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
그렇게 두 사람의 짧은 눈빛 교환 중에.
‘읏!’
레온이 먼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세차게 도리질 치며, 잠시 허물어졌던 경계심을 바싹 날 세웠다.
‘큰일 날 뻔했네.’
평소 예쁜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것이 레온의 지론이었지만, 판테라에서는 얼마든지 외모 조정이 가능하지 않은가.
방심은 절대 금물이었다.
레온은 곧장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의문의 상대의 정보를 빠르게 파악했다.
우선 일단 머더러(PK범)는 아닌 것 같았다.
머더러가 되면 머리 위로 생기는 붉은 표식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도 앞에서는 몬스터들이 노리고, 뒤에서는 머더러가 덮치려 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 같았다.
하나 그렇다고 한들, 레온은 그녀에게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쩝, 저러다가 갑자기 막무가내로 들이댈지도 모르고.’
무슨 말인가 하면.
지금처럼 사람은 둘, 보스 몬스터는 하나인 경우, 서로 자신이 사냥을 하겠다는 다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던 것이다.
다행히도 새로운 인간이 등장하자 움직임을 멈춘 몬스터들 덕에, 레온은 좀 더 그녀를 살필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러자.
‘뭐지?’
레온은 그녀가 이상하게도 그다지 보스 몬스터에게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 다른 데에 한눈이 팔려 있는 것 같았다.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여자였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다행히 일단 사냥은 독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긴 하다만…….’
그녀가 본인에게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인지하지 못한 채, 연신 고개를 갸웃하던 레온은.
문득 다른 사실을 깨닫고 이내 미간을 좁혔다.
‘쳇, 그럼 이제 그림자 은신은 자동 봉인인 건가.’
그건 바로 지금부터 암살자의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곁에 떡하니 스켈레톤들을 이끌고 전투를 하고 있는 자신이 갑작스레 암살자의 스킬까지 사용하는 걸 목격한다면, 그녀가 어떻게 하겠는가.
-여러분 그거 앎? 나 어제 네크로맨서가 암살자 스킬 쓰는 사람 봄.
그 즉시 커뮤니티의 화제 글 예약일 것이었다.
‘끄응, 귀찮게 됐네.’
레온은 머리를 바쁘게 굴리며, 암살자 스킬들을 제외하고 전투를 속행할 계획을 짜려 했지만, 아쉽게도 그 시간은 그리 넉넉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크와아아!
그 순간, 짧은 정적을 뚫고 대성전에 그라울의 거친 포효가 울려 퍼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크왕!
그롸롸!
날 세운 발톱으로 대성전의 바닥을 마구 휘갈키며, 아홉 마리의 마몬교 파수견들과 그라울이 흉포한 기세로 레온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파바밧! 콰직! 콰드득!
그라울의 거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바닥의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던 버려진 집기들이 짓밟히며 연신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놈들의 모습을 확인한 레온은.
‘이번에는 진짜로 맛보여 주지!’
잠시 전, 땅땅이에게 원래 행하려던 명령을 이번에는 제대로 하달했다.
“땅땅아! 바위 폭풍!”
[바위 폭풍]
지면에 충격파를 일으켜 균열을 만든다.
그리고 발생한 파편들을 맹렬히 회전시켜, 공격 범위 안에 위치한 모든 이들에게 마법 피해를 입힌다.
-지면이 땅이 아닐 시, 지형 파괴가 일어난다.
쿠쿵!
레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땅땅이가 어느새 높게 치켜들고 있던 지팡이를 대성전의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러자!
두두두둥!
스태프가 내리꽂힌 부분부터, 갑자기 바닥이 한 번 파도처럼 출렁이더니.
콰드드드! 콰지직!
그 여파로 쩍쩍 커다란 균열이 발생했다.
그러자 미친 듯이 달려들던 파수견들은 갑작스러운 파동에 놀라 자빠지거나, 갈라진 균열의 틈에 끼인 채 비명을 질러 댔다.
그라울은 덩치가 큰 탓에 영향도 가장 크게 받아 발라당 뒤집어져 버렸다.
덜렁덜렁.
‘……윽, 수컷이구나.’
그리고 그 볼썽사나운 모습에서 무언가를 확인한 레온이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깨개애앵!
깽!
하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오호!’
이후 벌어지는 진풍경을 지켜보는 두 세력의 반응은 온도 차이가 극명했다.
레온은 치솟아 오르는 아드레날린에 탄성을 내질렀지만.
파수견들과 그라울의 낯빛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드드! 쒜에엑!
그럴 만도 했다.
바닥이 비틀리며 발생한 거대한 돌덩이들이 허공에 떠올라 세차게 휘몰아치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퍼퍽! 콰쾅!
이윽고 수많은 돌덩이들이 놈들을 직격하기 시작했다.
‘스톤 애로우가 그냥 커피라면, 이건 티오피다, 이 자식들아!’
그만큼 파괴력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띠링. 띠링.
눈앞에 놈들이 치명적인 대미지를 입고 있다는 메시지가 수없이 떠오르자.
‘후후.’
어느새 레온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쾌재를 불러 댔다.
‘여윽시 광역기입니다요! 좋다, 좋아!’
일전에 말했던 새롭게 얻은 신무기란 땅땅이가 한계 레벨이 되며 얻었던 광역기인 저 바위 폭풍 스킬이었던 것이다.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 한참을 땅땅이가 아무런 스킬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모두 이 스킬의 엄청나게 긴 캐스팅 시간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한 방으로 땅땅이의 모든 마력이 소모되었지만, 그것이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위력이었다.
한데 그때.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통을 받고 있던 몬스터들을 바라보던 레온이 눈을 빛냈다.
‘흠, 결정타를 날려야 하는데…….’
적들을 핀치에 몰아넣었을 때, 최후의 일격을 날려야 했다.
이미 머릿속에 떠오른 방법은 있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찌릿.
순간 레온이 불신이 가득 찬 눈빛으로 뒤편의 여자를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강렬한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건 바로 ‘내 사냥감에 손댈 생각은 꿈도 꾸지 마쇼!’라는 경고였다.
그러자 여자가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레온은 그것을 보며, 자신의 예측이 들어맞았구나 생각했다.
‘그럼 그렇지. 감히 어디다가 침을 묻히려고.’
찔리는 것이 있으니까,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예쁘면 단 줄 아나. 앗, 말이 헛나왔다. 다긴 다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자신의 잘못을 정정했다.
다음 순간, 레온이 갑자기 미친 짓을 감행했다.
투다다닷!
‘간다!’
아직까지도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는 바위 폭풍 속으로, 갑작스레 홀로 달려들었던 것이다.
그건 정말 미친 짓이었다.
왜냐하면 바위 폭풍 스킬은 공격 범위에 위치한 모든 이들에게 대미지를 주었는데, 이중 ‘모든 이들’이란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 대미지는 피아를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현재 바위 폭풍 속으로 들어간 레온 또한 스킬에 적중당할 시, 적들이 입고 있는 막대한 피해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
그럼에도 레온은 과감하게 그 스킬 속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우선 그는 전부 피할 자신이 있었던 데다가, 적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런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런 그가 저지른 커다란 실수는.
‘……아, 맞다. 나 지금 그림자 은신 못 쓰지?’
너무 흥분한 나머지, 회피에 필수적인 그림자 은신 스킬을 현재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까먹었다는 것이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늦은 후였다.
그 실책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스킬의 영역 안에 발을 디딘 후였으니까.
그렇기에 레온은.
‘이런 제에에엔자아아앙!’
정말 오랜만에 X알에 땀띠가 날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저 소환수는 또 뭔가요?’
그녀는 스킬 한 방에 보스 몬스터와 수하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몰아넣은 스켈레톤 메이지를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오늘 도대체 몇 번이나 더 놀라야 할지 모르겠는 그녀였다.
저 유저의 플레이를 보다 보니, 지금껏 자신이 정립했던 네크로맨서의 정의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만큼 그녀가 느끼기에 레온의 플레이는 파격 그 자체였다.
더 강력한 언데드 수환수를 얻는 것만이 더 강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생각이 무너지고 있었다.
물론 레온은 일반적인 네크로맨서가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녀가 그것을 짐작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녀의 오해는 점점 더 깊어져 갔다.
‘저 사람의 소환수들을 보면 모두 스켈레톤밖에 없어요. 아! 지금처럼 여러 언데드 소환수들을 계속 바꿔 가며 키우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걸까요?’
‘구울이면 구울, 리치면 리치. 하나의 계열만을 뚝심 있게 파야 한다는 뜻이군요!’
미츠는 레온이 스켈레톤들 소환수들만을 지니고 있는 이유를 다른 종류의 소환수들은 무시하고, 오로지 스켈레톤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라 생각하였다.
그녀에게 레온은 일반적인 네크로맨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선각자로 보였다.
레온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선망이 담기던 그때.
‘헉!’
그녀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하였다.
레온이 획 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너무도 강렬한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자신에게 말을 하는 듯했다.
‘잘 보고 배우라는 뜻이신가요?’
전혀 아니었다.
내 것을 뺏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였다.
하지만 이미 착각에 단단히 빠진 그녀는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저, 저!’
미츠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거둔 레온이 자신이 시전한 스킬이 적용되고 있는 공간으로 진입하는 것을 바라보며 식겁했지만.
이내 그 안에서 무대 위에 선 무용수처럼 춤을 추며,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이는 모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하아……. 어떻게 네크로맨서가 저렇게 유려한 움직임을 선보이는 거죠.’
마치 정확히 계산이라도 한 것처럼 모든 바위들을 딱 종이 한 장 차이만으로 연속해서 피해 내는 것에서 그의 클래스가 느껴지고 있었다.
누가 보면 허덕이며 겨우겨우 피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절대 아니지.’
그녀는 알 수 있었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장애물을 피하는 데에,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할애하는 극도의 마이크로 컨트롤이라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그런 와중에, 딸피인 몬스터들까지 하나하나 처치하고 있었으니.
그녀는 더 이상 놀랄 것이 있을까 싶었는데, 결국 또 놀라고야 말았다.
‘부끄러워요.’
순간 그녀는 얼굴이 화악 달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고수인 저 유저를 감히 구출해 줄 생각을 했다는 것이 쥐구멍을 찾고 싶을 정도로 창피한 그녀였다.
그렇게 그녀가 레온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통감하고 있던 그때.
어느새 바위 폭풍 스킬의 효과가 끝나고 있었다.
휘몰아치던 바위 폭풍이 사그라지고 나자, 그 영향권 안에는 처참한 상태의 사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물론 그 사체들은 모두 몬스터들이었다.
놈들은 모두 바위 폭풍 속에서, 죽을 둥 살 둥 하며 휘두른 레온의 검에 모조리 처치당해 있었다.
딱 한 마리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라울이 망신창이가 된 몸을 힘겹게나마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바위 폭풍과 레온의 공격에도 녀석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그래도 꼴에 보스 몬스터라 이거냐.’
레온이 어지간히도 끈질긴 놈이라 생각하며 혀를 차던 그때.
그와아아아앙!
갑작스레 그라울에게서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거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놈의 거체에서 흉포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띠링.
그리고 불쑥 효과음이 들려옴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견 그라울이 ‘광폭화’합니다.
-그라울의 공격력이 40% 상승합니다.
-그라울의 방어력이 50% 감소합니다.
그라울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광폭화 상태에 돌입했기 때문이었다.
광폭화란 몇몇 보스 몬스터들이 지니고 있는 패시브 스킬 중 하나였는데.
체력 수치가 20퍼센트 이하로 내려갔을 때, 공격력이 40퍼센트 증가되는 대신 방어력이 50퍼센트 약화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즉, 더 강한 공격력을 주지만 그보다 더 방어력이 깎이는, 양날의 검 같은 스킬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보스 몬스터의 공격력이 40%나 더 상승한다는 것은 상대하는 유저에게 재앙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많은 유저들이 다 끝났다고 마음을 놓았다가, 광폭화된 상태의 몬스터에게 반격당해 죽는 경우가 더러 생기는 것이 아니던가.
한데 현재 그런 위험한 상황이 닥친 것이건만.
“아오! 귀 아파.”
레온은 놈의 갑작스러운 포효에 귀가 얼얼한 것에 짜증을 토해 낼 뿐이었다.
거기에는 두려움이나 긴장감 따위는 전혀 섞여 있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크롸!
광포한 눈빛을 흩뿌리던 놈이 다시 한 번 거칠게 울부짖더니, 미친 듯이 레온에게 달려들었다.
쿵! 쿠쿵!
지축이 흔들리며, 거대한 소음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레온의 지근거리에 도착한 놈은 연속으로 발톱을 휘둘러 대기 시작했다.
쐐애액! 촤아악!
순간 바람이 찢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척이나 매서워 보이는 공격들이었으나.
휘익. 휘리릭.
다행히도 레온은 자신을 덮쳐 오는 거대한 발톱들을 모두 피해 내는 데 성공했다.
표적을 놓친 그라울의 발톱이 레온이 자리했던 지면을 훑고 지나갔다.
그드드득! 그드드!
그러자 광폭화의 영향으로 강화된 녀석의 공격이 땅바닥을 긁는 정도가 아니라 뭉텅이 채 파내었다.
마치 포클레인이 파 놓은 것 같은 흔적이 생겨난 것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레온이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하기 쉬운 광경이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그는 오히려 놈이 광폭화를 사용하자,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었으니까.
피식.
그의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공격력이 아무리 오른다 한들, 그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후후, 완전히 잘못 생각한 거지.’
그럴 만도 했다.
한 대도 맞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광폭화는 공격력이 늘어나는 것이지, 몬스터의 속도에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 것.
아무리 공격력이 늘어난들, 적중되지 않는 공격의 대미지는 0에 불과하다.
휙! 휘휙!
레온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피해 내며, 슬쩍슬쩍 쏟아 내는 반격에 오히려 그라울의 몸에만 크고 작은 생채기들이 연이어 늘어나고 있었다.
‘바위 폭풍 속 돌덩이보다 속도도 느린 게, 어딜.’
……크, 크르.
그라울은 헛방질을 반복하느라, 제풀에 지쳐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레온은.
‘……농락하는 것도 지겹고. 슬슬 처리할까?’
파바밧!
이번에는 반대로 자신이 놈에게 달려들었다.
타닷!
이윽고 지면을 박차고 번쩍 뛰어오른 레온이 사선으로 참격을 쏟아 내었고.
서걱! 쿠웅!
그라울의 이마에 달려 있던 뿔이 깔끔한 단면으로 잘려 대성전의 바닥에 떨어졌다.
크아앙!
놈의 끔찍한 비명이 이어졌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광폭화의 영향으로 방어력이 50%나 떨어졌기에, 놈은 레온의 일격에 엄청난 대미지를 입은 것이다.
완전히 맛이 간 녀석의 상태를 바라보던 레온이 뒤편을 바라보며, 누군가에게 슬쩍 고갯짓했다.
투다다다!
그에 기다렸다는 듯, 케로베로가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꽈득! 콰득!
날카로운 이빨을 놈의 목덜미에 박아 넣으며, 최후의 일격을 쏟아 내었다.
……크, 쿠에.
쿠쿠쿵!
그라울의 몸이 회색빛으로 물든 채, 대성전 바닥에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띠링. 띠링. 띠링.
…….
레온의 귓전에 기계음이 쉴 새 없이 울려 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