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01화 (101/332)

# 101

메르엠 마을.

그곳에 사는 영지민들은 여태껏 너무도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 왔다.

브라움산맥의 한 줄기가 그들의 마을을 휘어 감고 있는 것에서 오는 영향으로 영지 근처에 위험한 몬스터들이 출몰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위기 속에서 살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과거 그들의 선조가 영지의 북쪽에 있는 패치 숲의 일족과 어울리던 무렵 그들에게 선물처럼 받은, 마을 전체에 걸려 있는 다중 결계가 아니었다면, 단언컨대 그들의 마을은 금세 먼지처럼 사라졌으리라.

그렇게 잘 버텨 왔건만.

근래 메르엠 마을 사람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지켜 주던 그 결계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던 탓이었다.

그것도 바깥 영지로 빠져나가는 길부터 효력이 옅어지고 있어 조금만 지나면 완전히 고립이 될 수도 있는 형국이었다.

그들은 마음 같아선 패치 숲의 일족에게 다시 찾아가 한 번 부탁을 하고 싶지만, 연이 끊어진 지 오래였기에 그건 불가능한 바람이었다.

그래서 최근 수많은 영지민들이 이 공포를 버티지 못하고 다른 영지로 떠나갔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부 왕국 연합의 군사들이 자신들의 마을을 찾았을 때, 다른 북부의 영지들과 달리 전혀 다투지 않고 그들의 지배를 순순히 용인하였다.

대신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 달라 부탁한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오늘도 자신들을 지켜 주러 보내 준다던 신임 영주와 그 병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 근처.

마을의 주민들이 세워 놓은 목책들을 정비하며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대화의 화제는 물론 이제 곧 이곳에 올 신임 영주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는 주민,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주민으로 갈려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

안타깝게도 긍정적인 의견을 내는 주민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한데 그때.

탄력 있는 몸매에서 건강미를 내뿜는 젊은 여인 한 명이 주민들 중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

“흐응, 참퐁 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새로운 영주는 어떤 사람일까요?”

그러자 메르엠 마을의 촌장, 이었던 참퐁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여인 밍시아를 크게 혼냈다.

“쉬잇- 밍시아, 이것아. 말조심하라고 몇 번을 말했느냐. 이제 촌장으로 부르면 안 된다니까. 게다가 영주님께 님을 붙여야지.”

밍시아가 시무룩해져 말했다.

“쩝, 저희에겐 촌장님은 촌장님인걸요…….”

그에 한숨을 푹 내쉰 참퐁이 말을 이어 나갔다.

“휴, 혹여 영주님이 듣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게다. 지금부터 조심하거라.”

그의 말투에서 걱정이 배어 있었다.

둘의 말을 듣던 콧수염이 난 남자가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흥, 영감도 걱정은. 영주가 밍시아를 건드리면 우리가 가만히 있을 것 같소?”

“카피탄, 자네도 그만하게.”

“게다가 참나 영주가 이계인이라던데. 그놈들이 일이나 똑바로 할지 의문이오.”

“어허! 그만하래도!”

참퐁이 도끼눈을 뜨며 버럭 화를 내었다.

그러자 카피탄은 ‘네이네이’하며 하던 일에 다시금 집중했다.

분위기가 착 가라앉자 밍시아는 자신의 탓인 듯한 느낌에 민망해져 괜스레 뒷머리를 긁적였다.

한데 그때.

“어라?”

“저게 뭐람?”

갑자기 몇몇 사람들이 의문에 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뭐지?’

밍시아가 의아해하며 그들을 쳐다보자, 그들은 공통적으로 허공의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 또한 시선을 돌려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저건?”

그녀는 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신 퍼드덕거리는 두 날개를 보면 분명히 저것은 새였다.

“……그레이트 피죤인가?”

카피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모두 순식간에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레이트 피죤이라면 해치울 엄두도 내지 못하는 강력할 몬스터가 아니던가.

“이곳의 결계는 아직 튼튼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참퐁이 그런 주민들의 안심시키려 그렇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아직도 마을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는 몬스터 탓에 그도 긴장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점점 형체가 커져 가다가, 마침내 육안으로 정확한 형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의 표정에 경악이 떠올랐다.

“저, 저.”

“헉! 뼈다귀가 날고 있잖아?”

무슨 이유에선가 뼈만 남은 그레이트 피죤이 마을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순간 지켜보고 있던 주민들에게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꺄악! 저기 봐요!”

“사, 사람이 붙잡혀 있어요!”

그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몬스터의 두 발톱이 거구의 남자를 붙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매달린 남자의 몸이 힘없이 펄럭이고 있었다.

“이런 젠장! 내 활이 어디 있지.”

“저도 도울게요, 아저씨!”

그 모습을 확인한 카피탄과 밍시아가 활을 챙겨 붙잡힌 사람을 구해 보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들은 하던 동작을 멈춘 채, 본인의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마, 말도 안 돼!’

하늘의 몬스터가 그대로 결계 안으로 휙 하고 들어왔던 것이었다.

몬스터는 결계에 닿는 순간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충격을 받아야 했다.

한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의문의 몬스터가 마을 안으로 들어와 버린 것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은 채,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이제 끝인 건가.’

감히 도망칠 생각도 못하고 그들은 몸을 벌벌 떨었다.

고양이 앞에 선 생쥐처럼 두려움이 몸을 지배했다.

한데 그때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순식간에 지면 가까이로 다가오자 몬스터에게 붙잡혀 있는 줄 알았던 사람이 스스로 낙하를 하더니.

후웅!

처척!

이내 안정적으로 착지를 한 것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끔뻑이는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는 해맑은 표정으로 혼잣말을 할 뿐이었다.

“오오, 마차보다는 훨씬 낫네. 멀미가 없구먼.”

라고 말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휘이잉.

휴우우.

거대한 몬스터가 뼈만 남은 잔 날갯짓을 하며 그들의 눈앞에 착지했다.

‘저 사람은?’

모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보니, 몬스터의 등에 한 남자가 타고 있던 것이다.

처척.

여유로운 태도로 몬스터에게서 내려온 그 의문의 남자가 뱉은 한마디에.

“으응? 자네들 모두 마중 나온 건가?”

모두의 얼굴에 황당함이 가득 차올랐다.

* * *

새로운 영주, 레온의 파격적인 등장에 멘탈이 나간 영지민들은 연신 고개를 주억이다가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그에 레온은 영문을 몰라 의아할 따름이었지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마침내 도착한 자신의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시찰했다.

한데 그 과정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지의 규모가 가장 작은 단계인 촌락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갈 곳이 마땅히 없었다.

그야말로 생존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건물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 눈뜨고 보기 힘든 척박함에 브룩은 연신 레온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마음속으로.

‘……아무리 봐도 답이 안 보이는데. 이 영지 감당할 수 있겠냐?’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었다.

하지만 브룩의 그런 행동에도 레온은 전혀 미동조차 없었다.

그저 마을의 모습을 더욱 세세하게 훑을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시찰이 끝나고 레온은 참퐁의 안내를 받으며 마을의 중심에 있는 영주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데 잠시 후, 건물의 안으로 들어선 브룩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이름만 영주관이지 마을의 다른 집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내부가 너무나 열악했던 것이다.

‘어우, 이건 뭐 사람이 사는 곳이야, 거미가 사는 곳이야.’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거미줄을 떼며 브룩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러곤 뒤숭숭한 마음으로 내부에 갖추어져 있는 회의 탁자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이어 그는 상석에 있는 영주의 자리에 앉는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브룩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은 왜 저리 태평하지?’

자신은 심란해 죽겠건만, 왜인지 레온은 여유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에휴, 갱신된 퀘스트 내용이나 한 번 확인해 봐야겠다.’

한숨을 푹 내쉰 후, 브룩은 눈앞에 퀘스트 창을 띄워 함께 받은 길드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하여 보았다.

[북방 지역의 영주가 되어 영지를 부흥시켜라 / 길드]

(……중략……)

퀘스트 난이도 : SS

퀘스트 목표 :

1. 여러 시설들을 확충하여 영지의 규모를 ‘도시’급으로 상승시켜라.

영지 : 메르엠

규모 : 촌락

개발도 : 3%

인구 수 : 531명

-복속 영지 : 0개

(복속 영지가 많을 시, 조공으로 도시 규모를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2. 영지민들의 만족도, 치안도, 충성도 등을 50포인트 이상으로 상승시켜라.

영지 : 메르엠

치안도 : 21 / 해가 지면 집에 갑시다.

행복도 : 9 / 죽지 못해 삽니다.

충성도 : 3 / 뒤돌았을 때, 침이나 안 뱉으면 다행입니다.

풍요도 : 2 / 뼈 빠지게 가난합니다.

3. 영지 근처 필드의 몬스터들을 처치하라.

영지 : 메르엠

1. 그레이트 피죤 63/100

2. ?

3. ?

4. ?

5. ?

“끄응.”

퀘스트 창을 확인한 브룩이 끝내 참지 못하고 침음을 흘렸다.

개발도가 고작 3%에 치안도, 행복도 등등 영지민들의 상태를 알려 주는 4대 수치들이 최악을 나타내고 있자, 답답하기가 이를 데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브룩의 심정은 몰라주고 레온이 이상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큰 거 마렵냐? 급하면 얼른 싸고 와. 끙끙거리지 말고.”

브룩이 할 말을 잃은 그때.

레온이 한발 빠르게 입을 열었다.

“내정 관리.”

띠링.

그러자 효과음과 함께 곧이어 내정에 관련한 탭들이 주르륵 펼쳐졌다.

-영지의 내정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레온이 내정 관리를 시작하자, 부영주인 브룩도 연신 구시렁거리며 동일한 내정 관리 시스템 창을 눈앞에 띄웠다.

부영주도 동일한 시스템 창을 띄울 수 있었다.

레온은 망설임 없이 한 가지 탭을 클릭했다.

그건 바로 ‘영지 건물 건설’ 탭이었다.

-영지 건물 건설 탭에 들어오셨습니다.

-어떤 건물을 건설하시겠습니까.

(첫 건물의 건설에는 자원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필요 건물과 필요조건은 충족되어야 합니다.)

수많은 시설들이 아이콘으로 표시되어 있었고, 아이콘의 밑에는 한 줄 정도로 시설의 설명이 적혀 있었다.

그 아이콘들은 특징이 있었는데.

이미 만들어져 있는 건물은 검은색으로.

만들 수 있는 건물은 올 컬러로.

만들 수 없는 건물은 회색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브룩과 레온 두 사람 모두 열심히 파악해 갔다.

그들이 처음으로 영지를 얻었던 탓에 어떤 사전 정보도 없었다.

그래서 내정에 관한 모든 것들을 스스로 알아내야 했다.

한참 그 과정이 이어지던 중.

‘와, 어떻게 죄다 회색이냐. 만들 수 있는 건 죄다 쓸모없는 것밖에 없고.’

브룩이 회색의 연속인 아이콘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첫 건물의 건설에는 자원이 소모되지 않았다.

필요 건물과 필요조건만 충족된다면 공짜로 지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브룩도 부영주로서 건물을 지을 자격이 있기에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지휘소 LV. 1 / 7days]

엄선된 지휘관들이 병사들의 모든 것을 관리한다.

-영지 치안도 +10포인트

-영지 행복도 +7포인트.

-병사 전투 능력 +10% 상승

필요 건물 : 성채

필요조건 : 영지 등급 ‘도시’ 이상

필요 비용 : 3,400골드 / 목재 50 / 보석 5

[무역관 LV. 1 / 5days]

대규모 상단이 영지에서 정기적인 상행을 벌인다.

-영지 풍요도 +10포인트.

-매달 영지 운영비 +500골드

필요 건물 : 없음

필요조건 : 중급 상인 / 해당 영지와 직접 길로 연결이 된 영지 두 곳 이상

필요 비용 : 4,300골드 / 유황 10 / 목재 15

안타깝게도 좋은 건물들은 죄다 조건에 걸려 하나도 만들 수 없었던 것이었다.

‘에휴.’

잔뜩 실망한 브룩이 빠르게 페이지들을 넘겨 갔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아이콘들이 죄다 회색의 연속이었다.

한데 그때.

넘기던 것을 반복하던 그가.

“어! 이게 어떻게?”

무언가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란 반응을 나타냈다.

아이콘 중에 알록달록 환하게 색이 들어와 있는 건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바로, ‘암살자 길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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