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99화 (99/332)

# 99

이후 레온 일행의 행보는 빠르게 전개되었다.

마탑에서 영주 임명장과 지원해 주는 마차를 얻은 후, 북부 영지로의 이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마차는 네 마리의 말이 이끄는 대형 마차였다.

한데 네크로폴리스의 마차라 그런지, 마차를 끄는 말들은 특이하게도 언데드 소환수 중 하나인 나이트메어 호스였다.

나이트메어 호스는 이미 죽어 있는 상태이기에, 달리는 동안 지치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네크로폴리스의 마차는 여러 나라의 마차들 중 최고 등급으로 꼽히기도 했다.

후욱!

슈욱!

그들이 몸을 싣자마자 바람을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네기와 유우가 바깥을 바라보며 신이 난 반응을 보였다.

“와, 오빠 이거 엄청 빠르다!”

“형님, 진짜 좋긴 좋네요. 이게 한 번 타는 가격이 그렇게 비싸다던데, 이걸 지원해 주다니!”

레온은 그런 동생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한데 그는 이내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브룩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브룩은 낯빛이 파랗게 변해 있었다.

“우욱, 쏠린다. 유호야. 귀, 귀미테 없냐?”

이 마차의 유일한 단점은 멀미가 심한 사람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흔들리는 마차의 내부였던 것이다.

“……판테라에 멀미약이 어디 있어, 인마. 덩치는 산만 한 녀석이 멀미는 왜 이리 심하대. 좀만 참아 봐.”

“크흑, 금방 도착하겠지?”

끄덕끄덕.

레온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브룩은 좀만 버티면 되겠지 하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브룩의 기대와 달리 그들의 마차는 그로부터 4시간이 넘어서야 멈추어 섰다.

이윽고 그들이 당도한 곳은 레온이 미리 백인대와 본 네크로맨서들을 보내 놓았던 접경지의 마을이었다.

레온의 영지는 브라움대산맥의 한 줄기가 휘감고 있었기 때문에 마차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곳에서 내린 후, 걸어서 이동해야 했던 것이다.

한데 그렇게 마차에서 내리고 난 뒤, 레온은 눈앞에 펼쳐진 예상치 않은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오셨습니까! 대장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레온 님.”

그의 마차 앞에 어느새 마을에 거주하고 있던 백인대와 본 네크로맨서들 전원이 마중을 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때 유우가 그 광경을 스윽 바라보고는 레온을 자그마한 목소리로 불렀다.

“……오빠.”

“……미안.”

그러자 레온이 한손으로 미간을 짚으며 사과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모습이 마치 조직폭력배들이 자신의 두목이 교도소에서 출소할 때, 양옆으로 주르륵 줄을 지어 서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찌릿.

찌릿.

게다가 본 네크로맨서와 백인대들은 레온을 사이에 두고 묘한 신경전까지 벌이고 있어 분위기는 더욱 깡패들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레온에 대한 충성심 대결인 듯싶었다.

그는 쩝, 하고 입맛을 다신 후 부하들에게 모두 고맙다 인사를 전한 후, 자신이 곧 영지에 거처를 마련한 후 부르겠다고 전하고는 그대로 해산시켰다.

한적해지자 레온은 영지로 가는 길을 찾아내었다.

곧이어 알아낸 그의 영지로 들어갈 수 있는 루트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그의 영지를 감싸고 있는 브라움산맥의 산줄기 중 하나를 직접 넘는 일이었고.

두 번째는 이번에 동부 왕국 연합군이 만들어 놓은 잔도로 크게 돌아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길의 속성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러했다.

빡세지만 그만큼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과, 느려 터졌지만 안전하게는 도착할 수 있는 굽이진 길이었다.

당연하게도 레온은 첫 번째 길을 원했다.

몬스터들의 위험이든 뭐든지 간에 최대한 빨리 도착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루트는 저렙인 유우가 감당할 수 없는 난이도였다.

그래서 레온은 거기서 파티를 자신과 브룩의 1팀과 유우와 네기의 2팀으로 나누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에 백인대와 본 네크로맨서들도 있었기에, 유우가 이곳에서 실력을 좀 쌓다가 차후에 다 함께 영지로 들어오기를 원한 것이었다.

유우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네기는 레온이 자신에게 친동생을 맡기자 감동한 눈치였다.

그렇게 모든 것이 결정된 후.

레온은 아직도 멀미 후유증에 끙끙거리고 있는 브룩을 이끌고 한눈에도 산세가 지독해 보이는 산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브라움대산맥.

대륙을 서쪽과 동쪽으로 양분할 만큼 거대한 그 산맥은 근원이 되는 중심부는 감히 출입할 생각조차 못 할 정도로 까마득한 레벨의 몬스터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레온의 영지를 감싸고 있는 산맥의 줄기는 나무로 따지면 잔가지 정도였기에, 그 정도의 위험성은 갖추고 있지 않았다.

다만.

그것은 본류에 비해 쉽다는 것일 뿐, 결코 이곳이 쉬운 곳이라는 말이 아니었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을 오르는 두 남자가 있었다.

그들은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흐억, 헉, 아직 멀었냐?”

“읏차! 엄살 피우지 마, 인마. 아직 반도 못 왔으니까.”

“레알? 크흑, 너무 힘든데.”

“쌤통이다, 이놈아. 내가 멀미할 때는 그렇게 비웃더니, 읏차.”

그들의 정체는 땀에 젖은 근육을 반짝이고 있는 브룩과 연신 마른침을 삼키며 육두문자를 쏟아 내고 있는 레온이었다.

‘와, 이건 진짜 죽겠는데?’

힘들면 뭐 얼마나 힘들겠어 하고 쉽게 생각한 레온이었지만, 쉴 틈도 없이 거의 직각에 가까운 경사를 오르다 보니 점점 안색이 새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허이차, 허차!”

반면 브룩은 제 세상을 만난 것처럼 성큼성큼 위로 잘만 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레온은 감탄 반, 얄미움 반을 담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저놈은 취미가 클라이밍이라 그런가, 엄청 잘 올라가네.’

브룩은 현실 속에서도 취미로 암벽 등반을 곧잘 했었던 것이었다.

‘워우, 진짜 끝이 안 보이네. 진짜 떨어지면 바로 사망이겠어.’

순간 레온은 바닥을 힐끔 내려 보았다가, 아찔한 높이를 체감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곤 만일 자신을 공격하려는 적군들이 이 험지를 타고 오르고 나면, 시작도 전에 모두 탈진 상태에 돌입해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이곳은 천연의 요새 같은 지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감탄하기도 잠시.

‘끄응, 이러다가 팔에 힘이라도 빠지면 바로 추락사다. 얼른 올라가자.’

자신을 앞서가는 브룩의 엉덩이를 보며, 얼굴을 찌푸린 레온이 자신도 팔다리를 뻗어 가며 그를 조금씩이나마 다시 쫓아가기 시작했다.

“읏차, 허잇, 읏차.”

브룩을 따라 기합 소리를 넣어 가던 그때.

끼룩.

“웃, 끼룩. 으응?”

갑자기 그의 기합 소리에 이상한 소리가 섞여 들었다.

‘뭐지?’

그러면서 레온은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순간 레온이 몹시 불안한 표정으로 오르던 것을 멈추었다.

그러곤 힘겹게나마 뒤편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이런 젠장.”

레온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한 상황이었다.

끼룩, 끼룩.

그가 고개를 돌리자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에 출몰하는 몬스터 중 하나인 그레이트 피죤의 형상이었다.

[그레이트 피죤]

레벨 : 135

분류 : 야수형

등급 : 희귀

‘모든 것이 거대하다’라는 말로 유명한 브라움산맥에 서식하는 몬스터답게 일반적인 새의 크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육중함을 자랑한다.

발톱 하나하나가 칼에 비견될 만큼 예리하며, 부리가 암벽도 부술 만큼 단단하다.

털끝을 쭈뼛해지게 만드는 울음소리의 주인은 몬스터였던 것.

레온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눈싸움만 지속하고 있었다.

녀석은 그가 조용하게 가만히 멈추어 있자, 달려들지 않고 있었다.

‘휴, 선공 방지가 제대로 먹히고 있구나.’

그의 펜던트 효과가 발휘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식은땀 한 줄기가 등 뒤로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레온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렇게 벽에 달라붙어 있는 상태로는 스켈레톤도 소환할 수도 없고, 그림자 은신을 사용할 수도 없어. 조용히 올라가자, 조용히.’

아무렇지 않은 듯, 조용히 올라가야 하리라.

레온이 그렇게 다짐하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손을 뻗어 벽을 오르려던 순간.

“어어어! 저, 저거 뭐야!”

갑자기 레온이 말을 걸어오지 않자, 혹시나 떨어졌나 하고 뒤를 돌아본 브룩이 날갯짓을 하고 있는 그레이트 피죤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소리를 빽 질렀다.

‘이, 이 망할 자식이.’

끼룩!

그러자 브룩이 공격 대상으로 인식이 되었는지, 그레이트 피죤의 눈빛이 한눈에 봐도 사나워졌다.

녀석은 곧장 날카롭게 발톱을 세웠다.

그러면서 레온을 노려보던 눈빛에 살기를 번뜩였다.

‘이런 망할 파티가 맺어져 있어서 나까지 공격 대상으로 설정된 건가.’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펜던트의 효력은 레온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브룩이 공격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파티에 포함된 레온까지도 펜던트의 효력이 사라지며 공격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끼루우욱!

촤아아악!

그레이트 피죤이 하강하며 발톱을 레온에게 휘갈겼다.

투두둑.

“으악!”

레온은 머리를 어깨 밑으로 거북이처럼 숙이며 겨우 그 공격을 피해 냈다.

‘이, 이런 망할.’

거대한 발톱에 그어져 부서진 파편들이 레온의 몸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파바바바밧!

“으아아아!”

그러자 레온은 그것들을 털어 낼 생각조차 않고, 언제 자신이 힘들어했었냐는 듯 암벽을 엄청난 속도로 오르기 시작했다.

촤아악!

콰가가가!

물론 그 와중에 그레이트 피죤은 그를 따라붙으며 연이어 발톱으로 공격을 해 왔지만,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어떻게든 잘 회피해 나갔다.

끼루욱!

그러자 영악한 그레이트 피죤이 공격 방법을 바꾸었다.

처척!

갑자기 암벽에 내려앉아 엄청난 속도로 레온을 뒤쫓으며, 연신 쇠못처럼 뾰족한 부리로 사타구니의 중심 부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쿠욱!

쿡!

쿠욱!

녀석의 부리가 박혔다가 빠질 때마다 암벽에 구멍이 생겨나고 있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레온과 그 외 다른 것들은 모두 무사했다.

레온은 더욱 속력을 높이며 사색이 된 채, 비명을 질렀다.

“으악! 이 미친 새 자식이! 내 자식 길을 끊으려고!”

그 끔찍하기 그지없는 상황을 확인한 브룩은 그동안의 여유를 버리고 필사적으로 암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야, 산 사람은 살아야지! 둘이 잘 지내 봐.”

“내가 너부터 죽인다!”

끼룩!

그렇게 두 사람이 하나의 미물의 공격을 간발의 차로 피해 내며 미친 듯이 암벽을 오르기를 10여 분.

파바밧.

투다닷.

“으아아!”

“허억, 허어.”

두 사람은 어느새 암벽의 끝에 당도할 수 있었다. 온몸이 땀으로 젖은 상태였다.

그러나 레온과 브룩은 숨 돌릴 시간도 없었다.

그레이트 피죤이 허공에서 날갯짓하며 의기양양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끼히룩, 끼히룩.

순간 그레이트 피죤이 특이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빠직.

레온과 브룩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두 사람은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울음소리는 100퍼센트 웃음소리라는 것을 말이었다.

처척!

채앵!

브룩이 방패를 꺼내 들고, 레온이 의식용 단검을 꺼내 들었다.

띠링.

그러던 그때.

그들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오며 시야 오른편에 띄워져 있던 간이 퀘스트 창의 내용이 갱신되었다.

[북방 지역의 영주가 되어 영지를 부흥시켜라]

1. (……중략……)

2. (……중략……)

3. 영지 근처 필드의 몬스터들을 처치하라.

영지 : 메르엠

1. 그레이트 피죤 0/100

2. ?

3. ?

4. ?

5. ?

영지 근처에 서식하는 몬스터를 처치하라는 퀘스트에서 여태까지 물음표로 표시되어 있던 목표 대상 중 하나가 밝혀져 있었다.

바로 눈앞의 그레이트 피죤이었다.

‘호오, 저놈이 퀘스트 대상 중 한 놈이라 이거지?’

당했던 것만 갚아 주려 했을 뿐인데, 퀘스트 조건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버렸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레온이 녀석을 바라보며, 흉신악살 같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 분신(?)들에 걸고 다짐한다! 오늘 저녁은 참새구이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