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
클라크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레온을 소집한 본 네크로맨서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가시죠.”
레온은 두 눈을 빛내며 그를 쫓았다.
특별한 비밀 공간에라도 숨어 있으려나 했지만 그가 앞장선 채 데려가는 곳은 레온에게는 꽤나 익숙한 장소였다.
그가 대장장이가 되기 위해 시험을 보았던 장소이자, 홈쇼핑을 하기 위해 스켈레톤들을 제작했던 곳.
‘지하 연습장에다가 모아 놓았나 보네?’
바로 대장간의 지하에 마련되어 있던 지하 연습장이었던 것이었다.
사실 이전에 사용을 하면서도 왜 대장간에 2층이나 되는 지하실이 필요한 건지 아리송했는데, 이런 소집이 있을 때 눈을 피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나 하는 추측이 들었다.
저벅저벅.
둘은 지하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흠, 얼마나 모여 있으려나?’
레온은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만나게 될 본 네크로맨서들의 숫자를 가늠해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으니, 대규모는 아닐 테고. 그래도 열 명은 넘겠지?’
그 이하의 숫자라면 조금 아쉬울 것 같았다.
너무 수가 적으면 활용할 방안도 비례해서 적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런 고민도 잠시, 그다지 길지 않은 계단이기에 금세 연습장의 코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한데 그때.
처척.
앞장서던 클라크가 걸음을 멈추더니.
“레온 님께서 오셨습니다. 모두 예를 갖추십시오!”
연습장의 안을 향해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듯한 고성을 토해 냈다.
‘어우, 깜짝이야.’
레온은 갑작스러운 외침에 깜짝 놀랐지만, 티 내지 않으며 그를 쫓아 연습장 안으로 들어섰다.
어둡던 계단에서 연습장으로 들어가자 화악하고 시야가 밝아졌다.
이윽고 안의 전경을 완전히 확인한 순간, 레온은 내심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앞서 했던 자신의 예상은 완전히 틀려 있었다.
‘뭐야, 완전 많잖아?’
지하 1층에 들어선 순간, 도열해 있는 수십 명의 인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클라크와 마찬가지로 검은 로브를 두르고 있는 그들은 모두 본 네크로맨서들임에 틀림이 없었다.
‘……마흔여덟, 마흔아홉, 쉰…… 와, 이건 완전 대박인데?’
순식간에 그들을 모두 세어 본 레온은 그 숫자가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쉰 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레온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이들을 가지고 어떻게 뽕을 뽑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처억.
처척.
“레온 님을 뵙습니다.”
“레온 님을 뵙습니다.”
쉰 명의 인원이 동시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레온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레온은 지금 처음 보는 데, 왜 이들의 태도가 왜 이렇게 공손한지 살짝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일전에 보상의 방에서 ‘본 드래곤의 유해를 회수하라’ 퀘스트를 완료한 후, 눈앞에 떠올랐던 메시지의 내용이 떠오르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보상으로 대륙의 모든 본 네크로맨서들의 당신을 향해 굳건한 신뢰를 보낼 것입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완전한 본 드래곤을 완성시켜, 본 네크로맨서들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라 ’ 퀘스트의 보상인 본 네크로맨서들의 절대적 충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굳건한 신뢰를 얻었다는 표현이 이런 효력을 발휘하는 것 같았다.
“…….”
그리고 레온은 말없이 본 네크로맨서들을 훑었다.
한 명, 한 명을 눈에 담 듯이 자세히 살핀 후에도 그는 한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자신들의 인사에도 아무런 말이 없자, 쉰 명의 본 네크로맨서들은 머리를 숙인 채 서로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레온의 이 같은 모습은 그 어떤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 근데 이거 무슨 얘기로 운을 띄워야 하지?’
그저 처음 보는 그들에게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백인대의 인원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부하로 배속이 되어 있던지라 대하기가 어렵지 않았는데, 이자들에게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호감도를 더 얻을 수 있을지 애매하기 짝이 없었던 탓이었다.
‘끄응, 일단 아무 말이라도 해 보자.’
그렇게 레온이 고심 끝에 입을 떼려 하였을 때.
“후우, 죄송합니다.”
갑자기 옆에 서 있던 클라크가 레온에게 사과를 해 왔다.
레온은 어리둥절했지만, 클라크에게 이어질 이야기를 기다려 보았다.
“……차마 입을 떼지 못하시는 건 저희가 오십이란 인원밖에 없어 마음이 아프신 탓이겠지요. 면목이 없습니다. 필사적으로 찾아보았건만 아직 다시금 연이 닿은 것은 이들이 전부입니다.”
물론 레온이 조용히 있었던 것은 그 이유가 전혀 아니었지만, 일단 분위기를 맞추어 주는 것이 자신에게도 좋을 것이라 짐작한 레온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휴우,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클라크 님에게 들키고 말았군요. 여러분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이 되어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음절 하나하나에 슬픈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연기혼을 불태우는 레온이었다.
물론 그때 속마음은.
‘이 아저씨 저번부터 느낀 건데, 무슨 착각의 달인이신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었다.
‘우리를 보며 마음을 아파하시다니…….’
‘다시 보니 우수에 찬 눈빛을 하고 계시는구먼.’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본 네크로맨서들은 자신들을 걱정해 주는 레온의 모습에 무척이나 감동을 받은 눈치였다.
띠링.
-당신의 감언이설에 본 네크로맨서들의 마음이 흔들립니다.
-본 네크로맨서들의 충성도가 상승합니다.
‘예스!’
자신의 계획대로 모두의 충성도가 상승하자, 레온이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던 중.
“저…… 레온 님, 마탑에서 탈환에 성공하신 본 드래곤의 모습을 보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클라크가 레온에게 조심스레 본 드래곤의 유해를 확인하고 싶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50인의 본 네크로맨서들의 눈도 초롱초롱해졌다.
여태 말은 안 했지만 모두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것이었다.
그 눈빛들을 살피며 레온은 그들의 그런 심정이 조금 이해가 가기도 했다.
‘하긴 이 사람들을 여태껏 숨어 살게 만든 원흉 같은 물건일 텐데. 한번 확인하고 싶기도 하겠지.’
심지어 자신들이 벌인 일도 아닌데 이런 수모를 겪었으니, 본 드래곤의 낯짝을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에 찬 그들에게 대답해 주었다.
“알겠습니다. 바로 보여 드리죠.”
그렇게 말을 끝마치자마자 바로 본 드래곤의 유해를 보여 주기 위해 준비하던 레온은.
‘아, 잠깐만…….’
갑자기 떠오른 한 가지 문제점에 얼굴에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레온이 갑자기 머뭇거리자, 본 네크로맨서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에라, 모르겠다.’
그러자 레온은 연신 천장을 쳐다보다가, ‘별문제 없겠지’라고 생각하며 본 드래곤의 유해를 꺼내 보였다.
“그림자 아공간, 방출 ‘본 드래곤의 유해’.”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우우웅!
촤아아아.
요란한 효과음과 함께 연습장의 바닥에 거대한 그림자가 생겨났다.
슈우우욱.
“오오!”
“저, 저것이 바로!”
그러곤 그 속에서 천천히 거대한 본 드래곤의 형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위용을 선보이고 있는 본 드래곤의 모습에 클라크를 포함한 모든 본 네크로맨서들은 감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레온은 연신 손톱을 뜯으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본 드래곤이 점점 완전한 모습을 갖추면 갖출수록, 레온이 왜 그리도 불안감을 느꼈는지도 알 수 있게 되고 있었다.
‘어어, 어어.’
레온이 당황에 차 있던 찰나.
투드드득!
쿠콰와쾅!
갑자기 벼락이 떨어진 듯한 엄청난 소음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본 네크로맨서의 머리 위로 웬 파편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아, 시발, X됐다.’
레온은 그걸 보며 이마에 손을 얹었다.
공간이 본 드래곤의 거대한 크기를 감당을 못하고, 본 드래곤의 머리 부분이 지하 1층의 천장을 뚫고 1층 대장간의 내부로 올라가 버린 것이었다.
얼굴은 벽을 뚫고 나가 있고, 몸체만 보이는 이 해괴망측한 상황에 레온은 식은땀이 절로 나고 있었다.
‘아씨, 지금이 딱 가오를 살려야 될 상황인데…….’
믿음을 주어야 하는 타이밍에 이런 사태를 만들다니, 레온은 속이 타들어 갔다.
그러던 그때, 일단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든 변명해야 된다고 생각한 레온이 주위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허, 허허, 크기의 예측이 조금 잘못…….”
그러나.
이어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상황에 레온은 말을 채 끝마치지 못하였다.
“크흑.”
“크허헝.”
갑자기 50인의 본 네크로맨서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펑펑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잠시나마 대장간이 부서진 것이 그렇게 슬픈 건가 생각하던 레온은 이내 그들의 슬픔이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크흑, 그동안 우리의 설움은 헛된 것이 아니었어.”
“……본 드래곤이 우리들의 궁극의 목표라는 것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군요.”
그들은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자신들이 본 네크로맨서라는 것만큼은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이런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본 드래곤을 본 적도 없는 세대가 나타나자 자연스레 의문이 생겨났다.
그건 바로 우리가 이런 고통을 감내하여야 할 만큼 본 드래곤이 가치가 있는 것이었냐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자리하던 모든 본 네크로맨서들 또한 그런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한데 지금 이 순간 그들 전부는 레온이 본 드래곤을 목격시켜 주자 일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자신들이 평생 해결해야 할 숙원이라는 것을 말이었다.
본 드래곤은 자신들의 연구의 궁극적 목표가 확실했다.
‘자, 잘된 건가?’
하지만 그런 이들의 반응에도 레온은 그저 한숨 돌렸다는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한데 그러던 그때.
띠링.
갑작스레 효과음이 울려 퍼졌다.
-특수한 조건을 만족하여, 본 네크로맨서들의 호감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본 네크로맨서들의 호감도가 최대치를 달성하였습니다.
호감도가 최대치를 달성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고 레온이 어안이 벙벙하던 그때.
더욱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털썩.
털썩.
“레온 님, 저희는 영원히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부디 저희를 이끌어 본 드래곤을 완전한 형태로 다시 완성시켜 주십시오!”
감동에 찬 눈빛의 쉰 명의 본 네크로맨서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레온을 따르길 청했던 것이다.
-본 네크로맨서 50명이 당신의 가신이 되기를 원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Y) or (N)
그러자 이내 제정신을 차린 레온은 활짝 웃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흐흐, 또 야? 이건 뭐 가신 풍년이네.’
그리고 레온은 본 네크로맨서들을 하나하나 일으켜 세우며, 말을 건넸다.
“제가 영광입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 이제 저와 함께 본 네크로맨서의 전성기를 다시금 열어 봅시다!”
“오오! 주군!”
“크흑, 레온 님!”
그렇게 레온의 가신의 숫자가 101명에서 151명으로 늘어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