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89화 (89/332)

# 89

끼이익.

이윽고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후우.”

그러자 레온이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밖으로 나왔다.

한데 왜인지 그의 표정이 넋이 나가 있는 듯 보였다.

혹시라도 그의 제안이 거절되어 영지를 얻을 기회를 놓쳐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긴장감이 감돌던 그 순간.

레온의 머릿속으로 탑주가 했던 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흠, 자네가 그렇게까지 이야기한다면. 알겠네, 나흘의 말미를 주지. 그때까지 해결을 하고 오게나.’

그러고 나자 레온은 그제야 난관을 잘 넘겼다는 것을 실감하고는, 표정을 풀고 제 가슴을 쓸어내렸다.

“……흐아, 진짜 다행이다. 어떻게든 됐네.”

다행히도 탑주는 공적 때문인지 미리 올려놓은 호감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레온의 부탁을 들어주었던 것이었다.

연이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는 이내 그 자리에 그대로 선 채, 생각에 잠겼다.

일단 나흘이라는 시간은 벌었으니, 이제 이 시간 동안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 방법을 떠올려 보고자 한 것이었다.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머리를 바쁘게 굴리던 레온이 이윽고 결론을 정리했다.

‘흠, 크게 두 가지려나.’

방법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기에, 해결책은 금방 나올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이미 존재하는 길드에 입단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방법이 가장 쉬운 길일 터였다.

브룩에게 연락해 영입 좀 빨리 진행 좀 해 달라고 부탁하면 될 터이니 말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떠올리는 레온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무언가 단단히 못마땅한 듯 보였다.

“끄응.”

순간 레온이 신음성을 흘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흠, 근데 영 안 내킨단 말이지.’

그가 그렇게 탐탁지 않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일단 자신이 다 만들어 놓은 밥상에 타인들이 숟가락을 올려놓는다는 것이 가장 맘에 들지 않았다.

물론 브룩이야, 친구였으니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가 소속해 있는 길드에 있는 이들이란 결국 레온에게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들이지 않은가.

왜 자신이 상관도 없는 이들에게 영지라는 콘텐츠를 선점하는 이득을 분배해야 되는지 납득이 되지를 않았다.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것까지 통 크게 허락을 했다 치더라도, 문제는 더 남아 있었다.

‘내가 이런 기회를 제공한다고 해도, 그들이 나를 영주로 시켜 줄지도 모르는 노릇이야.’

누가 ‘영주’가 되느냐에 대한 것도 남아 있었다.

영지를 다스리는 우두머리인 영주는 딱 한 사람만이 될 수 있었다.

설마 레온이 퀘스트를 가져왔는데 영주 자리를 탐낼 도둑놈 심보를 지닌 이들이 있겠느냐고 할 수 있지만.

영주라는 자리를 자신에게 양도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생각해 보라.

지금껏 길드를 이끌고 있는 길드장이 있는데, 퀘스트를 가져와 주었다고 해도 굴러들어 온 돌인 레온에게 최상위권자의 자리를 내줄 수 있을까?

분명히 힘들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최악의 경우.’

그는 언제나 모든 상황에 최악을 가정하곤 했다. 그래야 뒤통수를 맞지 않으니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경우 최악은.

그들이 단체로 나쁜 맘을 먹고 자신의 영지만 날름 먹고 자신은 팽 해 버리는, 일명 ‘먹튀’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단물만 빼먹고 버리는 그런 쓰레기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순간 레온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판테라를 하는 유저들 중에 양심 없는 놈들이 많다는 건, 여태껏 경험한 악질 녀석들로 익히 알고 있지.’

영지란 분명 큰돈을 벌 수 있는 콘텐츠였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하지만 사실 그가 이렇게 첫 번째 방법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그렇다는 건 역시 두 번째 방법이 제일 좋다는 건가?’

두 번째 방법이 자꾸 머릿속에 아른거리기 때문도 있었다.

그리고 그가 지금 심적으로 가장 끌리고 있는 그 방법은 바로.

“……까?”

‘으응?’

두 번째 방법을 말하려던 그때, 갑자기 레온의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레온이 상념에서 돌아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탑주의 집무실 앞을 지키는 경비 네크로맨서들이 그를 단체로 쳐다보고 있었다.

레온은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당황하다가, 이내 못들은 질문을 되물어보았다.

“……아, 저, 뭐라 하셨죠?”

그러자 그중에 한 명이 고개를 가로젓더니, 말을 건넸다.

“탑주님께 남은 용무가 더 있으시냐고 물었습니다만.”

별일 아니었다, 그냥 축객령이었다.

‘쩝, 생각에 너무 깊게 빠져 있었나.’

자신이 탑주의 방 앞에서 너무 오래 멍하니 서 있었던 모양이었다.

“크흠, 그럼 수고하십쇼.”

민망한 나머지 레온이 연신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총총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잠깐만.’

그러다 순간 자신이 깜빡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그대로 뒷걸음질을 치며 돌아와 경비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여기 보상의 방 어디에 있죠?”

갈 땐 가더라도 본 드래곤은 가져가야 했다.

잠시 후.

“여깁니다.”

레온의 말이 끝나자, 경비 네크로맨서 한 명이 레온을 데리고 보상의 방으로 데려갔다.

용무를 마친 그는 쌩하니 사라졌다.

하지만 레온은 그가 가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으헤헤.”

이 안에 있을 본 드래곤의 유해를 얻을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드에 관한 것은 일단 본 드래곤을 얻고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좋아, 그럼 가 보실까!’

레온이 문을 벌컥 연 순간.

띠링.

동시에 그의 눈앞에 반가운 내용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상의 방에 입장하였습니다.

-보유하고 국가 공헌도 포인트를 측정합니다.

-보상의 방에 있는 아이템들은 모두 국가 공헌도로 교환이 가능합니다.

“우와!”

방문이 열리고 나자 레온은 온갖 아이템들로 가득 차 있는 보상의 방의 모습을 보며 탄성을 쏟아 냈다.

그 순간 레온의 머리에 첫째로 든 생각은.

‘뭐 이리 넓어?’

라는 것이었다.

일전에 스크린샷을 보고 짐작한 사이즈와 달리 방 안은 말도 안 되게 넓었다.

넓이는 거의 축구장에 필적할 만한 크기였고, 높이도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높았다.

어떻게 이런 공간이 탑에 들어가 있는 건지, 건축 설계상 가능한가 싶었지만.

이곳이 손바닥 위에 불덩어리를 만들어 쏘아내는 판타지 세계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그리고 레온은 주위를 쭉 살폈다.

검, 지팡이, 갑옷, 방패, 성배, 투구 값비싸 보이는 물건들이 즐비해 있었다.

꿀꺽.

그러자 순간 이곳에 있는 물건들을 싹 다 그림자 아공간에다가 집어넣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라 레온이 저도 모르게 목구멍으로 침을 삼켰다.

‘아서라,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그랬다가 바로 척살당할라.’

그러다가 이내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데 그때, 레온은 주위를 둘러보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라? 근데 나밖에 없네.’

그건 바로 이 넓은 공간에 자신밖에는 없다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던 레온은 이내 결론을 내렸다.

짐작컨대 아무래도 보상의 방에 들어가려는 인원이 상당히 많을 것이기 때문에, 각자 편안히 고를 수 있도록 한 명만이 있는 공간으로 보내 주는 시스템인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레온이 순간 웃음을 지어 보였다.

‘후후, 나한테는 좋은 일이지 뭐.’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본 드래곤의 유해를 획득하는 장면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순간 레온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쩝, 근데 어디에 있으려나.’

생각한 것보다 너무 넓다 보니, 본 드래곤의 유해가 어디 있을지 막막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다음 순간.

레온의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파스스!

우우웅!

‘어라?’

레온이 깜짝 놀란 반응을 만들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그의 목에 걸려 있던 펜던트가 환하게 빛을 내며 공명음을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곧이어 목에서 스르륵 떠올라, 마치 나침반이라도 된 것처럼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레온이 그 방향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그의 목걸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한 가지뿐이 없었다.

바로 인장의 전 주인의 흔적이 공간 내에 존재하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분명히 본 드래곤의 유해가 그것이겠지!’

그리고 곧이어.

“찾았다!”

레온은 방 안 깊숙한 곳에 방치되어 있던 뼈 무더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아무도 찾는 이가 없어서 그런지 수많은 다른 아이템들로 파묻히듯 가려져 있던 터라, 하마터면 찾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뻔하였다.

레온은 살짝 심호흡을 한 채, 그 뼈 무더기에 손을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아이템 확인.”

[정체불명의 뼈 무더기]

……(중략)……

아이템 등급 : 알 수 없음.

필요 국가 공헌도 : 500,000.

‘역시 이거다!’

역시 일전에 스크린샷에서 확인했던 것과 동일했다.

레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린 그때.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정체불명의 뼈 무더기’를 선택하였습니다.

-국가 공헌도와 교환하시겠습니까?

-(Y) or (N)

‘당연히 예스지.’

딸칵.

레온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예스 선택지를 클릭했다.

슈웅!

짜르르릉!

그러자 바로 레온의 머리 위로 황금빛 코인들이 흩뿌려지는 이펙트가 발생했다.

순간 그는 이게 뭔가 싶었지만, 이어진 메시지를 보고는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소유하고 있던 500,000의 국가 공헌도가 차감되었습니다.

머리 위로 흩뿌려지던 코인들이 그가 쏟아 부은 국가 공헌도를 상징하는 모양이었다.

50만이나 되서 그런지 수북하게도 쏟아졌다.

분명 다른 이였다면, 50만의 국가 공헌도로 뼈 무더기를 가져가는 것을 아까워 죽으려 했으리라.

-축하드립니다. ‘정체불명의 뼈 무더기’를 획득하였습니다.

하지만 레온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본 드래곤이면 50만 정도야 흔쾌히 줄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좋았어! 드디어 얻었다!’

그렇게 레온이 기뻐 날뛰려던 그때.

콰아아!

파샤샤!

갑작스러운 굉음이 터져 나옴과 검보랏빛 빛줄기가 폭사되기 시작했다.

“헉! 뭐, 뭐야?”

레온이 깜짝 놀라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 모든 상황들이 그가 방금 획득한 뼈 무더기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현상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 시간 뼈 무더기 안에 억눌려 있던 울분을 토해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솟구치고 있었다.

기운들은 순식간에 보상의 방 전체를 가득 채웠다.

‘이거 좋게 흘러가고 있는 것 맞는 거지?’

그에 레온이 혹시 몰라 살짝 불안해졌다.

띠링.

그러나 그의 눈앞에 때마침 그를 안심시켜 주는 내용의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인장’의 계승자가 ‘정체불명의 뼈 무더기’를 획득하였습니다.

-조건을 만족하여, ‘정체불명의 뼈 무더기’의 봉인이 해제되어 본래의 형태로 되돌아갑니다.

그랬다. 이 모든 변화는 뼈 무더기에 걸려 있던 의문의 봉인이 풀리며 발생한 현상이었던 것이다.

‘오오!’

그에 레온은 이제 모든 걱정을 덜고 기쁜 마음으로 변화를 주시하였다.

그러자 곧이어 더욱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처척. 처처척.

아무런 형태도 없이 볼품없이 널브러져 있던 뼈 무더기가 갑자기 허공으로 치솟더니, 방 안에 가득 찬 기운들을 다시금 집어 삼키며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 경이로운 광경을 바라보며, 결국 레온은 참지 못하고 입을 쩍 벌렸다.

‘저렇게 크다고?’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제 형태로 돌아가고 있는 본 드래곤의 크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잠시 후.

솨아아아.

스스슷.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보상의 방에 가득했던 음험한 기운은 본 드래곤의 전신에 다시금 갈무리가 되어 있었다.

공간이 모두 진정이 끝나자, 레온은 본 드래곤의 형체에 서서히 다가가 정보를 확인했다.

[본 드래곤의 유해]

분류 : ?

등급 : 전설

과거 광기에 휩싸인 한 네크로맨서가 네크로맨서의 마탑에 희생을 강요하며 만들어 낸 본 드래곤의 껍데기.

본 네크로맨서들이 추구한 궁극의 스켈레톤에 가장 근접한 것이지만, 현재의 상태는 말 그대로 껍데기에 불과하다.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으며, 굳은 동상처럼 멈추어져 있을 뿐이니까.

역시나 외견상의 그것뿐만 아니라, 설명에 적힌 내용까지도 그가 찾아 헤매던 본 드래곤의 유해가 맞았다.

레온은 등급을 확인한 직후, 너무 놀란 나머지 얼음이 된 듯 굳어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전설이라고?’

본 드래곤의 유해의 등급이 무려 ‘전설’이었던 것이다.

그가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하던 그때, 눈앞에는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주르륵 떠오르고 있었다.

-퀘스트 ‘본 드래곤의 유해를 회수하라’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대륙의 모든 본 네크로맨서들의 당신을 향해 굳건한 신뢰를 보낼 것입니다.

-보상으로 ‘본 드래곤의 유해’를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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