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40화 (40/332)

# 40

레온이 포탈 안으로 들어서자, 눈앞에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곳이 어떤 곳인지 채 알아보기도 전에.

슈웅.

귓전에 들려오는 효과음과 함께.

-무작위 던전으로 이동되었습니다.

-포탈이 자동 소멸됩니다.

가장 먼저 레온의 등 뒤에서, 그가 타고 건너온 포탈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쩝.”

레온이 포탈이 흩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이로써 이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죽든가, 보스 몬스터를 잡든가.’

그 둘 중 하나의 선택지를 고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레온은 전자를 택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기에.

챙!

재빠르게 허리의 검집에서 자신의 검을 빼어 들었다.

“레이즈 스켈레톤.”

슈웅!

그리고 자신들의 충직한 소환수들을 눈앞에 불러내었다.

척. 처척.

단단이와 땅땅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레온은 그들과 함께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았다.

‘……이곳은.’

그러자 레온의 눈에 담기는 무성한 수풀과 치솟은 나무들.

그는 자신이 어느 울창한 숲의 한가운데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흠.”

레온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이전 경험에서는 포탈로 들어오자마자, 히든 던전의 내부가 펼쳐진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평범치 않은 시작이었다.

그에 문득 레온이 슬며시 미소를 머금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흐흐, 평범하지 않다면 더 좋은 거 아니겠어? 이곳이 특별한 곳이라는 뜻이니까.’

그렇게 김칫국을 한 사발 거하게 들이켠 레온은.

단단이를 앞장세운 후, 시야를 가리는 수풀을 제거하며 앞으로 쭉쭉 전진해 나갔다.

그러자 다행히도,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곳은?”

레온은 한눈에도 의심스러운 건물 한 채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창과 문 앞에 세워진 신상들이었다.

그리고 건물을 꾸미고 있는 건축양식들로 미루어볼 때, 아무리 보아도 그곳은.

‘예배당?’

어느 종교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제들과 신도들이 예배를 하는 예배당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뭐지?’

그에 레온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거, 나오라는 던전은 안 나오고…….’

레온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저도 모르게 혀로 입술을 축였다.

‘……헉, 설마. 이거 혹시? 나 같은 무신론자 중생에게 게임 속에서라도 종교에 귀의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포교용 스크롤이었던 건가?’

절레절레.

‘아, 아니겠지?’

레온은 세차게 고개를 가로젓고 난 후.

‘쩝, 일단 가까이 가서 탐색을 좀 해 보자.’

어찌 되었건 일단 정보 습득이 최우선인 듯했기에, 두 스켈레톤들을 이끌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숲속 예배당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이내 예배당의 정문 앞에 도착하자.

‘어라? 잠깐만! 저건?’

레온의 시야에 건물 곳곳에 그려져 있는 문장들이 들어왔다.

그 문장에는 종교의 상징이 그려져 있었다.

한데 일반적인 종교의 상징물과는 거리가 좀 있어 보였다.

보기만 해도 무언가 불길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내뿜는.

세 개의 붉은 눈을 가진 잿빛 까마귀의 문장들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아!’

그리고 그제야 레온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예배당이 던전이구나!’

바로 이 눈앞의 예배당이 그가 찾던 히든 던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레온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탄성을 꾹 참으며, 속으로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여기 마몬교의 예배당이야?’

마몬교.

사악한 신, 마몬을 섬기는 대륙의 대표적인 사교 집단으로, 마몬교가 국교인 북쪽의 암흑 성국 말고는 모든 국가가 배척하고 있었다.

그건 그들이 인간을 제물로 삼는 의식을 비롯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악행을 대륙에서 일삼기 때문이었다.

하나 지금 그런 것은 레온에게 크게 중요치 않았다.

그는 현재 자신에게 터져 버린 잭팟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와씨, 그럼 여기에 마몬교도들이 죄다 모여 있다는 거잖아. 대, 대박인데?’

레온이 왜 이리도 기뻐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유저가 마몬교도를 잡았을 때 얻을 수 있는 메리트를 알아야 했다.

우선 마몬교도들은 대륙의 공적이기에, 잡을 때마다 유저에게 높은 명성을 안겨 주었다.

게다가 잡은 뒤에 국가에다가 신고를 하면, 그 공적도에 따라 쏠쏠한 보상까지 챙겨 주었던 것이다.

잡으면 경험치만 주는 게 아니라, 명성과 더불어 공적도 보상까지 얻을 수 있다니.

실로 최고의 사냥터라 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마몬교도와의 전투는 대부분 각 나라에서 대규모로 인원을 모집한 후 단체 퀘스트로 치러지기 때문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들끼리 치열하게 경쟁이 이뤄지기에.

실상 큰 보상을 얻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후후, 하지만 이렇게 되면 말이 다르지.’

지금 그는 스크롤로 이곳에 들어온 것이었기에, 이 마몬의 예배당에는 레온만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정말 운이 없다면 한두 명 정도나 있을 정도의 확률이랄까?

레온이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다.

‘어우, 재수 없는 생각 말자.’

아무튼 그 말인즉슨 이곳에 있는 모든 마몬교도 퇴치의 공적을 레온이 오롯이 독점할 수 있다는 것!

꿀꺽.

레온이 마른침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흐흐, 몰아 받는 막대한 명성은 둘째 치고, 끝나고 난 뒤에 공적도 보상이 엄청나겠는데?’

공적도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으로 한몫 톡톡히 챙겼다는 이야기는 커뮤니티에서 꽤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것 아니던가.

순간 레온이 흠칫 놀랐다.

지금 자신이 이럴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에 레온은 곧바로 그의 통장에 달달한 꿀을 발라 줄 어여쁜 마몬교도들을 한시라도 빨리 소탕하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스켈레톤들에게 전투 준비를 시켰다.

그러고 난 후.

덜컹-!

레온이 한껏 들뜬 맘으로 예배당의 정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러면서 크게 소리쳤다.

“흐하하! 이리 오너라! 금은보화들아!”

……하지만.

‘어라?’

싸아-.

내부는 너무나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쥐 죽은 듯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을 정도였다.

그렇게 활짝 열린 정문 앞에 서 있는 레온은 크게 당황한 표정이었다.

큰 충격을 받은 듯, 한참 동안 멍하니 그러고 있던 그는.

……왜?

도대체 왜?

“으아! 왜 없어!”

절규하듯 소리쳤다.

그러자.

왜-. 없-어엉, 없어-으엉.

그의 외침이 예배당 안에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그랬다.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정작 예배당 안에는 마몬교도들은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곳곳에 먼지만 수북이 쌓여 있을 뿐이었다.

띠링.

한데 그때,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오며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히든 던전, ‘버려진 마몬교 예배당’에 입장하셨습니다.

-히든 던전 입장 혜택으로 경험치 획득이 두 배로 늘어나며, 아이템 드롭 확률이 크게 상승합니다.

레온은 ‘버려진’ 마몬교 예배당이라는 히든 던전의 이름을 곱씹듯 연이어 살펴보다가.

‘크흑.’

치솟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흐흑, 왜 버렸어 이놈들아. 버려도 나한테 사냥당하고 나서 버려야지…….”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은 슬픔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무언가 잔뜩 기대에 부풀어 들어왔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나니, 이건 선물을 받았다가 도로 빼앗긴 느낌이었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안타까운 마음에 예배당의 곳곳을 뛰어다니듯 하며 탐색하고 있었지만.

“콜록콜록.”

여전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오래된 세월의 흔적들과 먼지들뿐이었다.

그에 레온이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 이 정도면 거의 몇십 년 전에 버려진 건데.’

정녕 안 되는 건가.

‘망삘인가?’

절레절레.

레온이 순간 마음을 파고드는 재수 없는 생각에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금 가다듬었다.

‘아냐! 밖에서 봤을 때 최소 3, 4층 이상으로 보였으니까. 올라가 보자. 그래, 아직 포기하긴 이르지, 암!’

레온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다.

“……가자.”

스켈레톤들에게 힘없이 명령을 내린 레온이 한편에 위치한 계단을 통해 예배당 2층으로 진입해 들어가고 있었다.

* * *

그리고 잠시 후.

이내 2층에 도착한 레온은.

‘아오! 그래, 알았다. 포기한다, 포기해.’

그곳에서 무언가를 눈으로 확인하고는,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았다.

속이 쓰려 왔지만, 이곳에서 마몬교도들을 만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임을 받아들인 것이다.

1층에서부터 계속 현실 부정을 해 오던 그가 이렇게 인정을 한 이유는, 그의 눈앞에 떠올라 있는 몬스터 정보 창에 적힌 내용 때문이었다.

[마몬교 파수견]

레벨 : 30

분류 : 야수형

등급 : 일반

마몬교가 키우던 개들이었으나 교도들이 도망가며 그들을 모두 버리고 갔다.

그렇게 남겨진 파수견들은 예배당에서 수를 불려 나갔고, 이제 예배당은 오롯이 놈들의 공간이 되었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탓에 인간을 극도로 증오하며, 무척이나 높은 공격성을 지니고 있다.

버림받은 파수견들이 예배당을 차지했다는 상세 설명이 레온을 저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허, 이곳에는 마몬교도가 없으니, 이제 미련을 버려라. 이 어리석은 중생 놈아!

마치 개발진이 그를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이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흑흑, 그래. 경험치 두 배와 아이템 드롭율 상승으로 만족하자.’

히든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다시금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도 크나큰 혜택이었다.

그렇게 빠르게 마음을 모두 추스른 후.

레온은 2층의 좁은 복도를 어슬렁거리고 있는 파수견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흠. 뭐, 그래도 여러모로 좋은 일인 건가.’

이번의 상대도 일전의 역병 들개와 똑같이 갯과라는 것에 만족스러워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는데.

하나는 저놈들에게도 새롭게 얻었던 ‘된장을 바르는 자’ 칭호의 효과가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었고.

[된장을 바르는 자]

-갯과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 공격 속도 20% 상승

-갯과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 공격 적중 시 상태 이상 ‘공포’ 부가 확률 10% 부여

또 다른 하나는 역병 들개와 동일하게 야수형인 마몬교 파수견을 잡은 후 연구와 해체를 진행하면, 제작에 필요한 야수형의 뼛조각 개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즉, 이번에도 마몬교 파수견이 다섯 개의 뼛조각만으로 연구 완료가 떠오른다면.

일전에 야수형의 연구 완료가 다섯 개라고 예측했던 것이 사실로 확실히 입증된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일단…….’

눈앞의 저놈들부터 싹 다 해치워야 하리라.

그러자 순간 레온이 눈이 착 가라앉았다.

스윽.

그리고 재빨리 다시 한 번 2층의 모습을 면밀히 살폈다.

예배당 2층은 마치 미궁처럼 만들어져 있었고.

그 복도를 파수견들이 한 마리씩 이리저리 거닐고 있었다.

‘맵 자체는 나랑 잘 맞네.’

그것을 보고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몬스터들이 무리 지어 있지 않은 데다가, 복잡한 구조 덕에 각개격파하며 진입해 나가기에 딱 좋았던 것이다.

‘아무리 많이 모여들어도 다섯 마리 이상은 모이지 않겠군. 후후, 쓸어버려 주마.’

레온은 그러면서 이놈들을 탈탈 털면서, 마몬교도를 만나지 못한 설움을 풀기로 결정했다.

‘기분 안 좋을 때 만난 너희의 운을 탓해라.’

그리고 다음 순간.

“시작하자, 단단아.”

레온의 한마디와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타다닥!

레온의 한마디에 겁 없이 달려 나간 단단이는 곧이어 저 멀리서 몬스터 한 마리를 이끌고 돌아왔다.

레온의 계속된 교육에 이제 한 마리씩 몬스터를 데리고 오는, 일명 몹 몰이에 뛰어난 숙련도를 보이고 있는 단단이였다.

크르릉! 크왕!

그렇게 레온의 시야로 보이고 있는 마몬교 파수견은 확실하게 역병 들개와 크기의 차이가 있었다.

물론 파수견의 크기가 월등히 거대했다.

그러던 중 파수견은 레온을 확인하자, 가래 끓는 소리를 내더니 발톱을 바싹 세웠다.

마몬교도들에게 버려진 탓에 인간을 극도로 증오한다는 설정 때문인지 진득한 살기를 잔뜩 피어올리고 있었다.

레온이 그 살기를 가뿐히 받아치며, 놈에게 말했다.

“내가 안 버렸어, 인마. 왜 나한테 그래.”

크왕!

레온의 말에 파수견이 잔뜩 흥분한 채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타다닥!

역병 들개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땅땅아, 땅 흔들기.”

그보다도 땅땅이의 스킬 시전이 더욱 빨랐다.

[땅 흔들기]

특정 지점의 땅을 흔들어, 해당 위치에 있는 적을 거세게 밀칩니다.

-땅을 밟고 있는 적에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땅 흔들기 스킬은 적이 밟고 있는 지면에 큰 진동을 발생시켜, 적의 자세를 무너뜨리는 스킬이었다.

우르르.

꽈당.

케, 케켁.

레온에게 달려들던 놈은 갑작스레 발을 딛고 있던 지면이 사정없이 흔들리자, 잠시도 못 버티고 바로 땅바닥에 넘어져 버렸다.

그리고.

레온에게 그런 놈을 처치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에 불과했다.

샤샥.

어느새 그림자 은신으로 놈의 지척에 등장한 레온은.

“목 긋기!”

촤아악!

연이어 공격 스킬을 사용해 적의 숨통을 끊어 버렸다.

-마몬교 파수견을 처치하셨습니다.

그렇게 히든 던전에서의 첫 사냥이 성공적으로 끝마쳐진 듯 보였다.

한데 그렇게 한 마리를 순식간에 해치워 버린 후, 눈앞에 펼쳐진 사건에 레온의 입이 쩍 벌어져 있었다.

“뭐, 뭐야?”

레온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의 반응을 쏟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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