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00화 (100/332)

# 100

끼루, 끼룩.

그렇게 레온이 살의를 불태웠지만, 그레이트 피죤은 여전히 종전의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녀석은 레온을 가소롭게 보고 있었다. 잠시 전, 꽁지 빠지게 도망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훤한 것이리라.

게다가 몬스터들도 유저처럼 정확히는 아니지만, 적의 강함을 어느 정도 가늠하는 일은 가능했다.

현재 레온의 레벨은 102.

이곳에 진입한 이후 연이어 출몰하는 몬스터들을 브룩과 함께 때려잡은 결과, 10레벨이 넘게 상승해 있었다.

드디어 캐릭터를 삭제하기 이전의 레벨보다 높아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레이트 피죤의 레벨은 135로 레온과 30이 넘게 차이가 났다.

몬스터가 우습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한데 그 순간 브룩이 레온을 향해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을 건넸다.

“야, 소환수들은 왜 안 불러.”

여태껏 스켈레톤들로 전투를 치르던 레온이 지금은 무슨 이유에선가 전혀 소환을 할 생각을 않고 있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들려온 레온의 답변을 듣고 브룩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됐어. 저놈은 온전히 내 손으로 멱을 딴다.”

레온이 두 눈을 분노로 이글이글 불태우며, 소환수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잡겠노라 선포한 것이다.

왜 저러나 싶었던 브룩은 이내 그가 몬스터의 뾰족한 부리에 영혼의 파트너(?)를 잃을 뻔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곤 작게 고개를 주억였다.

‘쩝, 충분히 저럴 만도 하군.’

그러던 그때, 레온이 비장한 목소리로 스킬을 사용했다.

“장착, 케로베로!”

우웅!

슈욱!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지면에서 소환진이 그려지더니, 케로베로가 소환되었다.

한데 눈의 색이 붉은빛으로 달라져 있었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어느새 레온은 케로베로를 장착형 스켈레톤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던 것이었다.

처척!

처처척!

소환이 끝난 케로베로는 파츠들로 변화하며, 이내 레온의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한데 의문점들이 있었다.

1레벨의 스펙이 반영되는 장착형 스켈레톤의 특성상, 등급이 낮은 케로베로보다 원래 장착하던 전도사 스켈레톤으로 만든 슈트가 더욱 능력치 상승이 좋을 터인데, 왜 케로베로 슈트를 입느냐는 사실과.

기왕 새로운 장착형 스켈레톤을 만들 것이라면, 케로베로보다는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인 마루로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았겠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후자의 이유는 간단했다.

레온도 마루를 장착형 스켈레톤으로 바꾼 후, 유명영화 개미맨처럼 거대화 스킬을 사용해 보고 싶었지만.

‘쩝, 보스 스켈레톤은 장착형 스켈레톤으로 만들 수 없다니. 어쩔 수 없지 뭐.’

이내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은 장착형 스켈레톤으로 만들 수 없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레온의 변신이 진행되던 그 순간.

촤아악!

끼루룩!

그레이트 피죤이 살기를 내뿜으며 허공에서 갑작스레 하강하며 레온에게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그 속도가 엄청났다.

확실히 이곳의 몬스터들은 고레벨이다 보니, 기본적인 능력치 스펙이 상당히 높은 듯했다.

쒜에엑!

파공성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아직 레온의 변신은 끝나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변신이 완료되기도 전에 발톱에 치명상을 입을 것이 뻔해 보였다.

그러나 레온은 변신을 취소하지 않았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처억!

처척!

“수호의 도약!”

브룩이 스킬을 사용하며, 위풍당당하게 레온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랬다. 레온은 브룩이 자신을 지켜 줄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수호의 도약]

수호 대상의 앞으로 도약한 후, 방패로 적의 공격을 막습니다.

대상에게 다다르면 시전자와 수호 대상의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3분간 15% 증가합니다.

콰드드득! 꽈드득!

브룩의 방패인 파비스는 그레이트 피죤의 공격을 가볍게 튕겨 내 버렸다.

얼마나 경도가 뛰어난지 긁힌 흔적조차 남지 않아 있었다.

그레이트 피죤은 공격이 실패하자, 곧장 허공으로 다시 올라갔다.

브룩이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얌마! 변신할 때는 악당도 안 건드리는 거 모르냐? 어지간히도 상도덕이 없는 몬스터네!”

브룩이 그렇게 간단히 공격을 막아 내는 데 성공한 것은 그의 레벨이 150에 달해 있다는 것이 주효했다.

브룩도 레온과 비슷하게 초기화를 했건만,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성장세로 레벨이 올라 있었다.

이 차이는 브룩이 속해 있던 이전의 길드원들과 길드 사냥을 하며, 레벨 업에만 치중했던 것에서 나타난 것이었다.

“흐엇! 방패 방어술!”

연이어 쏟아지는 공격을 브룩이 방패를 들어 올리며 모두 척척 막아 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파바밧!

“흐아앗!”

변신을 모두 끝낸 레온이 딜을 꽂아 넣기 위해 그레이트 피죤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고 있었다.

전도사 스켈레톤으로 만든 슈트를 입었을 때와는 이미지가 많이 달랐다.

전체적으로 스켈레톤 슈트의 라인이 슬림하게 떨어지는 것이 꽤나 민첩해 보였고, 양쪽의 어깨 견장에 각각 케로와 베로의 형상이 흉포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었다.

파아앗!

순간 레온이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당연히도 허공에 있는 적을 공격하기 위함일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의아한 선택이었다.

그레이트 피죤이 공격을 하기 위해 약간 내려와 있는 상태이기는 하나, 단순한 점프로 도달할 높이는 절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 순간.

왜 레온이 케로베로를 장착했는지 그 이유가 드러나고 있었다.

레온이 점프를 뛰자 평상시와는 비교도 안 되는 도약력으로 펄쩍 뛰어오른 것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레온에 깜짝 놀란 그레이트 피죤이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쯔쯔, 난리 났다. 아주.’

이번에는 레온이 그런 녀석을 비웃으며 무정하게 검을 휘둘렀다.

“타앗!”

촤아악!

서거걱!

레온의 검이 몸통을 무참히 베어 버리며 큰 상처를 남기자, 녀석이 참혹한 비명 소리를 내뱉었다.

-쿠에에엑!

그러자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였습니다.

‘후후! 이렇게 높게 뛰어오를 줄 예상도 못 했지, 이 녀석아!’

레온은 케로베로를 장착형 스켈레톤의 재료로 사용하자, 새로운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야수형 몬스터로 만든 스켈레톤을 창조의 재료로 사용할 시, 스킬 전승은 할 수 없습니다. 대신 고유 능력이 한 가지가 부여됩니다.

그건 바로, 야수형 스켈레톤을 장착형 스켈레톤의 재료로 사용할 시, 스킬은 얻지 못하지만 고유한 능력 한 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케로베로의 경우 고유 능력이라는 것이.

-장착 시, 착용자의 도약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도약력이었던 것이었다.

도약력은 이처럼 공중을 날 수 있는 몬스터와 싸울 때,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렇게 10여 분간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아니, 치열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한쪽의 공세가 계속되었다.

“안 돼, 돌아가. 안 돼, 안 봐 줘.”

그레이트의 피죤의 공격은 브룩이 모두 튕겨 내 버렸고.

“으하하! 뒈져라!”

레온은 껑충껑충 뛰며 반격을 성공해 내고 있었다.

한데 그때.

그렇게 레온이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변하여 가열찬 공격을 거듭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브룩은 슬쩍 자신의 방패를 보았다.

자신에게 수호 전사라는 히든 직업을 주는 것도 모자라 이번에 유일 등급에서 영웅 등급으로 진화한 유래 없는 성장형 아이템이라는 히든피스였다.

어디 가서 우쭐거리지는 않았지만 이런 히든 피스를 획득했다는 것이 조금은 남들 앞에 자랑거리였다.

한데 저런 레온의 활약을 보고 있자니 무언가 씁쓸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쩝, 나도 저 코스튬이나 하나 달라 할까.’

후아아악!

……끼에에.

그러던 그때, 만신창이가 된 상태의 그레이트 피죤은 사색이 되어 레온이 닿지 않을 높이로 날아올라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브룩이 입맛을 다시며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저 자식, 저거 도망가기 일보 직전인데? 어쩌지?”

레온은 머리를 바쁘게 굴렸다.

이제 한 대만 더 치면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아쉽기 그지없었다.

‘흐음.’

자신의 도약력으로도 닿지 않을 높이까지 올라간 녀석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그러던 그때, 레온의 방패를 유심히 바라보던 레온이 문득 무언가 방법을 떠올렸는지 눈을 빛냈다.

“야.”

“으응?”

“내가 말하면 방패 위로 들어라.”

“……뭐?”

파바밧!

갑자기 레온이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튀어 나갔다.

밑도 끝도 없이 질주하는 레온을 본 브룩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 헉! 뭐야.’

한데 그러다가 바라보던 브룩이 깜짝 놀랐다.

그가 머리를 갸웃하던 그때, 갑자기 방향을 반대로 바꾸더니 브룩에게 그대로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타다다닷!

하늘에 붕 떠 있는 녀석을 어떻게 잡으려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방패!”

하지만 도끼눈을 뜨고 소리치는 레온에 못 이겨 브룩이 방패를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에, 에잇!”

파밧!

그러자.

타닷!

“쿠억!”

갑자기 방패 위로 힘이 전해지자, 생각 없이 들어 올렸던 브룩이 신음성을 흘렸다.

레온은 바로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 그의 방패를 밟고 하늘로 뛰어오른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훨씬 더 높게 뛰어오르는 데 성공했지만.

‘아, 신박했는데. 부족하네 그래도.’

안타깝게도 아직도 거리가 부족했다.

조금만 더 높게 뛰었으면 좋았으련만.

한데 레온이 그 순간 또다시 스킬을 하나 사용하였다.

“안개 분신!”

슈웅!

지이잉!

‘뭐, 뭐야?’

브룩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허공에 떠 있는 레온의 발밑에 레온의 모습과 똑같이 생긴 형상이 하나 나타났던 것이었다.

브룩은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카케 분신술?’

레온은 일전에 탑주에게 보상으로 받았던 ‘안개 여신의 장식가면’에 내장된 스킬인 ‘안개 분신’을 사용한 것이었다.

[안개 분신]

시전자와 동일한 모습을 지닌 안개 분신을 최대 4개까지 소환한다.

-안개 분신은 시전자가 미리 생각해 놓은 포즈를 취하며 나타난다.

-안개 분신은 전투 능력이 존재하지 않으며, 일정 이상의 대미지를 입을 시 사라진다.

그다음 이어진 레온의 행동은 더욱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에잇!”

꽈직-!

분신을 발판 삼아 꾹 머리통을 지그시 밟고 허공에서 한 번 더 뛰어오르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하얗게 질린 그레이트 피죤의 머리 위로 올라온 레온이 소리쳤다.

“분신의 고통, 돌려주마아!”

그는 온 힘을 담아 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촤아아악!

쐐애액!

그러자.

꾸에에, 엑!

체력이 최하까지 떨어져 있던 그레이트 피죤은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지면을 향해 수직으로 낙하했다.

쿠우우웅!

엄청난 소음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띠링.

-퀘스트 처치 대상, ‘그레이트 피죤’을 처치하였습니다.

-메르엠 영지의 치안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남은 처치 수, 99마리.

* * *

잠시 후.

“어휴, 속이 다 후련하네.”

신이 난 브룩은 그레이트 피죤을 잡고 나온 잡템들을 챙기며 말했다.

[그레이트 피죤의 부리]

암벽 속에 사는 유충들을 먹고 사는 그레이트 피죤의 부리는 암석을 파괴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으, 게다가 마을도 이제 시야권에 들어왔고 말이지.”

그의 말처럼 시야 저 너머로 마을 하나가 보였다.

굴뚝들에서 연기가 피어나고 있는 걸 보니, 영지민들이 있는 곳이 분명했다.

그것을 확인한 브룩은 레온에게 말을 꺼냈다.

“자, 이제 영지로 곧장 출발하자.”

한데 그때.

“……족해.”

“으응?”

대답하는 레온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그 순간, 갑자기 레온이 빼액 소리를 질렀다.

“부족해애!”

브룩은 화들짝 놀란 나머지 커다란 근육들을 꿈틀거렸다.

“아오, 깜짝이야! 왜, 왜 그래 이 미친놈아.”

“아직 원한이 풀리지 않았도다. 나의 분신들의 분노가 풀리기에는 제물이 부족하도다.”

‘하, 진짜 이거 또라이.’

브룩은 광기에 물든 레온의 눈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더 사냥하다 가자고?”

“그렇다!”

이 구역의 미친놈은 자신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인지, 완전히 돌아 있었다.

‘에휴, 이놈 이거.’

처참한 사체가 되어 있는 그레이트 피죤을 보며 브룩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그러니까 왜 가만히 있는 미친놈을 건드리니, 건드리기를.’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브룩이 포기한 채, 다시금 말을 건넸다.

“에휴, 그래. 어차피 이놈들을 잡는 것도 영지 발전 퀘스트의 일환이니까. ……잡자, 잡아.”

그렇게 레온과 브룩은 마을이 아닌 거대한 새 둥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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