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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59화 (59/332)

# 59

자신의 이름을 라온이라 밝힌 남자의 인사가 끝나자, 시청자들의 따뜻한(?) 대답들이 이어졌다.

-뭐임, 저 땅딸보 아저씨는?

-외눈 안경 컨셉임? 너무 안 어울리는데…….

-뭐야, 히든 소환수는 어디 있어! 역시 구라였냐? 이런 XXXX!

-……후끈 방송 아니었네. 하차합니다.

‘허허, 역시 여전하구나. 이 키보드 야만용사들.’

하나 그런 흉악한 반응에도 라온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표정 관리를 계속했다.

드워프를 연상케 하는 자그마한 키에 어울리지 않는 턱시도를 입고 있는 그는 비서 혹은 집사를 연상케 했다.

게다가 왼쪽 눈에 끼고 있는 긴 줄이 달린 외눈 안경은 그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켰다.

하지만.

이 모든 모습들은 전부 한 가지 스킬에 의해 꾸며진 연출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송출되고 있는 화면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라온, 아니 레온은 크게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계승한 스킬 중에 위장술을 선택해 놓길 잘했어.’

[위장술(僞裝術)]

-축골 : 신체의 체형을 변화시킵니다.

-환복 : 원하는 복장으로 변신합니다.

그랬다. 레온은 초기화를 하며 계승했던 스킬 중 하나인 위장술을 사용해 완전한 타인의 모습으로 변신했던 것이다.

이전에 암살자 컨텐츠를 방송했을 때는 가면을 썼지만, 이번에는 얼굴까지 변화를 시켰다.

이번에 레온이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려는 이유는 하나였다.

‘쩝, 이제 곧 복학도 할 텐데, 아는 사람들이 할인이라도 해 달라고 부탁해 오면 귀찮아지니까.’

레온은 급하게 캐릭터를 만드느라, 처음에 외모를 조정하지 않고 현실 그대로 만들었었다.

그래서 까닥 잘못해서 자신을 아는 사람이 방송을 보게 되면, 현실에서 귀찮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방송을 켠 것이었다.

사실 초기화를 하고 처음 계승 스킬을 선정할 때만 하더라도, 위장술을 택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공격용 스킬을 하나라도 더 가지고 가는 편이 좋지 않으려나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정보를 찾다 보니, 생각 외로 판테라에 이런 스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물이나 몬스터로 변화하는 스킬들은 꽤 있었지만, 이렇듯 플레이어의 외형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것은 거의 위장술이 유일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위장술이 암살자로 전직하면 모두가 습득하는 공용 스킬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다른 암살자 유저들은 이런 스킬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위장술 스킬은 최초의 암살자 보상으로 그만이 획득한 고유 스킬이었던 것이다.

한데 그때.

레온에게서 시선을 돌려 배경을 확인한 시청자들이 채팅을 올리기 시작했다.

-어, 근데 판테라에 저런 곳이 있었음? 저기 어디임?

-그러고 보니 그러네. 완전히 처음 보는 곳인데.

-저거 무대 아님? 공연함?

-헐, 텔레비전에서 너무 자주 봤었던 구도라 판테라 속이라는 걸 잊었었음;‘

-저 무대에서 후끈 댄스 시작하는 거?

-……그럼 저 아저씨가 댄서?

-아, 됐고. 저기에 무대가 차려져 있건 어떻건 뭐가 중요하냐. 얼른 히든 소환수 정보나 까라고.

생소한 배경에 대한 호기심과 히든 소환수에 대한 궁금증으로 순식간에 채팅 창의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마침내 레온이 입을 열었다.

“허허, 성격이 급한 손님 분들이 많으시군요. 더 이상 기다리게 하는 건 여러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으니.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오! 연륜이 느껴지는 밀당?

-옥게이~. 최초 공개할게요.

-기다림에 잘 지치는 편이야.

레온은 뭔가 아련한 눈빛을 띠운 채, 미리 생각해 두었던 스토리를 사실인 양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란 이러했다.

모두와 똑같이 소환수 때문에 고생을 하던 흙수저 네크로맨서 라온은.

희귀 약초를 캐서 팔아, 그나마 괜찮은 언데드 소환수를 사겠다는 일념하에 NPC도 가지 않는 험산에 무리하게 들어갔다.

그리고 그러던 중,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한데 잠시 후, 죽었다 생각하고 눈을 떠 보니 의문의 동굴이었다.

그곳에서 이름 모를 네크로맨서가 남긴 유산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유산이 바로 네크로맨서가 죽기 전까지 만든 히든 소환수들과 그 제작 레시피란 것까지 설명했다.

……물론 싹 다 거짓말이었다.

입에다 미리 침을 잔뜩 발라 놨는지, 그는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청산유수로 거짓부렁을 쏟아 내고 있었다.

-개쩌네. 오늘부터 절벽에 투신해 봐야 하나.

-혹시 그 동굴에 과거로 돌아가는 서책이 있지는 않았음? 제목이 천암X서라던지 그럴 텐데.

-오오! 윗분 최소 명작이 뭔지 아시는 분.

뭔가 뻔한 이야기였지만, 워낙 레온이 생동감 넘치게 표현을 해서인지 유저들은 거짓말이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게 천부적인 사기꾼의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싶은 순간이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한데.’

시청자들이 거의 다 넘어왔다고 생각한 그 순간.

레온이 시청자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할 달콤한 거짓말을 속삭였다.

“한데 그 네크로맨서가 남긴 전언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유산을 발견한 이는 꼭 이 소환수들을 힘겨운 길을 걷고 있는 초보 네크로맨서들에게 전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레온은 잠시간 말을 멈추었다가,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다시 이어 나갔다.

“……그리고 저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이 방송을 켰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레온의 말이 끝나자.

띠링!

띠링!

띵! 띵! 띵!

미친 듯이 효과음이 울려 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채팅 창이 폭발해 버렸다.

-……하, 나 방금 NPC한테 감동함.

-네크 대장님! 영면하십시오, 충성충성!

-저요! 제가 바로 시작한 지 3주가 다 돼 가는데 아직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초보 네크로맨서입니다! 저 좀 주세요ㅠㅠ

-옛말에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판테라가 오픈하고 나서 네크로맨서 외길 인생을 걷고 있습니다. 하, 너무 고생이 많았습니다. 저 좀 도와주십시오!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 방에 들어와 있는 시청자들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이들이 당연하게도 네크로맨서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은 자신 때문에 일어난 소요를 바라보며, 내심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후, 이제 슬슬 밑밥을 깔아 볼까.’

그리고 마침내.

레온이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음험한 눈빛을 번뜩이며, 시청자들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자, 이제 대망의 획득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건 바로!”

난데없는 레온의 말에 시청자들이 반응을 쏟아 내려던 찰나.

딱!

난데없이 레온이 손가락을 튀겨 어떤 신호를 만들었다.

그러자 그 순간!

빠바밤~.

빠밤.

갑자기 경쾌한 BGM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방송의 내용 자체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급변하기 시작했다!

송출되던 방송 화면에 갑작스레 수많은 문구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데 그 내용들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것들이었다.

‘네크로맨서의 봄은 사자표 히든 소환수로부터.’

‘이 조건, 처음이자 마지막!’

‘세간의 화제 상품!’

‘상담원이 없어, 상담원 연결은 어렵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방송이 될지 모릅니다!’

‘오늘 단 하루! 지르세요!’

이윽고 이 순간, 왜 뜬금없이 무대를 설치해 놓았을까 하는 모든 시청자들의 의문이 해소되었다.

“구매하시면 됩니다!”

그랬다. 레온이 일주일간 이를 갈며 준비한 방송의 진정한 내용은.

바로 ‘홈쇼핑’이었다.

* * *

다들 각자 다른 곳에 있을 테지만,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이들이 짓고 있는 표정은 동일하리라.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그건 황당함을 아득히 넘어선 경악일 것이었다.

그들의 눈앞에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기상천외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척-.

처척-.

처척-.

T자형 무대의 좌우 양쪽에서 웬 스켈레톤들이 순서대로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가운데에 일자로 뻗은 무대에서 모델 워킹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무대의 끝에 도달해서는 각자 다른 마무리 포즈까지 만들었다.

그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보며, 레온은 어찌나 흐뭇한지 아빠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당근보다는 채찍이지. 자식들, 잘할 거면서 왜 그리 반항을 한 거야.’

-제 맷돌 손잡이 보신 분?

-와, 진짜 이 세상 방송이 아니다…….

-특이점 돌파.

-근데 왜 사자표 스켈레톤이라는 거임?

-왼쪽 가슴팍에 사자 모양이 음각되어 있음. 메이커 모양인 듯.

-눈요기는 확실한데, 히든 소환수는 대체 언제 나오는 거?

점차 멜트 다운 되었던 자신들의 정신이 회복이 되어 가자, 시청자들에게서 당연한 반응들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이 스켈레톤들이 바로 히든 소환수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그저 분위기 띄우기용의 들러리라고 생각하고는 언제 히든 소환수가 나오느냐고 자꾸 물어왔다.

그러자 레온은 바로 다음 단계에 돌입했다.

“자, 여러분 화면에 주목해 주십시오! 이제 대망의 히든 소환수를 공개합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온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것을 지체 없이 모두 공개해 버렸다.

[스켈레톤 호위병 +3]

레벨 1 / 한계 레벨 55

분류 : 언데드

등급 : 일반

힘 65 민첩 40

지혜 10 체력 45

생명력 1,600 마력 50

[스켈레톤 검투사 +3]

레벨 1 / 한계 레벨 55

분류 : 언데드

등급 : 일반

힘 85 민첩 35

지혜 10 체력 50

생명력 1,900 마력 50

그건 바로.

무대 위에서 매끈한 자신들의 경골과 비골을 뻗고 있는 모든 스켈레톤들의 상세 능력치였다.

갑자기 모델 워킹을 하던 스켈레톤들의 오른편에 각자의 능력치들이 떠오르자.

그 순간부터 채팅 창의 온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소환수가 왜 아이템처럼 강화가 되어 있는 거죠? 이거 실화입니까?

-소름이네, 진짜. 스켈레톤들이 히든 소환수였다니.

-개실망인데? 스켈레톤이 스켈레톤이지 무슨 히든 소환수야;; 다들 왜 이리 오버인지.

-……윗분, 시력이 없으신가?

-능력치들이 안 보이시나? 1레벨에 가질 수 있는 스텟 수치가 아님 저건.

-와, 소환사 레벨 제한도 없네.

-초보 네크로맨서들의 희망이 등장했다!

-내 돈을 가져가요! 가져가라고, 이 자식아!

홈쇼핑이 시작되고 난 후, 장사를 한다며 불만이 쏟아지던 여론이 한순간에 뒤집어지고 있었다.

그만큼 레온이 공개한 스켈레톤들이 지닌 수치들은 매우 뛰어났던 탓이다.

사람들은 눈이 뒤집어져 채팅 창으로 서로 자기에게 팔라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내심 레온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본 블랙스미스의 능력으로 제작해 놓은 스켈레톤들에 강화를 해 준 것에 불과하건만, 사람들은 히든 소환수라는 자신의 거짓말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순간 레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사람들에게 구매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일러 주었다.

“자자, 여러분 경매장에 쉰 마리 전부 올려놨습니다! 지금부터 동시 생중계 들어갑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앉아 볼까, 돈 방석?’

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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