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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84화 (84/332)

# 84

그리고 다음 순간, 극적인 순간의 연출을 위해, 잠시간 멈추었던 레온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방법을 찾아냈다.”

모두의 시선과 레온의 눈이 교차했다.

레온의 눈에 비친 그들의 눈동자에는 모두 이렇게 적혀 있는 듯 했다.

‘방법을 찾아내셨다고요?’

‘우리가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말입니까?’

확실히 증명을 해 주어야 할 타이밍이었다.

레온은 대원들을 슥 한 번 훑어 내린 뒤, 이어 말했다.

“쇼우와 엡톰은 앞으로 나와 보게.”

레온의 호명에 쇼우와 엡톰이 비장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레이즈 스켈레톤, 스켈레톤 슈트 1, 2.”

슈웅!

우웅!

그러자 레온은 미리 스켈레톤 슈트로 이름을 바꾸어 놓은 장착형 스켈레톤 두 마리를 눈앞에 소환했다.

두 사람은 갑자기 레온이 소환수를 소환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레온은 아무런 설명없이 바로 행동으로 들어갔다.

“소유권 이전. 쇼우, 엡톰.”

소환수의 소유권을 그들에게 이전시킨 것이었다.

처척.

척.

스켈레톤들은 시스템 적으로 자신들의 주인이 두 사람으로 바뀌자, 스켈레톤들은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갔다.

엡톰과 쇼우 또한 소환수의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이전됐음을 자연스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그 사실에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다.

‘어라? 어떻게 우리가 네크로맨서도 아닌데 소환수를 얻은 거지?’

그건 바로 그들이 네크로맨서가 아닌데도, 언데드 소환수인 스켈레톤을 정상적으로 넘겨받았기 때문이었다.

네크로맨서가 아닌 이상 언데드 소환수를 다룰 수 없다는 건 이 세계에서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얼떨결에 소환수를 얻은 그들은 그저 레온을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순간 레온이 그들을 향해 무덤덤하게 한마디 말을 건넸다.

그건 바로.

“장착해 보게.”

라는 것이었다.

‘……?’

두 사람은 도대체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도대체 스켈레톤을 어떻게 장착하라는 건지 싶을 테니까.

하지만 미동도 없는 레온의 태도에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스윽.

그러다가 이내 서로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하고는 자신들의 대장을 믿어 보자 생각하며, 동시에 입을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장착.”

슈웅!

우웅!

그렇게 그들의 말이 끝나자마자 일전에 레온이 착용했을 때처럼, 공명음이 들려옴과 동시에.

처척!

처처척!

그들의 옆에 서 있던 두 스켈레톤들이 산산이 분해되더니, 순식간에 두 사람의 전신에 날아들어 달라붙었다.

“……!”

이 전혀 상상치 못한 놀라운 상황에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백인대원들까지 모두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쩍 하고 벌렸다.

비명을 내지르지도 못했다.

“……이건 대체?”

“대, 대장님?”

이윽고 전신에 스켈레톤을 휘감고 있는 그들은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피며 그저 놀라움에 연신 감탄만 하고 있었다.

악마의 현신 같은 모습으로 변한 것은 NPC에게 분명히 충격일 테지만, 엡톰과 쇼우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는 거대한 기운 탓에 그들은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오히려 호기심이 앞서고 있었다.

그들은 일순간 레온이 발견해 냈다는 자신들을 구하기 위한 방법이 이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윽.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못 하는 그들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건 바로 레온은 보급 지원대에서 미리 받아 온 마법 수정구였다.

NPC들은 스텟 창을 볼 수 없기에, 미리 준비한 물건이었다.

일전에 암살자 길드에서 사용했던 것이 기억나서 물어보았던 것인데, 마침 구비가 되어 있었다.

아무튼 두 사람은 자연스레 레온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각자 파르르 떨리는 손을 수정구에 올려놓았다.

스르릉.

잠시 후, 수정구가 은은한 빛을 발했고 수정구 안쪽에 숫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선명해진 그 내용을 확인한 그들은.

“허억!”

“마, 말도 안 돼!”

합이라도 맞추어 놓은 것처럼 경악한 반응을 나타내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왜냐하면.

쇼우 / LV. 54 / 검사

힘 40(+84)

민첩 40(+60)

지혜 20(+10)

체력35(+69)

방어력 25

체력2,400(+2,910)

마력200(+105)

보유 스킬

1. 광신도의 결의

엡톰 / LV. 55 / 도끼 전사

힘 40(+84)

민첩 40(+60)

지혜 20(+10)

체력35(+69)

방어력 25

체력2,400(+2,910)

마력200(+105)

보유 스킬

1. 광신도의 결의

수정구에 적혀 있는 자신들의 스텟 수치가 말도 안 되는 수준까지 상승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후, 놀랄 만도 하겠지.’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레온은 머릿속으로 이 장착형 스켈레톤에 알아낸 정보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총 네 가지였다.

-첫 번째, 착용자에게 재료가 된 스켈레톤의 1레벨 스텟의 30%만큼이 추가된다.

처음 창조의 재료로 사용한 스켈레톤을 전투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레온은 꽤나 뼈아픈 패널티라고 생각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롤플레잉 게임에서 소환수를 전투에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건 목적성의 90% 이상이 상실되는 것이니까 말이었다.

한데 소환수가 지닌 스텟의 30%가 착용자에게 적용된다는 설명을 읽는 순간, 일말의 안타까움마저 모두 사라졌다.

이건 너무나 사기적인 능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쩝, 소환수의 레벨을 올려서 스펙을 업그레이드한 다음에 해도 1레벨의 스펙이 적용된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것까지 해 달라고 찡찡거린다면 양아치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었기에, 레온은 이 정도에 만족하였다.

-두 번째, 소환수의 스킬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착용자가 그 스킬을 시전 가능하다.

완성된 장착형 스켈레톤의 상태 창의 말미에는.

‘장착 시, 사용할 스킬이 미선택된 상태입니다.’

라는 사항이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의미를 몰라 머리를 갸웃했지만,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소환수의 스킬 중 한 가지를 착용자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다만 한 번 선택한 것은 되돌릴 수 없는 모양이었다.

잘 생각한 후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았다.

다만 평교도 스켈레톤의 경우 스킬이 ‘광신도의 결의’ 단 하나였기에 선정에 어려움은 없었다.

-세 번째, 스켈레톤 슈트의 장착 유지 시간은 3시간이며, 재사용 대기시간은 12시간이다.

장착을 하면, 바로 왼쪽 상단에 자그마한 아이콘으로 생겨났다.

모래시계 모양의 그것은 가운데 부분에 타이머가 적혀 있었다.

처음 ‘03:00:00’이라 쓰여 있던 그것은 점차 줄어들어 갔다.

장착했다가 벗으면 시간은 멈추며, 다시 장착하면 깎여 있는 시간이 그대로 떠올랐다.

3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시간을 잘 재지 않고 무턱대고 사용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3시간을 모두 소모하면, 재사용하기 위해 1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상당히 오래 걸리지만, 효과가 워낙 뛰어났기에 그럴 만한 반동이라고 생각했다.

-네 번째, 스켈레톤 슈트를 장착하는 순간 착용자는 ‘언데드’로 취급된다.

그리고 마지막의 슈트를 입고 있는 동안은 착용자가 언데드로 취급된다는 것은.

빛 속성 마법에 더 큰 대미지를 입는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신경 쓸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이 정보를 알아차리자마자, 쾌재를 불렀다.

왜냐하면 백인대원들이 언데드들이 아니었기에,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아쉬웠던 소환수의 스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러던 그때.

“왜?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야.”

“같이 좀 보자고.”

결국 궁금증을 못 참고 자신들도 수정구에 떠오른 내용을 보겠다며 대원들이 앞으로 몰려 나왔다.

전열이 무너져 내렸다.

쇼우와 엡톰은 넋이 나갔는지, 그런 그들을 말릴 힘도 없어 보였다.

우르르 몰려와 결국 내용을 확인한 대원들은 격한 반응을 만들었다.

“흐엑! 이, 이 수정구에 적힌 게 정말 자네들의 수치라고?”

“……말도 안 돼!”

레온은 그 소요를 잠시간 바라보다가,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을 건넸다.

“잘했네. 다만 다음부터는 꼭 장착이라는 말 다음에 ‘스켈레톤 슈트’라는 단어를 붙이도록. 그게 포인트니까.”

레온의 황당한 요구에도 대원들은 다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레온과 시선을 맞추고 있는 나머지 대원들의 눈빛에서 ‘나, 나도 갖고 싶어요.’라는 노골적인 욕구가 마구 표출되고 있었다.

“그런 눈으로 안 봐도 된다. 자네들 것도 모두 준비해 놓았으니까.”

그들의 얼굴에 일순간 화색이 감돌았다.

어느 누구도 에이, 저는 괜찮습니다하고 사양하는 이가 없었다.

현실 속에서는 삼세번의 거절이 매너인데, 이곳은 판테라 속이라 그런지 그런 거 없었다. 옳다구나 하며 넙죽넙죽 잘만 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 모든 대원들이 자신의 옆에 장착용 스켈레톤 한 마리씩을 세워 놓고 있었다.

곧 시작될 전투에 대해 두려움과 초조함만이 가득하던 그들의 눈에 레온에 대한 존경심과 얼른 새롭게 얻은 힘을 사용해 보고 싶다는 호기가 보이고 있었다.

‘이제 대충 된 것 같군. 출정해 볼까.’

레온이 그 모습을 보며 이제 슬슬 부대를 이끌고 이동할까 생각하던 그때.

털썩.

털썩.

‘으, 응?’

갑자기 쇼우와 엡톰이 레온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동시에 커다랗게 소리쳤다.

“신 엡톰, 대장님을 영원히 따르겠습니다!”

“신 쇼우, 대장님을 평생토록 따르겠습니다!”

그런 그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띠링.

띠링.

-부하 엡톰이 가신이 되기를 원합니다.

-가신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

-부하 쇼우가 가신이 되기를 원합니다.

-가신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한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털썩.

털썩.

“저도 대장님을 따르고 싶습니다!”

“저도 받아 주십시오!”

나머지 여든여덟 명의 인원들도 뒤따른 것이었다.

띠링.

띠링.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레온이 머뭇거리자,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 그들은 레온에게 재차 자신들을 가신으로 받아 달라 촉구하기 시작했다.

“저희에게 이런 막대한 가치를 지닌 물건을 그저 저희를 살리겠다는 일념하에 아무것도 받지 않고 그냥 내어준 레온 님께 감복했습니다.”

“이런 사지로 내몬 네크로폴리스를 위해 죽느니, 레온 님을 지키다가 죽고 싶습니다.”

“평생을 레온 님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꽤나 감동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원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느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대원들을 가신으로 받아들이겠느냐는 메시지와 무릎을 꿇고 있는 백인대원들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는 레온의 표정은 미묘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그들이 가신이 되는 것이야 두 손을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다만 그는 그 와중에 그들이 내뱉은 말에 당황한 것이었다.

이 순간 레온의 속마음은 이러했다.

‘아니, 이놈들이 아무것도 안 받고 주긴 누가 줘? 난 당연히 빌려주는 거였다고!’

……그랬다.

그는 공짜로 장착형 스켈레톤을 주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깨끗이 쓰게 한 후, 그대로 회수해서 홈쇼핑에서 팔아넘기려 했건만.

이렇게 된 마당에 도로 돌려받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듯싶었다.

순간 그는 끄응, 하고 신음성이 흘러나올 뻔했지만 없어 보일까 꾹 참았다.

그리고 속으로 억울해하며 생각했다.

‘크흑, 젠장, NPC들에게 졸지에 후려치기를 당하다니.’

그 후 레온은 자그마한 씁쓸함을 가슴에 품은 채, 부대원들을 모두 자신의 가신으로 받아들였고.

이내 대인배인 척 코스프레하며 그대로 2차 전장으로 향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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