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81화 (81/332)

# 81

-5,000포인트.

정말 충격적인 점수가 아닐 수 없었다.

첫 전장을 치렀는데 플러스가 되기는커녕, 최초 상태인 0점보다도 이하로 떨어져 버린 것이었으니 말이었다.

게다가 5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공헌도 점수를 쌓아야 하는 레온의 입장에서는 정말 최악의 결과였다.

“하아.”

순간 레온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진정이 된 모양새였다.

멘탈을 잡자 생각한 그는 침착히 이렇게 된 원인을 되짚어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너무나 명확했기에, 결론을 내리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레온이 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역시 첫 번째는 열 명이라는 아군을 적에게 포로로 빼앗긴 것. 그럼으로써 한 사람당 –500포인트의 패널티를 적용받았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그럼에도 전장에서 적군을 단 한 명도 포로로 잡거나, 처치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사실 이런 결과가 벌어진 것은 레온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와 그의 소환수들은 자신의 100%를 뛰어넘으며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이 정도의 피해로 마무리를 지은 것이 레온의 실력을 말해 주는 것이리라.

그 넓고 위험한 전장에서 평균을 한참 밑도는 실력의 NPC 100명을 전부 커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어떠한 적도 처치하지 못한 것은, 레온이 전장에 나가 자신의 부대원들의 처참하기 그지없는 전투 실력을 실감하자, 한 명을 해치워 100포인트를 얻는 것보다 한 명을 못 지켜 500포인트를 잃는 것이 타격이 크다고 판단하고, 소환수들과 자신의 목표를 백인대원의 완전 보호로 설정하였기 때문에 실적을 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분명히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크윽, 그래도 너무 뼈아프다.’

-5,000이란 점수는 레온에게 두통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데 그때.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뭐, 뭐야!’

난데없이 그의 귓전에 효과음이 미친 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게 계속되는 효과음에 그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동시에 눈앞에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백인대원 쇼우의 충성심이 100%를 달성하였습니다.

-백인대원 엡톰의 충성심이 100%를 달성하였습니다.

-백인대원 …….

-……(중략)……

‘이건 대체?’

하지만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하고 나서도 레온은 황당할 따름이었다.

방금까지 자신은 아무런 행동도 한 것이 없는데, 갑자기 자신의 부대원들의 충성심이 최상 치까지 올랐기 때문이었다.

혹여 그들을 전장에서 구해 준 것 때문일까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그건 분명히 구해 줄 당시에 메시지로 떴었잖아.’

고개를 갸웃하던 레온은 이내 이 수수께끼 같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원들을 만나 보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레온이 순간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촤악.

그러곤 곧장 자신의 막사의 커튼을 젖히고 밖으로 나왔다.

“……으응?”

그런데 레온은 그러면서 드러난 바깥의 모습에 지금껏 보인 반응 중 가장 당황에 찬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크흑, 대장님!”

“대장님!”

그럴 만도 했다.

아흔 명의 남정네들이 자신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말이었다.

‘뭐, 뭐야? 얘네 왜 이래.’

전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백인대원들이 갑자기 자신을 부르짖으며 성큼성큼 자신에게 다가왔다.

그의 두 동공이 불안하기 짝이 없게 거침없이 흔들렸다.

그러나 부대원들은 그런 레온의 모습이 자신들에게는 강한 모습만 보여 주다가 이렇게 부하의 희생을 슬퍼하는 모습을 들킨 것을 민망해한다 생각하고는, 오히려 그 인간미 넘치는 모습에 더욱 깊은 감동을 받고 있었다.

와락!

와락!

“크헙!”

순간 쇼우와 엡톰이 레온을 와락 껴안았다.

그러곤 다시 한 번 충성을 맹세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발단이었다.

와락!

와락!

“저도요!”

“저도 질 수 없습니다!”

갑자기 아흔 명이 레온에게 달려들더니 레온을 껴안고는 울먹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 살려 줘.’

레온은 갑작스레 그들의 한가운데에 찐빵처럼 끼인 채, 얼굴빛이 파랗게 질려 가고 있었다.

잠시 후.

레온의 막사 앞은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다 큰 성인들이 눈물바다를 이루고 있자, 진지 내의 유저들의 관심이 쏟아진 것이었다.

“뭐야?”

“저 사람들 왜 울어?”

“뭔 일 있나?”

“설마 저번 전투에서 죽은 사람들 때문일까?”

“……맞네. NPC들은 죽으면 끝이잖아. 죽은 사람 때문에 우는 거네.”

“……헐, 어떡해. 너무 슬프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너무나 구슬피 우는 백인대원들의 감정이 전파되어 그들도 가슴이 먹먹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훌쩍이며 레온과 백인대원의 영상을 찍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의 눈물 샤워를 종결지은 것은 갑자기 등장한 한 명의 NPC에 의해서였다.

“크흠.”

갑자기 등장한 그가 연신 헛기침을 하며 백인대원들의 시선을 끌었다.

효과가 있어 아흔한 명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자, NPC가 그들에게 질문을 건넸다.

“저, 레온 백인장님과 그 휘하의 백인대원분들 맞으십니까?”

그러자 레온이 겨우 그들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나와 용건을 물었다.

“크흡, 네. 맞는데요. 한데 어쩐 일로?”

“네, 아 저는 각 부대의 보급지원을 맡고 있는 보급관입니다. 혹시 보급 요청하실 사안이 있으십니까?”

‘보급관?’

그 말을 듣고 레온이 NPC를 살피니, 정말로 오른 팔뚝에 보급이라고 적혀 있는 노란 완장을 차고 있었다.

곧이어 레온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뭐 크게 필요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보급이라고 받았었던 아이템이라고 해 봐야, 저급 힐링 포션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네! 그럼 바쁘신 것 같으니,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그에 꾸벅 인사를 하고 NPC가 돌아섰다.

한데 그 순간.

소임을 다하고 그대로 떠나려던 NPC가 갑자기 무언가를 까먹을 뻔했다며 호들갑을 떨더니, 레온에게 흘리듯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 그리고 혹시 장비의 수리를 맡기실 분이 있으시면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진지에 마련되어 있는 간이 대장간에서 장비의 수리를 해 드리고 있습니다.”

‘대장간?’

생각지 못한 단어를 들은 레온의 눈빛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그러자 그가 제 할 말을 끝내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보급관을 급히 불러 세웠다.

“어이! 잠깐만!”

“네?”

레온이 큰 소리로 자신을 부르자 보급관은 깜짝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레온이 그런 그를 신경도 안 쓰며 재차 다시 물었다.

“대장간이 있다고 여기?”

“……아, 네. 있습니다.”

언제 축 처져 있었냐는 듯 두 눈을 이글이글 불태우는 레온의 기세에 당황한 NPC가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호오, 그래. 있단 말이지. 이곳에 대장간이 있다고.”

‘히익.’

보급관은 얼른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어깨를 단단히 잡고 있는 레온의 기세가 너무나 험악해 빠져나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후후, 후, 후하하하!”

한데 그때 갑자기 레온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자신들의 대장이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자, 백인대의 대원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시선이 교차한 레온이 보급관에게서 떨어져 백인대원들에게로 다가왔다.

그러곤 한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을 건넸다.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한 말, 아직 변함이 없나?”

90인의 대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그러자 레온이 그런 그들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묘한 눈빛으로 그들에게 너무나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그래, 그럼 벗어.”

“……네?”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대원들의 표정은 넋이 나가 있었다.

90인의 대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벗으라는 말의 의미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오해의 여지가 없었다.

패닉에 가까운 사태가 지속되던 그때.

레온이 그들을 재촉했다.

“못 들었어? 얼른 벗어.”

백인대원의 낯빛이 하얗게 질려 갔다.

* * *

그로부터 12시간 후.

-2차전이 시작됩니다.

사람들의 눈앞에 2차전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시작되는 두 번째 전장이거늘,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볼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후, 벌써 시작인가.”

“아, 또 질 것 같아.”

“그니까. 개똥망이야, 네크로폴리스 진영.”

아직 시작도 안 했건만 그들은 이미 시작될 전투에서 패배할 것이라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데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NPC들의 병력도, 참전한 유저들의 실력도 완전히 이쪽 편의 열세라는 것이 전 판의 처참한 패배로 이미 증명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답도 없이 박살이 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도중에는 지원한 진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열을 가다듬으며, 어제 싸웠던 전장으로 이동해 갔다.

이윽고 도착한 후 살펴보니, 그들은 어제보다 조금 더 전선이 뒤쪽에 배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 통한의 평원은 마치 미식축구처럼 한 번 전투에서 이긴 진영이 상대의 진영 쪽으로 한 칸씩 전진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어제의 전투에서 패배해 한 칸 밀려난 것이라고 보면 알맞을 것이다.

한데 그렇게 모두가 씁쓸한 표정을 짓던 그때.

“어? 뭐야?”

“저기 봐 봐.”

착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한 부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 호기심이 한가득 떠올라 있었다.

그때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사람, 쉬는 동안 병사들을 주려고 사자표 스켈레톤을 저렇게나 많이 사 온 거야?”

“사자표 스켈레톤 전부 품절에 프리미엄까지 붙어서 엄청 비싸졌다던데. 대단하네.”

“……쩝, 이상하네. 저렇게까지 물량이 있을 리가 없는데.”

정말 그들의 말처럼 그 부대는 특이하게도 병사들의 곁에 각기 한 마리씩의 스켈레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이렇듯 NPC 병사에게 소환수를 선물해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아니,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들이 그렇게 신기하게 지켜보았던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병사에게서 부대를 이끄는 지휘관에게로 향했다.

그들의 지휘관, 레온은 부대의 선두에 서서 곁에서 엄호하는 케로베로를 조용히 쓰다듬고 있었다.

그랬다. 그 부대는 레온 휘하의 백인대였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저 스켈레톤들은 레온이 부대원들에게 스켈레톤을 제작해 준 것이리라.

그런데 무언가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스켈레톤들의 텅 빈 동공에서 타오르고 있는 안광이 모두 붉은빛을 띠고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케로베로까지 그 색이 바뀌어 있었다.

어떤 이유로 저런 변화가 생긴 것일까?

한데 그때.

한 유저가 백인대원들을 바라보다가, 또 다른 의아한 점을 내비쳤다.

“……어라? 근데 저 NPC들, 네크로맨서였나?”

“무슨 말이야?”

“……아니, 내 기억에 저자들 분명히 전부 칼을 들고 싸웠었는데, 네크로맨서 소환수를 어떻게 사용하는 건가 싶어서.”

그건 바로 부대원들이 분명 네크로맨서가 아니었는데, 어떻게 네크로맨서 전용 소환수를 증여받았는지에 대해서였다.

그러나 남자의 말은 조용히 묻혔다.

“에이, 네가 착각한 거겠지. 네 말대로 네크로맨서가 아닌데 어떻게 데리고 다녀.”

그의 말처럼 네크로맨서가 아니라면 어떻게 소환수들을 데리고 다니겠는가 싶었던 탓이었다.

“……끄응, 아닌데. 진짜.”

한데 그 순간!

“우오오오!”

“와아아아!”

갑작스레 그리핀 왕국 진영 쪽에서 거친 함성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악적들을 섬멸하라!”

네크로폴리스 진영에서도 총공격을 알리는 신호가 떨어졌다.

투다다다!

선두에 선 유저들부터 평원으로 달려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곧 레온이 기다리고 있는 부대도 그들처럼 달려들어야 하리라.

한데 그때.

레온이 불현듯 한쪽 손을 치켜들더니.

“전원 장착!”

갑자기 의문스러운 명령을 부대원들에게 하달했다.

대체 무엇을 장착하라는 뜻인지, 지근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레온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90인의 대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한마디 대답을 토해 냈다.

“장착, 스켈레톤 슈트!”

우우웅!

파아앗!

진격을 하려던 유저들이 갑자기 환한 빛줄기가 옆쪽에서 터져 나오자, 깜짝 놀라 레온과 백인대를 바라보았다.

마주 보고 있는 적군도 레온과 백인대원들을 바라보다가 입을 쩍 벌리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모두의 표정은 경악에 차 있었다.

무언가 톱니바퀴가 맞물릴 때 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처척!

처척!

그들이 그렇게 놀랄 만도 해 보였다.

그들이 바라본 곳에서 게임의 장르가 완전히 변하고 있었으니까.

‘마, 말도 안 돼! 저게 뭐야!’

‘전대물이야?’

‘강식장갑인가!’

백인대가 데리고 있던 스켈레톤들이 갑자기 여러 파편으로 쪼개지더니, 주인의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처척!

처척!

마치 ‘스켈레톤’을 ‘슈트’처럼 장착하고 있었다.

레온의 부대원이 존재하고 있는 그곳에만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이윽고.

처척!

어느새 자신도 스켈레톤 슈트를 착용하고 있는 레온이.

“출격!”

변신을 마친 90인의 대원들에게 공격을 명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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