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
브룩은 곧바로 암살자 길드 아이콘을 클릭해 상세 정보를 확인하였다.
[암살자 길드 / 1day]
암살자 클랜의 거처.
-영지 치안도 +13포인트
-영지 충성도 +7포인트
-영지 내에 암살자 직군의 병사를 양성할 수 있다.
필요 건물 : 없음
필요조건 : 지부 설립증
필요 비용 : 5,500골드 / 목재 100 / 보석 30 / 유황 10
“오오!”
순식간에 훑어보고 난 후.
브룩이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감탄을 쏟아 냈다.
여태껏 떡이 목에 꽉 막힌 듯 갑갑하던 그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대박인데?’
지금 만들 수 있는 다른 수준 낮은 건물들에 비해 지닌 효과가 매우 좋았던 것이다.
치안도 13포인트, 충성도 7포인트. 도합 20포인트를 올려 주었던 데다가, 매우 약한 일반 병사가 아닌 암살자 직군의 병사가 양성된다면 영지의 전투력도 급상승할 것이었다.
어디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상세 정보를 모두 보고 나자.
-첫 영지 건물 건설은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영지 내에 ‘암살자 길드’를 건설하시겠습니까?
-(Y) or (N)
브룩의 눈앞에 암살자 길드를 건설하겠느냐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영주인 레온에게 암살자 길드를 만들자고 말하려던 그때.
그는 문득 암살자 길드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이유가 궁금해져 그것부터 물어보았다.
“어떻게 된 거야? 지부 설립증이란 건 또 어디서 받았대.”
한데 브룩이 잔뜩 들떠 있는 것과는 반대로 레온은 착 가라앉은 채 대답했다.
“예전에 포를란의 암살자 길드에서 보상으로 받았었어.”
그러곤 그가 품에서 지부 설립증을 꺼내어 브룩에게 보여 주었다.
냉큼 받아 챈 지부 설립증을 훑어보던 브룩이 눈이 커졌다.
그러면서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와, 이 자식. 영주에다가 암살자 지부장까지 겸임으로 하겠네?”
[지부 설립증]
분류: 잡화
지부장이 단 한 사람에게만 줄 수 있는 증서.
성주에게 증서를 건넬 시, 혹은 본인이 성주로 있는 영지에서 사용 시 암살자 길드의 지부를 설립할 수 있습니다.
-자동으로 그 지부장은 본인이 위임됩니다.
그는 지부 설립증의 마지막 설명에 사용자가 지부장이 된다고 적혀 있었던 것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한데 그 이야기에도 레온은 짧게 대답했다.
“아마도 그렇겠지?”
브룩은 그제야 레온이 지금 다른 생각에 깊게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무슨 딴생각하나 본데, 이 녀석?’
자신이 말을 거는 내내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심각하게 고심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에 브룩은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을 저리 생각하는 건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곧이어 브룩은 Y 선택지에 손가락을 가져가며, 레온에게 툭 던지듯이 말했다.
“휴, 아무튼 불행 중 다행이네. 야, 그럼 나 바로 선택지 예스 누른다?”
한데 그때.
그런 브룩의 말에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선택지? 무슨 소리야?”
순간 브룩이 레온을 가볍게 타박하듯 말했다.
“인마, 당연히 암살자 길드를 만들겠냐는 선택지지. 쯔쯔, 뭘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집중 좀 해라.”
그런데 이어진 순간.
브룩은 귓전에 들려온 레온의 대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대답의 내용은 바로.
“우리 첫 건설로 그거 만들면 안 돼.”
라는 것이었다.
‘저 녀석,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레온의 말을 들은 브룩은 표정으로 딱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잠시 멍해져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린 브룩이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야, 무슨 말이야. 암살지 길드를 만드는 게 당연히 이득 아니야?”
“그래, 이득은 맞지.”
“근데 왜? 난 이해가 안…….”
“하지만.”
순간 그의 말을 뚝 끊으며 들어온 레온의 말에 브룩이 말을 아끼며 집중했다.
이윽고 레온이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도 안 돼. 첫 건설 혜택으로 암살자 길드를 만들면 답이 없어져, 우리 영지는.”
‘뭐지 대체?’
갈수록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영지 건물 중에서도 비싼 축이었던 암살자 길드의 건축 비용이지 않은가.
첫 건설 혜택으로 건축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당연히 적게 드는 것보다 많이 드는 건물을 택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레온이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얘기를 할 녀석은 아니었기에, 브룩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끝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내뱉었다.
“후우, 난 솔직히 네 말의 의도를 모르겠다. 그럼 뭘 만들지 네가 결정한 건 있는 거야?”
그의 말에 레온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브룩을 더욱 황당하게 만든 답변을 꺼냈다.
“응, 우리가 첫 혜택으로 만들 건 ‘자원 시장’이야.”
‘……시장?’
자원 시장.
브룩은 아까 분명히 보았던 기억이 났다.
현재 상황에서 제작할 수 있던 몇 안 되는 건물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만들 수 있는 건물이라는 건, 암살자 길드라는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엄청나게 뒤떨어지는 성능을 지녔다는 것과 동일했다.
브룩은 바로 시장의 상세 정보를 살펴보았다.
[자원 시장]
보유 자원을 서로 교환할 수 있다.
-시세는 24시간마다 변동됨.
필요 건물 : 없음
필요조건 : 없음
필요 비용 : 500골드 / 목재 10 / 석재 5
자원 시장의 기능은 심플 그 자체였다.
바로 건물 건축의 비용으로 소모되는 자원들.
즉 골드, 목재, 석재, 광석, 수은, 수정, 유황, 보석, 식량의 총 아홉 개의 물건들을 각각의 시세에 맞게 서로 교환하는 기능이었던 것이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암살자 길드처럼 치안도나 충성도가 오르지도 않을뿐더러, 필요 비용도 암살자 길드와 비교하면 껌 값에 불과했다.
‘도대체 이걸 왜 만들려는 거지?’
브룩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 모습을 확인한 레온은.
“……흠, 일단 이것부터 보여 주고 말을 하는 게 이해가 빠를라나?”
라고 말하더니, 품을 뒤지다가 묵직해 보이는 무언가를 스윽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쿵.
찰랑.
꽤나 무게가 나가는지, 커다란 소음과 함께 얇은 금속들이 맞부딪치는 맑은 소리가 함께 났다.
브룩이 보자마자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바로 돈주머니였기 때문이었다.
일정 단위 이상의 골드부터는 저런 돈주머니로 변환되어졌다.
‘뜬금없이 웬 돈이야?’
그는 의아할 따름이었지만, 확인해 보라는 레온의 눈짓에 자신의 앞으로 그 주머니를 가지고 왔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로 금액이 찍혀 나타났다.
‘일, 십, 백, 천……!’
그리고 거기에 찍힌 0의 개수를 정확히 확인한 그 순간.
‘히익!’
그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단위의 금액이었던 탓이었다.
곧이어 브룩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너 미친 거 아냐? 무슨 생각으로 20만 골드를 이렇게 홀라당 꺼내 놔.”
이어진 브룩의 말은 놀라웠다.
20만 골드.
현실의 금액으로 2,000만 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거금을 레온은 갑자기 품에서 꺼낸 것이었다.
말을 마친 브룩은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레온은 가슴이 미어진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하염없이 자신의 돈주머니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그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데에 쐐기를 박는 말을 내뱉었다.
“휴, 내가 영지 운영비로 사용할 돈이야.”
이어 브룩의 입이 쩍 벌어졌다.
내정에 사용하는 영지 운영비는 영지민들에게 걷는 세금과 네크로폴리스에서 나오는 지원비로 이루어졌다.
한데 메르엠은 워낙 못살다 보니 세금은 한 달에 천 골드도 채 걷히지 않는 실정이었다.
그나마 네크로폴리스에서 5천 골드씩을 지원해 주지 않는다면, 영지 개발이고 뭐고 아무것도 하지 못할 영지인 것이었다.
한데 레온은 언제 또 영지 운영비에 영주의 사비를 더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아채고는 미리 수중에 있던 20만 골드를 준비해 온 것이었다.
‘홈쇼핑으로 벌었다는 돈이 저건가?’
순간 브룩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 돈은 그의 예상과 달리 홈쇼핑으로 벌었던 돈이 아니었다.
이 돈은 바로 네기의 영상으로 인해 받은 수익 정산금과 스켈레톤 판매로 새롭게 번 돈을 합친 새로운 돈이었다.
그는 너무 바쁜 나머지 홈쇼핑을 열지 못했다.
대신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스켈레톤들을 경매장에 올렸다.
대량생산을 했던 홈쇼핑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쌓아 왔다.
충격에 휩싸였던 브룩은 멍하니 있다가, 문득 드는 생각에 레온에게 질문했다.
그 순간 브룩은 왜 여태껏 레온의 표정이 심드렁했는지, 어떤 딴생각에 빠져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레온이 말이 없어지고, 심드렁해졌던 이유.
그건 바로 돈을 투자한다는 방법을 결정하고 왔음에도 도저히 쉽사리 실행할 수 없었던 것 때문이리라.
‘크윽, 피 같은 내 돈!’
분명 이렇게 속으로 소리치고 있을 레온의 절규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때 레온의 말이 설명이 이어졌다.
“네 말대로 암살자 길드가 지금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건물 중에 가장 큰 효과를 보는 건물인 건 맞아. 한데 그거 하나가 전부야.”
그 말을 끝으로 레온이 브룩에게 질문을 던졌다.
“암살자 길드를 만든 다음에는 뭘 만들 건데?”
“그거야…….”
브룩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세울 수 있는 건물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이곳은 매달마다 들어오는 자원이 달랑 식량 하나야.”
자원의 부족 탓이었다.
앞서 말했듯 건물들을 만드는 데에는 아홉 개의 자원 중 한두 개씩을 필요로 했다.
이 각각의 자원들을 획득하려면 건물들을 지어 주어야 하는데, 건축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건축가의 인재가 없으니 최소 일주일 이상이 소요될 터였다.
게다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건물의 레벨이 낮아 매주 감질 나는 수준의 소량의 자원만이 생산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러면 남들보다 3주라는 시간을 번 이득을 전혀 굴리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그때.
‘아!’
마침내 브룩이 레온이 자원 시장을 만들려는 이유를 깨달았다.
“……시장을 만들어서 네 돈을 바탕으로 건물들을 만드는데 필요한 자원들과 교환할 작정이구나.”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 건물로 자원 시장을 만든 후.
투자한 막대한 골드로 다른 자원들과 교환해 가며, 다음 건물들을 빠르게 확장해 가는 것이 그의 전술이었던 것이다.
‘이걸 언제 떠올린 거지 대체?’
브룩은 레온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일전에 레온은 길드원들에게 메르엠 영지를 북부 최고의 영지로 발전시킬 계획이 이미 머릿속에 구상되어 있다며, 그들에게 걱정 말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저 장난기가 담긴 허세 가득한 한마디인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그게 아니었다.
자신은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영지의 건물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반해.
“영지를 받고부터 혼자 엄청 시뮬레이션을 돌려 봤는데. ……결국 결론은 하나더라. 이곳을 제대로 발전시키려면 일정 금액 이상의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거 말이야. 휴, 젠장.”
레온은 한참 전에 모든 걸 파악하고는 이런 계획까지 짜 놓았다는 것을 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브룩의 마음속에서 친구에 대한 진심 어린 감탄이 이어진 잠시 후.
-첫 건설 혜택으로 자원의 소모가 없습니다.
-‘메르엠’ 영지의 남쪽 부지에 ‘자원 시장’ 건물이 건설이 시작됩니다.
-완성 소요 시간 1시간
이어 건설 건물의 선택을 끝낸 레온과 브룩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