까 돈을 꺼낸 순간부터, 그가 쭉 녹화 모드로 현장을 찍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었다.

‘끄응, 들키기 전에 몰래 꺼야겠다.’

그렇게 레온이 등을 돌린 브룩 몰래 녹화 중지 버튼을 눌렀을 때.

띠링.

-자원 시장이 완성되었습니다.

때마침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자원 시장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온은 곧장 시스템 창에서 자원 시장을 클릭했다.

-자원 시장 탭에 들어오셨습니다.

-자원 시장의 기능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자 메시지와 함께, 골드를 제외한 여덟 개의 자원들의 이미지와 시세가 적혀 있는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딸칵.

한번 시험 삼아 레온은 유황의 이미지를 클릭해 보았다.

-교환하기를 원하는 유황의 개수를 기입해 주십시오.

-() 개.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 나자, 레온은 사용법을 완전히 알 수 있었다.

‘오호, 비어 있는 괄호에다가 숫자를 적어 넣으면 되는 거군.’

원하는 개수의 숫자를 적으면 바로 교환이 가능한 것 같았다.

“심플하게 잘 만들어 놨네. 너도 어떻게 하는지 파악했지?”

“당연하지, 브로~.”

아직 사라지지 않은 브룩의 느끼함에 레온은 닭살이 돋아왔지만, 지은 죄가 있어 받아 주었다.

“그, 그래. 이제 내가 말하는 건물들을 건설하도록 해. 부족한 자원은 시장을 통해서 얻고.”

“오케이.”

그 후, 레온은 바로 지휘관처럼 지시를 하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건 여덟 개의 기초 생산 시설들을 모두 설치하는 일이었다.

이미 세워져 있는 식량 생산 시설을 제외해서 여덟 개였다.

기초 생산 시설은 이름처럼 한 달에 한 번 해당하는 자원을 생산하였는데, 시설의 레벨이 낮아 완성이 되어도 소량의 자원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만들 수는 없었다.

물론 자원 시장을 통해 사는 것이 훨씬 많은 양을 더욱 빨리 얻을 수 있었지만, 시장의 자원 가격이 매일 변동되는 시세에 따라 바뀌는 탓에, 레온이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순간이 필연적으로 생겨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크윽, 석재 겁나 비싸네. 망할.’

그 순간은 지금 당장에도 도래해 있었다.

레온이 고가로 책정된 석재의 시세를 보자마자 손이 벌벌 떨려 왔다.

어쩔 수 없는 투자금이다 생각하며 쓰라린 마음을 모두 진정시켰다고 생각했건만 그것이 아니었다 보다.

교환으로 골드가 사라지자, 속에서 피눈물이 흐르는 듯했다.

아무튼 그런 뒤, 오른편 시야의 끝에 건설이 시작된 시설들의 이름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름 옆에는 완성 소요 시간이 적혀 있었다.

7 DAYS.

예상대로 기초 생산 시설의 건설에는 일주일이 걸리는 것 같았다.

‘좋아, 그럼 일단 기본적인 건 끝냈고. ……그럼 다음은 역시!’

그렇게 레온이 머릿속으로 다음 작업을 정했을 때, 브룩은 눈을 반짝이며 그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레온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다음은 자원 시장에서 목재 1,500개를 사도록!”

“예썰!”

1,500개.

꽤나 많은 개수였다.

한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자, 그럼 나도 사 볼까!’

목재를 엄청나게 사들이는 것은 레온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레온은 스무 개가 더 많은 1,520개의 목재를 사들였다.

“샀습니다요! 이제 뭘 만들깝쇼?”

이 많은 목재들을 가지고 그가 만드는 다음 건축물은 바로…….

“자! 자재를 모두 소모해서 통나무집을 만들도록 하여라!”

……‘통나무집’이었다.

[통나무집]

나무로 만든 주민이 살 수 있는 기초적인 집.

-외부 주민 유입 확률 0.05% 상승.

100골드 / 목재 20

그런데 사실 통나무집은 별다른 효과를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달랑 외부 주민 유입 확률이 상승하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한 건물당 0.05퍼센트밖에는 오르지 않았다.

그와 브룩이 사들인 3,020개의 목재를 전부 사용해 다량의 집을 짓는다 해도, 약 7.55퍼센트밖에는 오르지 않는 것이다.

한데 그럼에도 레온이 그렇게나 통나무집을 많이 만드는 이유는 간단했다.

151.

그가 짓는 통나무집의 총 숫자이자, 그가 지니고 있는 가신의 숫자였다.

‘최대한 빨리 본 네크로맨서들과 백인대를 영지로 데리고 와야 해!’

그랬다. 레온은 국경 지대의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는 백인대와 본 네크로맨서들을 빨리 데리고 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통나무집은 바로 그들이 살 거처였던 것이다.

순간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얼른 거처를 마련해 주고, 본 네크로맨서들만 데리고 온다면 그 즉시 51개의 전문 시설을 한꺼번에 올릴 수 있겠어!’

그의 말은 놀라웠다.

본 네크로맨서들이 오기만 하면, 영지에 새로운 수많은 시설들을 지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레온은 통나무집 이후로 건설할 건물은 암살자 길드 말고는 정해 놓지 않은 상태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정하지 못한 것이리라.

투자한 골드와 자원 시장 덕에 총알은 충분했지만, 정작 만들 만한 건물이 없었던 것이다.

별반 도움은 안 되는 자질구레한 건물들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 낭패의 가장 큰 원인은 좋은 효과의 건물들이 거의 대부분 건축 ‘필요조건’에 ‘전문가’ NPC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대장간을 만들려면 ‘대장장이’ 직업을 지니고 있는 NPC가 필요했고, 포션 상점을 만들려면 ‘포션 제조가’의 직업을 지닌 NPC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소를 만들거나, 직접 조건에 맞는 NPC들을 영입하여야 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현재 메르엠의 여건상 불가능했다.

인재 양성소를 만들려면 영지 등급이 ‘도시’ 수준이어야 했고.

영입을 해 오려면 다른 영지에 가서 데리고 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세월에 규모를 도시까지 키우겠으며, 이런 척박의 정점인 영지에 어떤 NPC가 오겠는가.

‘후후, 하지만 본 네크로맨서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었지. 모두가 전문 직업들을 지니고 있어서, 건설 조건들을 해결시켜 주니까 말이야!’

숨어 살던 51인의 본 네크로맨서들은 본인들이 본 네크로맨서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위장 직업을 지니고 있으며, 모두 제각각 다른 전문 직업이다.

이전에 포트빌의 대장간에서 본 네크로맨서들을 만났을 때 확인했던 사실이었다.

한데 이 사실이 그들이 도착만 하면 레온이 곧장 시설들을 세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요건이 되어 주었던 것이었다.

‘풀리려면 이렇게도 풀리는구나.’

레온의 입꼬리가 절로 말려 올라갔다.

일이 아주 술술 풀리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띠링.

띠링.

띠링.

연이어 효과음이 쏟아지듯 귓전에 들려오며, 아까 전처럼 오른편 끝에 주르륵 151개의 통나무집의 이름들이 새겨졌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완성 소요 시간까지 나타났다.

브룩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전부 완성에 일주일이라. 흠, 생각보다 오래 안 걸리는데?”

“통나무집이 가장 아래 등급 숙소이니까 그런가 보다. 뭐, 지금 당장은 그렇게 좋은 건물을 지어 줄 필요는 없겠지.”

“흠, 그럼 유우에게 연락해서 집들이 완성되는 일주일 뒤로 맞춰서 이곳으로 이동하라고 전할게. 그럼 되지?”

“어쭈, 군 생활 좀 잘했겠다? 에이스같이 알아서 일을 찾아서 하는데?”

척척 맞는 손발에 레온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브룩이 대답했다.

“인마, 지금 알았냐? 형이 이런 것 하나는 끝내줘.”

“그래? 그럼 끝으로 암살자 길드나 세워 봐.”

“오, 그래! 알았……. 잠깐만, 이 자식이 은근슬쩍 부려 먹으려고!”

“하하, 들켰네.”

주먹을 들어 올리며 발끈하는 브룩의 모습을 바라보며, 레온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 * *

같은 시각.

북부 대륙 접경지 마을.

한 여인이 양 볼을 뾰로통하게 부풀린 채, 터벅터벅 마을의 대로를 걷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귀여운 분위기를 풍기는 미인으로, 주변 남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처척.

“휴우.”

그녀는 가던 길을 걸음을 멈추더니,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만약 이 모습을 그녀의 오빠가 보았다면 깜짝 놀랐으리라.

평상시 보여 주는 그녀의 지나칠 정도로 밝은 모습을 떠올려 보면, 쉽사리 적응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레온의 동생인 유우였다.

그녀가 그렇게 속상해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힝, 너무 급하게 질러 버렸어.’

아무리 생각해도 직업을 잘못 정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10레벨을 달성하자마자 바로 전직을 하러 갔다.

레온의 추천으로 마법사를 하려던 그녀는 마법사 길드로 향하던 도중에 길거리에서 거지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성직자를 보고는 뇌리에 제대로 꽂혀 바로 발길을 돌려 신전으로 향했다.

위풍당당하게 신관이 된 그녀는 잠시 후, 네기와 함께 전투에 나갔다.

그리고 3초 만에 깨달을 수 있었다.

신관은 재미가 없어도 너무 재미가 없는 직업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다시 돌이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우고 새로 키우면 오빠의 길드에 민폐를 끼치게 돼. 그럴 순 없지.’

“에휴, 좀만 더 돌아다녀 보자.”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멈췄던 걸음을 다시 이어 갔다.

그녀는 지루한 사냥터를 나와, 마을에 기분 전환을 할 만한 재밌는 콘텐츠가 어디 없나 찾아다니고 있었던 중이었다.

그러던 그때.

웅성웅성.

‘어라? 뭐지?’

유우는 시장의 길 앞이 웬일로 시끌벅적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부리나케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말소리가 들려왔다.

“와, 저 할머니 대단하네.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졌어.”

“그러니까 또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는데?”

“쩝, 그럴 만도 하지. 완전히 처음 보는 카드 게임인데.”

“흐음, 야, 나도 해 볼까? 뭔가 삘이 이기면 딱 히든피스 각 아니냐?”

“크크, 지금까지 사람들이 다 졌는데 네가 이길 것 같으냐? 너 그리고 원 카드도 나한테 지잖아.”

“짜식이! 훌라는 너 이겼거든!”

옥신각신하는 남자 둘의 틈으로 빠져나온 유우가 고개를 빠금히 내밀고 펼쳐진 광경을 눈에 담았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한 남자가 손에 대여섯 장의 카드 패를 쥐고 있다가 이내 신경질적으로 탁자에 집어 던지듯 내려놓았다.

“아이씨, 졌네! 한 판 더 해요!”

그리고 그의 앞에 화려한 의상을 입고 있는 조그마한 키의 의문의 노파가 앉아 있었다.

마치 사람들의 길흉을 봐 주는 점술사 같은 이미지였다.

그때 노파가 상대했던 남자를 바라보며, 비소를 지으며 말했다.

“흘흘, 두 번의 기회는 없네. 가 보시게나.”

“에잇, 젠장!”

남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떠나가자 노파가 주변에 잔뜩 몰린 사람들을 향해 말을 꺼냈다.

“흘흘, 자, 다음은 누가 도전해 보겠는가?”

그러자 사람들이 섣불리 나서지는 않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분명 처음 보는 카드 게임의 룰을 숙지하기 위해, 몇 사람정도의 희생양이 더 필요했던 것이리라.

한데 그때.

“저요! 저요!”

방금 전까지 기분이 안 좋았던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상기된 표정으로 유우가 손을 번쩍 들고는 열렬히 참가 의사를 밝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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