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86화 (86/332)

# 86

세계 최대의 영상 공유 사이트, 미튜브에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상들이 업로드 되었다.

각 영상들은 그 숫자만큼이나 매우 다양한 주제들로 올라왔는데, 최근 조회 수 랭킹과 전체 업로드의 지분을 책임지는 건 단연 판테라와 관련한 영상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동일했다.

어느새 마치 하나의 신드롬처럼 사람들이 판테라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었다.

판테라의 유명인들이 현실에서 연예인처럼 대우를 받는 것을 보면, 더욱 쉽게 알 수 있을 듯했다.

그래서 점점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영상을 미튜브에 올리며, 조금이라도 더 주목을 받으려 노력했다.

한순간에 부와 명예를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더불어 현실에서 연예인이 되는 것보다 훨씬 방법이 쉬웠던 것도 유행처럼 번진 것에 한몫했다.

잘 찍은 영상 하나에 하루아침에 인기인이 되는 일은 사실 꽤나 흔한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요새 한창 주목받는 직업군이 있었다.

바로 전문 업로더들이었다.

영상 편집에 전문적인 실력을 지니고 있는 그들은 유저의 원본 영상들을 가지고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재탄생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실력 좋은 전문 업로더 하나 잘 만난 덕에 팔자 핀 유저들이 수두룩해서, 갈수록 전문 업로더들의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었다.

상위 길드나 랭커 개인이 구독자 수가 많은 채널을 지닌 전문 업로더에게 먼저 거액의 돈을 제시하며, 자신들의 전속으로 영입하려 하기도 할 정도였으니 말 다 한 것이었다.

그런 제안이 올 경우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전문 업로더들이 고민도 않고 바로 수락을 하지만.

반면 그런 제안을 거절하고 묵묵하게 홀로 활동하는 전문 업로더들도 더러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업로더 중 가장 유명한 이가 바로 일명 ‘무명’이었다.

그는 메일 주소 하나 말고는 자신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적어 놓지 않은 채, 익명으로 채널을 운영하기에 이름이 없다는 뜻의 무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는 혜성처럼 등장해 지금까지 만들었다만 하면, 조회 수 랭킹에 매번 진입시키는 엄청난 편집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스타로 만들다시피 한 유저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그렇다 보니 굵직한 길드와 랭커들의 숱한 러브콜이 쏟아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만 편집하고 싶다며, 전부 거절을 놓은 것으로 유명했다.

그렇게 아무도 정확한 정체를 알지 못하는 전문 업로더 무명은 오늘도 자신의 작업실에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커다랗게 확대된 화면에서 판테라 속의 세계가 비치고 있었다.

한데 그는 그 화면을 바라보는 내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뚱한 표정을 지속하고 있었다.

“하암.”

잠시 후에는 심지어 하품까지 할 지경이었다.

딸칵.

이어 그는 ‘페가수스 길드의 수장 리로이, 한국 서버 두 번째로 180레벨 달성기’란 제목의 영상을 꺼 버렸다.

그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쩝, 진짜 너무 재미없다. 보면 마음이 바뀔 거라 하더니…….”

그러다 문득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기는 한 것 같았다.

다신 페가수스 길드의 영상은 보지 않으리라, 마음이 바뀌었으니까 말이다.

그가 전속 제안을 거절하니, 영상을 한번 봐 보라며, 그러면 마음이 바뀔 것이라며 첨부 파일로 보냈기에 어쩔 수 없이 한 번 보았던 것인데.

정말 보는 내내 끔찍했다.

지루함의 극치였던 것이었다.

그가 조목조목 단점을 짚어 갔다.

“……컨트롤은 하나도 없고, 그냥 아이템 사는 데에 돈을 들이부어서 만든 인조적인 강함이란 생각밖에는 안 드니.”

값비싼 아이템으로 온몸을 뒤덮은 길드원들이 합심하여, 길드장 한 사람에게 경험치를 몰아주는.

참 볼 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내용이 주구장창 나오고 있었다.

자신이 신이 아닌 이상 이런 영상을 가지고는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영상으로 편집하는 건 불가능할 듯싶었다.

한데 그 순간.

다음으로 그가 입 밖에 내놓는 이야기가 놀라웠다.

“하아, 내가 눈이 너무 높아진 건가? 레온 형의 전투를 보고 나서는 웬만한 유저들은 영 눈에 차지 않아.”

갑자기 그의 입에서 레온의 이름이 나온 것이었다.

대체 그는 누구이기에, 레온을 알고 있는 것일까.

한데 그때 그가 앉아 있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딸칵.

그러곤 이내 작업실의 불을 켰다.

그러자 어둑어둑했던 방 안이 환하게 밝아졌고, 감춰져 있던 무명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그의 정체는 바로.

레온과 함께 대머리 일당을 해치운 후, 호형호제를 하기로 했던 유저 네기, 아니 우철이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우철의 나이는 아직 스무 살에 불과했는데, 그런 어린 나이에 벌써 미튜브에서 100만이 넘는 구독자를 지니고 있는 네임드 업로더가 되어 있었으니 말이었다.

그가 이렇게 성공한 것은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학창 시절에 독학으로 배운 영상 편집 기술로 심심풀이식으로 미튜브에 영상을 하나 만들어 올렸는데, 그 영상의 조회 수가 정말 완전 초대박이 터졌던 것이었다.

공부에는 별 재능이 없어 낙담하고 있던 그는 자신에게 영상 편집에 관한 것만큼은 천재적인 재능이 있음을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그러던 그때, 우철은 기지개를 한 번 켜고는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더 영상 돌아보고 오랜만에 레온 형한테 연락해 봐야겠다. 같이 사냥이나 가자고 해 봐야지!”

바로 판테라에 접속할까 하다가, 일단 배린 눈을 정화하고 싶어 괜찮은 영상을 한 번만 찾아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미튜브를 비롯해 판트라넷까지 띄워 놓은 그는 새롭게 추가된 영상들을 빠르게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편집이 끝난 영상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이것도 직업병일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것을 찾는 작업이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렇게 탐방을 하고 있던 그의 눈을 사로잡는 영상 하나를 찾아내었다.

그가 영상의 제목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이게 왜 이리 조회 수가 높지?”

영상의 제목과 함께 적혀 있는 내용은 이러했다.

-그리핀도르 요새 점령전, 3차전(네크로폴리스 시점) 하이라이트.

날짜 : 8시간 전.

조회 수 : 65,421회

-참전해서 직접 찍었습니다.

-끝까지 보시고, 이분이 마지막에 받는 국가 공헌도까지 확인해 보세요.

-……미리 말하는데 장난 아닙니다.

이제 우철도 짬밥이 꽤나 쌓였기에, 영상이 찍힌 전장과 제목을 보면 대충 어느 정도 사이즈가 나올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데 이 영상은 이렇게까지 높게 조회 수가 찍힐 전장이 결코 아니었다.

‘그리핀도르 요새 점령전은 100레벨 이하의 유저들만 참가할 수 있는 콘텐츠라, 이게 이렇게까지 조회 수가 많이 찍힐 이유가 없는데?’

180레벨의 유저가 이미 둘이나 나온 시점에 100레벨 이하는 이제 중수 정도의 위치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런 경우 가능성은 하나였다.

‘뭔가 있는 건가?’

우철이 두 눈을 반짝이며 제목을 클릭했다.

누르는 순간 영상이 전체 화면 모드가 되며, 확대되었다.

그러면서 제대로 영상의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우철은 황당해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 사람, 적군에 포로로 붙잡혀 있으면서 영상을 찍은 거야?’

영상의 첫 시작이 그리핀 왕국의 병력들에게 포로로 끌려와 붙잡혀 있는 시점에서 시작이 되었던 것이었다.

화면 속에서는 아직도 무슨 게임이 유저를 실제로 이렇게 포승줄에 묶어서 이동시키느냐는 촬영자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었다.

제목에는 전투의 하이라이트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런 내용이라니.

‘……낚시였나?’

촬영자의 의도가 운영자에게 포로로 붙잡혀 있을 때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요청 같아, 우철은 내용은 전혀 다른 데 제목으로 어그로를 끄는 낚시 영상인가 하는 의심을 했다.

그렇게 우철이 흥미를 잃고 영상을 끄려던 찰나.

콰아!

‘뭐, 뭐야!’

갑자기 화면이 어지럽게 흔들리더니, 무언가가 터져 나가는 듯한 시끄러운 효과음이 연신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남자가 있던 곳에 갑자기 뿌연 연기가 차오르기 시작해 화면이 보이지를 않았다.

그에 우철은 의아할 따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으로 임무에서 포로로 잡은 적군들을 모아놓는 곳은 그 진영의 한가운데에 위치했다.

한데 그런 곳에서 이런 커다란 폭음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그리핀 왕국 진영이 수세에 몰렸다고?’

전선이 완전히 꿰뚫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파바밧!

타닷!

그러던 그때, 갑자기 회색빛 화면 속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괴물체가 불쑥 들어왔다.

그러곤 뿌옇게 가려진 화면 속에서 연신 그리핀 진영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순간 우철은 직감했다.

이들이야말로 이 영상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말이다.

네발 달린 짐승의 형상을 하고 있는 괴물체가 앞발을 휘두르자, 바람의 칼날 같은 것이 쏟아지며 점점 연기가 걷히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그들의 실루엣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데 그 순간.

‘뭐, 뭐야!’

우철은 화들짝 놀란 나머지 앉아 있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곤 한껏 동공을 확장시킨 채, 화면을 향해 소리쳤다.

“혀,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라고 말이다.

그랬다. 연기가 걷히자 등장한 것은.

거대한 맹견 형상을 한 스켈레톤과 그 등 뒤에 올라타고 있는 레온이었던 것이었다.

한데 놀랄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저 사람들은 또 뭐야?’

레온의 등 뒤로 갑자기 생전 보지 못한 해골 형태의 전신 갑옷을 입고 있는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그들을 향해 손짓하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리핀 진영의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구십여 명의 대원들이 달려드는 어지러운 전장 속에서 레온 또한 빛줄기를 내뿜으며 전신 갑옷을 장착했다.

‘역시 우리 형!’

전대물의 한 장면 같은 그 모습을 보며 우철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한데 그것도 잠시, 곧이어 이 영상의 제작자에게 발끈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는 잔뜩 흥분해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형의 활약상을 이 정도로밖에 못 담다니. 이 사람 미친 거 아냐?’

당장 철야 작업을 해서라도, 이 영상을 완벽하게 손질해 미튜브 상위 랭킹에 진입시키고 싶었다.

곧장 우철은 영상을 올린 사람의 아이디를 클릭해 메일을 열고는 이 영상의 저작권을 사고 싶다고 메시지를 적었다.

얼마를 제시하건 상관없었다.

그동안 무명으로써 벌어들인 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으니까 말이었다.

한데 메시지를 보낸 그 순간.

문득 남자가 적어 놓았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끝까지 보시고, 이분이 마지막에 받는 국가 공헌도까지 확인해 보세요.

-미리 말하는데 정말 장난 아닙니다.

‘대체 얼마나 많이 받기에…….’

그러자 호기심이 솟구쳤다.

그가 본 것만 적진의 한가운데서 백여 명이 넘는 유저를 학살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순간 화면이 레온의 활약으로 네크로폴리스의 진영의 승리로 끝이 난 후, 회군하는 시점으로 전환되었다.

그때 영상을 찍은 유저가 하늘을 바라보자, 카메라도 허공에 떠올라 있는 국가 공헌도 랭킹이 적혀 있는 메시지 창을 담았다.

“마 ,말도 안 돼……!”

우철은 거기에 적혀 있는 레온의 말도 안 되는 수치의 국가 공헌도에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쩍 하고 벌리고 말았다.

[국가 공헌도 랭킹]

1. 백인장 레온, 102,300점

2. 십인장 리들러, 19,100점

3. 십인장 차우, 14,300점

4. …….

……(중략)……

‘10만이 넘었다고……?’

레온은 무려 한 번의 전투로 10만 2천의 공헌도를 획득해 있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