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
-땅땅이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흐흐.”
오랜만에 레벨 업 메시지가 눈앞을 가득 채우다시피 떠오르자, 레온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험치가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미쳐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이 한 번의 전투를 통해 레온은 단숨에 6레벨이나 올라 어느새 20레벨이 되어 있었고, 땅땅이는 14레벨에 도달해 있었다.
순간 레온이 들판이 떠나가라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음화화. 역시 게임의 참 재미는 폭렙부터 시작 아닙니까?”
허리에 두 손을 올린 채, 그렇게 한참을 웃어 대던 레온은.
“크억, 컥, 콜록콜록.”
결국 사레에 들려 연신 헛기침을 하고 나서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웃음 쇼의 마무리를 지었다.
‘크흠, 자, 그럼 이제…….’
그리고 곧바로 레온은 다음 할 일로 넘어갔다.
스윽.
이어 그가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의 뒤편으로 처참한 상태로 죽어 있는 몬스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방금 전 레온의 손에 처치당한 역병 들개들이었다.
그는 성큼성큼 그 사체들을 향해 다가가, 그것들을 향해 쭉 손을 뻗었다.
“해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그러자 레온의 손에서 흘러나온 보랏빛 기운이 역병 들개의 사체들에 스며들었고, 곧이어 그것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레온의 품에 뼛조각만을 남긴 채 말이다.
띠링.
-역병 들개의 뼛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역병 들개의 뼛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역병 들개의 뼛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후략…….
귀에 익숙한 효과음과 함께, 시스템 메시지들이 그의 눈앞에 떠올랐다.
그러자 레온은 곧장 뒤이어 뼛조각들의 연구까지 빠르게 진행한 뒤.
‘자, 이제 그럼 확인해 볼까.’
사춘기 소녀처럼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아이템 정보.”
드디어 야생 스켈레톤이 아닌 다른 몬스터에서 나온 뼛조각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역병 들개의 뼛조각 (1)]
부위 : 두개골
등급 : 9급
분류 : 야수형
능력치 :
1. 민첩성 13
2. 공격 성공 시, 5% 확률로 3분간 출혈 효과 발생
[역병 들개의 뼛조각 (3)]
[역병……]
……후략…….
레온은 한참을 눈이 빠질 것처럼 뼛조각들의 정보를 샅샅이 훑어보고 난 후.
‘호오.’
그는 야생 스켈레톤 때와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것 봐라? 뼛조각 중에 10등급이 없잖아.’
역병 들개에게서 추출된 아홉 개의 뼛조각들이 모두 9등급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역병 들개들이 드롭하는 뼛조각 등급은 9등급부터 시작인 모양이었다.
레온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흠, 1번 하나. 3번 둘.”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온은 조각들의 넘버링을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
띠링.
‘어라?’
한데 그때 예상치 못한 알림 음이 들려오자, 그는 살짝 당황했다.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울릴 이유가 없는데?’
레온이 고개를 갸우뚱하던 찰나.
예상 밖의 내용을 담고 있는 새로운 메시지들이 그의 눈앞에 주르륵 나열되기 시작하였다.
-몬스터 ‘역병 들개’의 분석률을 100% 달성하셨습니다.
-‘연구’ 스킬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연구’ 스킬의 숙련도가 충족되어, 레벨이 3으로 상승합니다.
-8등급 뼛조각의 연구가 가능해집니다.
레온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벌써 역병 들개의 연구가 끝났다고?’
떠오른 메시지들이 역병 들개의 연구가 완료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구 스킬의 레벨이 3레벨에 도달한 희소식보다도, 저 사실이 더욱 레온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가 그렇게 당황할 법도 했다.
‘……뼛조각이 열 개가 안 됐는데?’
왜냐하면 그는 역병 들개의 뼛조각 연구를 아홉 개밖에 진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렇게 연구가 끝난 뼛조각들 중에 넘버링이 중복된 것들도 있었던 까닭이었다.
야생 스켈레톤의 때와 비교해 보면, 이건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설마?’
순간 황급히 다시 인벤토리를 열더니 야생 스켈레톤의 뼛조각과 역병 들개의 뼛조각들을 비교해 보는 레온.
‘아!’
그제야 자신이 놓친 무언가를 깨닫고, 낮은 탄성을 흘려 내었다.
그리고 그는 머릿속으로 자신이 알아챈 사실을 차근차근 정리한 뒤,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몬스터의 유형마다 필요 뼛조각의 숫자가 다른 거였어! ‘야수형’은 5번까지밖에 없는 거구나!”
그랬다. 야생 스켈레톤과 역병 들개의 차이점은 ‘분류’ 항목에 있었다.
몬스터의 분류에서 야생 스켈레톤은 ‘인간형’이었으며, 역병 들개는 ‘야수형’이었던 것이다.
연구 완료에 필요한 뼛조각 수의 차이가 바로 거기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인간형은 뼛조각 열 개, 야수형은 뼛조각 다섯 개.
그렇기에 역병 들개의 연구가 이렇게 금방 완료된 것이었다.
‘와, 다섯 개면 개꿀이잖아?’
필요 뼛조각이 다섯 개밖에 필요하지 않은 야수형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레온을 무척이나 들뜨게 만들었다.
땅땅이만 하더라도 열 개의 뼛조각 모두 지혜 수치에 맞추는 데에 시간을 얼마나 소비하였던가.
한데 필요 부위가 절반으로 뚝 준다면, 수집하는 데 걸리는 시간 또한 그에 비례해 줄어든다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레온의 눈빛이 싹 달라졌다.
어느새 두 눈동자 안에 탐욕이 차올라 있었던 것이다.
“이거 사냥을 더 빡세게 돌아야 할 이유가 생겼어?”
이어 그가 검을 거머쥐고 있던 손에 다시금 힘을 불어 넣으며 선포하듯 말했다.
* * *
그로부터 꽤나 긴 시간이 흐른 뒤.
깨갱!
크우어엉.
복날이 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거늘, 고통에 사무친 들개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지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생난리인가 싶던 그때.
구슬픈 들개들의 울음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있었다.
“몸통 박치기! 짱돌 애로우!”
그 소리가 이것이 어떤 상황인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목소리의 주인은 레온이었으며, 들개들의 비명은 레온과 그의 스켈레톤들이 그들의 시야에 잡히는 몬스터란 몬스터들은 닥치는 대로 해치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끼이이잉.
다시 한 번 처연한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전에는 그리도 흉포하게 들렸건만, 이제 울음소리가 너무도 처연하게 느껴졌다.
탁. 타닥.
놈들은 레온이 다가설 때마다 한 발짝씩, 한 발짝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는데.
“후후, 이리 온.”
레온이 다가오며 짓고 있는 흉악한 미소가 그들에게는 흡사 마족의 그것과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깨애애앵.
타다다닷!
결국 그 기세에 압도된 역병 들개들이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 그들이 몸을 숨길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슈욱! 촤악!
또 한 마리의 역병 들개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도망치던 역병 들개의 바로 옆에서 불쑥 솟아오른 레온의 검이 놈을 날카롭게 베어 낸 것이다.
……!
공격받은 몬스터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한참을 떨어져 있었는데, 갑작스레 저 인간이 눈앞으로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뒤늦게나마 그 인간이 바로 자신들의 그림자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안타깝게도 그때는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다.
레온은 스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최전면에서 적극적으로 전투를 이끌어 가기 시작했다.
관전자의 자세로 일관하던 이전 전투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 이전 전투는 새롭게 얻은 땅땅이의 성능을 확인해 보고 단단이와 땅땅이의 콤비네이션을 확인하기 위해, 레온 자신은 일부러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게 이어지고 있는 전투의 양상은 레온 파티의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워 보였다.
“철통 방어!”
단단이가 탱킹을 하고.
“진흙 무덤!”
땅땅이가 지원 마법을 날리고.
“목 긋기!”
마지막으로 레온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
이 완벽한 전투 조합에 역병 들개들은 아무것도 못 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재차 반복되던 중.
쐐애액! 철퍼덕.
“후우, 이놈으로 끝이군.”
드디어 레온의 검에 마지막 역병 들개가 마무리되어 지면에 쓰러지고 있었다.
처척.
쓰러진 마지막 역병 들개의 몸이 회색빛으로 물드는 것까지 확인을 마친 레온이 빼어 들고 있던 검을 도로 회수했다.
띠링. 띠링.
그 순간 레온의 귓전에는 기계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칭호 획득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새로운 칭호, ‘된장을 바르는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된장을 바르는 자]
당신은 이 세상 모든 개들의 사신입니다.
만약 개들이 바지를 입고 다닌다면, 당신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피해 다녀야 할 것입니다.
당신을 맞닥뜨리는 즉시 바짓가랑이가 축축이 젖을 테니까 말입니다.
-갯과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 공격 속도 20% 상승
-갯과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 공격 적중 시 상태 이상 ‘공포’ 부가 확률 10% 부여
“소환 해제.”
이윽고 스켈레톤들의 소환마저 해제한 레온이 자신의 주변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역병 들개들의 사체들로 향했다.
물론 해체와 연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작업에 열중하던 그때.
“오! 좋아!”
갑자기 레온이 크게 기뻐하며 소리쳤다.
‘드디어 나왔구나! 8등급!’
사체 더미들 속에서 드디어 8등급 뼛조각이 나온 것이다.
대망의 첫 번째 8등급 뼛조각의 자태를 확인하며, 레온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하도 안 나오기에 혹시 9등급밖에 안 나오는 건가 싶었는데, 역시 그냥 드롭율이 낮은 거였어.’
사실은 아무리 역병 들개들을 잡아도 8등급 뼛조각이 통 나오지를 않기에, 야생 스켈레톤만 두 개의 등급이 나오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래서 그냥 9등급 뼛조각들로 역병 들개의 스켈레톤을 제작할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었는데.
꾹꾹 참았었다.
왜냐하면 사혼석도 당장 두 개밖에 없는 시점인 데다가, 아직 땅땅이의 성능도 완전히 다 사용해 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1분에 한 번씩 제작 충동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좀만 더, 좀만 더 하며 참았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자신이 대견했다.
정말 잘 참았다 싶었다.
‘후후.’
레온은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획득한 8등급 뼛조각을 인벤토리에 갈무리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확인된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짚었다.
몬스터마다 두 개 등급의 뼛조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 말이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레온의 작업이 다시 재개되었고 어느새.
‘휴, 드디어 마지막 놈이군.’
마지막 몬스터에 이르렀다.
그의 작업 과정은 3단계로 나뉘었다.
첫 번째 단계 ‘아이템 루팅’, 두 번째 단계 ‘해체’, 세 번째 ‘연구’.
순서가 바뀔 수는 없었다.
‘사체가 사라지면 루팅을 못 하니까.’
그의 말처럼 해체가 끝나면 몬스터의 사체가 사라져 버리기에 루팅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아이템 루팅을 가장 먼저 하고 있었다.
한데 그때.
“……어라? 이건!”
레온이 획득한 아이템 목록을 훑어보다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지금껏 루팅을 해 와도 쓸데도 없는 잡템들만 나왔었는데, 뜬금없이 그 와중에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아이템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이게 지금 시점에 딱 나와 주다니!’
들뜬 심정을 감추지 못하며, 레온이 곧바로 아이템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정체불명의 순간 이동 스크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스크롤.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다.
아마도 찢는 것으로 발동이 될 듯하다.
등급 : 희귀
사용 제한 시간 : 00:04:23
“예스!”
확인을 끝마친 레온이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속으로는 한 가지 단어를 되뇌었다.
그 단어는 바로.
‘히든 던전! 히든 던전!’
히든 던전이었다.
그랬다. 이 ‘정체불명의 순간 이동 스크롤’은 사용한 유저를 히든 던전으로 이동시켜 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스크롤의 등급에 따라 던전의 난이도가 정해졌는데.
그가 획득한 희귀 등급이라면, 현재 레온의 레벨대와 딱 맞는 던전이 나올 것이다.
‘드디어 안될 놈에서 탈출하는구나! 이제 나도 될 놈 될로 가는 건가! 지옥같이 운이 없던 과거여, 안녕.’
한데 그러던 그때, 레온이 흠칫하고 놀라며 생각했다.
‘헉! 잠깐 이럴 때가 아니지.’
방금 전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정말로 이럴 때가 아니었다.
순간 그가 다시금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그러자 거기에는.
-사용 제한 시간 : 00:03:01
분명 4분 23초가 남아 있던 사용 제한 시간이 3분 1초로 줄어들어 있었다.
스크롤은 시간제한이 붙어 있어 그 안에 사용을 하지 않으면, 그 효능을 잃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것은 최대 24시간부터 최소 5분까지 랜덤으로 정해졌는데, 레온의 경우 가장 짧은 5분이었다.
시간이 길 경우 경매장에 물건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지만, 앞서 말했듯이 레온은 단 5분, 경매장으로 뛰어가다가 지닌 효능이 사라질 판이다.
이 순간에도 서서히 줄어들어 가는 시간.
빠른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러자 순간 눈을 빛낸 레온이.
‘에라 모르겠다. 일단 얼른 쓰고 보자!’
다급하게 품속에서 스크롤을 꺼내 들었다.
그래, 옛 성현의 말씀 중에 ‘못 먹어도 고!’라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에잇!”
부욱.
이윽고 레온이 과감히 스크롤을 찢자.
우우! 위잉!
귓전에 울리는 효과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 푸른빛으로 빛나는 이동 포탈이 발생했다.
‘히든 던전, 가즈아!’
그리고 레온이 그 안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