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60화 (60/332)

# 60

“눈누난나~.”

유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캡슐에서 빠져나왔다.

그런 그의 표정에 ‘나 오늘 횡재했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게 기뻐할 만도 했다.

무려 일주일을 넘게 공들였던 홈쇼핑을 성황리에 마무리 지은 순간이었으니까.

아니, 성황리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그만큼 그의 방송은 정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제발요, 구매 성공하신 분 계신 분 리셀 가능하신가요?

-아니, 방송 중에 경매장에 올렸는데 경쟁률 이거 실화입니까?

-후훗, 난 득했지. 잘 가시게~.

-윗분 진짜 구매 성공하신 분임. 아까 스텟 창 인증 샷 찍어서 올렸는데 진짜였음. 실제 성능도 개쩐다고 함.

-하, 내일도 같은 시간에 홈쇼핑 연다고 했으니 그것만 기다려야 할 듯…….

지금 이 순간, 판트라넷과 각종 커뮤니티에서 생성되는 게시글들의 대부분이 스켈레톤과 홈쇼핑에 관련한 내용이었으며.

-……저희 OGTV는 사자표 스켈레톤을 구매에 성공하신 분과의 인터뷰를 준비했는데요!

-판테라 심층 분석! 오늘의 주제는 ‘화제의 히든 소환수, 강화 스켈레톤에 대하여’입니다.

TV의 어떤 게임 채널을 돌려도, 유호의 스켈레톤에 대한 주제로 방송이 나오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그만큼 유호의 스켈레톤과 홈쇼핑은 좋은 화젯거리였다.

미리 게임 내에 방송 무대를 제작해 놓고 판매할 스켈레톤으로 모델 워킹을 시키는 이 획기적이고도 파격적인 시도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당장 유호의 방송을 본떠 판테라 내에 자신들의 방송 무대를 마련하겠다는 BJ들의 선언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동안 사용할 만한 초반 소환수의 부재라는 고질적인 불만이 쌓이다 못해 끓어 넘치기 직전의 냄비 같던 초보 네크로맨서들에게, 유호의 스켈레톤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중반 단계로 넘어가기 전까지 쓰기에 딱 알맞은 뛰어난 스텟을 지닌 소환수.

초보 네크로맨서 유저들이 여태껏 원했었던 맞춤 소환수가 나타난 것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던 그때.

틀어 놓은 TV 방송을 지켜보던 유호가 씨익, 하고 갑자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속으로 생각했다.

‘후후, 방송국들이 큰 역할 해 줬지. 아주 칭찬해.’

뜬금없이 이것이 무슨 말일까?

방송국들이 유호를 도와주었다니 말이다.

……사실은 이러했다.

유호가 방송을 예고하자, 그는 여러 방송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라온 님의 방송 영상을 저희 OGTV에서 제공받을 수 있을까요?’

그건 바로 영상 제공 요청이었다.

하지만 유호는 일부러 방송국의 영상 제공 요청을 거절했다.

왜냐하면 도중에 홈쇼핑으로 주제를 바꿀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냥 진행할까도 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될까 한발 물러선 것이었는데, 방송국들이 취재 경쟁 때문인지 갑자기 유호의 방송을 무단으로 방영을 해 버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유호가 방송 내용을 홈쇼핑으로 바꾸어 버리자, 졸지에 레온의 홈쇼핑 방송이 그대로 TV 전파를 타 버린 것이었다.

당연히 방송국은 난리가 났다.

이건 엄연한 방송 사고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물론 자신들이 자초한 잘못이었기에, 유호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없었다.

물론 유호는 홍보 효과를 제대로 맛봤다.

소환수를 판매한다는 부분에서 실망한 시청자들이 꽤나 많이 떨어져 나갔었는데.

갑자기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TV에서 레온의 홈쇼핑을 보고, 흥미를 가지고 들어와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활성화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까지 올라갔다.

아무튼 그렇게 화제가 되자, 경매장에 올린 유호의 스켈레톤 쉰 마리의 가격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사고 만다! 무조건 산다!

-하, 물량이 너무 없네…… 쉰 개가 뭐야.

-총알을 가져왔는데, 왜 쏘지를 못하니.

유호의 스켈레톤에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으나, 대표적인 것만 꼽자면.

일단 판테라 최초로 소환수에 강화가 되어 있다는 특이점이 수집욕을 자극시켰다는 것이었다.

초보 유저가 아닌 네크로맨서 유저들도 입찰에 뛰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은 당연하게도 1레벨도 제한 없이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수의 성능이 말이 안 되게 좋았다는 것이 주효했다.

100골드, 200골드, 300골드.

1만 원, 2만 원, 3만 원.

수요가 높을수록, 가격은 상승하는 법.

상한가를 설정해 놓지 않은 가격은 저레벨 단계에 사용하는 소환수의 시세라고는 생각되지 않게 쭉쭉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격이 4만 원이 넘었을 때, 유호는 방송에서 ‘구매폭주’, ‘매진임박’이라는 문구를 추가 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유호는.

-경매장에 올리신 물건이 모두 판매되었습니다.

순조롭게 모두 완판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자 유호는 시청자들에게 현실 시간으로 하루 뒤.

게임 시간으로는 사흘 후 동일한 시간에 2차 판매를 예고한 후, 로그아웃을 했다.

당장 다음 물량을 준비하는 것도 바쁠 텐데, 현실로 나온 이유는 당연하게도.

‘입금된 돈은 정확히 확인해야 하는 법!’

바로 경매장에서 환전한 스켈레톤 쉰 마리의 판매 대금이 제대로 들어왔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휴, 이제 진짜 확인해야겠다.”

두근두근.

귀에 자신의 심장박동이 커다랗게 들려왔다.

“에잇.”

그 순간, 드디어 유호가 설레는 마음으로 핸드폰으로 통장의 잔액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확인을 마친 레온은.

“……후후, 후후후. 흐하하하하!”

여태까지 중 가장 호쾌한 웃음을 토해 냈다.

그러곤 두 손을 높게 뻗으며 만세까지 불렀다.

“250만 원!”

놀랍게도 단 5,000원에 불과했던 통장의 잔액이 엄청나게 불어나 있었다.

한 번의 홈쇼핑으로 유호의 수중에 250만 원이라는 거액의 돈이 생겨났다.

스켈레톤 한 마리당 5만 원에 팔려 나간 꼴이다.

게다가 그를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이 돈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후 유호의 일과는 무척이나 단조로워졌다.

낮에는 대장간에서 랄프와 대장장이 스킬들을 연마한다.

그러다가 대장간의 영업이 끝나면 지하 연습실에서 강화와 제작을 한다.

그리고 그것조차 마무리되는 늦은 새벽에는 제작 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몬스터를 사냥하러 나간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3시간의 수면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게임 시간으로 이틀 정도는 투자해야 쉰 개의 스켈레톤을 만들 수 있었다. 사흘째 되는 날에는 홈쇼핑을 진행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열 번의 홈쇼핑을 치른 뒤.

‘후, 이제 이쯤 하고, 보스 스켈레톤을 진행해야겠다.’

유호는 잠시 멈추기로 결정했다.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유호는 단호하게 딱 잘랐다.

누군가가 돈을 쓸어 담고 있는데, 왜 더 벌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더 큰 계획을 위해 잠시 쉬어 갈 때라고 말하리라.

‘……뭐, 그리고 충분히 많이 벌었기도 했고,’

순간 레온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말처럼 유호의 통장에는 열흘 전만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거액이 적혀 있었다.

-잔고 25,625,000원

무려 2,5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들어와 있었다.

이것이 모두 현실 시간으로 단 열흘 만에 번 돈이라니,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잔고를 확인한 유호의 눈빛이 순간 이채를 띠었다.

그리고 무겁게 입을 뗐다.

“……그럼 이제 할 일은 하나뿐인가.”

이어 유호가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다시금 핸드폰으로 시선을 내렸다.

꾸욱. 꾸욱.

그러곤 힘을 주어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고, 연결이 되자 누군가와 진지하게 통화를 끝마쳤다.

그리고 잠시 후.

연락을 받고 그를 찾아온 이가 허겁지겁 준비해 온 물건을 그에게 건넸다.

‘휴, 그래. 돈을 벌면 이것부터 해야지.’

유호가 경건한 태도로 물건을 받았다.

그러곤.

바사삭.

과감하게 치킨의 튀김옷을 이빨로 물어뜯었다.

순간 유호의 해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으헤헤, 치킨 존맛탱.”

역시 돈이 생기면 치느님부터 영접을 해야 제 맛.

돈벼락을 맞은 유호는 행복에 젖은 채, 치킨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 * *

네크로폴리스의 초보자 사냥터가 웬일로 시끌벅적했다.

초보 네크로맨서들이 몬스터들과 전투는 안 하고, 한곳에 잔뜩 몰려 웅성거리고 있었다.

조금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평상시의 그들은 서로 말 한마디 안 나누며, 오직 몬스터를 먼저 잡겠다고 혈안이 되어 온 맵을 뛰어다녔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피를 보는 자리다툼까지 곧잘 일어나곤 하지 않던가.

한데 오늘은 달랐다.

무언가 재미난 일이라도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그들은 공통적으로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을 쫓아가자, 그곳에는 한 유저가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사냥도 포기하고, 주목할 가치를 지닌 자일까.

한데 그 유저의 면면을 확인해 보니, 더욱 이상했다.

그는 구경꾼들과 마찬가지로 초보자용 장비를 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왜 그들이 숨을 죽인 채, 남자의 전투에 주목하고 있는 것인지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더 전투를 지켜보다 보니, 곧 그 이유가 밝혀졌다.

촤아악!

서걱!

쐐액!

서걱!

서릿발 같이 차가운 눈빛을 뿜어내는 백골의 검사가 장검을 휘두르자, 섬뜩한 소리와 함께 몬스터들의 사체가 늘어나고 있었다.

스켈레톤 한 마리가 사내를 곁에서 호위하며, 일명 무쌍을 찍고 있었다.

그랬다. 구경꾼들은 유저가 아닌 그가 데리고 있는 소환수의 전투를 넋 놓고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꾸에에엑.

그 순간 데스 스쿼럴 한 마리가 변변한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여태까지 놈들을 어찌나 많이 잡았는지, 다음 먹잇감을 향해 등을 돌리는 스켈레톤의 뒤로 데스 스쿼럴의 사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음화화! 망할 다람쥐 놈들! 쓸어 버려라, 화이트 나이츠!”

그 유저는 데스 스쿼럴에게 한이라도 맺힌 사람 같았다.

놈들의 씨를 말려 버리겠다는 듯이 도륙을 내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입을 쩍 벌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저들이 점차 정신을 차리고는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와, 저 사람 뭐냐?”

“그니까 말이다. 쩝, 혼자서 아주 그냥 맵 전체를 쓸어 버리고 있네.”

“아, 레벨도 안 맞는 곳에 와서 뭐 하는 거래. 저거 너무 매너 없는 거 아니야?”

“흠, 근데 너무 이상하단 말이지. 저 사람 어제까지만 해도 다람쥐한테 빌빌거리고 있던 것을 분명히 내가 봤거든.”

“……뭐?”

하루 만에 저런 강력한 소환수를 얻었다?

근데 그 소환수가 스켈레톤이다?

남자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헉, 설마 저 스켈레톤……!”

“어제 그 난리 난 방송의……!”

하나둘, 그 비밀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런 후, 그들은 앞다투어 스켈레톤의 전투 동영상을 찍어 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전투를 벌이고 있던 하진은 입꼬리가 하늘을 승천할 듯이 올라가 있었다.

어제 지옥 같던 경쟁률을 뚫고 구매에 성공한 ‘라온의 사자표 스켈레톤’이 말도 안 되는 성능을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후후! 어서 나의 스켈레톤을 보고 감탄해라!’

게다가 그로인해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주목되자, 태생적으로 관심종자인 하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화이트 나이츠라 이름 붙인 자신의 스켈레톤을 바라보며, 하진은 한 가지를 다짐했다.

‘돈 모아서 출시될 다음 모델도 기필코 사고 만다!’

유호가 만든 스켈레톤의 첫 번째 덕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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