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
‘이게 지금 무슨 일이지?’
레온은 갑작스레 눈앞에 벌어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레온이 그러가나 말거나.
-말이 안 들리낭, 인간?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강아지 형태의 스켈레톤은 그에게 여전히 깐족거리고 있었다.
‘하, 참나.’
스켈레톤이 말을 걸어오는 경험도 처음 해 본 것이기에 황당할 따름이거늘, 소환수가 제 주인을 인간이라 표현하며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귀가 안 좋은 거낭, 인간? 그럴 때는 귀지를 파면된다, 인간. 더러운 인간이었구나, 인간.
빠직.
잠자코 듣던 레온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녀석은 입에다 프로펠러라도 단 듯, 어찌나 말이 많은지 짜증을 치솟게 만들었다.
‘하아.’
한숨이 새어 나온다.
설마 시스템 오류로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이 아닌 생뚱맞은 것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어 레온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곤, 일단 소환수 스텟 창부터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 녀석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가장 빠를 테니까 말이다.
“소환수 정보.”
띠링.
레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효과음과 함께 시스템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
그리고 빠르게 상세 정보를 모두 훑은 그는 경악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마견 그라울(骨) /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레벨 1 / 베넘 본울프 / 진화 가능 / 한계 레벨 140
분류 : 언데드
등급 : 유일
힘 530 민첩 470
지혜 120 체력 405
생명력 14,400 마력 2,350
보스 몬스터, 마견 그라울의 스켈레톤.
미약하나마 악신 마몬의 힘을 이어받은 보스 몬스터, 마견 그라울의 스켈레톤 형태.
본래 신체의 미약함으로 마몬의 힘을 감당하지 못했으나, 운 좋게도 스켈레톤화하며 그 힘을 온전히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보유 스킬
1. 약자멸시(패시브)
-자신보다 낮은 레벨의 몬스터, 소환수, 펫……(상세 보기) 등과 전투 시, 첫 공격에 60% 확률로 상태 이상 공포 부여.
2. 독 내성(패시브)
3. 풍인조(風刃爪)
4. 독화조(毒華爪)
5. 거대화
그가 놀란 이유는 한 가지였다.
‘너무 좋은데?’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의 스펙이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뛰어났던 것이었다.
이제껏 고생한 것을 싹 잊게 해 줄 만큼, 사기적이었다.
그가 그렇게 결론을 지은 이유를 설명하자면.
일단 첫째로 마견 그라울의 스켈레톤은 역대급으로 높은 엄청난 수치의 초기 스텟들을 지니고 있었다.
‘소환수의 1레벨 초기 힘 스텟이 530이라니. 이런 건 들어 본 적도 없어.’
얼마 전, 우연히 레온은 판트라넷에 160레벨의 소환술사가 자신이 새로 테이밍한 소환수를 공개한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소환수의 1레벨 스펙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였다.
일반적인 유저라면, 절대로 그의 레벨에 지닐 수 없는 오버 파워의 소환수를 얻은 레온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스텟이나 스킬보다도 다른 부분에 시선을 뺏겨 있었다.
‘……이건 확실히 대단하긴 하군.’
순간 레온의 두 눈이 반짝였다.
스텟과 스킬 말고 일반적인 스켈레톤과 전혀 다른 부분이 눈에 띄었던 것이었다.
-뭘 보고 있는 거낭? 내 말을 무시하지 마랑, 인간.
물론 그 다른 부분 중에 이 대화 기능도 있기는 했지만, 대단하다 여기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지금 끊이지 않고 말을 거는 수다쟁이 녀석을 바라보며.
‘쩝, 이런 촉새인 줄 알았으면 그냥 말은 못 하는 편이 좋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스켈레톤이 진화를 할 수 있다니. 이건 대체.’
아무튼 그를 가장 그를 놀라게 한 부분은 바로 레벨 옆에 적혀 있는 ‘진화 가능’이라는 한 단어였다.
‘진화’라는 개념은 원래는 소환술사나 테이머 유저들의 전유물이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판테라에서 몬스터 혹은 펫을 테이밍할 때, 정보 창에 드물게 진화 가능이라는 탭이 붙어 있는 개체들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특수 개체들을 특별한 조건을 만족시키거나, 레벨을 한계까지 키우는 데 성공하면 상위 개체로 진화를 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진화 가능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으면 같은 개체라고 해도 가치가 급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데 앞서 말했듯 이 기능은 네크로맨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네크로맨서의 언데드 소환수들은 진화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후후, 정확히는 불가능했었던 거지. 오늘 나로 인해 그 법칙이 깨졌으니까!’
아닌 말이 아니라, 레온의 이번 발견은 정말 판테라 최초였다.
순간 레온이 눈앞에서 아직도 깐족이고 있는 뼈로 된 강아지를 슬쩍 쳐다보았다.
‘……참나, 이 녀석이 그런 가치를 지니고 있다니.’
그러자 자연스레 도무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 얼굴에 떠올랐다.
눈이 마주친 녀석은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으응? 건방진 눈빛이당, 인간. 감히 그런 눈빛을 보내다닝. 혼나고 싶느냥!
“…….”
‘그냥 무시하자.’
레온은 다시 눈과 귀를 막고, 머릿속으로 천천히 생각에 잠겼다.
‘사냥터의 난이도를 높여도 되겠군.’
이제 파티 단위로 들어가야만 하는 고위험 던전에 홀로 들어가도 충분히 사냥이 가능할 것 같았다.
단단이, 땅땅이, 케로베로, 그리고 이번에 만든 이 녀석.
각각 탱커, 원거리 딜러, 딜탱, 메인 딜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듯했다.
따로 파티를 구하지 않아도, 필요한 역할군이 모두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다.
게다가 웬만한 유저들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녔고 말이다.
게다가 아직 이 녀석은 아직 강화를 하지 않은 상태.
더욱 수준을 상승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레온의 이번에 얻은 이 녀석에 대한 고찰이 마무리되었다.
한데 그때였다.
툭툭.
‘으응?’
갑자기 뾰족한 무언가가 자신의 발을 건드리자, 레온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라울이 뼈만 남은 앞발로 그의 발을 쳐 대고 있었다.
심히 건방진 자세였다.
레온이 자신에게 시선을 내리자, 그라울이 입을 열었다.
-멍청이처럼 서 있지 말고, 인간. 밥을 가져와랑, 배가 고프당.
……이 자식이, 정말.
순간 더는 못 들어 주겠다 생각한 레온이 그라울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넸다.
“뼈다귀밖에 없는 놈이 무슨 밥 타령이야.”
-호오, 인간. 벙어리가 아니었구낭.
“너, 아까부터 주인한테 말이 짧다?”
-주인이라고 했낭? 캬항항.
주인이라는 레온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그라울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엄격, 진지, 근엄한 태도로 레온에게 소리쳤다.
-어느 누가 감히 나의 주인이 될 수 있겠느낭! 내가 바로 마몬 님의 힘을 이어받은 마견 그라울이다낭! 건방진 인간!
녀석의 말에 레온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힘을 이어받기는 뭘 이어받아. 너 그냥 마몬 교도들이 버리고 간 예배당에 있다가 너도 모르게 변이한 것뿐이잖아.”
분명 마견 그라울의 상세 설명을 읽었을 때, 그렇게 적혀 있었다.
-……이, 이잇. 하찮은 인간이 뭘 알겠느낭!
하찮은?
순간 레온은 첫 만남이니 적당히 넘어가 줄까 했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안 되겠네. 이 녀석.’
뚜둑. 두둑.
싸늘한 눈빛으로 레온이 슬며시 목에서 뼈 소리를 냈다.
주인을 물려하는 미친 강아지에게는 합당한 처벌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이, 인간. 무엄한 눈빛이다. 눈에 힘을 푸, 풀어라 인간.
“맞아, 내가 좀 무엄해.”
뚜벅뚜벅.
레온이 차가운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그라울에게로 다가섰다.
그 순간 레온에게서 흩뿌려지는 마왕과도 같은 기세.
-히익!
그라울이 신음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일단 좀 쳐 맞자.”
스윽.
레온이 인벤토리에서 나선 곡괭이를 꺼내 들었다.
* * *
포트빌로 돌아가는 길.
-끄흑, 끅.
“…….”
-흐끅.
갑작스레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물론 그 서글픈 목소리의 주인공은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 그라울이었다.
녀석의 뼈다귀가 온통 보랏빛이 되어 있었다.
-끄흑, 너무 아프당. 인간.
순간 레온이 미간을 좁혔다.
“쓰읍.”
-아, 아니. 주인. 너무 아프당.
인간이라고 실수를 했다가 레온의 소리가 들리자, 그라울이 바들바들 떨며 대답했다.
그런 그라울의 모습을 바라보던 레온이 말을 건넸다.
“거참, 뿅망치 몇 대 맞았다고 엄살은.”
레온의 등 뒤로 달려 있는 나선 곡괭이를 바라보며 발끈한 그라울은.
‘어떻게 저게 뿅망치인강! 저런 뿅망치는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했당!’
라고 생각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말은 하지 못했다.
레온의 참교육의 결과였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그라울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다른 화제의 말을 꺼냈다.
“흠, 그럼 이제 이름을 새로 지어 줘야 되겠지?”
-내 이름은 그라울이당! 새 이름은 필요 없당!
“그래그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 했으니, 너도 새 이름이 좋지?”
-귀가 안 좋은 건강! 인…….
스윽.
순간 레온이 다시금 뒤에 매고 있는 곡괭이에 손을 뻗자.
-……인자한 주인. 역시 내 생각을 잘 알고 있다낭. 빨리 이름을 달라낭.
사회생활의 기초를 터득한 그라울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레온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결정하고는 녀석의 새로운 이름을 말해 주었다.
“좋아, 결정했다! 이제 네 이름은 마루다!”
뼈밖에 남지 않아 그 표정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라울은 자신의 새 이름을 썩 맘에 들어 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마루? 무슨 의미낭, 주인?
마루가 제 이름의 의미를 물어오자, 레온이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출처를 말해 주었다.
“뭐, 의미랄 것까진 없고. 그냥 우리 집에 있는 강아지 이름이 마루거든.”
보다보니, 본가에 두고 온 강아지가 떠올랐던 것이었다.
-…….
그라울, 아니 이제 마루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 * *
포트빌 마을에 들어선 레온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대장간으로 곧장 향했다.
광산에서 네크로폴리스로 갔다가 다시 포트빌로 돌아오는 강행군에 이제는 여관으로 가서 쉴 법도 하건만, 그는 그런 결정을 내렸다.
‘일단 내 예상이 맞는지 확인은 해 봐야지.’
그건 역시나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며, 자신의 이야기가 모든 본 네크로맨서에게 퍼진 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못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쩝, 근데 랄프 아저씨가 완전히 뭐라 하겠네.’
대장간의 문고리를 잡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대한 빨리 돌아온다고 했던 것이 원래 돌아오기로 했던 날짜보다 늦어졌기 때문이었다.
마치 회사에 말도 없이 무단결근을 하면 이런 기분일까 싶은 레온이었다.
‘끄응, 별수 없지.’
“저 왔습니다~.”
잠시 고민을 하던 그가 포트빌 대장간의 대문을 벌컥 열었다.
‘어라?’
한데 문을 활짝 열자, 대장간 안의 모습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어라? 왜 아무도 없지?’
한참 일이 진행되고 있을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대장간 안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문 밖에서 망치질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레온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일전에 랄프가 자신에게 ‘우리 수석 대장장이님은 한 번도 대장간을 쉰 일이 없지.’라고 말했던 일이 있었던 탓이었다.
그가 주변을 유심히 살피며, 대장간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그때.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대장간에 갑자기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구먼.”
그는 바로 포트빌 대장간의 수석 대장장이 클라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