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65화 (65/332)

# 65

레온의 무기는 일전에 획득했던 의식용 단검이었다.

레온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기에, 혹시나 망토처럼 비싸 보이는 물건을 또 꺼내지 않을까 기대했던 삼인조는 단검을 확인하고는 또다시 비웃음을 얼굴에 띄웠다.

“에구, 무기는 또 의식용 단검이야?”

“……흐, 이젠 웃을 힘도 없다.”

“오빠야, 다음에는 보지 말자?”

이것이 의식용 단검이 유저들에게 인식되는 것의 현주소였다.

유일 등급의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가치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수수한 외형도 외형이었지만, 아예 그들이 아예 눈독을 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 더 컸다.

그러던 그때.

삼인조가 먹잇감을 앞에 둔 하이에나처럼 슬금슬금 레온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그런 놈들의 눈빛에 살기가 잔뜩 차올라 있었다.

한참을 농락하다가 죽이겠다는 속마음이 내비치는 듯했다.

그러자 승냥이 같은 놈들을 지긋이 바라보던 레온이 다시금 옆에 선 네기에게 말을 건넸다.

“이봐.”

“네? 네.”

네기의 대답이 들려오자, 레온이 그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러자 네기는 분명 자신의 레벨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숙제를 검사받는 학생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레온의 말이 이어졌다.

“너 방어력은 높다는 거지?”

“……네.”

‘하긴, 그런 거추장스러운 갑옷을 입고 있는데 그렇기라도 해야지.’라는 혼잣말을 다 들리게 마친 레온이 말했다.

“그래, 그럼 넌 땅땅이를 지켜.”

땅땅이?

네기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땅땅이요?”

“그래, 저 녀석 말이야.”

레온이 고갯짓으로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땅땅이를 가리키자, 네기는 의아한 표정을 만들었다.

한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 소환수를 지키라 하지?’

소환술사나 네크로맨서 같은 직업과 자신과 같은 탱커가 함께 전투를 벌일 시, 당연하게도 자신의 역할은 그들의 소환수가 아닌 소환자를 곁에서 지키는 것이 맞는 것이었으니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호위로 소환수가 오래 살아남는다 한들, 소환자가 리타이어되면 모든 소환수는 자동으로 역소환 되고 마니 소환수를 지키는 것은 별반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저, 그러면 님은?”

네기가 레온의 이름을 몰랐기에, 님이라고 포현하며 묻자.

“나? 난 싸워야지.”

레온은 뭐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무슨?’

네기의 얼굴에 물음표 표식이 연달아 떠오르던 그때.

“곧 죽을 놈들끼리 뭘 그리 떠드냐!”

파바밧!

선봉 공격을 도맡는 데포가 장검을 꼬나 쥔 채, 그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혼자만 신나지 말라고! 윈드 워크!”

그리고 그와 동시에 뒤편에서 따라붙던 도적 비달도 레온과 네기의 뒤를 잡기 위해 질주했다.

급전개에 네기가 넋이 나가 있자, 레온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뭐 해! 얼른 가서 땅땅이를 지키라니까!”

“헙! 네넷!”

관심 병사, 네기는 레온의 불호령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헐레벌떡 땅땅이의 곁으로 달려갔다.

레온의 명령을 정확히 수행하는 그 모습이 마치 충실한 부하라도 된 것 같았다.

“흐아앗! 아이언 슬래쉬!”

그 순간, 어느새 가장 먼저 당도한 데포가 레온에게 스킬을 시전했다.

아까 일반적인 사선 베기는 아이템 효과 때문에 피해 버린 레온을 생각하며, 이번에는 검사의 참격 스킬인 아이언 슬래쉬를 사용한 것이었다.

그의 검날에 회색빛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딱 보아도 상당한 기운이 실려 있었다.

쐐애액!

하지만.

자신의 정수리로 칼이 꽂히고 있었는데도.

피식.

레온은 전혀 피할 생각도 않은 채, 그저 그런 데포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웃어 보였다.

‘웃어? 이 건방진 자식이!’

그것을 확인한 데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눈에 흰자위만 보일 정도였다.

그는 칼자루를 쥔 손에 힘을 더욱 거세게 주었다.

한데 그때였다.

파밧!

엄청난 속도로 둘의 사이에 무언가가 불쑥 끼어들었다.

검은 이미 호를 그리며 떨어지고 있었기에, 데포의 공격은 그 무언가에 그대로 적중했다.

따당!

한데 그러자 전혀 베이는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건 마치 곡괭이를 벽에다 내려쳤을 때의 소리와 비슷했다.

“크헉!”

순간 데포가 비명을 내질렀다.

‘으, 왜 이리 단단해? 무슨 돌덩이를 때린 것 같잖아?’

검격이 들어간 순간 돌덩이를 내려친 듯이 손목이 저릿저릿해 왔다.

전기가 통한 것 같아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까지 했던 것이었다.

시선을 돌려 난입한 인물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어 갔다.

‘뭐야 이거. 어떻게 스켈레톤 따위가 내 공격을?’

그의 눈앞에는 상당한 덩치를 자랑하는 스켈레톤 한 마리가 두 팔을 교차해 머리 위로 올린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두 명의 사이로 달려든 것은 바로 단단이였던 것이다.

한데 이때 놀라운 것은, 10등급 스켈레톤에 불과한 단단이가 65레벨의 검사인 데포의 공격을 막아 냈다는 사실이었다.

데포는 이 상황에 멘탈 붕괴가 왔는지, 공격을 이어 갈 생각을 않고 그저 머뭇거리고만 있었다.

초보 네크로맨서들이나 사용하는 최하급 소환수인 스켈레톤 따위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내다니.

게다가 막아 내고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리에 서 있다니.

이 모든 것이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그런 데포의 방심을 놓치지 않고, 또 다른 공격이 쏟아졌다.

타다다닷!

촤악!

크왕!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거리를 좁힌 케로베로가 날카로운 발톱과 톱날 같은 이빨을 들이댄 것이었다.

“히익!”

생각지도 않다가, 정통으로 공격을 받은 데포가 화들짝 놀라 괴상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순간 레온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케로베로가 ‘데포’에게 치명적인 대미지를 입혔습니다.

-‘약화의 송곳니’의 효과가 적용되어, ‘데포’의 방어력이 크게 감소됩니다.

케로베로의 엄청난 공격 속도에 반응하지 못한 나머지, 데포는 꽤 큰 대미지를 입은 듯했다.

“으윽.”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러 어떻게든 케로베로를 떼어 낸 데포가 줄어든 체력 바를 보고는 기겁을 했다.

‘시발, 이게 무슨……!’

차오르는 욕지거리를 꾹 참으며, 다시 고개를 들자.

그르르르.

눈앞에 검푸른 빛의 안광을 내뿜는 두 개의 머리를 지닌 개, 아니 늑대의 형상을 한 스켈레톤이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꿀꺽.

데포는 본인도 모르게 침을 목구멍으로 삼키고 말았다.

‘아니, 대체 뭐야 이거?’

가까이서 보니 스켈레톤이라고는 상상도 가지 않는 기세가 내뿜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방금 전까지 그들이 상대하던 보스 몬스터보다 오히려 이놈의 기세가 더욱 강력해 보였다.

그리고 이 상황을 만든 원인은, 레온의 눈앞에 떠올라 있는 소환수 목록 창의 내용을 확인하면 알 수 있었다.

[단단이 +4 / 35레벨]

[땅땅이 +4 / 46레벨]

[케로베로 +4 / 31레벨]

놀라운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강화를 통해 한계 레벨의 제한이 상승한 단단이와 땅땅이의 레벨이 많이 올라 있었고.

가장 늦게 만든 케로베로의 레벨도 어느새 30레벨을 돌파해 있었다.

게다가 그뿐이 아니었다.

모든 소환수들의 강화가 4강까지 완료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레온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내 새끼들은 당연히 스킬 레벨이 오를 때마다, 최고로 높게 올려놨지!’

놀랍게도 그동안 대장간에서 미친 듯이 연마를 한 덕에, 레온의 강화 레벨은 어느새 5레벨에 도달해 있었다.

이것으로 단단이가 어떻게 데포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 냈는지, 또 케로베로의 공격 한 방이 데포에게 치명상을 남겼는지의 비밀이 밝혀졌다.

단순히 1강마다 최소 10레벨 이상의 상승효과가 적용된다고 계산을 했을 때, 소환수들의 실제적인 레벨은 40레벨을 더해야 했다.

즉 능력치로 보자면.

단단이는 75레벨.

땅땅이는 86레벨.

케로베로는 71레벨에 해당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비달과 므티는 처참한 꼴의 데포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크크, 데포 무슨 꼴이냐. 방심하다가 제대로 얻어맞았네. 이건 평생 소장각 인정?”

“호호, 저게 무슨 꼴이야. 진짜 쪽팔리겠다.”

“시발! 다물고 빨리 도와나 줘 봐!”

그러자 힘겹게 단단이와 케로베로를 동시에 상대하던 데포가 발끈해서 둘에게 소리쳤다.

“기다려 봐, 그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직빵인 게 있으니까!”

그 말에 비달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파바밧!

그 틈을 타 바로 레온에게로 뛰어 들어갔다.

소환수는 그냥 데포에게 맡긴 채, 소환자인 레온을 직접 처치해 버리기 위한 것이었다.

도적은 암살자와 검사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직업이었다.

암살자만큼은 아니었지만, 도적도 이동속도가 매우 빨랐다.

그래서 단단이가 데포에게서 몸을 돌려 레온을 막으러 오기 전에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레온은 놀란 기색 없이 한 발을 살짝 뒤로 빼고, 몸을 낮추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스릉.

그의 의식용 단검이 음험한 예기를 발했다.

하지만 그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비달에게는 겉멋만 든 애송이로 보일 뿐이었다.

‘돈지랄을 해 가지고, 레어 소환수랑 레어 아이템을 얻은 모양인데. 이렇게 근거리 전투로 들어오면 너 같은 네크로맨서들은 그냥 우리의 밥이야, 이 자식아!’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어 보인 비달이 레온의 코앞에서 스킬을 시전했다.

“크로스 대거!”

이어 비달이 역수로 쥐고 있던 양손의 비수가 X자로 교차하며, 레온에게 휘둘러졌다.

스거걱!

뒤이어 소름끼치는 소리가 이어졌다.

날카로운 칼날에 살이 베이는 소리였다.

“크윽!”

동시에 신음성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마, 말도 안 돼.’

그 신음 소리의 주인공은 레온이 아니었다.

땡그렁.

비달의 손에서 비수 하나가 떨어졌다.

그런 비달의 한쪽 팔뚝에 큰 상처가 나있었다.

그랬다. 공격이 적중한 것은 비달이 아니었다.

레온은 비달의 교차된 칼날이 들어옴과 동시에 뒤로 빼놓았던 발을 축으로 삼아, 획하고 돌며 공격에서 손쉽게 빠져나오더니.

그 과정 중에 비달의 팔뚝 한쪽에 의식용 단검으로 상처까지 남긴 것이었다.

레온과 합을 나눈 비달은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그의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네크로맨서가 어떻게 근접 전투까지 이렇게 잘한단 말인가.

‘크흑, 이럴 때가 아니야.’

타닷.

하얗게 질린 표정의 녀석은 레온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팔뚝에서 피가 절절 흐르고 있었다.

그는 품에서 체력 포션을 꺼내 상처에 들이부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뒤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크흑, 이거 왜 이래.”

그럴 만도 했다.

무슨 이유에선가 포션의 효력이 들지 않고 있었으니까.

당황한 비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태 이상 ‘부패’에 걸렸습니다.

-일정 시간 동안 체력 회복 효과를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

그가 시선을 내려보니, 레온의 검에 베인 비달의 팔뚝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가 체력 포션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레온의 의식용 단검에 붙어 있는 특수 효과 때문이었다.

[부정한 짐승의 의식용 단검]

……(중략)……

-5% 이하의 체력을 가진 야수형 몬스터에게 공격 적중 시, 일정 확률로 대상을 5분간 자신의 부하로 부릴 수 있다.

-공격 적중 시, 상대에게 상태 효과 ‘부패’ 부여.

부패는 중독처럼 지속적으로 대미지를 입힐 뿐만 아니라, 일정 시간 동안 회복 효과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상태 이상 효과였다.

점차 줄어들어 가는 자신의 체력 바를 멍하니 바라보던 비달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것 같았다.

순간 레온이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금 네 표정도 평생 소장각인데?”

그리고 녀석에게 놀리듯 한마디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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