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
순간 레온이 다시 한 번 창조 스킬의 상세 설명을 읽어 내려갔다.
[창조 LV. 2]
장비를 창조합니다.
-스켈레톤과 아이템을 재료로 ‘장착형 스켈레톤’을 창조합니다.
놀라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장착형 스켈레톤.
그 어디에서도 들어 본 적 없는 콘텐츠였다.
레온이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처음에 창조 스킬의 부가 효과가 개방되고 나서 깜짝 놀랐지. 장착형 스켈레톤이라니,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했으니까.’
그러나 사실 그가 창조 스킬의 부가 효과를 개방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입대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포트빌의 대장간에서 잔뜩 벼르고 있던 랄프에게 붙들렸고.
창조 스킬을 마저 배우지 않으면 절대 보내지 않겠다는 그의 엄포에 식은땀을 흘려 가며 배웠던 것이었다.
‘어휴, 진짜 그 아저씨도 독하다니까…….’
하마터면 입대 시간에 늦을 뻔했던 아찔한 일을 떠올리며, 레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튼 그렇게 창조 스킬의 숨겨진 효과를 개방한 레온은 설명을 보자마자 물개박수를 쳤다.
그도 그럴 것이.
‘크으! 남자의 로망이잖아! 아머 슈트는!’
그도 남자였기에 사용자와 합체하는 아머 슈트에 대한 로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제작하기 전까지는 장착형 스켈레톤이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 짐작할 수 없기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었지만, 이미 레온은 넘쳐흐르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거칠게 박동하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속으로 생각했다.
‘입대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창조 스킬의 효과를 개방하고도 사용을 못하고 들어왔는데, 후후, 이렇게 진영 안에 대장간이 있을 줄이야!’
그가 대장간의 존재 여부를 듣고서 기뻐한 것은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띠링.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장착형 스켈레톤’의 창조를 시작합니다.
-창조에 사용할 ‘갑옷 방어구’를 지정해 주십시오.
-창조에 사용할 ‘스켈레톤’을 지정해 주십시오.
메시지에는 창조가 적용될 방어구와 스켈레톤을 하나씩 지정해 달라고 적혀 있었다.
순간 레온은 아직까지도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는 망치를 쥐고 있는 두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좋아, 이제 시작이다.’
이어 그가 허공에 떠올라 있는 두 개의 시스템 창에 각각 모루 위에 놓인 갑옷과 소환되어 있는 평교도 스켈레톤을 지정했다.
그러자 경고 문구가 떠올랐다.
-완성된 장착형 스켈레톤은 장비로 취급됩니다.
-지정된 스켈레톤은 이후 전투 능력을 상실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Y) or (N)
레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재료로 지정한 스켈레톤은 이후 전투 능력을 상실한다는 메시지의 내용이 쉽게 볼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레온은 일단 평교도 스켈레톤 같은 경우는 팔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지, 자신이 전투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Y탭을 꾹 눌렀다.
그러자.
‘오오!’
촤르르.
평교도 스켈레톤이 갑자기 와르르 무너져 내리더니, 이내 허공에서 그 파편들이 이합집산하기 시작했다.
촤아아.
솨아아.
그리고 그러다가 마침내 조그마한 뼈의 구로 변화하더니, 곧이어 모루 위에 놓인 방어구로 날아들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 신비한 모습에 레온은 환호를 토해 냈다.
이윽고 마침내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성공적인 재창조를 위해서는 마력이 담긴 단조 작업이 필요합니다.
-단조 작업을 시작해 주십시오.
‘읏! 역시 이렇게 쉽게 끝나는 건 아니군!’
모루 위에 놓인 방어구는 딱 보아도 불안정한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방어구의 형태와 스켈레톤의 형태의 중간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상태를 완전한 형태로 만들어 놓기 위해 필요한 것이 지금 레온의 망치질인 모양이었다.
서둘러 레온은 망치를 높이 들며 단조 작업을 시작했다.
깡!
까깡!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급작스러운 전개였지만, 어떤 거리낌도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망치질이라면 도가 튼 레온이었다.
-단조가 성공하였습니다.
-창조 과정에서 손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성공적인 진행을 알리는 메시지들이 눈앞에 연이어 떠올라갔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가.
파아아앗!
‘읏!’
마침내 레온은 모루 위에서 눈이 시릴 만큼 밝은 빛을 토해 내는, 작업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창조가 완료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평교도 스켈레톤(장착형)’이 완성되었습니다.
빛줄기가 걷히고 나자, 레온은 흠칫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우야, 갑자기 그렇게 요염하게 앉아 있으면 어떡하니.’
갑작스레 모루 위에 스켈레톤이 떡하니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한눈에 보아도 본래의 모습과 굉장히 달라져 있었다.
이전에는 평범한 백골의 형태였다면, 지금은 마치 곤충의 외골격처럼 묘한 광택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뿐 아니라 텅 빈 동공에서 빛나는 불빛이 섬뜩한 붉은색으로 변화하여 있었다.
꽤나 큰 변신이었지만, 레온에게 화려한 외형은 중요치 않았다.
‘그럼 이제 확인해 볼까!’
그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능력뿐이었다.
“소환수 정보.”
이어 레온이 장착형 스켈레톤으로 거듭난 평교도 스켈레톤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평교도 스켈레톤(장착) +4(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레벨 1 / 한계 레벨 100
분류 : 언데드 / 방어구
등급 : 희귀
힘 280 민첩 200
지혜 34 체력 230
방어력 25
생명력 9,700 마력 350
보유 스킬
1. 광신도의 결의
……(중략)……
-장착 시, 사용할 스킬이 미선택된 상태입니다.
-전투 용도로 사용이 불가능한 소환수입니다.
‘어라?’
레온이 순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보를 살펴보는데, 재창조하기 이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었던 탓이었다.
보유 스텟은 아무런 변화도 없이 완전히 똑같았다.
결국 찾아낸 변화분은 분류 항목에 언데드 말고 방어구란 속성이 추가된 것과 스텟 항목에 방어력이 추가된 것.
그리고 보유 스킬 항목의 아래에 장착 시 사용할 스킬이 미선택되어 있다는 문장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이대로는 차이를 못 찾겠군.’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장착, 평교도 스켈레톤.”
직접 입어 보는 것 말이다.
레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후드드!
슈욱!
‘오오!’
붉은 눈을 번뜩이던 평교도 스켈레톤이 순식간에 여러 파트로 분해되더니, 그대로 레온에게 날아들었다.
처처척!
처척!
그러곤 레온의 전신 각 부분에 알맞은 파트들이 장착되어 갔다.
레온은 놀랐지만, 그대로 몸을 맡겼다.
손, 발, 몸통, 마지막으로 얼굴까지, 파츠들이 그의 몸을 휘감을 때마다 왠지 모를 연결감이 들었다.
처처척!
마지막 파츠의 연결이 끝남과 동시에 레온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서서히 시야가 돌아왔다.
스켈레톤 파츠가 얼굴의 전면을 덮고 있었음에도, 평상시와 똑같은 시야가 들어오고 있었다.
후우, 후우.
호흡을 하는 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스윽.
‘……그럼 한번.’
그리고 다음으로 가볍게 몸을 움직여 보는데.
‘어라?’
이건 착용 전과 완전히 달랐다.
혈관을 타고 전신에 활력이 흐르는 느낌이랄까.
새로운 기운이 그의 몸에 스며들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건 마치.
‘인장의 힘을 받아들일 때랑 비슷한데?’
그가 인장을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설마?’
순간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린 레온이 다급히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스텟 창.”
띠링.
그러자 효과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 자신의 스텟 수치가 적혀 있는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그러나 급하게 확인을 마친 레온의 반응은 평상시와 전혀 달랐다.
커다래진 동공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미묘한 미소가 얼굴에 지어져 있었다.
그 상태로 한동안 멍하니 있던 그는.
‘……이럴 때가 아니군!’
이윽고 정신을 차린 후 빠르게 할 일을 계속해 나갔다.
그리고 그 일이란 바로.
“레이즈 스켈레톤, 평교도 스켈레톤2.”
슈웅.
남은 여든아홉 마리의 소환수를 가지고 다시금 장착형 스켈레톤을 창조하는 작업이었다.
그로부터 11시간 후.
2차전 전투 돌입 1시간 전.
레온의 명으로 아군 진영에 있는 인적이 드문 대기 공간에 있는 백인대원들의 모습에는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그런 와중에 그들끼리 나누는 대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휴, 결국 조금 있으면 또 전투가 시작되겠군요.”
“……그렇구먼.”
“……이번에도 살아 돌아올 수 있겠죠?”
“…….”
레온에게 충성심을 불태운 것과는 별개로, 실상 다음번 전투가 다가오자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감돌며 급격하게 어두워지려는 분위기를 다잡은 것은 역시나 엡톰과 쇼우였다.
“어허, 이 시점에 대장님이 가장 힘드실 걸세. 한데 아직 시작도 전에 우리가 이렇게 기가 죽어 있는 모습을 보여 드리면 안 되지 않겠나.”
“……맞아요, 안 그래도 대장님이 이제 곧 오실 테니 제대로 정비하고 있죠.”
그러자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러던 그때.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고 하던가.
“대장님, 오십니다!”
저 멀리서 정말로 레온이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아아. 대장님.’
‘크흑, 대장님.’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가, 그런 레온의 모습을 확인한 백인대원들이 격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었다.
‘우리를 얼마나 걱정하셨으면 저렇게 낯빛이 어두우실까.’
‘크흑, 안 봐도 훤하군. 우리 걱정에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신 거야.’
왜냐하면 한눈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레온의 눈 밑에 다크서클이 길게 내려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백인대원들의 마음은 눈치채지 못한 채, 레온이 도열한 백인대원들을 보며 말을 꺼냈다.
“다 모였는가.”
“넵!”
“넵!”
긴장한 마음을 숨기고 대원들이 우렁찬 대답을 했다.
“오늘은 기합이 좋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한데 그 순간 피곤함이 잔뜩 내려앉아 있던 레온이 갑자기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 두 번째 전투를 시작하기 전이지만, 그대들을 이런 곳까지 부른 이유는 하나다. 혹시 무엇 때문인지 알겠나?”
“…….”
갑작스러운 레온의 질문에 대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의도를 전혀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레온은 그런 그들의 침묵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이내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난 전투를 끝내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의 내용은 간단하다. ……바로 그대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순간 도열한 이들의 틈 속에서 아, 하는 짧은 감탄성이 들려왔다.
방금 그 말에 감동을 받은 것이리라.
레온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직전의 전투에서 포로로 끌려간 열 명의 이름이 자꾸만 머릿속을 아른거렸다. 다시는 그런 끔찍한 일이 없게끔 해야 했다.”
마치 집단 최면에라도 걸리는 것처럼 백인대원들은 레온의 말에 푹 빠져들어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레온의 속마음은 입 밖에 내뱉고 있는 번드르르한 말과는 전혀 달랐다.
‘후후, 역시 다들 다 넘어왔군.’
포로로 끌려간 열 명의 이름은 알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이런 대사를 치는 것은 다만 충성심이 100%를 찍은 대원들을 더욱 확실하게 자기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포석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