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46화 (46/332)

# 46

그러나 잠시 후.

그렇게 사뭇 진지한 얼굴로 보스 몬스터의 사체에 해체 스킬을 사용했던 레온은.

‘쩝.’

이내 고개를 갸웃하더니,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당황한 기색이 내비쳤다.

‘……민망하게시리. 뭐야, 안 되는 거야?’

부푼 마음으로 스킬을 사용해 보았건만, 이게 웬걸, 아무런 반응도 없었던 것이다.

‘끄응, 하긴 된다면 너무 사기긴 하지.’

약간은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보스 몬스터까지도 스켈레톤화해서 소유할 수 있다면, 그 사기성이 너무 크긴 했다.

소환술사조차 보스 몬스터의 테이밍은 불가능한 것으로 못 박아져 있지 않던가.

자신의 욕심이 너무 컸나 싶었다.

그는 머쓱해진 나머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단념을 하려던 순간.

……우웅!

‘으응?’

그의 귓전에 자그마한 진동음이 흐릿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순식간에.

웅웅! 우우웅!

그의 몸을 부르르 떨리게 할 만큼, 커다랗게 증폭되기 시작했다.

‘오오!’

그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던 레온은, 그제야 제정신을 차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동시에 여태껏 해체 스킬을 사용했던 중에 가장 강렬한 기운이 그의 손에서 흘러나왔고, 이어 보스 몬스터의 사체를 뒤덮었다.

기운에 휩싸인 채로 서서히 옅어지고 있는 그라울의 사체를 바라보는 레온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정말 가능한 거였어?’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 순간, 레온은 속으로 십년감수한 표정이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스 몬스터의 ‘스켈레톤화’가 가능하다는 이 놀라운 사실을 그냥 생으로 날릴 뻔했지 않은가.

‘크흐흐, 안 놓쳤으면 됐지.’

레온이 치솟는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던 그때.

띠링. 띠링.

드디어 해체 작업이 완료되었다는 효과음이 들려왔고, 이어 메시지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보스 몬스터, 그라울의 해체를 성공하셨습니다.

-그라울의 ‘뼈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라울’의 뼈의 정수]

분류 : 재료

등급 : ?

연구 가능 여부 : 가능

설명 : ?

곧장 확인을 끝마친 레온의 눈동자에서 흥미롭다는 감정이 잔뜩 차올라 있었다.

‘뼛조각이 아니라 뼈의 정수라고?’

그리고 그 이유는 분명 여태까지는 몬스터를 해체하면 뼛조각을 얻었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새로운 재료인 뼈의 정수라는 재료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나 놀라운 상황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띠링.

-뼈의 정수를 획득함으로써 직업 퀘스트의 획득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직업 퀘스트 ‘보스 몬스터의 스켈레톤을 제작하라’를 획득하셨습니다.

‘오호? 직업 퀘스트까지?’

뼈의 정수를 얻자, 새로운 직업 퀘스트까지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보스 몬스터의 스켈레톤을 제작하라 / 직업 / 연계]

당신은 본 네크로맨서 최대의 비기라고 할 수 있는 보스 몬스터의 스켈레톤 제작에 첫걸음을 디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보스 몬스터의 스켈레톤을 제작하는 일은 비기라는 이름처럼 그 자격과 실력이 겸비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분명 고된 시간이 되겠지만, 어떻게든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의 제작을 완료하자.

만일 성공해 낸다면, 분명 대륙에 당신의 업적이 널리 퍼질 것이다.

난이도 : A+

보상 : 알 수 없음.

레온은 퀘스트의 내용을 쭉 살피고는 이내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안심해라. 하지 말라고 해도 보스 몬스터의 스켈레톤은 이 몸이 뚝딱 만들어 줄 테니.’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던 레온은.

“연구.”

곧장 다음으로 뼈의 정수의 상세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 스킬을 발동하였다.

그러자.

띠링.

-뼈의 정수의 연구를 성공하셨습니다.

-뼈의 정수를 연구하는 데 성공하여, ‘연구’ 스킬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연구’ 스킬의 레벨이 4로 상승합니다.

-7등급 뼛조각의 연구가 가능해집니다.

-뼈의 정수의 연구를 완료함으로써, 신규 퀘스트의 획득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보스 몬스터의 스켈레톤을 제작하라’의 연계 퀘스트 ‘자격 조건 (1)’을 획득하셨습니다.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또다시 그의 눈앞에 주르륵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물론 그 메시지들 또한 모두 희소식들이었다.

보스 몬스터에게서 추출된 재료이기 때문인지, 숙련도가 대폭 상승해 연구 스킬이 단번에 4레벨로 상승한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이제 7등급 뼛조각의 연구가 가능하게 된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 현재 레온의 관심은 온통 보스 스켈레톤을 만드는 것에 빠져 있었기에.

‘호오, 연계 퀘스트!’

레온은 물음표가 사라진 뼈의 정수의 설명과 새롭게 등장한 연계 퀘스트의 내용을 살펴보기 바빴다.

[그라울의 뼈의 정수]

분류 : 재료

등급 : 유일

연구 가능 여부 : 가능

마견 그라울의 모든 기운이 한 조각의 뼈에 응집되어 만들어진 정수.

평범한 뼛조각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음험한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다.

[자격 조건 (1) / 직업 / 연계]

당신은 보스 몬스터의 스켈레톤을 제작하려면 필수적으로 필요한 뼈의 정수의 연구를 완료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과정에서 보스 스켈레톤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또 어떤 자격이 필요하다는 건지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밝혀지지 않는 비밀은 없는 법.

네크로폴리스의 어딘가에는 분명 이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것이다.

난이도 : A-

목표 : 네크로폴리스에서 보스 스켈레톤 제작의 정보를 알고 있는 NPC를 발견하고, 정보 획득.

보상 : 대량의 경험치, 명성 500, 소량의 골드

*해결 시, 연계 퀘스트, 자격 조건 (2)로 이어집니다.

연구가 완료된 뼈의 정수에서 레온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뼈의 정수는 뼛조각처럼 여러 파트로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딱 한 종류만 존재한다는 것과.

‘후후, 재료 템에 불과한데도 그 등급이 유일 등급이라는 것을 말이지.’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그는 다음으로 네크로폴리스에서 스켈레톤 제작의 정보를 지니고 있는 NPC를 발견하라는 퀘스트 목표를 살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한 사람이 떠올랐다.

‘쟈켄 아저씨에게로 다시 가 봐야겠군.’

그건 당연하게도 사혼석을 손에 넣을 때 큰 도움을 주었던 쟈켄이었다.

아직 본 네크로맨서 일파를 찾지 못한 이 시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밖에는 없을 듯싶었다.

‘자, 그럼!’

한시가 바쁘다는 듯, 레온이 품속에서 귀환용 스크롤을 꺼내 들던 그때.

“……저, 저기요.”

갑작스레 레온의 뒤편에서 마치 모깃소리처럼,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레온이 의아한 얼굴로 불쑥 튀어나온 목소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뒤를 돌아본 그는.

‘헉!’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두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거기에는 바로.

‘맞다, 이 여자가 있었지.’

자신의 전투를 구경하고 있던 이상한 여자가 떡하니 서 있었던 탓이었다.

순간 그는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생각지도 못한 득템과 보스 몬스터의 뼈의 정수까지 획득한 것에 신이 난 나머지, 그녀의 존재 자체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레온은 문득 등으로 식은땀 한 줄기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혹시라도 자신이 본 네크로맨서라는 사실을 들킨 것일까 하는 걱정이 든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 걱정은 사라졌다.

‘아냐, 스킬 이펙트는 나에게만 보이는 걸 확인했었잖아.’

처음으로 해체와 연구 스킬을 사용했을 때, 이펙트는 레온 본인에게만 보이는 것을 확인했었으니까.

‘휴, 지금부터라도 조심하자.’

레온이 최대한 말을 아끼자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다음 말을 기다려 보았다.

“…….”

그러나 어떤 말도 없이 묘한 긴장감 속에 침묵만이 이어졌다.

‘뭐야? 왜 불러 놓고 말을 안 하는 거지?’

레온이 이런 상황에 의문을 담고, 눈에 힘을 살짝 주며 그녀와 다시 한 번 시선을 맞췄다.

한데 그러자…….

그녀의 볼이 살짝 붉어지더니, 갑자기 발끝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어린 소녀처럼 머뭇거리고만 있는 모습.

사내라면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어우, 근데 다시 봐도 예쁘긴 하네.’

순간 레온의 표정이 녹아내린 마시멜로처럼 변하며, 날 세웠던 긴장감이 무뎌지려던 그때.

-아니다! 이 악마야!

‘헉!’

순간 레온의 가슴속에서 모태 솔로만이 지니고 있다는 무적 솔로부대의 강인한 정신력이 그를 한순간에 제정신으로 일깨웠다.

레온은 두어 번 고개를 가로저으며, 정신을 바싹 차렸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자신의 평정심을 흐트러뜨리는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혹시 매혹 스킬이라도 발동시켜 놓은 건가?’

아니었다. 그냥 레온이 중증의 얼굴 밝힘증 환자였기 때문이다.

한데 그때.

신경을 곤두세운 레온이 그녀를 샅샅이 살피다가, 이내 경악스러운 반응을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 장비가 엄청나잖아?’

그녀가 가까이 다가서자, 장착하고 있는 장비들이 하나둘씩 확인되기 시작했는데, 그 물건들이 하나같이 엄청난 고가였던 것이다.

‘저것들을 도대체 누가 사는 건가 싶었는데.’

경매소에 적혀 있는 가격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던 네크로맨서 전용 장비들이 하나도 아니고, 온몸에 세트로 갖추어져 있었다.

그가 기억하기로 저 장비들의 최소 레벨 제한은 무려 90이었다.

순간 레온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변했다.

‘……한데 90레벨 이상 되는 유저가 왜 이런 곳에?’

레온이 고레벨 네크로맨서의 육성 과정까지는 자세히 몰랐기에, 이런 오해가 생겨난 것이었다.

장소와 영 어울리지 않는 고레벨의 장비들 때문에 그 의심은 더욱 커졌고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생겨난 오해는 눈덩이처럼 불어 갔다.

‘……설마. 사전에 머더러의 표식까지 숨길 정도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잠입한 건가?’

이제는 그녀가 히든 던전에 들어와 잔뜩 들뜬 초보 유저들을 타깃으로 삼는 악질 머더러가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만일 평상시의 레온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과할 정도로 의심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현재 레온은 유일 등급 아이템과 뼈의 정수 등 혹여나 빼앗기기라도 하면 피눈물을 흘릴 물건들을 지니고 있는 상태이지 않은가.

만에 하나라도 있을 사태를 조심하자고 생각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었다.

‘만약 그러면 싸워야 하는데…….’

이어 레온은 조심스럽게 그녀와 전투가 벌어졌을 때의 승률을 재 보았다.

그러고는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솔직히 이길 가능성이 전무해 보였던 탓이었다.

레벨 차도 레벨 차지만, 장비 차이가 너무나 컸다.

기습한다고 한들 자신의 무기가 그녀의 방어구에 흠집은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흠, 이걸 어쩐다.’

그렇게 자신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한 것일지 모른다는 것을 자각하자, 레온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하나 그런 그의 걱정과는 달리.

‘왜 이렇게 말이 안 나오는 거지……. 가슴은 또 왜 이리 뛰는 거야.’

미츠는 그저 쉴 새 없이 콩닥거리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준 레온에게서 마치 현실의 연예인처럼 후광이 비춰 쉽사리 말을 못 붙이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렇게 각자 다른 이유로 두 사람이 침묵이 이어지고 있던 시점.

부스럭.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은 미츠가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 들었다.

그러자 그 순간.

그녀의 행동을 미심쩍게 생각한 레온이 더 늦기 전에 얼른 손을 쓰기로 했다.

“에잇!”

부욱!

그의 외침과 함께 갑작스레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우! 위잉!

그와 동시에 공간에 공기가 떨리는 듯한 공명음이 발생하더니, 두 사람의 눈앞에 푸른 빛을 내뿜는 귀환용 포탈이 나타났다.

레온이 꺼내 들고 있던 귀환용 스크롤을 사용한 것이었다.

필사의 일전을 벌여 볼까 고민했지만, 여러모로 생각해 볼 때 지금은 일단 한 발 물러서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타다닷!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레온이 그 포탈 속으로 단숨에 몸을 날렸다.

슈웅!

그러자 풍선에 바람 빠지는 듯한 효과음만을 남기고, 포탈 너머로 넘어간 레온의 모습이 감쪽같이 시야에서 없어졌다.

휘잉.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나자, 텅 빈 예배당에는.

‘……그, 급한 일이 있으셨나요?’

품에서 체력 회복용 포션을 하나를 꺼내어 든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미츠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