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
그리고 되돌아와 2차전 전장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현재.
-백인대원, 엡톰이 적군을 처치하였습니다.
-국가 공헌도를 획득하였습니다.
-백인대원, 쇼우가 적군을 처치하였습니다.
-국가 공헌도를 획득하였습니다.
-……(중략)……
시간이 꽤나 흘러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레온의 눈앞에 떠오르는 승전보는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에 레온은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자신의 입꼬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속으로 생각했다.
‘후후, 장착형 스켈레톤 이거 진짜 대박이야. 이 전투가 끝나고 나면 아주 그냥 불티나게 팔리겠어!’
그가 그렇게 대박을 예견하는 것은 허황된 생각이 아니었다.
분명 장착형 스켈레톤은 사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적군 NPC들의 레벨은 평균 70이었고, 백인대원들의 평균 레벨은 50이었다.
한데 슈트를 입은 후 백인대원들은 그런 적군들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되었다.
모두 장착 후, 그들의 스텟이 폭발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제한이 있기는 하나, 장착하고 있는 동안 스텟치가 이렇게나 오르는 물건을 사지 않고 배길 유저가 있을까?
게다가 그뿐이 아니었다.
‘후후, 장착형 스켈레톤은 직업 제한까지 없다고!’
사자표 스켈레톤은 분명 장안의 화제였지만, 오로지 네크로맨서만 사용할 수 있는 소환수였기에 수요의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장착형 스켈레톤은 직업이 네크로맨서가 아니어도 소유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은 엄청난 차이를 몰고 올 것이 분명했다.
‘으헤헤, 일확천금이 좋더라~.’
레온이 머릿속으로 돈다발로 부채질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과연 그의 생각대로 술술 풀릴지는 아직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무튼 곧이어 정신을 차린 레온은 왼쪽 상단의 아이콘을 살폈다.
남아 있는 변신 지속 시간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01:30:00]
분명 ‘03:00:00’이라 적혀 있던 모래시계는 절반의 시간만이 남아 있었다.
그 말인즉 어느새 전투를 시작하고 1시간 반이나 흘러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레온의 표정에 살짝 긴장감이 내비쳤다.
‘……벌써 반이 지났군.’
그가 그렇게 걱정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였다. 이제 저 시간이 흐르고 나면 모든 대원들의 스켈레톤 슈트가 자동으로 해제가 될 테니까.
순간 레온이 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흠, 저번 전장이 4시간 정도가 걸렸으니까. 1시간 정도를 앞당겨야 한다는 거군.’
그리고 전장의 종료 시간을 앞당기는 방법은 하나뿐이리라.
그건 바로 전투에 더욱 박차를 가해 적들을 완전히 섬멸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때 레온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살폈다.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고, 함성 소리와 비명 소리가 함께 뒤섞이고 있었고.
그 속에서 아군 병사들과 적군 병사들이 치열하게 전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장의 분위기는 1차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우오오! 그리핀 놈들을 쓸어버리자!”
“스컬 라이더들이 우리에게 있다!”
“호우호우!”
“변신이라고 외친 순간, 역사는 만들어진다!”
스켈레톤의 형상 때문일까, 레온의 백인대는 어느새 사람들에게 스컬 라이더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아무튼 90인의 라이더들은 전황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었다.
적들을 전부 다 쓸어버리라는 레온의 명령을 받기도 했거니와, 그동안 받았던 설움을 풀 기회를 얻은 그들이 전장의 곳곳을 종횡무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데 레온이 현재 그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장소를 바라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쩝, 근데 왜 또 저리 멀리 가 있대.”
많이도 들떴는지 상당히 깊숙한 진영까지 파고들어 있었던 것이었다.
마루를 비롯한 레온의 다른 소환수들과도 꽤나 떨어져 있었다.
‘뭔가 불안하다. 얼른 마루들을 챙겨서 가 봐야겠어.’
파바밧.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레온이 원래 있던 곳을 벗어나 대원들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레온이 자신들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촤아악!
“크헉!”
백인대원들은 치열하게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한 대원의 손에 또 한 명의 적군이 쓰러지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수수깡을 꺾듯 자신들을 간단히 박살 내고 있자, 그리핀 왕국 진영의 유저들은 울분을 쏟아 냈다.
“아니, 뭔 놈의 부하들이 왜 이리 잘 싸우는 거야.”
“100레벨 이하 맞아? 버그 때문에 고레벨이 들어온 거 아냐?”
“맞네, 맞아! 버그다, 버그!”
이 임무의 레벨 제한은 100레벨 이하였다.
레벨 제한이란 고레벨 유저가 자신보다 낮은 레벨의 유저들을 학살하고 국가 공헌도를 휩쓸지 못하도록 미리 만들어진 수칙이었다.
그리고 이런 경우 유저뿐만 아니라 NPC들도 그 임무의 레벨 제한 이하만 전장에 투입되어 있었다.
한데 그리핀 진영의 사람들은 레온의 백인대들을 100레벨 이상일 것이라 단정 지으며 버그가 발생했다고 우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는 걸 자신들도 알 테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만큼 백인대의 강함은 상식 밖이었던 탓이었다.
그건 당연하게도 장착형 스켈레톤의 힘이겠지만, 사실은 또 다른 원인도 존재하고 있었다.
전투에 임하는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바라보니, 모두 전신에서 은은한 오오라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테라에서 이런 이펙트가 발생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버프 스킬이 적용되고 있을 때였다.
그랬다. 그들의 강함에는 슈트의 재료가 된 소환수에게서 선택한 스킬의 효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스킬의 이름은 바로 ‘광신도의 결의’였다.
[광신도의 결의]
지정한 파티원의 체력이 95% 이상을 유지할 시, 힘 스텟 10포인트 증가.
-같은 스킬을 사용하는 파티원 한 사람당 추가로 10%가 증가된 추가 스텟 포인트 적용.
광신도의 결의는 무척이나 독특한 스킬이었다.
파티원 중 한 명을 지정하고, 그의 체력이 95%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은 힘 스텟이 10포인트 상승하는 효과였다.
누군가 듣는다면 고개를 갸웃할 것이었다.
10포인트라면 그렇게 많이 상승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설명에 붙어 있는 한 가지 추가 조항이 지금 부대원들에게 엄청난 위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건 바로 같은 스킬을 사용하는 파티원 한 사람당 10%가 증가된 스텟 포인트가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동일한 스킬을 사용하는 파티원이 있을 때마다, 힘 스텟이 추가로 1이 오른다는 것이었다.
한데 레온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판테라의 시스템이 한 부대에 소속되어 있는 것도 한 종류의 ‘파티’라고 인식을 한 것이었다.
평교도 스켈레톤의 스킬은 하나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흔 명의 부대원들은 전부 광신도의 결의를 선택했고, 전장에 돌입한 순간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레온의 명령으로 그들은 모두 95%의 체력을 유지해야 할 파티원으로 레온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껏 지정 대상은 한 번도 95% 체력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 말인즉 그들 아흔 명은 본래의 스킬 효과인 힘 스텟 10에, 한 명당 1씩 증가한 힘 스텟 90의 합인 100의 힘 스텟을 추가로 받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들이 간간이 있는 90레벨의 적군들까지도 비등비등하게 상대를 하고 있는 건 이런 비밀이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만능은 아니었다.
“이 자식들 체력 많이 빠졌다!”
“오오! 진짜네! 힘들어하는 놈들도 제법 보인다!”
아까 레온이 불안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 되어 있었다.
얼굴이 가려져 있었지만, 지금 마스크 속 대원들의 표정은 낭패라며 잔뜩 구겨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순간 상대 적군들의 비아냥거림이 들려왔다.
“니들이 그렇게 싸움을 잘해?”
“잘해도 뭐 하냐!”
“함정 박으면 꼼짝 못 하는걸!”
대원들은 너무 깊숙하게 들어간 나머지, 미리 적군들이 준비해 놓은 진형에 둘러싸여 있었다.
퇴로를 차단한 후, 인해전술로 압박해 오자 부대원들의 HP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후욱.
후욱.
그들도 힘들기는 힘든 듯, 마스크 바깥으로 연신 거친 입김이 새어 나왔다.
적군 병사들이 그 모습을 보며 음험한 미소를 짓던 그때.
파바밧!
타아앗!
갑자기 전장의 중심으로 검은 형상의 거대한 무언가가 지면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는 덩치가 엄청나게 컸다.
쿠웅!
“크억!”
“억!”
곧 그것이 착지하자 마치 작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거대한 소리가 터지며 땅이 뒤흔들렸다.
적군들은 어안이 벙벙하다가, 이내 불청객의 정체를 파악했다.
“뭐, 뭐야. 이 거대한 건.”
“스켈레톤?”
“아니, 뭐 저런 개 같은(?) 스켈레톤이 있어?”
유저들이 당황해, 하던 전투도 미루고 한 발짝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한데 그때.
-바보 인간들! 왜 들어가낭!
그 거대한 개 형상의 스켈레톤이 부대원들을 혼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간 사람들이 자신들의 입을 쩍 벌렸다.
그들은 똑같이 표정으로 ‘스켈레톤이 말을 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랬다. 그 대형견 스켈레톤의 정체는 바로 스킬 ‘거대화’를 사용한 마루였던 것이다.
[거대화]
순간적으로 마몬의 힘을 사용해 몸을 거대화합니다.
-전체 스텟이 15% 상승합니다.
-전체 스킬의 위력이 20% 증대됩니다.
-변신 시간은 20분간 유지됩니다.
(변신 시간은 스킬 레벨에 따라 상승합니다.)
한데 그때, 거대화된 마루의 등에서 한 사람이 하체를 부여잡고 비틀비틀 내려왔다.
당연하게도 그는 레온이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다가 주먹을 움켜쥐고, 마루에게 소리쳤다.
“아이고, 궁둥이야. 야! 왜 갑자기 점프를 뛰고 난리야. 네 꼬리뼈가 얼마나 튀어 나와 있는지 알아! 항X 뚫리는 줄 알았네. 뒈지게 맞아 볼래?”
-헉! 미, 미안하당, 주인.
마루는 속으로 항X은 원래 뚫려 있지 않나 생각했지만, 잔뜩 흥분해 있는 주인 앞에서 그 말을 이야기할 깡은 없었기에 연신 사과만 했다.
그러다가 문득 레온은 앞에 자신의 부대원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뒤늦게나마 무게를 잡으며 말했다.
“험험, 내가 도와주러 왔으니 이제 걱정하지 마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적군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저들끼리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놈이 대장인 것 같은데.”
“끄응, 이거 어떡하지…….”
“쫄지 말자고. 저 새끼 하나 추가됐다고. 혼자 뭘 할 수 있겠어.”
“그래, 외형이 조금 다른 것 말고는 별거 없잖아. 분명히 저자도 지쳤을 거야!”
그들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자니, 레온은 살짝 섭섭해지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어허, 외형이 조금 다른 것 말고는 별 거 없다니. 말을 막 하는구먼, 저 친구들.’
그러곤 이내 눈을 빛내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어 생각했다.
‘안 되겠어. 한번 보여 줘야겠군!’
라고 말이었다.
그의 슈트만 외형이 다른 이유.
그건 바로 레온이 입고 있는 장착형 스켈레톤의 재료로 사용한 스켈레톤의 종류가 부대원들과 같이 평교도 스켈레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의 장착형 스켈레톤의 재료가 된 것은.
“광신의 축복!”
전도사 좀비로 만든, 전도사 스켈레톤.
즉 힐러 스켈레톤이었다.
순간 레온이 스킬을 사용하자, 레온의 양손에서 어두운 광채가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우웅!
샤아아!
이펙트와 함께 광신의 축복의 효과가 발휘되기 시작하자, 적군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갔다.
그럴 만도 했다.
레온의 스킬에 아흔 명의 대원들이 전체가 체력 회복을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광역 힐링 스킬이라고?”
“이런 미친!”
“끄아, 정말이야! 체력이 다시 차고 있어!”
적군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로 절규를 토해 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말처럼 레온이 사용한 스킬은 정말로 광역 힐링 스킬이었다.
[광신의 축복]
파티원 전원의 체력을 5초에 걸쳐 5,000을 회복시킵니다.
-광신의 축복은 오로지 ‘언데드’에게만 효력을 발휘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분.
사람들의 절망에 찬 표정을 바라보며, 레온이 마스크 안으로 헤벌쭉 웃어 보이고 있었다.
역시나 적의 고통은 자신의 행복이었다.
순간 레온이 감개무량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하아, 여태껏 얼마나 쓰고 싶었는지. 첫 번째 전장에서는 쓰고 싶어도 못 쓰고.’
그가 힐러 스켈레톤을 얻었음에도 사용하지 못한 것은 스킬에 붙어 있는 한 가지 조항 때문이었다.
-광신의 축복은 오로지 ‘언데드’에게만 효력을 발휘합니다.
그건 바로 스킬의 조항인 언데드에게만 스킬의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전의 전장에서는 NPC들이 효과를 받지 못하니, 막대한 마력만 소모된다 판단하고 사용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한데 이제 그 짜증 나는 조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바로 NPC에게 스켈레톤 슈트를 착용시킴으로써 말이었다.
-스켈레톤 슈트를 장착하는 순간 착용자는 ‘언데드’로 취급된다.
착용하는 즉시 착용자의 취급이 언데드가 되기에, 광신의 축복 스킬이 백인대 전원에게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대원들의 체력이 다시금 차오른 순간.
“자, 다시 시작해 볼까?”
레온이 악마의 미소를 머금으며 적들에게 절망을 선사하는 한마디를 건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