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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95화 (95/332)

# 95

151명의 가신이란 인원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한 숫자였다.

과연 현재 판테라에서 NPC들을 이렇게나 많이 자신의 편으로 포섭한 이가 있을까?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단언컨대 레온이 유일할 것이었다.

대대수의 유저들이 한 명의 능력 있는 NPC와 연을 맺기 위해 피땀 흘린 노력을 하는 것이 현 상황이지 않은가.

그런데 레온은 열흘도 안 되는 시간에 150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인원들을 손에 넣은 것이니, 그것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러던 그때.

모든 본 네크로맨서들은 아직까지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눈물을 그치시지요. 허허, 이렇게 기쁜 날 왜 우십니까.”

그리고 레온은 그런 그들을 토닥이며 자비로운 리더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고 말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레온은 사실 들키지 않게 딴 짓을 하고 있었다.

‘오오! 이 친구도 120레벨! 예쓰! 얘는 122레벨!’

그들을 달래 주는 척하며, 몰래 가신들의 상태 창을 눈앞에 띄워 놓고는 품평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신 목록]

1. 클라크 / LV. 141 / 본 네크로맨서

2. 모힌 / LV. 126 / 본 네크로맨서

3. 우드 / LV. 125 / 본 네크로맨서

4. ……(중략)……

레벨 순으로 주르륵 나열된 그들의 레벨들을 샅샅이 살핀 후, 레온의 표정은 기쁨을 넘어 희열에 찬 표정이었다.

‘크으, 흩어져서 지내는 동안에도 실력은 갈고닦은 건가. 이뻐 죽겠네, 이 성실한 일꾼들 같으니라고!’

그도 그럴 것이, 본 네크로맨서들의 상태가 꽤나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높은 레벨의 클라크가 141레벨.

나머지 본 네크로맨서들의 평균 레벨은 120레벨에 달할 정도였다.

순간 레온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후후 백인대원들에게는 조금 미안해지지만, 본 네크로맨서들을 얻게 된 것이 근래 최고의 행운인 것 같네.’

그는 이번에 임무를 치르며, 이제 사람들의 네크로맨서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개선되겠구나 하는 예상을 한 적이 있었다.

임무가 진행되는 전장에서 네크로맨서들이 대규모 전투에 최적화된 직업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임무가 끝나고 난 후, 활약한 유저들의 랭킹에 상당히 높은 비율로 네크로맨서 유저들이 등재되어 있었던 것이 그 근거일 터였다.

한데 레온 이후 유저들이 하나둘씩 영지를 얻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들끼리 영지전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영지전이란 임무의 스케일만큼은 아니더라도 분명 대규모 전투이지 않은가.

그때가 되면 방금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본 네크로맨서들의 저력이 발휘될 것이 틀림없어 보였던 것이었다.

자연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후후, 이들이 있다면 웬만한 중위권 길드와도 붙어 볼 만할 거야.’

그렇게 레온이 자신감이 차오르던 그때.

‘으응?’

그는 이제 진정이 된 본 네크로맨서들이 흘리던 눈물은 그치고 다른 행동으로 넘어간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에휴.”

“휴우.”

갑자기 다들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던 것이었다.

‘왜 저러지?’

그 모습을 본 레온이 의아함을 숨기지 못하며, 그들에게 영문을 물었다.

“왜 다들 그렇게 한숨을 내쉬십니까?”

그러자 그런 레온을 보며 본 네크로맨서들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하나둘 대답을 하였다.

“하아, 이제 다시 흩어져야 하는 것이 너무 슬퍼서 그렇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항시 레온 님의 곁에 있고 싶지만, 이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할 테니까요.”

‘다시 돌아간다고?’

모두들 이대로 포트빌이나 클라크의 대장간에 머무르리라 짐작하고 있던 레온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순간 레온이 이어 말했다.

“……아, 그렇다면 모두들 클라크 님과 이 대장간에서 함께 일을 해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레온의 말에 본 네크로맨서들은 말없이 멋쩍게 웃기만 했다.

그런 그들을 대신해 클라크가 그들의 입장을 설명해 주었다.

“허허, 레온 님, 이들은 대장장이가 아닙니다. 각자 모두 다른 위장 직업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들 다른 위장 직업들을 지니고 있다고?

순간 레온의 눈빛이 이채를 띠었다.

클라크의 말이 끝나자, 본 네크로맨서들이 각자 자신의 직업들에 대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는 세이란 제국의 수도인 세이룬에서 물약 상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포를란에서 방어구 상점을 하고 있습니다.”

“보석 세공을 하고 있습니다.”

“목수로 일하는 중입니다.”

“여관을 운영합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전문 상점들의 이름이 나열되기 시작했다.

정말로 쉰 명의 인원들이 전부 다른 전문 직업들을 가지고 있었다.

한데 그들의 직업들을 들을수록, 무슨 이유에선가 레온의 눈빛에 탐욕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순간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북방의 불모지에 이렇게 전문 직업을 지닌 NPC들이 많이 있을 리 없어. 어떤 식으로 쓰이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단 이들을 영지로 영입할 수만 있다면 분명히 유용하게 쓰일 것 같은데……!’

그는 곧이어 결정했다.

그들을 자신의 영지로 데리고 오자고 말이었다.

곧이어 레온이 자신의 시커먼 속내를 숨긴 채, 그들에게 말을 건넸다.

마치 연사가 웅변을 하듯 감정을 잔뜩 실어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분! 우리들이 어떤 고통을 견디며 마침내 이렇게 만나게 되었는데, 어떻게 헤어질 수 있겠습니까. 절대로 다시 뿔뿔이 흩어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한곳에 함께 모여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런 그의 말이 끝나자, 모든 본 네크로맨서들의 눈동자들이 잔뜩 흔들리고 있었다.

감정의 동요가 생겨난 것이 틀림없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레온은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 모두에게 슬며시 제안을 하나 건넸다.

“그리고 제가 여러분들이 사시기에 아주 좋은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

* * *

네크로맨서의 마탑.

탑주의 집무실.

“호오, 금세 찾아왔군.”

그곳에서 탑주가 자신을 다시 찾아온 한 남자를 흥미롭다는 눈빛을 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 상대는 살며시 웃어 보이며,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그에게 답변했다.

“네, 운이 좋게도 생각보다 쉽게 일이 풀렸습니다.”

그의 정체는 당연하게도 바로 레온이었다.

스윽.

레온의 말이 끝나자, 탑주는 그의 곁을 훑은 뒤 말을 이어 나갔다.

“후후, 그대와 함께 온 이들을 보아하니, 그대의 말대로 조건은 잘 충족시키고 온 것 같군.”

레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네. 이들이 바로 저의 동료들입니다.”

이전과 달리 오늘의 레온은 혼자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브룩입니다.”

“안녕하세요오. 유우예욧!”

다크 서클이 잔뜩 내려와 있는 브룩과 오늘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잔뜩 들떠 있는 유우.

“안녕하세요! 레온 형님의 동생 네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탑주에게까지 굳이 레온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네기까지 함께였던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온이 작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쩝, 나만 가도 된다니까. 고집들은.’

레온은 포트빌에서 본 네크로맨서들과의 용무를 모두 끝마친 후, 바로 서둘러 네크로폴리스로 복귀하였다.

그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로 이동하니,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도착한 네크로폴리스의 정문 앞에서.

‘……크흑, 살려 줘. 유호야, 내가 잘못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브룩을 만날 수 있었다.

브룩은 좀만 더 지나면 자신의 귀에서 피가 나올 것 같다며 덜덜 떨었다.

그렇게 복수의 통쾌함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였다.

이어 레온은 네기를 네크로폴리스로 호출하였고, 잠시 후 합류하자 네 명이 모두 모여 길드 상공소로 갔다. 이유야 당연하게도 길드를 창설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마침내 길드를 성공적으로 만든 후, 곧장 이곳 마탑으로 향한 것이었다.

그때 레온의 동료들을 지그시 살피던 탑주가 미소를 띠우며 말을 건넸다.

“보아하니, 다들 그대만큼이나 실력들이 뛰어나 보이는 군.”

“감사합니다.”

레온이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이자, 탑주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래, 그럼 자네 길드의 이름을 들을 수 있겠는가?”

그는 길드의 이름을 물어왔다.

그러자 그 순간.

레온의 머릿속으로 마탑에 들어오기 전, 넷이서 서로 목소리를 높여 가며 길드의 이름을 정한 일이 떠오르고 있었다.

‘빌드타이거 어떠냐?’

‘……변신 로봇 이름이냐? 그리고 왜 뜬금없이 호랑이야. 그런 거 말고 로터스 어떠냐? 겁나 세 보이지 않아?’

‘형님, 무적레온교 어떠십니까!’

‘…….’

남자들이 낸 모든 의견들은 할 말을 잃어버린 유우의 손에 단칼에 잘려 나갔다.

단 브룩의 의견인 로터스란 이름은 좋긴 한데,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다며 반려되었다.

그런 뒤에 또다시 회의를 거쳤고, 결국 만장일치로 한 가지 이름이 결정되었다.

‘쩝, 빌드타이거 나쁘지 않았는데.’

순간 레온이 아직 미련이 남은 자신의 의견을 한 번 떠올렸다가, 이내 탑주에게 끝내 결정된 길드 이름을 말해 주었다.

“아슬란입니다.”

고심 끝에 정해진 레온의 길드 이름은 바로 ‘아슬란’이었다.

별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었다.

유우가 재밌게 읽었다는 외국의 명작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거대한 사자의 이름이라 했다.

탑주는 아슬란이라는 이름을 두어 번 되뇌어 보더니 혼잣말을 했다.

“아슬란이라…… 좋은 이름이군.”

스윽.

그러곤 이내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레온에게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온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호오, NPC라고 해도 한 나라의 수장이라 그런가. 느껴지는 기세가 남다르네.’

확실히 한 국가를 다스리는 수장이어서 그런지 그런 그에게서 자연스레 풍기는 위엄 같은 것이 느껴졌던 것이었다.

그 순간 레온은 주먹을 살며시 움켜쥐며 속으로 다짐했다.

그건 바로.

‘언젠가 나도 내 나라를 손에 넣어, 저런 포스를 갖추겠어.’

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열망이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러던 그때, 어느새 탑주가 레온의 코앞까지 당도해 있었다.

그러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레온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야기를 선포했다.

“지금부터 그리핀도르 요새를 점령하는 데에 큰 공을 세운 레온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내리겠다!”

두근두근.

그 순간 레온뿐만 아니라 곁에 선 나머지 사람들의 가슴에서도 심장박동 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오!”

“꺄아! 오빠, 멋져!”

“앗!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찍어야겠다.”

다들 흥분에 찬 상황에서 네기는 탑주와 레온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탑주의 놀라운 발언이 이어지고 있었다.

“레온을 네크로폴리스의 명예 남작으로 임명하며, 연합군이 획득한 북방의 영토 중 한 곳을 수여하겠다!”

띠링.

‘드디어!’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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