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42화 (42/332)

# 42

레온의 말이 끝나자.

슈웅.

이전과 동일하게 펼쳐진 책장에서 삽화가 떠올랐다.

일전에 단단이와 땅땅이를 만들었을 때는 푸른 안광을 내뿜던 스켈레톤이 떠올랐었지만.

이번에는 그와 달리 피처럼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는 커다란 개의 형상이 허공에 나타나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레온이 방금 제작 몬스터로 ‘마몬교 파수견’을 호명했기에 나타난 변화였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그가 이미 마몬교 파수견을 연구 완료해 놓았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2층에 있는 몬스터란 몬스터는 깡그리 다 잡았는데 연구 완료가 안 되어 있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한데 여기서 하나 주목할 점이 있었는데, 이번 마몬교 파수견의 연구로 얻은 성과가 꽤나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야생 스켈레톤, 역병 들개에 이어 이번에도 드롭되는 뼛조각의 등급이 9등급과 8등급의 두 종류라는 것을 통해 모든 몬스터들이 두 개 등급의 뼛조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데다가, 마몬교 파수견의 뼛조각의 총 개수는 다섯 개라는 것을 통해 야수형의 뼛조각은 다섯 개라는 사실 또한 확정이 되었던 것이다.

새롭게 얻어 낸 정보들에 크게 만족한 듯, 레온이 슬며시 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놀랄 만한 이야기를 속으로 생각했다.

‘후후, 8등급 스켈레톤을 이렇게 빨리 만들 수 있게 될 줄이야.’

그건 바로, 지금 그가 8등급 스켈레톤을 제작하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8등급 스켈레톤이라니?

그렇다는 것은 지금 그가 벌써 마몬교 파수견의 8등급 뼛조각을 모두 모았다는 이야기지 않은가.

이곳 예배당 2층에서는 2시간이나 채 있었을까?

역병 들개 때의 케이스와 비교해 본다면,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그 정도밖에 투자하지 않은 이곳에서 벌써 8등급 뼛조각을 모두 모았다는 것은 쉽사리 믿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레온은 땅땅이때부터 제작 콘셉트에 맞춘다는 명목 하에 능력치가 더 뛰어난 뼛조각으로 추리는 과정을 거치고 있지 않은가.

그것까지 2시간 만에 완료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일.

……새로운 히든피스라도 발견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레온의 미소가 한층 음흉하게 뒤바뀌고 있었다.

‘후후, 이것도 히든피스라면 히든피스인 건가?’

레온의 수집 시간을 이토록 짧게 단축시킨 히든피스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헤벌쭉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그가 답을 떠올리고 있었다.

‘……누가 알았겠어. 히든 던전의 드롭 확률 버프에 뼛조각도 해당될 줄 말이야.’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가 이토록 8등급 뼛조각들을 빠르게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은, 히든 던전의 아이템 드롭율 확률 상승 버프가 뼛조각의 드롭율 상승에도 영향을 끼친 까닭이었던 것이다!

따, 딱히 널 위한 것은 아냐!

마치 츤데레 여자아이처럼, 스리슬쩍 자신에게 도움을 준 개발진에게 레온은…….

‘그래, 너네도 양심이 있으면 한 번 정도는 이렇게 해 줘야지.’

아주 극소량의 감사만을 표시하였다.

‘쩝, 아무튼 이만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까.’

그러고는 이제 그만, 다음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아까부터 레온의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있는 시스템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료로 쓰일 뼛조각들을 지정해 주십시오.

‘……이것도 맞고. 이것도 맞고. 흠, 다 맞는군.’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한 레온은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미리 추려 두었던, 1번부터 5번까지의 뼛조각들을 다시 한 번 살폈다.

그 뼛조각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한 가지의 높은 능력치가 붙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번 콘셉트는 빠른 속도! 극민첩으로 간다!’

속도와 가장 연관이 있는 스텟인 민첩이었다.

그가 이번에 이런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다른 이유가 없었다.

레온의 전투는 속도전으로 전개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자신보다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소환수가 있으면 하는 바람 하나와…….

자신과 함께 싸우다가도 후방의 단단이와 땅땅이에게 위험이 생길 것 같으면, 빠르게 그쪽으로 합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합쳐진 결과였다.

‘시작하자!’

“하다닷!”

더 늑장을 피우지 말자 생각한 레온이 거침없이 사용할 재료 조각들을 지정했다.

그러자.

휘융! 슈웅!

지정한 뼛조각들이 허공에 떠올라 있는 마몬교 파수견의 형상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척-! 처척-!

그리고 점점 그 형상이 뚜렷해지자.

“휴.”

떨리는 마음에 깊은 숨을 한 번 내쉰 레온이 마지막으로 사혼석까지 꺼내어 조합 창에 추가한 순간!

띠링.

-스켈레톤 제작을 시작합니다.

-뼛조각의 세부 능력이 반영됩니다.

익숙한 기계음과 함께.

드디어 새로운 스켈레톤의 제작이 시작되었다.

우드득. 두드득.

곧이어 귓전으로 들려오기 시작한 제작 과정 특유의 소름 끼치는 뼈 맞춰지는 소리를 들으며.

‘뭐, 그다지 특별할 건 없는 것 같은데?’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전의 제작 과정과 별반 차이 없이 평범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바라보다 보니, 그는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꼈다.

-뼛조각들을 조립하기 시작합니다.

-1번 뼛조각이 조립되었습니다.

-조립 과정에서 10%만큼의 손상이 일어납니다.

그러다가 레온이 얼굴을 찌푸렸다.

‘에잇, 이놈의 손상은 맨날 일어나나 정말.’

첫 번째 조립부터 벌써 손상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때.

그의 눈앞에 이전의 제작에서는 전혀 없었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띠링’ 하는 효과음과 함께 다시금 이어진 메시지를 바라본 레온은.

‘뭐, 뭐야?’

놀란 나머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손재주’ 스텟의 보정으로 손상이 모두 복구됩니다.

-새살이 솔솔! 민첩 스텟이 크게 증가합니다.

저번에 새롭게 얻었던 손재주 스텟의 보정으로 인해 뼛조각에 가해졌던 손상이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오!”

그에 당연히 레온은 쾌재를 불렀다.

당연하게도 손상이 적을 경우 나오는 소환수의 능력치도 더 좋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에, 에이. 운이 좋았던 거겠지. 설마 또 이러겠어? 기대하지 말자, 기대하지 말자.’

하나 레온의 눈동자는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고.

꿀꺽!

그의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던 그 순간, 다시금 메시지가 이어졌다.

-2번 뼛조각이 조립되었습니다.

-조립 과정에서 20%만큼의 손상이 일어납니다.

‘서, 설마?’

그리도 기대하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그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이 레온은 다음에 나올 메시지를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손재주 스텟의 보정으로 손상이 모두 복구됩니다.

-와, 완벽하게 맞춰 버렷! 민첩이 크게 증가합니다.

다시금 손재주 스텟의 위엄 돋는 활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새 레온이 두 눈이 동그랗게 커져 있었다.

‘겨, 경배해 갓재주!’

그 후로도 손재주 스텟은 여지없이 효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그 남은 세 번의 조립을 통해 레온은 현재 손재주 스텟의 효능을 가늠할 수 있었다.

‘20%까지만 복구를 해 주는구나!’

20%를 초과하는 손상부터는, 가감한 후 손상이 적용되었던 것이었다.

즉, 30% 손상이라면, 10%만 손상이 가해지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인가.

‘3번은 10%, 4번은 손상이 없었고, 5번은 15%.’

총합 25%의 손상밖에는 일어나지 않은 상황.

문득 레온은 가슴속에서 무언가 작은 기대감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씨, 맨날 이러고 뒤통수 맞았는데. 괜한 기대를 하면 안 되는데…….’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이 정도라면, 마지막으로 받았던 A급 이상의 제작 랭크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웅웅!

가슴속에서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레온의 심장처럼, 허공에서의 공명은 더욱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띠링.

기계음이 들림과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 소리와 불빛은 금세 잦아들었고.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휴-.’

그리고 레온이 떨리는 마음으로 그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하였다.

그러자 거기에는.

제작 랭크 : S

제작 총평

-뿌뿌뿌뿌~. 멬 썸 노이즈!

-최상의 결과물입니다! 세상을 놀라게 할 미다스의 손이 여기 있었군요.

입에 거품을 물 만큼 놀라운 결과가 적혀 있었다.

‘에, 에쓰?’

종전의 A를 뛰어넘어, 무려 S등급에 해당하는 제작 랭크가 적혀 있었던 것이다.

“후우, 후우.”

너무 놀란 나머지 허둥지둥하던 레온은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러고 안 좋은 녀석이 만들어질 수도 있잖아. 기대하지 말자.’

그러고는 머릿속으로 최악의 상황을 계속 가정하며, 기대감을 버리려 했다.

왜냐하면 이러다가 게임사가 그에게 대변 같은 소환수를 선사하였을 때에 닥칠 심적 타격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럼 바로 소환해 볼까!’

얼추 마음의 준비를 끝낸 레온이 눈앞에 떠올라 있는 소환수의 이름을 부르며 소환을 거행했다.

-‘트윈헤드 켈베로스 스켈레톤’이 제작 완료되었습니다.

-‘트윈헤드 켈베로스 스켈레톤’이 제작 완료 목록에 포함됩니다.

“레이즈 스켈레톤, 트윈헤드 켈베로스 스켈레톤!”

파스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면에 소환진이 그려졌고.

우웅!

“오오!”

이내 그 속에서 딱 보아도 날쌔 보이는 백골의 개 한 마리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개라고 표현했기는 하였지만, 실상은 늑대의 그것과 비슷했다.

몸의 구성이 뼈뿐이었는데도, 개라고 치부하기에는 지닌 크기가 너무나 커다랗기 때문이었다.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소환진 위에서 묵묵히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며 레온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한 마리라고 해야 되겠지?’

그가 그렇게 생각한 까닭은.

크왕!

그릉!

이름에 ‘트윈헤드’라고 붙어 있었듯이 녀석의 머리가 두 개였기 때문이었다.

“이리 와.”

순간 레온이 가까이 오라며 손짓하자, 이내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온 녀석들은.

끼잉.

끼잉.

“하하, 귀엽네. 이 녀석들.”

흉악한 외견과는 다르게, 녀석은 레온에게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연신 두 머리를 자신에게 비비적거리는 녀석들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레온은.

“소환수 정보.”

마지막으로 가장 객관적으로 성능을 알 수 있는 정보 창을 눈앞에 띄워 보았다.

[트윈헤드 켈베로스 스켈레톤(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레벨 1 / 한계 레벨 80

분류 : 언데드

등급 : 희귀

힘 130  민첩 170

지혜 20  체력 100

생명력 2,400  마력 350

마계의 가장 뛰어난 군견인 트윈헤드 켈베로스의 스켈레톤이다.

엄청난 이동속도를 자랑하며, 두 머리가 서로 각기 다른 고유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보유 스킬

1. 기민한 발놀림(패시브)

2. 파마의 어금니(패시브)

3. 약화의 송곳니(패시브)

레온은 떠오른 소환수 정보 창을 샅샅이 살펴본 후.

‘이, 이건?’

경악스러운 반응을 내보였다.

그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그중 첫 번째는.

일반 등급인 단단이와 땅땅이와 달리 스켈레톤의 등급이 ‘희귀’ 등급이라는 사실 때문이었으며.

두 번째는 바로.

“……스텟이 이렇게 높다고?”

1레벨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수준의 높은 스텟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그의 바람보다 배는 더 좋은 소환수가 제작이 된 것이었다.

“하하! 대박이로구나! 아이구, 요 귀여운 것들!”

그러자 레온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녀석을 쓰다듬었다.

아우!

아우!

그러자 녀석들도 주인의 기쁨을 알아차렸는지, 늑대처럼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그렇게 함께 기뻐하던 와중에.

“흐음.”

문득 레온은 고민에 빠져 들었다.

“끄응, 뭐로 하지?”

이제 이 녀석들의 이름을 지어 줘야 하는데, 도저히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가 않는 것이었다.

개, 강아지 그리고 머리가 두 개라.

레온이 제 무릎을 탁 치며, 머리를 갸웃거리고 있는 녀석들에게 소리쳤다.

“오, 그래! 자 네 이름은 강일이, 넌 강둘이야. 어때, 좋지?”

……강아지와 숫자를 더한 그 말도 안 되는 작명에.

그릉!

크왕!

소환수들이 거친 울음소리를 내며, 거세게 반항을 했다.

그리고 그 반발은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띠링.

-당신의 흉측한 작명에 소환수가 자신의 이름을 거부합니다. 강제적으로 이 이름을 부여 시, 충성도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그가 붙여 준 이름이 싫은 나머지, 강요할 경우 충성도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까지 떠오른 것이다.

“헉!”

그러자 깜짝 놀란 레온이 헛숨을 삼켰다.

그러고는 고민에 빠졌다.

‘끄응, 괜찮다 싶었는데.’

전혀 괜찮지 않았다.

‘그렇게 싫은가?’

싫어할 만했다.

레온이 쩝 하고 입맛을 다시다가, 번뜩 든 생각을 소리쳤다.

“에잇! 그럼, 멍일이! 멍둘이!”

크릉!

크왕!

당연하게도 실패였다.

“이익! 견일이! 견둘이!”

될 리가 없었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레온의 막장 작명은 한참이나 더 지나고 나서야 대망의 마무리가 지어질 수 있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레온이 마지막이다 생각하며 이름을 정해 주고 있었다.

“……헉, 헉. 그, 그럼. 케로랑 베로 어때?”

최대한 그의 치솟아 오르는 창작 의지를 배제한 채, 만든 이름이었다.

놀랍게도 별다른 거부 반응이 없었다.

‘오오!’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자, 레온이 기뻐하며 크게 소리쳤다.

“좋아! 너희의 이름은 케로랑 베로다!”

끼잉.

끼잉.

이제야 레온의 곁으로 다가와 살가운 울음소리를 내는 케로와 베로를 보며.

‘상전이 따로 없네, 따로 없어.’

피식 웃음을 지은 레온은.

“후후, 그럼 이제 준비도 끝났고. 가 볼까!”

곁에 새로운 스켈레톤을 대동한 채, 드디어 3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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