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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63화 (63/332)

# 63

그렇게 대머리 파티에게서 벗어난 레온은 더 깊숙한 안쪽으로 이동해 갔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걸음을 멈추고 슬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다른 쪽으로 갔나 보군.’

혹여 기습을 당할까 날을 바짝 세우고 있던 그는 뒤편에서 따라붙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렇게 짐작했다.

그들은 다른 방향의 갈림길로 향한 모양이었다.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레온이 긴장을 풀었다. 한데 그런 와중에 그는 아쉬운 표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아쉽네. 싹 쓸어 버려 주려 했더니.’

사실 놈들의 기습으로 PK 패널티가 사라지면, 사정없이 밟아 주려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레온이 네기에게 자신들의 말을 폭로할까 걱정됐는지, 아예 회피해 버린 듯했다.

순간 레온이 절레절레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휴,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할 일이나 마저 해야겠다.’

이내 그들에게서 관심을 지운 그는 스윽 주변을 살폈다.

이곳에 사혼의 파편들이 얼마나 매장되어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탐색을 마친 레온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호오, 꽤 많네?’

다행히도 원래 있던 곳보다 이곳이 사혼의 파편이 내는 기운들이 훨씬 더 많이 보이고 있었다.

바로 작업을 시작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면 될 텐데.

‘……어쩐다.’

무슨 이유에선지 레온이 곡괭이를 쉽사리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에.

시선을 쫓아가자, 앞서 있던 곳에서도 보았던 몬스터인 광부 구울들이 흐느적거리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놈들을 보며 갈등에 찬 표정을 짓던 레온이 이내 결정을 내린 듯 눈에 이채를 띠었다.

그가 곡괭이를 인벤토리에 회수했다.

“인장 교체, 한계를 돌파한 자.”

그리고 칭호를 갈아 끼웠다.

그 이유는 물론.

‘에라, 일단 한번 만들어나 보자.’

아까 전에 떠올렸던 광부 스켈레톤의 제작을 시도해 보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계속 머릿속에 미련이 맴돌게 하는 것보다, 그냥 질러 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 제작이 실패한다면 사용한 시간이 너무 아까울 것이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허비한 시간은 밤을 새워서라도 채워 넣지, 뭐.’

라는 폐인의 마인드를 무장함으로써, 간단히 극복할 수 있었다.

촤아아!

서걱!

“하앗!”

인장을 해제한 레온이 곧장 배회하던 광부 구울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놈들은 급작스럽게 공격을 당하자 잠시간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무리지어 그에게 반격을 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의 레벨은 겨우 40정도.

심야 버프를 받았다고 한들, 레온에게는 우스운 수준이었다.

스켈레톤들을 소환할 필요도 없었다.

-광부 구울을 처치하였습니다.

-광부 구울을 처치하였습니다.

그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놈들을 한 마리씩 격퇴해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형인 만큼 제작을 위해 모아야 하는 뼛조각의 개수가 열 개였기에 금방 끝낼 수는 없었다.

“휴, 끝났나.”

이윽고 레온이 뼛조각을 모두 모으고, 몬스터들의 정리를 싹 끝냈을 때는 그로부터 1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딱 예상한 만큼의 시간이 흐른 것이었다.

“제작.”

뼛조각들을 모두 모은 레온은 그 자리에서 바로 제작을 실행했다.

요새 하도 많이 진행하느라, 익숙하기까지 한 과정이 지나갔다.

처척-.

처처척-.

우우웅!

뼈가 맞춰지는 소리와 진동음이 서서히 잦아들며, 드디어 그의 결과물이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소환수 정보.”

레온이 얼굴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며, 모습을 드러낸 스켈레톤의 정보를 확인했다.

“오오.”

그리고 놀란 반응을 만들었다.

그의 짐작이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일단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그의 눈앞에 두개골에 안전모를 쓰고 한 손에 커다란 곡괭이를 든 광부의 형상을 하고 있는 스켈레톤이 나타나 있었다.

[광부 스켈레톤]

레벨 1 / 한계 레벨 60

분류 : 언데드

등급 : 일반

힘 60 민첩 40

지혜 5 체력 90

생명력 2,000 마력 100

사고로 갱도에 파묻혀 죽어 좀비화가 진행된 광부 구울로 만든 스켈레톤.

죽었을 당시의 기억이 남아 있어, 광석을 캐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보유 스킬

1. 채광

광물이 매장되어 있는 곳에서 광석을 캐냅니다.

-광물형 몬스터에게 사용 시, 공격력의 150%에 해당하는 대미지를 가합니다.

-광석 채광 시, 소모 마나가 없습니다.

좋은 뼛조각들로 추리는 과정을 생략하고 그냥 마구잡이로 만든 탓에, 케로베로와 같은 8등급 스켈레톤임에도 불구하고 스펙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후후, 좋아.”

하지만 그럼에도 레온은 심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보유 스킬이 자신이 원하던 스킬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바로 광물을 캐낼 수 있는 채광 스킬이었다.

레온은 몰랐지만, 그는 지금 판테라 최초로 생산 계열 스킬을 지니고 있는 소환수를 만든 것이었다.

‘크으, 수고했다. 나의 두뇌.’

순간 레온은 자신의 비상한 머리에 스스로 감탄했다.

‘후후,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

이어 그는 사혼의 파편이 매장되어 있는 벽으로 다가가 칼로 X자로 표시를 했다.

“자, 여기야 여기. 알았지?”

그러곤 스켈레톤에게 표식의 가운데에 정확히 스킬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따닥.

광부 스켈레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머리 위로 곡괭이를 높이 들어 올리더니 명령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까앙!

깡!

레온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귓전에 들려오는 곡괭이 소리가 감미롭게 들려왔다.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줄 알았다.

그때까지는 말이다.

그로부터 1시간이 지난 후.

깡!

까깡!

광부 스켈레톤이 지치지도 않고, 여전히 똑같이 채광을 진행하고 있었다.

레온의 눈앞에 메시지가 잔뜩 떠올라 있었다.

-광물 채광을 시도합니다.

-광물 채광에 성공하였습니다.

-‘하급 철광석’을 획득하였습니다.

-광물 채광을 시도합니다.

-채광에 성공하였습니다.

-‘하급 철광석’을 획득하였습니다.

광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높은 가치의 광물들은 아니었지만, 레온의 그것과 비교하면 성공 확률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평상시의 그였다면 분명 무척이나 기뻐했으리라.

하지만 현재 레온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답답한 속마음이 여지없이 느껴지고 있었다.

“……에휴, 망한 건가.”

순간 그가 눈앞에 주르륵 나열되어 있는 긴 메시지들을 바라보다가, 손짓으로 모두 치워 버렸다.

이렇게나 많은 메시지 중에 그가 원하는 결과를 알리는 메시지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했다.

레온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속으로 이로써 도출된 결론을 정리했다.

‘휴, 사혼의 파편을 못 캐는 거구나.’

그랬다. 제작한 후 1시간이 넘도록 채광을 시키고 있건만 아직 단 하나의 사혼의 파편도 캐지 못했던 것이다.

레온은 억울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곳을 정확히 짚어 줬는데도 안 되다니.’

안타깝게도 사혼의 파편을 탐색하는 효과는 공유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한데 그때, 허망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레온이 화가 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면서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놔, 그렇다고 기운이 사라져 버릴 건 또 뭐냐고.”

그의 말처럼 분명 사혼의 파편이 내는 아지랑이로 가득했던 갱도가 깨끗하게 변해 있었다.

그의 지시에 따라 광부 스켈레톤이 사혼의 파편이 있는 곳에 채광을 시도하면, 다른 광물이 나오며 그 자리에 있던 사혼의 파편은 사라져 버렸던 탓이었다.

“소환 해제.”

단념한 레온이 광부 스켈레톤의 소환을 해제했다. 소환을 유지해 보았자,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된 거 지금부터라도 다시 빡세게 작업하는 수밖에 없겠군.’

이곳에 사혼의 파편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탓에 장소를 옮겨야 했다.

그는 곡괭이를 꺼내 들고,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잠시 후, 갈림길이 나타났다.

레온은 대머리 파티가 진입했을 오른쪽 갈림길로 걸음을 옮겨 갔다.

* *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네기는 지금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꿀꺽.

긴장감에 목구멍으로 침을 삼킨 그가 쉽사리 열리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장난이시죠?”

말을 마치자, 등줄기로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호호, 물론 장난이죠. 저희가 연기력이 좋았나 보네요. 깜짝 놀라셨죠?”

“그, 그렇죠? 다들 연기를 잘하시네요. 하마터면 깜빡 속을……!”

쐐액!

네기의 말이 계속되던 순간, 무언가가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그의 미간을 향해 꽂히고 있었다.

네기는 흐억, 하는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그 물체를 간발의 차로 피해 냈다.

피잉, 푸욱.

그 의문의 물체는 네기의 옆 땅바닥에 꽂혔다.

네기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정체를 확인했다.

그건 바로 단검이었다.

네기가 황망한 얼굴로 그들에게로 다시금 고개를 돌리자, 비달이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의 뱁새눈이 더 길게 찢어져 족제비같이 보이고 있었다.

“아씨, 피하면 어떡해. 명중이었는데, 아깝게.”

비달이 음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네기의 눈앞에 흉악한 내용의 시스템 메시지들이 연이어 떠올랐다.

-플레이어 ‘비달’, ‘데포’, ‘므티’가 공격을 해 옵니다.

-선전포고 없는 공격을 당했습니다. 전투 시 명성을 잃지 않습니다.

-정당방위, 결투 시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그랬다. 대머리 파티의 나머지 3인이 드디어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왜 이러시는 거예요, 여러분.”

이런 상황임에도 아직 네기는 그들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믿기 힘든 모양이었다.

그에 오히려 나머지 3인이 기가 차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참나, 이 친구 머리에 진짜 문제가 있는 거 아냐? 진짜 사람이 왜 이리 무뎌?”

“이봐, 그러다가 우리 같은 사람들 만나는 거야.”

“호호, 생긴 게 귀여워서 아깝긴 한데 어쩔 수가 없네요.”

“…….”

이어진 그들의 조롱 섞인 말에 그제야 네기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다.

이들은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을 말이다.

‘아니, 원래부터 같은 편이 아니었던 건가.’

“……뭐 때문입니까?”

네기는 똑바로 정신을 차린 뒤, 그들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당연한 대답이 들려왔다.

“왜 우리가 그쪽을 공격하겠어? 사람이 사람을 죽이려 들 때는 돈밖에 없는 거야.”

대치하고 있는 그들의 중앙에 몬스터의 거대한 사체가 쓰러져 있었다.

그들은 방금 이곳 갱도의 보스 몬스터를 잡은 상태였다.

한데 루팅을 하러 모두가 사체로 다가가는 순간, 갑작스레 세 명이 네기를 공격을 해 온 것이었다.

갑자기 등 뒤에 서늘한 느낌을 받은 네기가 재빨리 땅바닥에 몸을 구르지 않았다면, 한 방에 싸늘한 시체가 될 뻔했다.

순간 네기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래서 아이템 분배 조건을 자동 분배가 아니라 직접 분배로 하자고 우긴 겁니까.”

판테라에서 파티 사냥을 했을 때, 몬스터에게서 드랍된 아이템을 분배할 때는 여러 가지 설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역시나 전투의 공헌도에 따라 시스템이 자동으로 획득한 아이템을 분배해 주는 자동 분배였다.

한데 이곳에 들어오기 전, 3인은 네기에게 먼저 집는 사람이 임자인 시스템인 직접 분배로 설정하자고 바득바득 우겼다.

직접 분배는 파티원들 사이에 싸움이 잦을 수밖에 없기에 그는 반대했지만, 다수결로 인해 결국 그것으로 정해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후후, 정답~.”

“이제 알면 어떻게 해, 무를 수도 없는데. 자자, 다 이러면서 크는 거야.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해.”

“나 배고파. 빨리 치우고, 술이나 먹으러 가자.”

이 상황이 전혀 양심의 거리낌이 없다는 듯, 끝나고 술이나 먹자는 어처구니없는 므티의 말이 끝나자.

독사 같은 눈빛의 세 명이 슬금슬금 네기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한데 그때.

“휴, 진짜 안 되겠다.”

갑자기 그들이 들어온 갱도 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에 네 사람 모두 화들짝 놀랐다.

이 시간에 이 장소에 있을 이는 하나도 없을 터였기 때문이었다.

“……저 새끼.”

데포가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고는 두 눈을 이글거렸다.

거기에는 모습을 드러낸 레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짓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그 순간!

레온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내가 진짜 웬만해선 욕을 잘 안 하거든? 시발, 근데 니들은 좀 쳐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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