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56화 (56/332)

# 56

레온이 강화 스킬이 본 블랙스미스의 핵심이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 후 그는 스켈레톤 자체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마침내 스켈레톤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었습니다.’

바로 본 블랙스미스의 직업 설명에 강하게 혹은 강화라는 표현으로 확실히 어필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현재 판테라에서 대장장이가 돈을 버는 일반적인 방법은 장비 수리.

지금 수리 스킬 레벨을 올려놓으면, 내일 숙련도를 쌓을 때 분명히 도움이 될 터였기에, 금전적인 문제가 생긴 지금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수리의 특수 효과를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 더 좋았다.

하지만.

‘이성보다는 감성이지! 꽂혔으면 과감하게 질러 버리라고!’

한번 기지개를 켠 레온의 일명 ‘가즈아 정신’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머릿속이 온통 강화로 잠식된 레온은.

‘……고생고생하면서 스켈레톤을 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다는데, 강화의 특수 효과를 먼저 안 보는 것도 이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이름도 모르는 본 블랙스미스의 창시자에 대한 존중을 들먹이고 있었다.

결국 그렇게 끌어 오르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레온은 이윽고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에라, 강화로 가자. 대신 내일 가서 수리 스킬만 죽어라 파지, 뭐.”

결정을 내린 레온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곧바로 스킬 포인트를 강화 스킬에 털어 넣었다.

띠링.

띠링.

효과음이 울려 퍼졌고, 곧이어 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스킬 ‘강화’에 스킬 포인트를 배정합니다.

-강화 스킬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강화 스킬의 특수 효과가 개방되었습니다.

‘자, 그럼 이제 봐 볼까!’

과연 봉인되어 있던 특수 효과란 어떤 것일까.

레온은 상세 설명을 보기 위해, 바로 스킬 창을 띄웠다.

그리고.

“우오오!”

이내 너무 놀란 나머지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앞서 그는 본 블랙 스미스란 직업이 똥인지 된장인지 알아보겠다고 했었는데.

이제 그 결론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대, 대박이다.’

이건 참된 된장이었다.

그것도 종갓집에 대대로 내려오는 장독대 속에 잠들어 있는 명품 된장 말이다.

강화 LV. 2 : 장비를 강화합니다.

-지정한 소환수 스켈레톤을 강화합니다.

(스켈레톤의 등급에 따라 특별한 재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소환수 강화는 최대 9강까지 가능합니다.

(가능한 강화 횟수는 스킬 레벨에 비례합니다)

-소환수 강화를 시전하기 위해서는 작업용 망치를 장착한 상태여야 합니다.

(모루 외 기타 도구들은 필요치 않습니다.)

설명을 보니, 그가 그렇게 놀란 것도 이해됐다.

어느 누구라도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치부할 내용들이 적혀 있었으니까.

레온은 자꾸만 벌어지는 입을 힘겹게 오므려 가며, 속으로 생각했다.

‘……소환수를 강화할 수 있다고? 이거 실화냐?’

정말이었다.

아무리 다시 읽어 봐도 소환수를 아이템처럼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 또박또박 궁서체로 정확히 쓰여 있었다.

그러나 레온은 미묘한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정말일까 하고 자꾸만 마음속에서 의구심이 솟구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순간 레온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의심이 들면 확인해 보면 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번뜩였다.

그는 곧장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레이즈 스켈레톤. 단단이.”

슈웅.

그가 스킬을 사용하자 바닥에 소환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속에서 굵직한 뼈 두께를 자랑하는 단단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딱딱.

눈을 마주치자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는 듯이, 턱을 맞부딪치는 단단이.

“그래그래, 형도 반가워.”

레온은 녀석의 두개골을 한 번 쓰다듬어 준 후.

‘그럼 이제…….’

곧장 스텟 창을 열어 보았다.

[단단이]

레벨 10 / 한계 레벨 10

분류 : 언데드

등급 : 일반

힘 45 민첩 25

지혜 12 체력 43

생명력 1,900 마력 90

떠오른 수치들을 곰곰이 살펴보던 레온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나 부족한 점이 많았던 탓이었다.

‘일반 네크로맨서들이 사용하는 스켈레톤보다야 비교가 안 되게 좋기는 하지만…….’

알다시피 단단이는 야생 스켈레톤에게 획득한 10등급 뼛조각을 가지고 처음으로 제작했던 스켈레톤.

한계 레벨을 채웠다고는 하나, 지금의 레온이 만족할 만한 성능이 나올 리 없었다.

강한 소환수가 늘어 갈수록 이전의 소환수들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긴 했으나, 레온은 그래도 찝찝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그래서 레온은 강화 스킬의 첫 시험 대상을 단단이로 삼은 것이었다.

‘형이 너에게 강해질 기회를 선사하마.’

“스킬 사용, 강화.”

이윽고 레온이 강화 스킬을 사용했다.

-강화 대상을 지정해 주십시오.

-(아이템) or (소환수)

그러자 강화를 진행할 아이템이나 소환수를 지정하라는 선택지 창이 떠올랐다.

‘레알이구나!’

그 순간 레온이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소환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딸칵.

레온은 당연히 두 선택지 중 소환수를 택했다.

-강화 대상으로 소환수 ‘단단이’가 지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떠오른 소환수 목록에서 단단이의 이름을 클릭했다.

삐이!

한데 그때 문제가 생기면 발생하는 효과음이 들려왔다.

‘어라? 뭐지?’

레온이 머리를 갸웃했다.

-장비 미착용으로 강화를 실행할 수 없습니다.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 레온이 제 이마를 쳤다.

-‘작업용 망치’를 장착해 주십시오.

작업용 망치를 장착하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분명 추가된 강화 스킬의 설명 중, 작업용 망치를 장착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었다.

‘모루랑 기타 도구들이 안 필요한 게 어디냐.’

스윽.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레온이 인벤토리에서 불쑥 대장장이용 망치를 꺼내들었다.

이 망치는 시험이 끝나고 대장간을 빠져 나오며 이대로 나가긴 억울했던 레온이 슬쩍 챙긴 것이었다.

한데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처척.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레온이 인벤토리에서 망치 하나를 더 꺼내 든 것이었다.

어느새 레온은 대장간에서 시험을 보았을 때처럼, 양손에 망치를 쥐고 있었다.

레온 또한 속으로 이 상황을 황당해하고 있었다.

‘시험을 통과하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스킬이 생길 줄이야. ……아니지,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이것도 히든피스인가?’

그랬다. 그가 시험도 끝났는데 망치를 두 개나 장착한 것은 시험을 클리어하며 획득했던 스킬 때문이었다.

[양손잡이 신의 축복 LV. 1]

(패시브 스킬)

양손에 작업용 망치를 장착하고 대장장이 스킬을 시전할 시, 추가 효과가 발생합니다.

-강화 시, 성공 확률 9% 증가

-수리 시, 성공 확률 7% 증가

-창조 시, 상위 등급의 아이템 제작 확률 5% 증가

양손잡이 신의 축복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스킬은 양손에 망치를 장비하고 작업을 하면 여러 가지 추가 효과를 발생시켰다.

그중 지금처럼 양손으로 강화를 하면 성공 확률이 9프로나 증가하기 때문에, 레온으로서는 거부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모양이 좀 빠지기는 하지만. 뭐,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는데. 좀 참자.’

레온이 이렇게 된 것 받아들이자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리고 그때, 때마침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작업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10등급 스켈레톤이 지정되었습니다.

-10등급 스켈레톤은 필요한 강화 재료가 없습니다.

‘오오.’

10등급 스켈레톤은 강화 재료가 필요치 않다는 내용을 확인한 레온은 매우 기뻤지만, 아쉽게도 신나 할 겨를이 없었다.

-5초 뒤, 강화 작업이 시작됩니다. 준비해 주십시오.

‘아오, 무슨 카운트다운 성애자야?’

시스템 메시지가 5초 뒤에 단단이의 강화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전해 왔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단단이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

어느새 녀석의 텅 빈 동공에 눈동자 역할을 하던 노란 불빛이 사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리.

투.

그리고 녀석의 뼈다귀 곳곳에 붉은 색 점들이 여기저기 나타나 있었다.

‘저 빨간 점들을 두들기라 이거군.’

레온이 소환수 강화 작업의 포인트를 빠르게 캐치한 순간.

원.

-강화가 시작됩니다.

소환수의 첫 강화가 시작되었다.

다다다다!

레온이 양팔을 폭풍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따당! 땅!

따당! 따당!

‘오호?’

그러자 쇠망치와 스켈레톤의 뼈가 맞부딪치며 발생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것은 물론 레온의 귀에만 해당이 되는 일이었다.

“아씨! 누가 이 야밤에 여관에서 망치질을 해!”

“으아! 잠 좀 자자! 혹시 미친놈이세요?”

벽을 사이에 두고 레온의 옆방에 묵고 유저들에게는 이게 웬 아닌 밤중에 생난리였다.

레온은 그러거나 말거나 끊임없이 양손의 망치를 휘두르며, 강화 작업을 이어 갔다.

따당! 파즈즈!

땅! 프스스!

망치가 붉은 점에 정확히 닿을 때마다, 그 지점부터 주황빛 파동이 물결치듯 퍼져 나갔다.

완벽에 가까운 단조 실력이었다.

‘내가 어떤 시험을 통과했는데, 이 정도는 껌이지.’

그리고 그러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띠링.

띠링.

-강화가 완료되었습니다.

-강화 작업의 결과를 도출 중입니다.

효과음이 들려오며, 마침내 강화 작업이 끝이 났다.

“후우.”

처척.

그러자 레온은 미친 듯이 휘두르던 두 망치를 마치 서부의 총잡이처럼 핑그르르 돌려 허리춤의 벨트에 꽂아 넣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레온의 눈앞에 결과 메시지가 떠올랐다.

-강화 작업 완성도, ‘SSS’ 랭크.

-소환수, ‘단단이’의 강화가 성공하였습니다.

-소환수, ‘단단이’가 +0강에서 +1강으로 강화되었습니다.

-1강 강화로 인해, 추가 스텟이 10만큼 자동 분배됩니다.

-SSS랭크 달성으로, 추가 스텟이 40만큼 자동 분배됩니다.

“좋았어!”

레온이 쾌재를 불렀다.

작업 완성도가 최상위 랭크인 트리플 S로 책정되어, 추가로 스텟을 획득했기 때문이었다.

‘손재주 스텟 이거 사기 아니야? 원래대로면 10밖에 안 오르는데, 40이 더 올라갔잖아?’

사실 이 결과는 손재주 스텟보다는 레온의 작업 능력이 말도 안 되게 뛰어났기 때문이었지만, 아직 그 자신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어 레온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1강이 되어 변화된 단단이의 스텟 창을 띄워 보았다.

[단단이 +1]

레벨 10 / 한계 레벨 25

분류 : 언데드

등급 : 일반

힘 65 민첩 35

지혜 20 체력 55

생명력 2,400 마력 150

레온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화를 하지 않았을 때에서 스텟 수치가 변화한 폭을 체크했다.

‘12, 10, 8, 10, 총 50.’

상승한 수치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고 전부 더해 본 레온은 말문이 막혔는지 잠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 1강인데, 10레벨이 상승한 효과를 봤다는 거지?’

수치의 상승폭이 그가 생각했던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어 있었던 것이다.

“하하하하! 개쩐다!”

차오르는 기쁨을 못 이기고 몸을 꿈틀꿈틀 대던 레온이 이내 만세를 부르며 웃음을 터뜨렸다.

본 블랙 스미스라는 직업은 레어라는 등급이 전혀 아깝지 않은.

아니, 오히려 레어로는 부족한 직업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미쳐 날뛰던 레온은 점차 진정을 했다.

그런 레온의 두 눈동자에 어느새 달러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돈 냄새가 나~.’

미소를 머금은 레온이 시간을 확인했다.

동이 트기 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계획을 실행하기에 딱 알맞았다.

“후후, 그럼 어디 유용하게 이 시간을 사용해 보실까.”

탐욕이 절절 흐르는 표정으로, 레온이 방문을 나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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