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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68화 (68/332)

# 68

그렇게 레온의 포효가 터지고 난 후.

“형님!”

“아우야!”

레온과 네기는 서로를 거세게 끌어안으며 서로 의리를 나눴다.

그 모습이 마치 긴 세월을 떨어져 있다가 오랜만에 만난 이들의 해후 같았다.

어느새 레온의 마음속에서 네기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미친 듯이 부담스러운 녀석에서 착하디착한 내 동생으로 말이다.

‘감히 내 동생을 괴롭히다니!’

그러자 순간 삼인조에 대한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 올랐다.

아까 대머리의 항문에 꽂아 넣을 때, 더 악랄하게 꽂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자꾸만 들 정도였다.

아무튼 그다음 레온은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살았다고 형으로서 네기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을 해 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 직설적인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진심을 다해 그냥 진솔하게 대화를 나눴다.

레온의 태도가 그렇게 바뀐 이유는 한 가지였다.

네기의 선물 공세에 마음이 열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네기가 이전에 당했던 것과 같은 저열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건 한번 맺게 된 인연은, 절대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는 것이 레온의 원칙이었다.

두 명 모두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자, 만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는 생각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친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시간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크흑, 형님! 그럼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은 탓에 부모님이 자꾸 분노에 찬 메시지를 보낸다며, 네기가 아쉬워 죽겠는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떠나갔던 탓이었다.

레온이 사라지는 네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윽고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나도 쉬러 갈까?’

레온은 피곤함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평소 같았으면, 이쯤에서 그도 깔끔하게 마을로 돌아가 로그아웃을 했을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끄응.”

그는 기지개를 한 번 쭉 켜고 난 다음,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아쉽게도 그럴 순 없었다.

아직 이곳에서 할 일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레온이 공동에서 갱도로 다시 들어가고 있었다.

“휴,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다시금 사혼의 파편을 채광할 순간이었다.

* * *

깡!

까깡!

다시 들어선 레온은 작업을 재개했다.

한데 채광이 진행될수록, 레온은 완전히 달라진 결과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이 순간 판테라 내 최고의 명언을 실시간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건 바로.

‘와, 역시 게임은 템빨이구나…….’

라는 것이었다.

여태껏 생산 작업을 할 때 그는 ‘하는 사람의 실력이 중요하지, 좋은 작업 도구가 왜 필요해’ 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생산 도구일지라도, 아이템 등급에 따라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성능 차이가 나타나는지 똑똑히 드러나고 있었다.

-‘사혼의 파편’을 획득하였습니다.

-‘사혼의 파편’을 획득하였습니다.

-‘사혼의 파편’을 획득하였습니다.

-‘사혼의 파편’을 획득하였습니다.

-……중략……

레온의 눈앞에 사혼의 파편을 획득했다는 메시지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떠올라 있었다.

갑자기 사혼의 파편이 이처럼 채광이 잘 이루어지는 것은 앞서 말했듯, 단 한 가지 이유였다.

자신의 이 새로운 곡괭이 때문이었다.

나선돌파 곡괭이에는 특수한 소켓이 하나 뚫려 있었다.

한데 그 소켓에 광물을 한 가지 박아 넣으면 그 광물의 채광 성공 확률이 8%나 증가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나선돌파 곡괭이]

……(중략)……

-소켓 장착 완료(사혼의 파편)

-사혼의 파편에 대한 채광 성공 확률 8% 증가

-단, 장착 가능한 광물의 등급은 하급 이하로 제한됨.

물론 레온을 그 소켓에 사혼의 파편을 박아 넣었다.

사혼의 파편은 하급 재료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유일 등급 곡괭이의 사기적인 스펙과 소켓에 박은 파편 덕에 생긴 확률 상승이 더해지자, 이처럼 폭발적으로 사혼의 파편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척.

갑자기 레온이 잘하고 있던 채광 작업을 중단했다

텅.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들고 있던 곡괭이까지도 살며시 내려놓았다.

눈에 이채를 띤 채,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새로운 곡괭이의 시험은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이어 레온의 입술이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토해 냈다.

“레이즈 스켈레톤, 광부 스켈레톤.”

슈웅!

위잉!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안전모를 쓴 채, 곡괭이를 들고 있는 스켈레톤 한 마리가 소환진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혼의 파편을 캘 수 없다고 결론이 난 광부 스켈레톤을 왜 지금 소환한단 말인가?

그러나 나타난 스켈레톤을 조용히 바라보던 레온은, 그에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깜짝 놀랄 만한 한마디를 입 밖으로 꺼냈다.

“스킬 사용, 부여.”

레온은 본 블랙스미스의 스킬 중 하나인 부여를 사용했다!

띠링.

-부여를 적용할 스켈레톤을 선택해 주십시오.

놀랍게도 그의 말이 끝나자, 레온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랬다. 정말로 레온은 어느새 강화 말고도, 본 블랙스미스의 다른 스킬들의 레벨을 상승시켜 놓았던 것이다.

레온은 강화 스킬이 5레벨에 도달한 후, 아무리 수련을 해도 경험치가 현저히 적게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그는 거기서 강화의 수련을 멈추었고, 그 후로 다른 스킬들을 해방시키는 데 시간을 투자한 것이었다.

본래 대장장이의 부여 스킬은 특별한 재료 아이템을 사용해 장비에 특성을 부여하는 스킬이었다.

그러나 본 블랙스미스의 부여는 효과가 달랐다.

그 능력은 바로.

[부여 LV. 1]

-장비에 특성을 부여합니다.

-(개방)선택한 스켈레톤에 지정한 장비가 지닌 효과 중 하나를 부여합니다.

-부여는 스켈레톤 한 마리당 한 번으로 제한됩니다.

-부여로 지정되는 아이템은 한 번으로 제한됩니다.

놀랍게도 유저가 고른 아이템의 효과 중 하나를 스켈레톤에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부여를 적용받을 스켈레톤의 이름을 호명했다.

“광부 스켈레톤.”

당연하게도 그 대상은 방금 소환했던 광부 스켈레톤이었다.

띠링.

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부여에 사용할 아이템을 지정해 주십시오.

이 순간을 기다린 것인지, 레온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그가 효과를 인계시킬 아이템은 하나였다.

“나선돌파 곡괭이.”

그가 떠올린 계획은 이것이었다.

‘스켈레톤이 사혼의 파편을 못 찾는다면, 탐지할 수 있게 만들면 되지!’

-나선돌파 곡괭이(0/1)가 지정되었습니다.

-부여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부여할 효과를 한 가지 선택해 주십시오.

순간 레온의 눈앞에 나선돌파 곡괭이의 정보 창이 떠올랐는데, 효과가 설명되어 있는 문장이 노란색으로 선명하게 강조되어 있었다.

딸칵.

그리고 레온은 그 문장을 손가락으로 클릭했다.

그러자 곧장 메시지가 떠올랐고.

-효과 ‘사혼의 파편에 대한 채광 성공 확률 8% 증가’가 선택되었습니다.

-광부 스켈레톤에게 나선돌파 곡괭이의 효과가 부여됩니다.

우우!

위이잉!

이어 귓전에 날카로운 효과음이 들려오며, 드디어 아이템 효과의 부여가 시작되었다.

‘부여를 할 때는 망치가 안 필요한 건가 보군.’

레온이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그의 곡괭이에서 검푸른 광채가 떠올랐다.

음험한 빛을 내던 광채는 이윽고 마치 날개처럼 활짝 펼쳐지더니, 광부 스켈레톤을 휘감았다.

그 모습이 마치 알이 된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부여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지정 아이템과 선택된 스켈레톤의 조합이 적합하여, 효과의 수치가 향상되어 부여됩니다.

[광부 스켈레톤]

레벨 4 / 한계 레벨 60

……(중략)……

-채광 시, 사혼의 파편에 대한 채광 성공 확률 15% 증가.

‘됐어!’

레온은 이후 영원히 사혼의 파편만을 캐낼 운명을 부여받게 된 노예 스켈레톤을 손에 넣었다.

* * *

‘……자네, 정말 사람 맞는가?’

레온이 인벤토리에서 사혼의 파편 6,000개를 한꺼번에 꺼내자, 쟈켄이 경악을 하며 꺼낸 말이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푹 내쉰 채 정제실로 들어갔다.

‘쩝.’

그러나 레온은 그 모습을 보며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요, 아저씨. 그게 다가 아냐.’

그는 아직 지니고 있는 사혼의 파편을 다 꺼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쟈켄에게 건넨 것만큼의 사혼의 파편들이 더 있었다.

바로 그의 그림자 속에 말이다.

[그림자 아공간]

그림자 속에 무엇이든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인벤토리와 다르게 아이템화 되지 않는 것들도 넣을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넣을 수 없습니다.

그가 초기화를 하며 계승했던 스킬 중 하나인 그림자 아공간에 넣어 놓았다는 뜻이었다.

지금이라도 6,000개의 파편을 더 쟈켄에게 건네줄까 고민하던 레온은 일단 앞서 가져간 수량으로 상급 사혼석이 몇 개나 나오는지 보고 결정하자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파편 6,000개를 더 건네주면, 100퍼센트 확률로 그를 향한 쟈켄의 호감도가 하락할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양이 많아서인지 정제는 금방 끝나지 않았다.

그에 레온은 쏟아져 내리는 잠에 꾸벅꾸벅 졸며 하염없이 쟈켄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후우, 후.”

사혼의 파편 6,000개의 정제는 그도 무리였는지, 두 눈의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쟈켄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모습을 드러냈다.

쿵.

그는 그리고 레온이 앉아 있던 가게의 탁자 위에 사혼석 300개를 올려놓았다.

사혼의 파편 스무 개당 하나의 사혼석이 추출되니, 정확한 숫자였다.

하지만 레온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저, 이 중에 상급 사혼석은 몇 개나?”

사혼석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나오는 하급 사혼석이 아닌 상급 사혼석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순간 쟈켄이 레온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얼굴을 확인한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쩝, 아저씨 난 괜찮아요. 근데 모자라면 아저씨가 6,000개를 더 해야 돼요…….’

레온이 자신의 그림자에서 사혼의 파편 무더기를 다시 꺼내려 하던 그때.

쟈켄이 빙긋 웃으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양으로 안 되는 것은 없구먼. 그중에 정확히 상급 사혼석 스무 개를 만들 수 있었네. 자, 받게나.”

그렇게 레온이 쟈켄에게 상급 사혼석 스무 개를 받아 든 순간!

띠링!

-상급 사혼석 스무 개를 획득하였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자격 조건(2) 퀘스트를 성공하였습니다.

드디어 오래도 끌었던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을 만들기 위한 퀘스트가 끝이 났다는 메시지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좋았어! 이제 모든 준비는 끝마쳤다.’

레온은 울컥하는 기분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갖은 고생 끝에 결국 이루고자 했던 목표에 도달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음험한 빛을 내는 사혼석들을 바라보던 레온이 그대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 떡상 가즈아!’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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