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61화 (61/332)

# 61

* * *

최근 포트빌 마을의 규모가 커진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포트빌의 근방에 있는 한 장소가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되었고, 그 여파가 마을에까지 미친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이 바로, ‘헬버드 광산’이었다.

헬버드 광산은 오래전 갱도가 무너진 이후, 쭉 폐광으로 방치가 되고 있었지만, 재개방이 된 이후부터 유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갱도 내부에서 짭짤한 경험치의 몬스터들이 출현을 하는 데다가, 여러 값비싼 광석들이 많이 추출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효율 좋은 사냥을 원하는 유저들과 노다지를 바라는 광부 유저들 모두 커뮤니티에 만족스러운 후기들을 남기고 있었다.

언제나 달달한 곳에는 수많은 꿀벌들이 꼬이는 법.

광산의 초입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 보였다.

마치 장이라도 선 것처럼, 시끌벅적한 말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마법사 한 분, 사제 한 분 모십니다!”

“광물 매입합니다!”

“들어가시기 전에 포션 구비해 가세요~!”

광산에서 캔 광물을 매입하는 유저.

좌판에 체력 포션을 비롯한 여러 물약들을 늘어놓은 상인.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파티원을 모집하는 이들이었다.

한데 그중 가장 활발히 매칭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들은 바로.

“갱도 심처에서 호위해 주실 고수님 찾아요~! 분배 비율은 6 : 4입니다!”

자신을 보호해 줄 호위 용병을 구하는 광부 유저들과 전투 직업을 지니고 있는 유저들이었다.

이게 무슨 조합인가 머리를 갸웃할 수도 있겠지만, 이유를 들으면 곧 고개를 끄덕이리라.

전투 직업도 아닌 광부 홀로 위험한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갱도에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그래서 광부들은 목숨값보다는 쌌기에 호위를 고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고용비는 대부분 광산 내부에서 추출한 광석을 분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체로 6 : 4의 비율로 이루어졌는데, 호위하는 유저가 6을 가져가고, 광부는 4를 가져갔다.

이게 웬 날강도인가 생각이 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생산 직업의 슬픈 현실이라고 할까.

한데 그때.

“어라?”

“저기요! 이봐요!”

무언가를 확인한 일단의 광부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터벅터벅.

어깨에 곡괭이 하나를 들쳐 멘 젊은 남자 한 명이 겁도 없이 광산의 입구로 다가서고 있었다.

“젊은이! 혼자 들어가면 안 돼!”

“위험해요!”

사람들의 만류가 계속됐지만, 결국 그 젊은 남자는 들은 체 만 체 하고 광산 내부로 들어가고야 말았다.

“……아이고, 저런.”

“쯔쯔, 또 객기에 시체가 생겨나겠구먼.”

사람들이 혀를 차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저런 경우가 간혹가다가 나오곤 했다.

돈이 궁한 이들은 호위에게 광석을 배분하는 것에 불만을 갖고, 목숨을 걸고 그냥 홀로 작업을 하러 들어가곤 했던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싸늘한 시체가 되어 버리지만 말이었다.

그러던 그때, 광산 안으로 들어간 남자가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휴, 언제 또 다 캐고 앉아 있냐.”

세상의 짐을 모두 짊어지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그 유저의 정체는 바로 레온이었다.

돈도 많이 벌었겠다, 한동안 여유를 즐겨도 될 것 같은 레온이 칙칙하기 짝이 없는 갱도에 발을 디딘 것은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레온이 순간 속으로 생각했다.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 만들었는데 구리기만 해 봐라, 진짜.’

그랬다. 그건 바로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 때문이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을 제작하기 위해 퀘스트를 해결하러 온 것이었다.

그의 시야 오른편에 조그맣게 그 퀘스트 내용이 펼쳐져 있었다.

[자격 조건(2)]

퀘스트 목표

1. 50종류의 스켈레톤 제작 50/50

2. ‘사혼의 구슬’

상급 사혼석 0/20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첫 번째 퀘스트인 50종류 이상의 스켈레톤을 제작하는 조건은 이미 완료가 되어 있었다.

사실 해결이 안 되어 있는 것이 이상할 터였다.

‘쩝, 홈쇼핑 때문에 이틀에 쉰 개씩 스켈레톤을 만들었으니까.’

홈쇼핑으로 팔기 위해 잠까지 줄여 가며 스켈레톤들을 만들었지 않았던가.

그 와중에 50종류의 스켈레톤이 완성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조건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혼석을 만들기 위해선 사혼의 조각을 직접 캐야 했다.

그래서 레온은 대장간에서 곡괭이 하나를 몰래 챙긴 뒤, 이곳으로 출발한 것이었다.

한데 그때, 별안간 레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흠, 그래도 생각보다 쉽게 랄프 아저씨가 허락을 해 줘서 다행이야.’

사실 레온은 처음에 대장간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고 조금 걱정을 했었다.

왜냐하면 그는 현재 포트빌 대장간에 소속이 되어 있는 몸이었기 때문이었다.

고용이 된 날부터, 날마다 일일 퀘스트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감이 조금씩 주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휴가 좀 갔다 온다 하려니, 당연히 랄프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의외로 랄프는 앞서 말했듯이 생각보다 쉽게 허락을 해 주었다.

‘저, 휴가 좀 다녀올게요.’

‘으응? 이제 배울 스킬이 마지막 하나만 남았는데. 무슨 이유가 있나?’

‘아, 저 그게 그냥…….’

‘흠, 아니네. 하긴 그럴 만도 하구먼. 그동안 그렇게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연습했으니 피곤할 만도 하겠지. 허허, 푹 쉬고 오게. 어르신께는 내가 말해 놓겠네,’

‘아, 넵! 감사합니다, 랄프 님.’

“허허, 감사하긴……, 어라? 그런데 자네 혹시 여기에 놓여 있던 곡괭이 하나 못 봤나? 이게 어디로 갔지?’

‘…….’

꼬리가 길면 밟히겠다고, 조심스럽게 훔치자고 생각하던 레온은 갑작스레 뭔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흠, 근데 이 아저씨 요새 날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갑자기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하겠지만, 무언가 자신에게 대하는 것이 예전과 너무 달라 레온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시험에서 죽일 듯이 괴롭혔을 때는 언제고.

어느 순간부터 너무 과하게 잘해 주지 않는가 말이다.

게다가 언뜻언뜻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지를 않나…….

물론 그것들은 레온을 노력하는 천재로 오해하고 있는 랄프가 제자에게 애정을 담아 행동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레온은 순간 문득 드는 불안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자신의 걱정을 떠올렸다.

‘쩝, 그 아저씨 설마 취향이 그쪽(?)은 아니겠지……?’

그 순간, 랄프가 멜빵바지만을 입고, 땀을 흘리며 작업을 하는 끔찍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동시에.

-ANG~.

귓전에 그 이미지 속 랄프의 야릇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히익.’

레온은 소름이 돋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괴상망측한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고.

곧 발걸음을 멈췄다.

스윽-.

그러곤 주위를 둘러보았다.

‘흠, 좋군.’

다른 유저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작업하기에 적당한 곳에 도달해 있었다.

방해를 안 받고 홀로 작업을 하고 싶어, 상당히 깊숙이 들어왔던 탓이었다.

한데 그때.

기지개를 키며 몸을 풀던 레온의 표정이 점점 슬프게 변화되었다.

“……흑, 하기 싫지만 이제 할 건 해야겠지.”

이어 물기 섞인 목소리로 레온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의 말처럼 이제 한 가지 준비만이 남아 있었다.

이어 레온이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겨우 떼어 냈다.

“칭호 교체. 장착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칭호 착용으로, 모든 스텟 전반에 심각한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모든 스텟의 수치가 90% 감소합니다.

-히든 효과가 발휘됩니다. 필드에 매장된 사혼의 파편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 같은 불쾌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으으.’

뭔가 적응이 될 법도 한데 끝까지 적응이 안 되는 것이, 쌀국수에 들어간 고수 같았다.

평생 익숙해지지 못할 것 같다는 뜻이었다.

“……끄응, 그래도 효과는 확실하구먼.”

그러나 미간을 잔뜩 찌푸렸던 레온은 달라진 주변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광산의 벽면 곳곳에서 붉은 아지랑이들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것들은 사혼의 파편이 내뿜는 흔적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깡! 까깡!

레온의 폭풍 곡괭이질이 시작되었다.

* * *

어느새 바깥은 캄캄한 밤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레온의 작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아 있었다.

“허억, 허억.”

그의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동안 레벨 업 외에도 스텟을 많이 얻었던 탓에, 이제 칭호의 패널티도 버틸 만하지 않을까 했던 레온의 생각은 철저히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끄응, 철근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은 이 피로감은 스텟이 올라도 그대로라는 거냐…….’

그의 스텟이 오르든 말든 상관 않고 이 곧 죽을 것 같은 피로감은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소매로 닦아 냈다.

하지만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전에 갔었던 광산보다 이곳이 훨씬 더 많은 파편의 매장량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현재 상당한 양의 사혼의 파편들을 손에 넣은 상태였다.

하지만.

‘아냐, 부족해. 훨씬 더 많아야 돼…….’

레온은 파편의 숫자를 세어 보다가, 만족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하나의 사혼석을 만드는 데에 스무 개의 파편이 필요했다.

그런데 문제는 정제를 하기 전까지는 하급이 나올지, 중급이 나올지, 상급이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렇다는 것은 사혼의 파편을 최대한 많이 캐내어 쟈켄에게 가져가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끄응, 더 많이 캐야 되는데…….’

레온의 걱정이 커 보였다.

몸이 지쳐 가면서, 점점 작업 효율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라, 잠깐만.’

한데, 그때. 레온이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가던 한 가지 생각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생각이란 바로.

‘누가 대신 좀 캐 줬으면 좋겠네.’

라는 것이었다.

누군가 듣는다면,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묻겠지만.

그 깨달음은 레온에게 한 가지 발상을 불러일으켰다.

‘그래, 광부 스켈레톤을 제작하면 되잖아.’

그건 바로 채광을 시킬 ‘광부 스켈레톤’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자, 레온은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러자 갱도의 곳곳에서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걸어 다니고 있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레온은 놈들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 바보인가? 왜 바로 앞에 두고도 몰랐던 거지?’

채광에 몰두하고 있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다.

-광부 구울.

녀석들의 머리 위에는 딱 네 글자로 그렇게 적혀 있었다.

알다시피 스켈레톤을 제작할 때, 분명히 대상이 되는 몬스터의 원형은 완성되는 스켈레톤에 영향을 미쳤었다.

그렇다면, 저 광부 구울에게서 뼛조각을 추출해 스켈레톤을 만들어 낸다면.

채광과 관련된 스킬을 가진 스켈레톤을 제작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으리라.

한데 그때, 의기양양하던 레온이 문득 묘한 표정을 지었다.

다 되었다 싶었는데, 갑작스레 한 가지 의문점이 마음에 탁하고 걸린 탓이었다.

‘……그런데 스켈레톤이 사혼석을 캘 수 있을까?’

분명히 사혼석은 ‘가장 약한 자’ 칭호를 끼고 있을 때만 보이는 특수한 광석.

스켈레톤이 사혼의 파편을 감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레온의 머릿속이 복잡해진 그때.

‘어라?’

갑자기 뒤편에서 인기척과 함께 말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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