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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77화 (77/332)

# 77

그렇게 서로 경쟁하듯 몬스터들을 해치우기 시작한 레온과 스켈레톤들은 타락한 신전의 몬스터들을 일망타진해 버렸다.

게다가 그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리스폰되기를 기다렸다가 또다시 쓸어버리기를 연거푸 반복했다.

놈들은 전도의 말 한마디를 채 꺼내지 못하고 싸늘한 사체로 화해 갔다.

그러기를 하루 반나절이 흐르자.

띠링.

띠링.

-몬스터 ‘좀비 전도사’의 분석율을 90% 달성하셨습니다.

-연구 스킬의 레벨이 5레벨로 상승하였습니다.

-6등급 뼛조각의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좋았어! 90퍼센트!’

어느새 레온의 눈앞에는 단 한 개의 뼛조각만 추가로 분석하면, 좀비 전도사 스켈레톤의 제작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놈은 인간형이기에 뼛조각을 열 개나 모아야 제작이 가능했는데, 이제 단 한 개만 모으면 대망의 힐러 스켈레톤을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 레온은 바로 전투를 치르고 싶었지만.

스윽.

‘……쩝.’

슬며시 제 주위를 살펴보고는 그가 난처하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지금 즉시는 무리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시선을 쫓아가 보자, 그곳에 탐관오리가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듯, 소환수를 전투에 극한까지 몰아붙인 결과가 펼쳐져 있었다.

따, 따닥.

따닥.

……크왕.

마력이 완전히 소모되어 다리뼈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는 땅땅이와 지면에 꽂아 놓은 칼에 기대어 버티고 있는 단단이.

지친 기색이 역력한 채, 서로의 머리를 베게 삼아 누워 있는 케로베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라당 엎어져, 레온에게 칭얼거리고 있는 마루.

-크흑, 너무 빡세낭. 주인.

첫 전투에 흥분해 눈이 돌아가 미친 듯이 날뛰던 마루마저 이런 꼴이 된 것을 보면, 얼마나 레온이 지독하게 이들을 굴렸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리라.

레온이 그런 녀석들을 바라보며, 피식하고 웃어 보이며 말했다.

“짜식들, 엄살은.”

-엄살 아니낭! 너무 힘들다낭!

레온의 말에 발끈한 마루가 엎어진 채로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

그런 마루에게 지지 표명을 한다는 듯 다른 스켈레톤들마저 자신을 은근슬쩍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자.

“크흠.”

민망해진 레온이 헛기침을 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이어 그는 소환수들에게 이리 와 보라 손짓하며 말을 건넸다.

“……알았어. 그럼, 한 명씩 이리로 와 봐.”

갑자기 왜 오라는 거지? 때리려는 건가?

라고 생각한 듯한 마루는 사색이 된 채, 갑자기 레온의 시선을 피해 왔다.

결국 그에게 먼저 다가온 것은 역시나 단단이였다.

스윽.

그러자 레온이 갑자기 인벤토리 속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건 바로 작업용 망치였다.

망치를 확인한 마루는 ‘그럼 그렇지, 역시 안 가길 잘했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자연스레 강화를 하기 위함인가 하는 추측이 들었지만, 그건 아닐 것이었다.

이미 강화 스킬의 레벨로 올릴 수 있는 최대치로 소환수들을 강화를 해 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도대체 왜 망치를 꺼냈는지 의아하던 그때.

깡!

깡깡!

난데없이 레온이 꺼내 든 망치로 단단이의 몸 이곳저곳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타격음이 신전에 울려 퍼졌다.

이 무슨 미치광이 같은 짓거리인가 싶었지만, 이 행동으로 레온의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는 놀랍기 그지없는 내용이었다.

-단단이의 수리 작업에 들어갑니다.

-단단이의 체력이 5% 회복되었습니다.

-단단이의 체력이 10% 회복되었습니다.

황당하게도 레온의 망치가 단단이에 적중할 때마다, 단단이의 체력이 회복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간단했다.

본 블랙스미스 스킬인 ‘수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리 LV. 1]

장비를 수리합니다.

-지정한 스켈레톤을 망치로 수리하여, 체력을 회복시킵니다.

(전투 중에는 사용이 불가합니다.)

단단이의 체력 게이지가 빨간색의 위험 수준에서 초록색의 적정 수준으로 회복이 되어 가자, 레온이 마음을 놓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쩝, 비전투 중에만 사용 가능하다는 게 흠이지만, 그래도 체력을 회복시켜 줄 수 있어서 다행이구먼.’

레온이 아빠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때.

-어라? 주인 때리는 거 아니었낭? 그럼 나도 해 줘낭!

점점 단단이의 상태가 호전되어 가자, 폭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마루가 쪼르르 걸어와 자신도 수리를 해 달라며 졸라 왔다.

그 모습을 보고는 레온이 질렸다는 듯 작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곤 속으로 생각했다.

‘……참, 이 녀석은 사람이었으면 안면에 철판 깔았다고 뒤에서 욕을 한 바가지 먹었을 거야.’

얄미운 녀석 같으니라고.

한데 레온이 문득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마루를 불렀다.

“……그래, 해 줄게. 마루, 너도 이리로 와 봐.”

-오오! 시원하게 해 줘낭. 주인아.

레온의 말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마루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후후, 제대로 시~원하게 해 주지.’

순간 레온이 수리 스킬을 쓰지 않고, 그냥 망치로 사정없이 마루를 때리기 시작했다.

쐐엑!

까깡! 깡! 까까깡!

-아악! 악! 왜 난 그냥 때리는 거낭! 잘못했낭! 주인아! 아아악!

그러자 마루가 비명을 토해 내며, 이리저리 레온을 피해 도망 다니기 시작했다.

잠시 후, 주인과 소환수 간의 숨바꼭질이 끝이 난 후.

레온은 소환수들에게 망치찜질을 쏟아 내어, 그들의 체력을 다시 완전히 회복시켰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다시금 사냥에 써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이윽고 필드에 다시금 몬스터들이 리스폰되기 시작하자, 레온은 치료해 준 값을 하라며 자신의 소환수들을 전장으로 내몰았다.

그러자.

-크흑, 이번 견생에는 너무 빡센 주인을 만났다낭…….

마루의 슬픈 비명이 신전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후.

네크로폴리스.

오늘 네크로맨서의 마탑 앞에는 유독 사람이 많았다.

사실 평상시에도 전직을 하러 오거나, 직업 퀘스트들을 해결하기 위한 유저들의 방문 때문에 방문자의 수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지는 않았다.

한데 그뿐이 아니었다.

오늘은 모여든 유저들의 외견마저 범상치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유저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들이 지닌 아이템 중 가장 뛰어난 것들로 풀 세팅을 해 놓았던 것이었다.

게다가 그런 그들의 표정은 진지를 넘어 어딘가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반면 그렇게 잔뜩 모여 있는 유저들을 바라보는 구경꾼들의 얼굴은 웃음을 참느라 힘들어하고 있었다.

순간 그들이 내뱉는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푸훕, 잘 다녀와.”

“꼭 포상 받아서 전화하고.”

“집 떠나와 포탈 타고~.”

그들은 하나같이 마탑 앞에 모여 있는 유저들을 놀리고 있었다.

“……아니, 게임에서도 입대를 하려고 하네.”

“으으, 나는 아무리 국가 공헌도를 많이 줘도 안 간다, 안 가.”

그랬다.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모여 있었던 것은 오늘이 이 유저들의 입대일이었던 까닭이었다.

자세히 보니, 아무렇게나 모여 있는 줄 알았던 유저들은 모두 수십 개로 나눠진 줄을 서 있는 형상이었다.

“입대 지원하신 이계인 여러분들, 줄을 조금만 더 똑바로 서 주십시오!”

조교 NPC가 목청을 높이며,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그들의 줄을 맞추게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치 예비군 훈련장의 그것처럼 유저들은 조교 NPC를 어린아이 보듯 하며, 각자 제 할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진정한 아수라장이었다.

아무튼 그런 혼란을 뚫고 수십 줄의 끝에 가면 모두 책상에 앉아 있는 한 명의 NPC를 만날 수 있었다.

“줄을 따라 기다리시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모병관님께 부대와 직급을 배정받으시면 됩니다.”

그건 바로 임무에 지원한 유저들이 갈 부대와 직급을 정하는 모병관 NPC였다.

“흐암.”

유저들의 수가 하도 많은 탓일까, 모병관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지루함에 가득 차 있었다.

한데 그때.

“다음.”

그중 한 명의 모병관이 깃펜으로 책상을 톡톡 두들기며, 다음 차례의 대기자를 호명했다.

그러자 자기 차례를 맞은 덩치 큰 지원자가 뚜벅뚜벅 모병관의 앞으로 걸어왔다.

모병관은 그를 바라보지도 않고 말을 건넸다.

“이름.”

상당히 건방진 태도였으나, 상대는 왕국으로 치면 귀족의 권위를 지니고 있는 마탑의 고위 네크로맨서였기에 유저는 순순히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우키입니다.”

슥슥.

이름을 들은 모병관이 종이에 깃펜으로 그의 이름을 그대로 적어 내려갔다.

우우웅!

촤르르!

이름의 마지막 획이 종이에 적혀진 순간, 진동음이 울려 퍼지더니 이내 이름이 적혀 있던 종이가 허공으로 떠올라 꽃가루처럼 흩어졌다.

그러자 종이가 흩어진 허공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판정 검사 결과]

이름 : 우키

부대 : 흑수리단

직급 : 하급 병졸

거기에는 지원자의 부대와 직급이 적혀 있었다.

임무를 지원하는 것은 모든 유저가 가능했으나, 배정되는 부대와 직급은 유저가 지니고 있는 명성에 따라 차등으로 책정이 되었다.

흑수리단과 하급 병졸은 그중 최하위의 부대와 직급이었다.

홀로그램으로 떠오르는 내용은 지원자 말고도 기다리고 있는 모두의 눈에 똑같이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비웃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푸풉, 하급 병졸이래.”

“크크, 그니까. 일반 병졸도 아니고. 그리고 흑수리단이면 노예병들로 이루어진 데잖아. 아니, 얼마나 명성이 없으면 저 따위가 나오지?”

듣고 있던 우키의 얼굴이 대번에 붉어졌다.

그가 버럭 화를 냈다.

“아씨, 왜 내가 하급 병졸이야!”

그러자 모병관이 그런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옆에 서 있던 상급 조교 NPC들에게 고갯짓을 했다.

척척!

처척!

“어어, 안 놔? 으아……!”

그러자 상급 조교 두 명이 우키의 양 옆구리에 손을 넣어 그대로 들어 올리더니, 모병관의 옆에 오망성의 형태로 그려진 공간 이동진에 던져 버렸다.

남자의 모습이 공간 이동진에 떨어지자마자, 흩어지듯 사라졌다.

부대를 배정받은 후, 저 안으로 들어가면 자동으로 미리 선택했던 전장으로 이동되는 듯 보였다.

“다음.”

모병관이 다시금 다음 차례의 지원자를 호명했다.

그러자 한 남자가 백조처럼 우아한 발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긴 장발에 짙은 쌍꺼풀을 지닌 그 남자는 온 세상의 느끼함을 한곳에 갈아 넣어 만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전신을 휘감고 있는 휘황찬란한 아이템이었다.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우와! 저 사람 페가수스 길드인가 본데?”

“페가수스? 아, 그 현실 속에서 금수저들만 받아 준다는 길드?”

“그래서 그런가, 온몸에 아주 돈을 떡칠을 했네.”

“……쩝, 부럽다.”

“……나도.”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느끼며, 페가수스 길드의 차우는 잔뜩 우쭐해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후후, 서민 놈들아. 아직 놀랄 때가 아니야. 이제 감탄을 터뜨릴 준비나 해라.’

우웅!

촤르르!

공명음이 들려왔다.

길드의 힘으로 명성을 주는 퀘스트를 독점하다시피한 후, 결국 1만까지 찍은 뒤 이곳에 온 그였다.

이제 나올 자신의 검사 결과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었다.

곧이어 판정 결과가 허공에 떠올랐다.

그러자 그 순간.

우와아아!

뒤편에서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홀로그램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차우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판정 검사 결과]

이름 : 차우

부대 : 적까마귀단

직급 : 십인장

‘크흐흐, 이럴 줄 알았지.’

이렇게 놀란 반응이 나올 법도 했다.

여태껏 대기자들에게 아무리 높은 직급이라고 해 보아야, 상급 병사 정도만 떴었는데.

차우는 무려 열 명의 수하를 거느리는 십인장이 배속된 것이었다.

그가 한껏 거들먹거리며, 건방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라?’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이상하게도 함성을 내지르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의 홀로그램에 향해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들은 아예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차우 또한 그들의 시선을 쫓았다.

그리고 그는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쩍 하고 벌릴 수밖에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그의 눈앞에.

[판정 검사 결과]

이름 : 레온

부대 : 적까마귀단

직급 : 백인장

십인장을 아득히 뛰어넘은 백인장의 직급을 지닌 한 유저의 검사 결과가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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