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72화 (72/332)

# 72

* * *

감동한 클라크와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계획하는 레온.

두 사람은 각자의 감정에 푹 빠져, 껴안고 있는 그 상태를 꽤나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었다.

불이 다 꺼진 대장간에서 노인과 청년이 포옹을 하고 있는 괴상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끝나게 한 것은.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낭?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마루의 한마디였다.

“헉!”

“흐억!”

그러자 여태껏 꼭 껴안고 있던 레온과 클라크가 화들짝 놀라며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험험, 죄송합니다. 오랜 시간 기다리던 주군을 만나 뵙게 되니 너무 기뻤나 봅니다.”

“그, 그렇죠? 허허, 저도 클라크 님 같은 좋은 수하를 얻게 되니, 너무 기쁜 나머지 시간 가는 줄 몰랐군요.”

그들은 서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변명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서로 주종 관계를 맺게 된 첫 순간부터 무언가 살짝 민망해진 채로 두 사람은 다시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첫 말문을 튼 것은 레온이었다.

그는 어느새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힌 후, 한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데 클라크 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러자 마치 집사처럼 무척이나 공손한 태도로 레온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인 클라크가 대답했다.

“무엇이든 하문하시지요, 레온 님.”

그에 레온의 말이 이어졌다.

“클라크 님은 감사하게도 저를 이렇게 믿어 주셨습니다. 하지만…….”

잠시 뜸을 들였다가 레온은 본론을 털어놓았다.

“……아마 다른 본 네크로맨서 분들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나, 갑자기 툭 튀어나온 저를 쉽사리 믿을 수 없을 테니까요.”

레온의 말에 클라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영 틀린 것도 아니었던 탓이었다.

레온의 말은 이런 것이었다.

현재 본 네크로맨서들을 이끌고 있는 클라크가 레온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렇다면 모든 본 네크로맨서들 또한 자동으로 레온을 따르게 될까?

그건 아닐 것이다.

어떻게 얼굴 한 번 본 적 없던 그를 자신들의 지도자로 섬길 수 있겠는가.

사실 클라크야 그동안 대장간에서 레온을 오랜 시간 지켜보며, 그의 비범함을 직접 목격하였기에 이처럼 따를 수 있었던 것도 있었다.

“그리고 지도자를 신뢰하지 못하는 단체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은 없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언뜻 들으면 몹시 차가워 보이는 어조로 레온은 말했다.

혹 그런 자들은 내치기라도 하시려는 것인가.

순간 레온의 말에 문득 그런 걱정이 든 클라크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한데 그때.

그를 놀라게 한 레온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제가 그분들의 마음까지 모두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저를 증명해야 할지 알고 싶습니다.”

그 순간, 클라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아, 레온 님.’

그러곤 아까보다 더욱 감동한 표정을 얼굴에 띠웠다.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차오른다.

이다지도 못난 자신은 이토록 놀랍게 속이 깊은 주인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였단 말인가.

‘이렇듯 진심으로 우리 모두를 품으려 하시다니.’

마주친 레온의 눈동자 속에 그를 의심하는 본 네크로맨서들마저도 모두 품으려는 레온의 진심이 느껴지고 있었다.

-당신의 말에 클라크가 감동하였습니다.

-가신 클라크의 충성심이 10 상승하였습니다.

순간 레온은 눈앞에 충성심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떠오르자.

‘뭐지?’

기뻐하면서도 속으로는 대체 충성심이 왜 올랐는지, 의아해하였다.

그가 의아해한 이유는 말을 꺼낸 그의 본심이 클라크의 생각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목표한 것은 바로.

‘아저씨, 뿐만 아니라 모든 본 네크로맨서들을 제 수족으로 부려 먹어야겠습니다!’

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글프게도 이미 콩깍지가 몇 겹으로 낀 클라크의 눈에 레온의 시꺼먼 속내가 보일 리가 없었다.

클라크는 따뜻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레온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말을 건넸다.

“네, 레온 님.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레온은 말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바로…….”

‘뭐냐.’

뜸을 들이던 클라크는 레온에게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말을 꺼냈다.

“……‘본 드래곤’을 다시금 제작하는 것입니다.”

뭐라고?

어이없어 하는 레온의 눈앞에 새롭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조건을 만족하여 새로운 직업 퀘스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본 네크로맨서의 새로운 직업 퀘스트를 획득한 것이었다.

곧장 레온은 퀘스트의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완전한 본 드래곤을 완성시켜, 본 네크로맨서들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라]

오랜 세월, 불명예를 지고 살아온 본 네크로맨서들의 바람은 단 하나뿐이다.

자신들의 오명을 씻고 마탑에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들을 향한 다른 네크로맨서들의 감정의 골은 회복이 불가한 수준이다.

본 네크로맨서들은 이 관계를 풀 유일한 길은 완전한 본 드래곤을 다시 제작하여, 당시 자신들의 선택이 틀린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실패의 이유를 찾아내고 보완해 완전한 본 드래곤을 제작하여야 한다.

물론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S

보상 : 본 드래곤, 본 네크로맨서들의 절대적 충성.

레온은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퀘스트 내용을 확인을 끝마치고는, 이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진짜 본 드래곤을 제작하라고?’

클라크의 말처럼 퀘스트 내용이 정말로 본 네크로맨서들의 몰락의 단초가 되었던, 본 드래곤을 완전하게 제작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의도야 이해가 갔다.

본 드래곤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까닭에 쫓겨나게 되었으니.

다시 완벽하게 만들어 왜 그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본 드래곤을 만들려 했는지, 위력을 입증하여 그동안의 치욕을 씻으려는 것이겠지.

하지만 문제는.

‘내가 그걸 어떻게 하냐고.’

그것을 자신에게 맡겼다는 것이었다.

마탑의 모든 인원이 투입되고, ‘본 세이지’라 불렸다는 불세출의 천재가 진두지휘했음에도 실패한 것을 자신이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퀘스트의 난이도부터가 그에게 가망이 없음을 일러 주는 것 같았다.

‘트리플 S라니.’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인가 싶었지만, 퀘스트 난이도에 적혀 있는 세 개의 S는 그대로였다.

일전에 인장 퀘스트로 5S의 난이도도 받은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D~SSSSS로 표시되어 있던지라, 아직 실제로 5S 수준의 퀘스트 내용은 겪지 못했다.

즉 이번 퀘스트가 사실상 레온이 여태껏 받았던 퀘스트 중 최고 난이도를 받은 것이었다.

‘쩝, 이거 가망이 없는데.’

그리고 3S는 지금 레온의 상태로는 절대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런 잔혹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끄응,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잖아.’

그는 쉽사리 단념할 수도 없었다.

그건 바로 성공했을 시의 메리트가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제작한 본 드래곤이 내 것이 된다니. 어떻게 포기하냐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정말로 보상 탭에 본 드래곤을 얻게 된다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후, 일단 어떻게든 해결하려 노력하겠지만. 이거 이 퀘스트로 다른 본 네크로맨서들의 신뢰를 얻기에는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한순간에 시름이 깊어진 얼굴로 레온이 클라크에게 다시금 말을 건넸다.

“저, 클라크 님, 물론 본 드래곤을 제작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들의 마음을 얻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걱정이 듭니다.”

‘인간적으로 니들도 여태껏 못 만들어 놓고, 나한테 뚝딱 만들라니 말이 되는 거냐?’라는 속마음은 꾹 참은 레온의 말이 끝나자.

클라크가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며 레온에게 대답했다.

“허허, 그렇지요. 레온 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를 말씀드리고자 하는 의도가 더 컸습니다.”

‘그, 그렇지? 어휴, 진작 이야기하지, 영감태기.’

“그들은 레온 님이 다시금 본 드래곤 만들기 위한 초기 작업에 착수하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믿음을 보낼 겁니다.”

초기 작업만 해도 괜찮다.

순간 레온은 화색을 되찾은 후, 이어 말했다.

“당장 시작하겠습니다. 초기 작업 정도야 금방이지요!”

“역시 레온 님! 든든합니다그려, 허허.”

한데 그때였다.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어진 클라크의 말이 레온의 머릿속을 다시금 일시에 복잡하게 만든 것은 말이다.

“자, 그럼 언제 마탑에 잠입하실 생각이십니까?”

뭐라고?

순간 레온은 클라크의 말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해, 멍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마탑? 잠입?’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네크로폴리스의 마탑은 다른 왕국의 왕궁과 같다.

그런 곳을 잠입하라니, 그건 그냥 자살 시도나 다름없는 것이지 않은가.

피식.

‘이 영감, 농담도 잘하는군.’

레온은 클라크가 자신에게 우스갯소리를 건넨 것으로 생각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하하, 저희가 이유도 없이 마탑에 왜 잠입을 하겠습니까. 몰랐는데 클라크 님,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그러자.

클라크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레온의 웃음에 동조해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

“허허, 오히려 레온 님이 유머 감각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잠입에 대한 부담감을 농담으로 표현하시다니 말입니다.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라면, 마탑에 숨겨진 본 드래곤의 유해 또한 금방 찾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뭐?’

클라크가 충격 그 자체의 말을 내뱉었고, 동시에 레온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띠링.

그리고 그 순간, 레온의 귓전에 현재의 그의 맘과는 정반대의 경쾌한 효과음이 울려 퍼졌다.

-연계 퀘스트 ’본 드래곤의 유해를 회수하라’를 획득하였습니다.

-직업 퀘스트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본 드래곤의 유해를 회수하라]

본 네크로맨서들의 숙원인 본 드래곤의 제작을 위해서는, 일전에 실패로 돌아갔던 본 드래곤의 유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본 네크로맨서들이 마탑에서 쫓겨날 때, 마탑의 다른 네크로맨서들은 본 드래곤의 실패작을 자신들의 수치라며 그들에게서 빼앗아 마탑의 어딘가에 꽁꽁 숨겨 버렸다.

이제 그들에게 잠시 맡겨 놓았던 우리의 물건을 되찾을 때다.

마탑에 잠입하여 본 드래곤의 유해를 회수하라.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조건 : ‘완전한 본 드래곤을 완성시켜, 본 네크로맨서들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라’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자.

보상 : 본 네크로맨서들의 신뢰, 본 드래곤의 유해

‘미친놈들 아냐, 이거?’

레온은 순간 욕지거리를 내뱉을 뻔하다, 겨우 목구멍으로 도로 집어넣었다.

그냥 다른 놈들은 포기하고, 클라크만 자신의 수하로 부릴까 생각이 들었다.

다른 놈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자신에게는 너무 하드코어했다.

‘끄응, 그래도 잠입할 방법이나 마탑의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찾아 놨겠지……. 들어나 볼까.’

“……저 혹시 그러면 미리 마탑에 잠입할 방법이나, 유해가 있는 곳은 알아보셨는지요?”

하지만 다음 순간 그가 깨달은 사실은 본 네크로맨서들은 참 양심도 없다는 것이었다.

“휴, 사실 제가 일전에 랄프에게 대장간을 맡기고, 자리를 비운 것은 동지들과 마탑에 잠입할 계획을 세워 보려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능력 부족으로 결국 방법을 찾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

할 말을 잃어버린 레온의 귀에 이후 들려온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건 바로 유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일단 어떻게든 마탑에 잠입해 샅샅이 뒤져 보려고 한 것이 이들의 어처구니없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만두고 싶다. 클라크도 그냥 가신에서 버리고 싶다.’

레온은 미치도록 퀘스트를 거부하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탑에 몰래 잠입하는 것을 경비병에게 들키기라도 할 시, 탑주의 암살 시도로 간주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일 왕을 죽이러 잠입했다가 걸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나라의 공적이 되어 추살대에 대륙 끝까지 쫓기게 되지 않겠는가?

실패할 시, 네크로폴리스가 속해 있는 동부 왕국 연합 전체가 그를 쫓게 되리라.

꿀꺽.

자신이 처한 끔찍한 상황을 직시한 레온이 마른침을 꼴딱 삼켰다.

하지만 레온의 그런 맘도 모르고, 클라크는 잔뜩 흥분한 톤으로 레온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들도 모두 끝입니다. 레온 님과 같은 분이 저희에게 와 주셨으니 말입니다! 자! 언제 마탑에 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저희가 레온 님을 서포트하겠습니다.”

하지만 ‘해 주실 거죠?’라는 그윽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의 앞에 레온은 동공이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레온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속으로 소리쳤다.

‘내가 서포트할 테니 니들이 들어가, 이 미친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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