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71화 (71/332)

# 71

레온은 클라크가 말을 걸어오는 순간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아저씨가 본 네크로맨서였구나!’

그가 바로 포트빌 대장간에 숨어 있던 본 네크로맨서의 후예라는 것을 말이다.

레온이 그런 확신을 담은 눈빛으로 조용히 클라크를 마주 보았다.

그러자 클라크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레온에게 다시금 말을 건넸다.

“보아하니, 이미 짐작하고 있는가 보구먼.”

“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레온은 짐짓 모른 척하였다.

“숨길 필요 없네. 무엇을 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이제 자네가 내뿜는 본 네크로맨서의 기운이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깊어졌으니 말이네.”

‘본 네크로맨서의 기운이 보인다고?’

레온은 살짝 놀랐지만, 티를 내지 않은 채 끝까지 말을 아꼈다.

“…….”

레온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이내 클라크는 그런 레온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쉽사리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을 보니, 자네도 참 많은 고생을 했나 보군. 그럼 내가 먼저 소개하지.”

그리고 조금 뜸을 들였다가, 다시금 말을 이어 나갔다.

“……흩어진 본 네크로맨서들을 이끌고 있는 클라크 스틸이네.”

띠링.

그리고 그렇게 클라크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포트빌 대장간에 숨어 있던 본 네크로맨서 ‘클라크 스틸’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본 네크로맨서 학파의 잔존 세력을 찾아내라(2)’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진정한 본 네크로맨서’를 획득하였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지혜 스텟이 10이 상승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모든 본 네크로맨서의 스킬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해골 지배’ 스킬이 4레벨로 상승합니다.

-스켈레톤의 소환 가능 수가 6마리로 증가합니다.

‘드디어 또 하나가 마무리되는구나.’

레온이 감개무량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순간 길고 길었던 퀘스트 과정이 떠올랐다.

정말 힘들었지만, 역시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고생 끝에 맛보는 결과는 달콤했던 것이었다.

‘워우, 진짜 엄청나게 많이 받았네?’

높았던 퀘스트의 난이도만큼이나, 획득한 보상 목록이 엄청나게 길었다.

경험치에, 지혜 스텟에 해골 지배 스킬의 레벨 상승까지.

하지만 그중에 가장 눈에 뜨인 것은 오랜만에 얻은 직업 전용 칭호였다.

[진정한 본 네크로맨서]

뼈의, 뼈에 의한, 뼈를 위한 삶을 사는 본 네크로맨서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칭호.

-모든 소환수 스켈레톤의 공격력 +10

-모든 소환수 스켈레톤의 지혜 +10

-스켈레톤 제작 시, 조립 성공 확률 +10%

-해체 시, 높은 등급의 뼛조각 획득 확률 +5%

레온은 칭호의 효과들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후후, 효과가 뭐 하나 빼놓을 게 없잖아?’

소환수의 능력 상승은 기본이고, 제작과 해체 시 성공 확률이 올라가는 등 가장 필요한 것들이 쏙쏙 붙어 있었다.

과거에 얻었던 최초의 암살자 칭호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꿀 칭호였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쾌재를 부르고 있던 속내를 티내지 않으며, 정체를 밝힌 후 묵묵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클라크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흠, 이제 나도 설명을 하라는 거군.’

그가 그렇게 말을 더 잇지 않는 것은 이제 레온의 소개를 하라는 뜻임을 이해한 것이었다.

순간 레온은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이렇게 먼저 말씀을 해 주시니, 저도 더 이상 감출 수 없군요. 먼저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본 네크로맨서, 레온입니다.”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 자네가 맞는가?”

‘이 양반, 깜빡이도 안 켜고 훅 들어오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질문을 던지는 클라크였다.

레온은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태껏 미동도 없던 클라크의 눈이 파르르 떨려 왔다.

‘……내가 본 블랙스미스라는 사실까지 말을 해 주면 아주 눈에 지진이 나겠는데?’

그것을 바라보며, 레온은 본 네크로맨서가 아니라 본 블랙스미스라고 자신을 소개할까 살짝 후회했다.

한데 그때, 클라크가 조용한 목소리로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해 왔다.

“……보여 줄 수 있겠나?”

그가 보여 달라는 것은 당연하게도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이리라.

잠시 뜸을 들이는 모습을 연출하다가, 레온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장 소환 주문을 영창했다.

“레이즈 스켈레톤, 마루.”

슈웅!

위잉!

순간 대장간의 바닥에 일전의 거대한 소환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바라보며 레온은 티는 내지 않으며, 속으로 살짝 한 가지 걱정을 했다.

그건 바로.

‘……이거 근데 보고도 안 믿으면 어떡하지?’

소환진에서 마루가 앙증맞은 모습을 드러내면, 혹여 클라크가 녀석이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이라는 것을 믿지 않을까봐 걱정이 드는 것이었다.

슈웅!

촤아.

마침내 소환진에서 빛이 사라지고, 마루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마루는 나타나자마자, 연신 주변을 살피고는 전장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태도로 레온에게 말을 걸었다.

-여긴 어디낭? 왜 불렀낭? 주인?

“널 보고 싶다는 분이 있어서.”

레온은 짧게 그렇게 대답해 주고는, 다시금 시선을 클라크에게 돌렸다.

그리고.

‘뭐, 뭐야.’

레온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크흑, 흑.”

갑자기 클라크가 펑펑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NPC라고는 하나 갑자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자, 레온은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그가 제자리에 얼어붙자, 레온과 클라크를 번갈아 쳐다보던 마루가 고개를 갸웃하며 레온에게 질문을 건넸다.

-주인, 저 흰머리 인간 운다. 설마 주인이 흰머리 인간도 뿅망치로 때린 거낭?

“…….”

이게 뭔 패드립이야.

레온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라는 눈빛으로 마루를 살짝 째려보고는, 아무 말 없이 그런 클라크가 진정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침묵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윽고 제정신을 차린 클라크가 레온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후우, 후. 제가 무례가 많았군요. 용서하십시오, 레온 님.”

한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극존칭을 쓰며, 지극히 공손한 자세로 말을 이어 나가는 등, 그는 무슨 이유에선가 레온에게 완전히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태도와 말투는 마치 자신의 상관을 대하는 것과 같았다.

그에 의아함을 품은 레온이 슬쩍 클라크에게 말을 건넸다.

“저, 말씀 낮추시지요. 제가 뭐라고 말씀을 높이십니까.”

그러자 클라크가 거세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 엄청난 기세를 내뿜는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을 보고 전 깨달았습니다. 레온 님이 긴 기다림 끝에 저희에게 오신 그분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긴 기다림 끝에 오신 분?’

이 무슨 사이비 종교의 선전 같은 이야기인가.

레온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당최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러자 그런 레온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이, 클라크가 자신이 왜 이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본 네크로맨서의 역사와 깊은 연관이 되어 있었다.

오래전 본 네크로맨서의 학파는 네크로맨서 마탑의 수많은 학파들 중 가장 존경을 받는 학파였다.

그들이 최초로 마탑의 기반을 다졌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본 네크로맨서 학파에 소속된 제자들의 수는 점점 더 줄어들어 갔다.

더 쉽고,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다른 학파들에게 경쟁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한데 그때, 갑자기 본 네크로맨서 중에 압도적인 재능을 지닌 천재 중의 천재가 나타났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그는 대대로 내려오던 수많은 난제들을 손쉽게 풀어 버리는 것은 예사에 말도 안 되는 업적들을 수차례 이어 달성하며, 마탑 역사상 최고의 네크로맨서라 인정받게 되었다.

그는 어느새 ‘본 세이지’라 불리게 되었고, 만장일치로 탑주로 선출이 될 수 있었다.

본 네크로맨서들은 그가 다시금 그들 학파의 전성기를 가져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행복한 꿈은 거기까지였다.

탑주에 오르자마자 갑자기 그는 본 드래곤을 제작하겠다며, 탑의 모든 인력과 돈을 드래곤의 뼈를 구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뼈를 구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마탑의 네크로맨서들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더럽고 궂은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절 때문에 아직도 대륙의 많은 이들이 네크로맨서들에 대해 안 좋은 선입견을 지니고 있을 정도였다.

그에 마탑의 네크로맨서들의 불만은 터질 것 같은 화산의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같은 학파인 본 네크로맨서들마저 마찬가지였다.

모두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그들에게 있어 최후의 경지나 다름없는 본 드래곤을 제작하고 싶은 마음 또한 분명히 있었기에, 그들은 눈과 귀를 닫고 탑주에게 동조했다.

그리고 대망의 날이 밝았다.

마탑이 지닌 자산의 80% 가까이를 쏟아부어 본 드래곤을 제작하는 순간이었다.

모두의 기대와 걱정 속에 제작은 순조롭게 모두 완료되었다.

……하지만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형체를 갖춘 본 드래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끈이 끊어진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그대로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발생하자, 분노를 넘어 이성을 상실한 네크로맨서들이 탑주에게 찾아갔다.

그러나 더욱 황당하게도 이 사태의 원흉인 탑주는 집무실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러자 네크로맨서들의 풀리지 않은 분노의 방향은 본 네크로맨서들에게로 향했다.

그렇게 본 네크로맨서 학파는 마탑에서 완전히 쫓겨나 버린 것이었다.

물기 어린 클라크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레온의 표정이 뭔가 미묘하게 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속으로 한 가지 의문점을 떠올리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천재 중의 천재.

다른 이들의 우려는 신경도 쓰지 않고 무리하면서 본 네크로맨서의 최고의 경지 ‘본 드래곤’ 제작.

그런데 정작 실패를 하고 나자, 만들자고 소리쳤던 놈이 무책임하게 종적을 감춰 버렸다?

순간 레온은 등에 소름이 돋았다.

대형 사고를 치고 훌쩍 도망가는 이 쓰레기 같은 패턴이 그의 기억 속의 누군가와 똑 닮았던 것이었다.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전 주인, 이 자식 설마……?’

그랬다. 인장의 전 주인이 자꾸만 범인으로 떠올랐던 것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이, 설마 그놈이 쓰레기가 맞긴 맞지만, 이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니겠지.’

하지만 왠지 자신의 촉이 틀리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레온이었다.

한데 그때, 절망에 빠졌던 클라크의 눈이 레온을 바라보더니 불꽃처럼 타올랐다.

클라크가 목소리를 높였다.

“저희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글귀가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언젠가 실전된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을 만드는 데 성공한 이가 찾아오는 날. 바로 그날이 우리가 다시금 비상할 날이리라.’라는 것입니다!”

말이 끝난 그 순간!

쿵!

클라크가 갑자기 큰 소리가 날 정도로 격하게 무릎을 꿇더니, 그에게 충격적인 제안을 해 왔다.

“올지 몰랐던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레온 님! 부디 저희를 이끌어 주십시오!”

‘엥?’

띠링.

순간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클라크 스틸이 레온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본 네크로맨서, ‘클라크 스틸’을 가신으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Y) OR (N)

그 제안은 바로 클라크가 자신을 레온의 가신, 즉 수하로 받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생각지 못한 급전개에 레온은 살짝 당황했지만, 빠르게 제정신을 차리고 머릿속으로 바쁘게 고민했다.

“흐음.”

그렇게 레온이 고심에 찬 신음성을 내자, 잔뜩 몸이 달은 클라크가 절실한 태도로 다시금 그를 붙잡았다.

“저희는 이 오랜 시간, 레온 님 같은 분을 기다려 왔습니다! 한 번 더 간곡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클라크의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지금 레온이 하고 있는 고민이란 받아들이지, 말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흐흐, 언제 승낙을 해야 고심 끝에 내린 결정 같으려나.’

이미 그의 결정은 예스로 결론이 나 있었다.

그는 그저 어느 타이밍에 클라크를 받아 주어야 조금 더 있어 보이는 연출이 될지, 계산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중, 이윽고.

레온이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연기하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휴우, 제가 클라크 님이 기다리던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아…….”

순간 클라크의 한숨이 들려왔다.

‘여기서 한번 뜸을 들이고.’

“……하지만 저의 본 네크로맨서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은 기다리시던 이와 똑같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함께 다시금 본 네크로맨서의 부흥을 이뤄 봅시다!”

“오오! 레온 님!”

-본 네크로맨서, ‘클라크 스틸’을 가신으로 거두었습니다.

-가신 목록에 ‘클라크 스틸’이 추가됩니다.

레온이 그를 가신으로 거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NPC를 수하로 거둘 수 있는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그냥 놓칠 순 없었으니까 말이다.

상급 대장장이 랄프의 스승이자, 본 네크로맨서 일파의 수장인 클라크는 놓치면 분명히 후회할 존재였다.

이어 레온이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는 클라크를 묵묵히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클라크가 감격에 겨운 얼굴로 레온에게 충성을 맹세해 왔다.

“크흑, 노신 클라크. 볼품없이 늙어 버린 몸이지만 충심으로 레온 님을 모시겠습니다.”

레온은 인자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그를 감싸 안고 토닥였다.

마치 그동안 수고했다는 듯 말이다.

하지만 레온의 얼굴이 클라크에게 보이지 않게 완전히 가려졌을 때.

스르르.

그의 표정이 사악하기 그지없게 변화했다.

그 순간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부흥이 곧 본 네크로맨서들의 부흥 아니겠어? 후후, 어떻게 이 아저씨를 부려 먹어야 잘 부려 먹었다고 소문이 나려나.’

……벌써부터 클라크를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유용하게 써먹을 계획부터 세우는 레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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