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
‘진짜로 이 아저씨 본 네크로맨서의 후예를 찾아낸 건가?’
처음에 쟈켄의 말을 들은 레온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만큼 본 네크로맨서 일파의 후예를 찾아냈다는 그의 말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레온이 쟈켄을 찾아온 것은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과 뼈의 정수와 관련한 ‘자격 조건(1)’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함이었지 일파의 후예를 찾는 퀘스트를 해결하러 온 것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네? 그게 무슨 말이시죠?”
이윽고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레온이 쟈켄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쟈켄이 작게 고개를 주억이고는 닫혔던 입을 열었다.
“했던 말 그대로라네. 자네 덕에 가게가 여유를 찾고 나자, 문득 나 또한 끊어진 인연을 회복시키려 노력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리고…….”
스윽.
순간 슬며시 고개를 돌려 가게에 레온과 자신 둘밖에는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그리고 어렵사리 한 명의 후예가 숨어들었다는 곳을 알아낼 수 있었네.”
여태껏 팍팍한 현실 때문에 옛 가문의 동료라는 자들을 찾을 생각을 하지 못했으나.
생각지도 않게 먼저 레온의 도움을 받고 큰 감동을 받고 나자, 그는 지니고 있는 인맥을 총동원해 다른 본 네크로맨서의 행방을 수소문해 보았던 모양이었다.
‘이게 또 이렇게 풀리네?’
레온은 유저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새로운 가능성들을 만들어 내는 판테라의 시스템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러던 순간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흠,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의 제작만 해결되면, 곧장 네크로맨서의 마탑으로 가서 전 주인의 흔적을 찾을까도 고민했지만…….’
사실 레온은 보스 몬스터를 제작하는 퀘스트만 해결하고 나면 일파를 찾는 퀘스트는 그냥 스킵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보상도 ‘알 수 없음’일뿐더러.
아직 작은 단서 하나조차 없는 이런 퀘스트에 굳이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기 때문이었다.
모두 직업 진화를 빠르게 하기 위해, 페이스를 높이려 하는 데에서 비롯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이 술술 풀려 가니, 그는 생각을 조금 조정했다.
‘이렇게 된 것, 내용을 좀 더 들어 보고 결정해도 되겠는데?’라고 말이다.
좋아. 그래서 그럼 지금 어디에 있다는 거야.
레온이 기대를 담아 쟈켄을 지긋이 바라보자.
쟈켄이 마침내 나지막이 장소를 말해 주었다.
“그는 포트빌에 있다고 하네.”
‘포트빌?’
포트빌이라면 분명 네크로폴리스에서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을이었다.
레온은 얘기를 듣고 난 뒤,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본 네크로맨서의 후예들이 숨어 지낸다고 하더니, 이자는 꽤나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쟈켄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순간 그가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래, 그곳의 대장간에 있다고 들었지.”
“아하, 대장간…….”
‘으응? 어라? 대장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레온은 순간 대화 속에서 이상한 점을 캐치하고는 쟈켄에게 되물었다.
“대장간요?”
“그러네.”
“어, 저, 그러니까 대장장이가 망치로 무기를 만드는 곳인 대장간요?”
“그렇다네.”
쟈켄의 반복되는 서글픈 대답에 레온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아니, 네크로맨서가 왜 뜬금없이 대장간에 있어?’
그럴 했던 것이 전혀 예상치 못한 행보였기 때문이었다.
판테라의 세계에서 마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권력이고 커다란 힘이었다.
게다가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마력을 얻는 유저들에 비해 타고나야만 하는 NPC들의 경우,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더욱 큰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 않던가.
한데 그런 힘을 지니고 있는 네크로맨서가 대장장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사연인 걸까.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레온은 지금껏 생각지 않았던 한 가지 사실이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잖아. 학파의 가르침이 도태되었다고 해서 탑에서 쫓겨날 수가 있는 건가? 아니, 설령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도망자처럼 살아야 한다고?’
그건 바로 본 네크로맨서 학파가 왜 몰락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레온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고, 이내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숨겨진 비화 같은 게 있는 거야.’
직업 설명에 적혀 있던 몰락했다는 이유는 그냥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이며, 분명히 이 뒤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본 네크로맨서의 후예라는 이가 대장장이를 하고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
레온이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자, 쟈켄의 말이 다시금 이어졌다.
“후, 서글프지 않은가. 본 네크로맨서의 후예가 한낱 대장간에 몸을 숨겼다니 말일세.”
“…….”
그럼에도 레온은 묵묵히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러니까요, 쫄딱 망해 버렸네요. 한데 왜 그렇게 탈탈 털렸는지 좀 말해 주시죠.’
라고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던 그때.
“……이게 다 ‘그 일’ 때문일세. ‘그 일’만 아니었더라도, 본 네크로맨서 일파 전체가 모두 쫓겨나지 않았을 터이니 말일세.”
레온의 추측은 이어진 쟈켄의 푸념 섞인 말에 사실로 드러났다.
그 일? 그 일이 뭐지.
순간 레온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저, 그 일이란 역시……?”
레온이 슬쩍 운을 띄웠다.
“맞네. 그 일이지.”
“그 일은 참…….”
“휴, 그러게 말이네.”
‘아오, 안 넘어오네.’
하지만 아깝게도 쟈켄은 레온의 유도에 넘어오지 않았다.
쟈켄에게 설명충의 기질이 다분히 있었기에 찔러보았건만, 아쉬운 결과였다.
그냥 스승한테 못 들었다고 둘러대고 직접적으로 물어볼까도 생각 안 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쳇, 포트빌에 있다는 놈에게 들어 봐야겠군.’
레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괜히 쟈켄의 신뢰도가 떨어질까 봐.
아니, 정확하게는 신뢰도가 떨어져 얻은 할인 혜택들이 사라질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저, 그럼 그분의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그래서 그는 단념하고 포트빌의 대장간에 숨어 있다는 놈의 이름이나 물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모르네.”
“……네?”
안타깝게도 예상치 못한 답변이 들려왔다.
“후, 미안하네. 포트빌의 대장간에 숨어들었다는 정보가 한계였네. 더 자세한 것은 결국 찾지 못했어.”
레온은 황당할 따름이었다.
제일 중요한 걸 모르다니 말이다.
“……그렇다면?”
레온은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 예감이 됐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 쟈켄에게 되물었다.
“흠, 자네가 직접 그곳에 가서 찾아봐야 할 것 같네.”
‘역시는 역시군.’
하지만 ‘얼른 가서 직접 발견해 내렴’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냥 가서 만나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레온은 그리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장간에 가서 한 명씩 붙잡고 무턱대고 본 네크로맨서의 후예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거니와.
‘그렇다고 한들, 꽁꽁 숨은 녀석이 처음 보는 나를 어떻게 믿고 제 정체를 드러내겠어.’
레온이 그렇게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던 그때.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퀘스트의 단서를 손에 넣었습니다.
-‘본 네크로맨서 학파의 잔존 세력을 찾아내라’ 퀘스트의 내용이 새로이 갱신됩니다.
[본 네크로맨서 학파의 잔존 세력을 찾아내라(2)]
당신은 운 좋게 쟈켄을 통해 네크로폴리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 ‘포트빌’의 대장간에 본 네크로맨서의 후예 한 명이 흘러들었다는 정보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철저히 모습을 숨기고 지내고 있는 그가 당신에게 쉽게 정체를 드러낼 리 없다.
그렇기에 당신은 대장간에 본래의 정체를 숨기고 잠입해 들어가 후예를 발견해야 한다.
퀘스트 난이도 : A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내용을 읽어 본 레온의 얼굴에서 황당함이 잔뜩 배어나왔다.
정체를 감춘 후예를 찾아내기 위해 대장간에 잠입하라니.
이것은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가.
‘나보고 대장장이가 되라고?’
대장간에 위장 취업을 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왜냐면 대장장이는 보조 직업이기 때문에 본 네크로맨서라는 주 직업 외에도 가질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레온이 지니고 있는 문제는 그런 것까지 할 정도로 그의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었다.
한시가 바쁜 지금 대장장이로 시간을 낭비할 것이 없었다.
‘……좋다 말았네. 그냥 진짜 스킵해 버리든가 해야겠다.’
회의적인 생각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그래, 어떻게 하겠는가?”
“네, 제가 한번 찾아보지요.”
그러나 레온은 굳이 쟈켄에게 안 찾는다고 말할 필요는 없었기에 적당히 대답을 했다.
어차피 직업 퀘스트이기에 거부권이 없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 건은 이렇게 마무리 짓기로 한 레온은 쟈켄에게 다른 질문을 건넸다.
“한데 혹시 뼈의 정수에 대해서 더 알고 계신 정보는 없는 건가요?”
딴 데 정신이 팔려 있느라 뼈의 정수에 관련해 제대로 들은 것이 없었던 것이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말게. 과거에 조부님의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 제작을 도울 당시 남겨 놓은 일지가 남아 있으니까.”
그러곤 잠시 자리를 비운 쟈켄은 곧장 창고로 가서 일지를 레온에게 넘겨주었다.
그 후 레온은 지체 없이 그 일지를 읽어 내려갔고.
곧이어 보스 스켈레톤을 만들려면 필요한 본 네크로맨서의 조건과 재료를 알 수 있었다.
-연계 퀘스트, ‘자격 조건(2)’를 획득하였습니다.
[자격 조건(2)]
당신은 일지를 통해 드디어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조건과 재료를 알아냈다.
첫 번째는 ‘50종류’ 이상 스켈레톤을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상급 사혼석’ 스무 개를 모아 합성하면, 만들 수 있다는 ‘사혼의 구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퀘스트 목표.
1. 50종류의 스켈레톤 제작-(3/50)
2. ‘사혼의 구슬’
상급 사혼석 0/20
퀘스트 난이도 : A+
보상 : ‘뼈의 정수’로 스켈레톤 제작 가능
레온은 퀘스트 내용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50종류 이상의 스켈레톤? 스켈레톤 상급 사혼석 스무 개? 하아, 이놈의 직업은 얼마나 노가다를 강요하는 거야…….’
백번 양보해서 50종류 이상의 스켈레톤을 제작하는 것은 짜증을 꾹 참고 해 줄 수 있었다.
왜냐하면 퀘스트 조건에 등급이 적혀 있지는 않았으니, 제작하는 데 사혼석이 필요치 않은 10등급 스켈레톤을 만들면 생각보다 해결하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항목은 레온의 얼굴을 울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건 바로 상급 사혼석 스무 개로 ‘사혼의 구슬’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사혼의 조각 스무 개로 한 개의 사혼석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상급은커녕 중급조차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체 얼마나 사혼의 파편을 캐 가져가야 상급 사혼석을 만들 수 있을지 당최 감이 안 왔다.
하나는 대장장이가 되라고 하고, 나머지 하나는 광부가 되라고 하다니.
레온은 답답함에 절로 한숨을 푹 내쉬어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보스 몬스터의 스켈레톤을 만드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휴, 어디 광산 한군데에 처박혀서 사혼의 파편이나 겁나 파야겠다…….’
레온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쟈켄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했다.
한데 그 순간.
삐비비빅!
‘뭐, 뭐야?’
레온은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요란한 효과음이 마구 울려 퍼졌던 것이다.
삐빅. 삐비빅.
‘아오, 시끄러. 뭐지 이거?’
게다가 그 기계음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마치 무언가를 경고하는 듯이.
‘아!’
미간을 찌푸린 채, 곰곰이 생각하던 레온은 마침내 이 뜬금없는 소음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거 현실의 도어벨과 연동시켜 놓았을 때, 들리는 소리잖아?’
그리고 그 말인 즉.
‘자, 잠깐 그러면?’
누군가 자신의 집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집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이는 오로지…….
‘엄마?’
……가족뿐이었다.
사색이 된 레온이 황급히 로그아웃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