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
-‘북방 지역의 영주가 되어 영지를 부흥시켜라’ 퀘스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최초의 영주’를 획득하였습니다.
-‘남작(명예)’의 작위를 부여받았습니다.
-명성 15,000이 상승하였습니다.
“……은 시민을 위해 노력했……. 대단한……. 뛰어나…….”
탑주는 레온에게 영지를 수여하며, 끊이지 않고 말을 이어 가고 있었지만, 정작 그 칭찬의 당사자인 레온은 그 말들을 전혀 귀담아듣고 있지 않았다.
신경이 완전히 다른 곳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길드까지 만들어 가며 얻을 만한 가치가 있었어!’
그 일은 물론 방금 얻은 퀘스트와 칭호의 상세 정보를 살피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중에 레온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역시나 퀘스트의 내용이었다.
[북방 지역의 영주가 되어 영지를 부흥시켜라 / 길드]
그리핀도르 요새에서의 활약을 눈여겨본 탑주의 결정으로 당신은 대륙에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는 일을 이루게 되었다.
이계인 최초로 자신의 영지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놀라운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아직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북부의 영지들은 매우 척박하며, 주변에 위험한 몬스터들과 세력들이 즐비하다.
이 모든 역경을 이겨 내고 영지를 훌륭하게 성장시켜라.
퀘스트 난이도 : SS
퀘스트 목표 :
1. 여러 시설들을 확충하여 영지의 규모를 ‘도시’급으로 상승시켜라.
-미표시 상태.
-현재 영토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2. 영지민들의 만족도, 치안도, 충성도 등등을 50포인트 이상으로 상승시켜라.
-미표시 상태.
-현재 영토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3. 영지 근처 필드의 몬스터들을 처치하라.
-미표시 상태.
-현재 영토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퀘스트 보상 : 자작(공식)의 작위, 명성 15,000
순간적으로 게임의 장르가 롤플레잉 게임에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바뀐 듯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영지의 내정 수치들을 올리고, 영지 주변의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영지 내에 여러 시설들을 확충하여 발전된 도시로 만드는 것.
퀘스트 목표들이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그것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은 ‘도시’라는 단어를 곱씹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흠, 도시급이라. 이거 생각보다 장기간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겠는데? 어떤 영지를 받을지 아직 모르지만, 척박하다는 말에서 유추해 보면 고작해야 촌락 정도의 규모일 것 같은데.’
혹여나 상당히 지체될 수도 있을 것이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잠시 후 떠오른 한 가지 생각에 레온은 금세 그 고민을 털어 버릴 수 있었다.
‘흐흐, 이번에 본 네크로맨서들도 손에 넣었겠다. 부하 많은 장점을 어디다가 써먹겠어. 빡세게 굴려, 아니 활용해 보지 뭐.’
부하들의 노동력을 더 적극적으로, 적재적소에 투입하면 되지, 라는 정답이 도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다음으로 본 것은 오랜만에 획득한 새로운 칭호 ‘최초의 영주’에 대한 것이었다.
곧이어 칭호 상태 창을 띄워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레온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오호! 최초의 영주는 비장착으로도 활성화되는 칭호네! 개꿀이다!’
그 이유는 바로 최초의 영주가 장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효과가 발휘되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이런 칭호들의 경우 워낙 특성이 좋다 보니, 지닌 효과의 위력이 조금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최초의 영주는 논외인 것 같았다.
[최초의 영주]
이계인 중 최초로 대륙에 자신의 땅을 얻은 자만이 유일하게 얻을 수 있다는 칭호.
지닌 것만으로도 도시의 발전이 꾀해질 것만 같다.
-영지의 인구 유입도 3% 상승
-영지 내에 건축물 건설 시, 건설 속도 10% 상승
-영지민의 만족도 5포인트 추가 상승
‘후후, 가장 필요한 것들만 쏙쏙 있네. 영지의 인구 유입도 상승에 건축물이 빨리 건설된다니. 이거 영지 발전에 꽤나 도움이 되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레온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지만, 이내 딱 하나 불만족스러운 사항으로 넘어가자 영 아쉽다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쩝, 기왕 줄 거면 정식으로 주지. 명예 남작은 또 뭐야.’
그건 바로 영지를 수여하며 함께 준 명예 남작이라는 작위였다.
남작, 자작, 백작, 후작, 공작의 5등작 중 최하위인 남작이었는데, 거기다가 명예까지 붙여 놓은 것이다.
작위
1. [네크로폴리스의 ‘명예 남작’]
네크로폴리스에 큰 공을 세운 이에게 간혹 수여하는 명예직의 작위.
말 그대로 명예직이기에, 귀족 작위가 가지는 어떠한 혜택도 없다.
-네크로폴리스 NPC들의 호감도 15% 상승
-네크로폴리스 성문 통과 시, 쾌속한 통과 가능
작위가 높으면 다른 나라를 가도 NPC들의 대우가 달라지거니와, 들어가지 못하는 장소도 입장이 가능해지기에 탐이 난 것이었다.
하지만 명예 남작은 고작 성문 통과 정도에만 효력이 발휘되니 아쉬울 만도 했다.
한데 레온이 그렇게 입맛을 다시던 찰나.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던 탑주의 말이 서서히 정리되더니.
“……흐음, 그러면 이제 슬슬 수여할 영지를 고르도록 하지.”
모두가 기다리던 말을 내뱉었다.
그 말은 또박또박 정확히 들려왔다.
순간 레온은 딴생각을 멈추고, 그런 탑주를 똑바로 응시했다.
띠링!
그러자 그때, 효과음이 레온을 포함한 모든 아슬란 길드원의 귓전에 들려왔다.
-영지 선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그들의 눈앞에 커다란 시스템 창 하나가 떠올랐다.
거기에는 어디서 많이 본 커다란 지도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이건 에스토니아 대륙 전도잖아?’
하지만 이내 그 지도의 축척이 급속히 확대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레온이 부여받게 될 북부 지역의 모습만을 온전히 비추게 되었다.
‘호오, 영지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잖아.’
그러자 레온은 지도 속에서 북부의 영지들이 각기 다른 수많은 사이즈들로 산산이 쪼개져 있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온은 매의 눈으로 그 영지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살피며 재빨리 요점을 파악해 나갔다.
‘흐음, 이런 형국이라면 이곳은 좋지 않아. 여기는 완전히 둘러싸여 있어 협공을 당하면 무너지기 딱 좋겠군. 그렇다고 저기는 너무 할 게 너무 없는 곳이야…….’
시간이 그렇게 많이 주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레온은 눈 깜빡이는 시간조차 아까워할 만큼 고도로 집중했다.
최근에 이렇게까지 미친 듯이 집중력을 쏟아부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결과, 마침내 레온은 북방 영토의 정세 파악을 끝마칠 수 있었다.
광대한 북방의 영토는 크게 3등분으로 나누어야 할 것 같았다.
좌측, 중앙, 우측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객관적으로 중앙 지역에 자잘하게 몰려 있는 영지들이 가장 좋았다.
중앙 지역의 영지들은 대부분 규모가 좌측과 우측에 비해 상당히 작은 편이기는 하지만, 동부 왕국 연합의 나라들과 가장 잘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특히 근처에 도사리는 다른 위험도가 낮다는 것이 주효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좌측 지역과 우측 지역은 영토는 크지만, 동부 왕국 연합과 연결이 되지 않아 고립된 느낌이 강했고 주변에 위험도가 많다는 것이었다.
좌측에는 브라움대산맥이 가로막아 주고 있기는 하나 초강대국인 세이란 제국이 있었고, 더불어 엄청난 규모의 패치 숲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리고 우측은 그런 것들은 없었으나, 딱 하나, 하지만 그럼에도 최악의 요소인 호시탐탐 진출의 기회를 엿보는 마몬교도들의 국가, 암흑성국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이번에 업데이트될 북부 영지전의 메인 포인트는 가운데에 있는 노른자위 영토를 얻은 후, 그들끼리 영지전을 벌이며 세력을 넓혀 나가는 것이리라.
‘흐음, 저기가 좋겠는데…….’
이윽고 레온이 한 영지를 마음에 둔 그때.
팟!
갑자기 전광판에 불이 켜지듯 지도의 한 영지에 핑크빛 불빛이 들어왔다.
‘엇!’
모두는 한마음으로 선정된 곳이 저곳인가 하며 깜짝 놀랐지만.
팟!
파밧!
파팟!
이내 다른 영토들로 한 칸씩 옮겨 다니기 시작한 불빛을 보며 자신들의 예측이 엇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룰렛이잖아?’
불빛의 이동은 점점 속도를 올려 갔다.
그것이 한동안 반복되자 모두는 이러다가 마지막에 멈추는 곳이 그들의 영지가 될 것이란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꿀꺽.
모두가 그 불빛의 행방을 쫓으며, 긴장감에 목구멍으로 침을 삼켰다.
파-앗.
그리고 마침내.
결국 불빛은 한 곳에 멈추며,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탑주의 말이 들려왔다.
“좋아! 메르엠이 좋겠군.”
띠링.
-영지의 선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영지 선정 결과, ‘메르엠’.
한데 그 결과를 바라보는 이들의 반응이 미묘했다.
“……아.”
“……흐음.”
결과를 확인한 브룩은 침음을 냈고, 네기는 걱정이 담긴 신음성을 낸 것이었다.
“와! 오빠 제일 큰 데가 걸렸어!”
오로지 아무것도 모르는 유우만이 팔짝팔짝 뛰며 기뻐할 뿐이었다.
한데 그들이 그럴 만도 했다.
선정이 완료된 그들의 영토는 좌측의 최북단이었던 것이었다.
유우의 말대로 지도의 영토 중 가장 커다란 영토였지만, 위쪽에는 들어갔다가 제정신으로 나온 자가 없다는 패치 숲과 맞닿아 있는 데다가 브라움산맥의 한 줄기가 영토를 휘감고 있는 형국이라 교통 또한 가장 안 좋아 보이는 지점이었다.
‘녀석도 실망했겠지.’
이 상황에서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레온의 모습을 보며 브룩이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레온의 표정은 무표정할 뿐, 슬픔이나 절망 따위는 보이고 있지는 않았다.
한데 그때.
그들의 반응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탑주가 생각지 못한 제안을 해 왔다.
“크흠, 혹여 그대들은 메르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자네의 공이 공이니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특별히 다시 한 번 고민해 보도록 하겠네만.”
탐탁지 않아 하는 듯한 반응을 보더니, 영지를 다시 선택할 기회를 준다는 말을 했던 것이었다.
탑주의 그 제안에 브룩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최악의 상황에 한 줄기 빛이 강림한 듯한 표정이었다.
브룩이 레온을 쳐다보았다.
‘자, 어서 넙죽 절하고 바꿔 달라고 해.’
라는 눈빛을 담아서였다.
그러나.
“…….”
그런 탑주의 말에도 레온은 말이 없었다.
‘뭐 하는 거야 저 자식?’
버퍼링에라도 걸린 건가? 아니면 튕긴 건가?
하지만 가상현실 게임에 그런 문제가 있을 리가 없었기에, 브룩은 당최 영문을 알 수 없어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바꿀 찬스가 있을 때 바꿔야 하지 않은가.
“으응? 왜 말이 없는가. 맘에 드는 걸로 생각해도 되겠는가?”
탑주의 말이 이어졌다.
그에 브룩은 다급해하며, 바로 행동을 전개했다.
-야, 뭐 해! 얼른 바꿔 달라고 해야지.
이 상황에서 말을 꺼내지는 못하니, 메시지를 날린 것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메르엠을 최고의 영지로 만들겠습니다.”
닫혀 있던 입을 열고 탑주에게 원래의 영토를 받아 버리고 말았다.
‘아, 망했다.’
순간 브룩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허허, 그럼 이로써 결정되었다. 현 시각 후로 모든 이들에게 이 사실이 공표될 것이다.”
띠링.
탑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대륙의 모든 유저들에게 유저 ‘레온’이 최초로 영지를 획득한 사실이 밝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