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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67화 (67/332)

# 67

* * *

그렇게 적들을 모두 처치한 레온은.

“룰루.”

싱글벙글한 얼굴로 이삭을 줍듯 허리를 굽혀 가며 무언가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건 바로 아이템들이었다.

일전에 브룩과 함께 PK범들과 싸웠을 때처럼, 정당방위 결투의 대가로 삼인조가 지니고 있던 아이템들이 강제적으로 하나씩 드롭되었던 것이다.

‘호오.’

곧이어 수거한 아이템들의 정보를 확인한 레온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놈들의 레벨이 중수 정도는 되었기 때문일까?

드롭한 아이템들이 꽤나 높은 수준의 것들이었다.

[폭군 코볼트 왕의 검]

분류 : 검

등급 : 희귀

내구도 994/1,200

착용 제한 : 힘 130/검사

공격력 : 263~280

코볼트와 인간 모두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코볼트의 왕이 사용하였던 검. 인간의 피가 스며든 까닭에 검 날이 선홍빛을 띠고 있다.

-코볼트와 전투 시, 가하는 피해량 20% 증가.

-인간형 몬스터와 전투 시, 1% 확률로 상태 이상 ‘공포’ 부여.

[바람 족제비 장화]

분류 : 신발

등급 : 희귀

내구도 : 720/860

착용 제한 : 도적

방어력 : 52

옵션 : 민첩 +13 / 치명타 확률 +8%

낫처럼 날카로운 꼬리로 바람을 쏘아 낸다는 바람 족제비의 털로 만든 신발.

재질 때문에 가끔 발바닥이 간지러운 단점을 제외하면, 뭐 하나 빼놓을 것이 없는 신발이다.

-바람 속성 마법에 대한 저항력 13% 증가.

[벚꽃 반지]

분류 : 반지

등급 : 희귀

착용 제한 : 여성

1,000년 동안 수많은 커플을 탄생시킨 벚꽃 신수(神樹)로 만들어진 반지.

반지를 끼고 있으면 몸에서 은은한 벚꽃 향기 흘러나온다.

-남성 NPC와 대화 시, 친밀도 상승 확률 5% 증가.

레온은 세 아이템의 등급이 모두 희귀라는 것을 확인하자, 자연스레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리고 그렇게 미소를 머금은 채, 머릿속으로 각 아이템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떠올렸다.

‘바람 속성 저항력에, 민첩 상승효과가 있는 신발은 그냥 내가 끼면 되겠고……. 후후, 나머지 두 개는 경매장에 올려놓으면 꽤나 짭짤하겠는걸.’

그는 이내 신발은 자신이 장착하기로 하고, 검과 반지는 그냥 경매장에 팔아 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코볼트 왕의 검은 지금 사용하는 것보다 스펙이 낮아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데다가, 벚꽃 반지는 여성 유저만 착용이 가능하다는 제한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레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무슨 장신구의 착용 제한에 성별이 있지?’

그가 의아해할 만도 했다.

여태껏 판테라를 해 오며 레온은 드레스와 같은 의류를 제외하고는, 아이템에 성별 제한이 걸려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사실 레온은 몰랐지만, 벚꽃 반지는 남녀가 각자 하나씩 갖는 아이템이었다.

판테라 속의 연인 유저들에게 유행하고 있는 커플 아이템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레온은 벚꽃 반지를 손가락으로 집어 들고는 이리저리 유심히 살펴보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쩝, 왠지 모르게 께름칙하단 말이지. 빨리 팔아 버려야겠어.’

라고 말이다.

놀랍게도 무적의 솔로부대원인 레온은 벚꽃 반지를 보며, 무언가 기분 나쁜 느낌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벚꽃 반지를 인벤토리 구석에 처박아 버렸다.

그러던 그때.

“……저.”

갑자기 레온의 어깨를 누군가가 톡톡 두들기며 말을 건네 왔다.

‘으응?’

그가 의아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네기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었다.

평범한 감사 인사를 전하러 왔겠거니 생각했던 레온은.

‘뭐야. 근데 이놈 눈빛이 왜 이래?’

뭔가 그윽함까지 느껴지는 그를 바라보는 네기의 눈빛에 살짝 당혹스러운 반응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 눈빛, 결코 평범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왜 부르셨는지요?”

그렇기에 아까까지만 해도 반말을 찍찍 내뱉던 레온은 네기에게 경계심을 날 세운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덥썩!

‘히익!’

네기가 번개처럼 손을 뻗더니 레온의 두 손을 꼭 붙잡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님이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그러곤 감동에 찬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아, 네. 저, 그게. 손은 좀 놓…….”

그에 레온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로 붙잡힌 손을 빼내려 했지만, 어찌나 악력이 좋은지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이렇게 힘이 강한 줄 알았으면, 그의 도움은 필요 없을 뻔했다.

스윽.

위기를 느낀 레온이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순간 레온은 자신이 밤늦은 심야에 폐쇄된 갱도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들어올 때는 쉽게 들어왔지만, 빠져나갈 때는 아니란 건가?

불현듯 그쪽(?)의 명언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무어라 계속 떠드는 네기의 말이 점점 들리지 않고 있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그러던 순간 레온이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헉, 안 돼! 정신을 차려야 해! 호랑이 굴에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

그러자 그동안 들리지 않던 네기의 말이 들려왔다.

“……아 주십시오!”

뭐?

미처 앞부분을 듣지 못한 레온이 걱정과 두려움에 찬 얼굴로 네기에게 되물었다.

“……네?”

그러자 네기가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레온을 향해 열정이 가득한 눈빛을 쏘아 내며 소리쳤다.

“아우로 삼아 주십시오!”

주십시오~ 십시오~.

목소리를 어찌나 크게 내질렀던지, 그의 말이 메아리처럼 공동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우? 동생?’

한동안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던 레온은 이내 네기의 의도가 자신이 생각한 방향이 아니란 것을 알아차렸다.

그제야 조금씩 얼굴색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레온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사실 확인을 위해 네기에게 말을 건넸다.

“……아우면, 동생 삼아 달라는 거지?”

“넵!”

“그러니까 형 동생할 때, 그 동생?”

“네엡!”

“……혹시 동생에 내가 모르는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닌 거고?”

“네?”

“아, 아냐.”

그렇게 그 대화가 끝나고 나자.

갑자기 네기가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네기, 아니 우철은 어릴 적부터 한 가지 별명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건 바로 ‘착한 우철’이었다.

원체 본성이 착하고 정이 많았던 그는 친구들에게 초중고 그리고 지금의 스무 살까지 그렇게 불렸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그는 이런 자신의 별명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싫다기보다는 힘겨워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을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오는 부탁을 거절을 못하고, 정에 쉽사리 휘둘리는 탓에 여태껏 오늘과 같은 상황을 수두룩하게 경험했던 것이었다.

‘쩝, 뭔가 불쌍하네.’

그 말을 하며 네기가 지은 서글픈 눈동자에 레온은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네기의 말이 이어졌다.

한데 방금 지금껏 자신이 추구했던 인물상에 딱 들어맞는 인물을 찾아냈다고 했다!

압도적인 강함과 솔직함 그리고 당당함을 지니고 있는 자를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레온이라고 말했다.

“제가 찾던 롤 모델이십니다! 행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그리고 네기는 다시 레온의 손을 부여잡고, 부탁을 해 오기 시작했다.

아니, 애원에 가까웠다.

눈앞에서 다 큰 사내놈이 자신의 동생을 하고 싶다고 칭얼거리고 있자, 레온은 당혹스러울 따름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는 조금도 네기를 동생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물론 레온이 아까 안타까운 그의 사연을 듣고 동정심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동정심이 든다고 이런 기묘한 상황을 덥석 받아들이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않은가.

게다가.

‘동생은 현실의 그 녀석으로도 벅차다고.’

친동생 유희를 통해 동생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사람을 귀찮고, 힘들고, 피곤하게 만드는지 잘 알고 있는 레온은 더더욱 현실이건 게임 속이건 동생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레온의 얼굴에 떠오른 시름이 깊어졌다.

‘끄응, 그래, 이건 아니지. 아무리 딱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사람이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 했다.

오해가 없도록 에두르지 말고 단박에 거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레온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저기…….”

한데 그때였다.

미안하지만, 난 너 같은 동생을 키울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고 상냥하게 말해 주려는 찰나.

스윽.

갑자기 네기가 깜빡했던 무언가가 생각이 났다는 듯, 자신의 품을 뒤지더니, 난데없이 아이템 하나를 꺼내어 레온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거절할 새도 없이 급작스럽게 건네주는 통에 엉겁결에 물건을 받아 든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건의 의미를 물었다.

“……이건?”

“아, 일단 말로만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요! 오시기 전에 보스 몬스터를 잡고 획득한 아이템입니다! 제발 받아 주세요!”

네기는 다른 것을 떠나, 자신을 구해 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레온이 난처한 얼굴로 건네받은 아이템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곡괭이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보스 몬스터를 잡고 나온 것이 곡괭이라니.

누군들 황당해하겠지만, 곡괭이를 바라보는 레온의 표정은 전혀 우스워하지 않았다.

‘호오, 이것 봐라?’

딱 보아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물건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곡괭이의 외형은 굉장히 독특했다.

레온이 지금껏 사용한 일반적인 곡괭이는 양쪽의 날 부분이 황새의 부리처럼 뾰족하게 생겼는데 반해.

이 곡괭이의 날은 소용돌이처럼 나선으로 꼬여 있었던 것이다.

그 모양은 마치.

‘무슨 드릴 같잖아?’

순간 레온이 양쪽의 날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그뿐이 아니었다.

곡괭이의 자루와 날이 맞닿은 지점에 동그란 홈이 하나 패여 있었다.

레온이 그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보아도 그 둥근 홈에는 무언가를 박아 넣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 곡괭이 뭐지? 호기심 엄청 자극하네!’

레온은 차오르는 궁금증에 네기의 제안을 거절하려면 이 곡괭이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사실도 잠시 잊은 채, 곧장 아이템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띠링.

그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

그리고 확인을 한 레온은 경악한 표정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나선돌파 곡괭이]

분류 : 무기

등급 : 유일

내구도 5,000 / 5,000

공격력 130~145

-소켓(지정되어 있지 않음)

-소켓에 광물을 장착 가능

-장착 이후 채광 시, 해당 광물에 대한 채광 성공 확률 8% 증가

-단, 장착 가능한 광물의 등급은 하급 이하로 제한됨.

항상 나의 곡괭이는 맨틀을 뚫을 곡괭이다라고 소리쳤던 광부 중의 광부로 불렸던 이가 채광 작업에 사용했던 곡괭이.

이 곡괭이의 자루를 쥐는 것만으로도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기운이 솟구친다.

네기는 레온에게 무려 유일 등급의 아이템을 보답으로 건네준 것이었다.

그 순간, 레온이 눈에 강렬히 힘을 준 채, 네기에게 한마디를 외쳤다.

“동생아! 반갑드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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