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
-‘스켈레톤 메이지(地 속성)’이 제작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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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제작에 성공한 스켈레톤의 이름을 확인한 레온이 낮은 탄성을 내었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스켈레톤이 등장한 덕분이었다.
그때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스켈레톤 메이지, 괜찮지! 일단 믿고 쓰는 법사형 소환수니까.’
그의 말처럼 판테라의 유저들에게서 소환수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은 마법사형 소환수였다.
그리고 그것에는 그럴 만한 분명한 이유가 존재했다.
전장에서 원거리에서 마법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존재가 있고 없고는, 전투의 질적인 면에서 하늘과 땅만큼의 커다란 차이를 불러오니까.
분명 스켈레톤 메이지의 등장은 차후 레온의 전투에서 큰 차이를 만들리라.
들뜬 목소리로 레온이 말했다.
“소환수 정보.”
그러자 이어 레온의 눈앞에 소환수의 스텟 창이 떠올랐다.
[스켈레톤 메이지(地)(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레벨 1 / 한계 레벨 40
분류 : 언데드
등급 : 일반
힘 11 민첩 13
지혜 90 체력 15
생명력 400 마력 1,550
고대의 의식을 거쳐 제작된 스켈레톤.
기나긴 시간 동안 자신이 묻혀 있던 대지의 기운을 깨치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보유 스킬
1. 땅 흔들기
2. 스톤 애로우
3. 진흙 무덤
4. 암벽 방패
재료로 쓰인 뼛조각들이 지니고 능력치들이 모두 지혜 스텟을 지니고 있어 생긴 시너지 덕에, 스켈레톤 메이지는 1레벨임에도 90이라는 굉장히 높은 수치의 지혜 스텟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레온의 표정에는 완전히 만족하지 못한 아쉬운 감정이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흠, 공격 스킬은 스톤 애로우 하나인가.’
스켈레톤 메이지가 지니고 있는 직접적인 공격용 스킬이 하나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땅 흔들기와 진흙 무덤은 적진의 진형 파괴와 발 묶기에 좋은 스킬이었고, 암벽 방패는 스킬명처럼 방어형 스킬이었다.
내심 광역 공격기가 나오는 것을 가장 기대했던지라, 어쩔 수 없는 실망감을 내비쳤던 것이다.
하나 그 순간 레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냐, 아직 제대로 연구도 끝내지 않았는걸. 분명히 유용하게 써먹을 방법이 있을 거야.’
그렇게 레온은 첫술에 배부르랴 생각하며, 작게 고개를 주억이며 넘어갔다.
그가 크게 개의치 않고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부분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연신 눈앞에 서 있는 스켈레톤 메이지를 살피며, 다시금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생각했다.
‘후후, 좋아. 아직 만든 스켈레톤이 두 개째라 섣불리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나오는 소환수가 랜덤하지 않을 확률이 꽤나 높아졌어.’
그가 가장 걱정했던 점은 뼛조각에 붙어 있는 능력치를 한 수치에 맞추어 제작했는데도 나오는 소환수가 전혀 예상 불가능한 소환수로 탄생하는 것이었다.
즉, 예를 들어 지혜 스텟을 모아 만들었는데도 검사 스켈레톤이 나오거나, 체력 스텟을 모아 만들었는데 마법사가 나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지혜 스텟의 뼛조각을 모아 만들었더니, 스켈레톤 메이지가 나왔다.
그렇다는 것은 이후에 체력이나, 힘에 초점을 맞추어 만들면 탱커와 전투형 스켈레톤이 나오리라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미리 콘셉트를 잡은 후에, 그걸 감안하고 뼛조각들의 수치를 맞춰서 제작한다면, 어떤 소환수가 나올지 감을 잡을 수 있겠어!’
필요성에 따라 스켈레톤의 제작 방향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순간 레온의 눈이 더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빨리, 더 만들고 싶다!’
레온은 벌써부터 얼른 몬스터들을 제물로 삼아, 보유한 스켈레톤의 리스트를 늘리고 싶은 욕구가 마구 솟구쳤던 것이다.
한데 그러던 그때.
띠링.
‘응?’
레온의 귓전으로 다시 한 번 효과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레온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일전에 단단이를 만들었던 제작 과정에서는 이와 같은 추가 메시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 이건 또 뭐야?’
이윽고 떠오른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한 레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에게 생각지 못했던 의외의 희소식이 도착해 있었다.
-조건을 달성하여, ‘손재주’ 스텟을 획득합니다.
“오!”
놀랍게도 그 메시지는 레온이 처음으로 추가 스텟을 획득했음을 알려 주고 있었던 것이다.
판테라에서는 아이디를 만드는 순간부터 존재하는 기본 스텟들을 제외하고도, 추가적인 스텟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우연한 기회 혹은 엄청난 반복을 거듭하는 노력으로밖에 얻을 수 없었다.
그런 것을 운이 좋게 레온이 획득한 것이다.
레온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조건을 달성했기에, 자신이 손재주 스텟을 얻은 것인지 감이 안 온 것이다.
‘아하!’
하나 그 의문은 금방 풀릴 수 있었다.
함께 떠오른 메시지 창에 적힌 설명을 읽어 보니, 이번 제작에서 제작 랭크를 A 등급을 맞아서 이 행운이 온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레온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새로 얻은 추가 스텟이 굉장히 맘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손재주라니. 이름부터 제작에 도움을 줄 게 확 느껴지는데?’
하지만 일반적으로 추가 스텟을 획득하고도 초창기에는 계속 상승해 온 기본 스텟들에 비해 낮은 수치를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못하곤 했다.
하나 그건 레온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후후, 나한테는 한계를 돌파한 자가 있으니까.’
레온에게는 ‘올 스텟 +20’이라는 엄청난 효과를 지닌 칭호가 있었으니까.
‘제작을 할 때 손실률이 계속 생기는 게 아쉬웠는데, 뭐 완전히는 안 되겠지만 분명히 나아지겠어!’
새로운 스텟과 새로운 소환수.
양손에 최고의 수확물을 동시에 쥔 레온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기분 좋은 그 두근거림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그럼 이제 차근차근 계획을 수립해 볼까.’
레온은 다시 한 번 눈을 빛내며, 머리를 바쁘게 굴렸다.
말했듯이 이후의 행로를 결정짓는 중이었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많은 부족한 부분들이 떠올랐지만, 시급한 것은 역시나.
‘레벨 업이겠지.’
그랬다. 지금 레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본인과 더불어 획득한 스켈레톤 메이지의 레벨 업이었다.
‘쩝, 그래 지금 내 레벨이 너무 낮아.’
현재 레온의 레벨은 고작 14에 불과했다.
단단이를 통해 사냥터를 쓸어버리다시피 한 것에 비해, 생각보다 너무 낮아 보였는데.
그 이유는 지금껏 사냥을 줄기차게 해 왔지만, 그동안 잡은 몬스터가 야생 스켈레톤 한 종류였기 때문이었다.
알다시피 야생 스켈레톤은 저렙용 몬스터에 불과했다.
그가 놈들만을 잡고, 14에 도달한 것만도 대단한 일이었다.
레온이 그 과정들을 다시금 떠올려 보고는, 이내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쩝, 동일한 몬스터를 가지고 비교해 보기 위함이라는 목적이 있었으니까 버틴 거지, 정말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었지만, 여간 지겨운 과정이 아닐 수 없었다. 툭 치면 죽는 놈들을 잡는 것에서 사냥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 역시 사냥은 목 끝에 칼이 날아오는 것처럼 간질간질해야 제맛인데 말이지.’
게다가 레온은 언제나 자신의 레벨에 해당하는 난이도보다 두어 단계는 높은 사냥터에서 전투를 하는 것을 즐겨 했기 때문에 더욱 지루하고 힘들었는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폭렙을 할 사냥터로 어디가 좋을까?
‘음, 거긴 아직 감당이 안 되고. 그쪽은 스켈레톤 메이지와 맞지 않는 곳이야. 그러면…….’
레온의 머릿속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전투를 치를 수 있는 사냥터들의 목록이 주르륵 나열되기 시작했다.
여기로 할까, 저기로 할까?
그렇게 한동안 레온의 고민이 지속되던 중 무심결에 어느 한 곳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씨익 하고 레온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래, 거기가 좋겠어.’
고민 끝에 장소가 선정된 순간인 것이다.
이윽고 레온이 한시바삐 서둘러 결정한 사냥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흠,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재밌겠는데?’
이동하는 시간도 낭비할 수 없다는 듯, 전투 중에 스켈레톤 메이지와 단단이를 활용할 수 있는 비책을 곰곰이 떠올리면서.
* * *
네크로폴리스의 서쪽 성문 너머로 걷다 보면 드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광활히 펼쳐진 그 들판은 평범한 다른 도시의 들판들과는 보이는 풍경이 확연히 달랐다.
다른 들판들은 생동감 넘치는 청록색으로 물들어 있지만, 이곳은 모든 것이 시들어 버렸을 때의 색을 띠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러했다.
휘이잉-.
순간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오자, 함께 섞인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풍겨 왔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냄새였다.
마치 무언가가 썩어 들어갈 때나 날 법한 끔찍한 향.
그리고 그 냄새의 근원지를 따라가자.
크르릉!
그르르!
굶주린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고.
이곳 ‘썩어 가는 들판’에서 서식하고 있는 흉포한 몬스터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살의가 번뜩이는 누런 눈동자로 먹잇감을 찾아 사방을 훑고 있는 수많은 들개들.
놈들의 이름은 ‘역병 들개’였다.
“흠, 잘 찾아왔네.”
그리고 그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불쑥 섞여 들어왔다.
그 목소리의 정체는 기척을 숨긴 채, 멀리 떨어진 곳에서 놈들을 주시하고 있던 레온이었다.
[역병 들개]
레벨 : 16
분류 : 언데드
등급 : 일반
역병으로 죽은 들개가 마기의 영향을 받아 언데드화된 형태. 살아 있을 때보다 사고력은 현저히 떨어졌지만, 신체 능력이 급상승했다. 멈추지 않는 식욕을 지니고 있다.
“16이라. 좋아, 딱 알맞네.”
곧이어 눈앞에 몬스터 정보 창을 띄운 후, 역병 들개의 정보 확인을 마친 그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근데 그건 그렇고.’
한데 정보 창을 꺼 버린 뒤, 다시금 역병 들개들의 면면을 살피던 레온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러면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으, 이건 그래도 너무 그로테스크하잖아.’
한데 그가 그렇게 칠색 팔색 할 법도 했다.
보이고 있는 역병 들개들의 상태가 딱 보아도 정상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걸을 때마다 살점이 흔들거리는 놈, 고름이 줄줄 흐르는 놈, 뼈와 내장이 비치는 놈 등등.
정말 다양성 있게 끔찍한 몸뚱이들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레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생각했다.
‘사람들이 기피할 만한 곳이긴 하다.’
주위를 살펴보자, 그의 말처럼 그러고 보니 정말 사냥을 하고 있는 유저들의 수가 다른 곳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이놈들의 흉측한 몰골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뚝 끊기게 만든 주범인 것이다.
‘뭐, 나한테는 좋은 일이지.’
그가 사냥터를 물색할 때, 중점을 둔 것은 딱 한 가지였다.
그건 바로 사냥할 몬스터들이 무리 지어 많이 있을 것.
당연하게도 대량의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였다.
한데 이곳은 유입되는 사람들이 적은 덕에 몬스터의 수가 많이 유지되어, 그 조건이 완벽히 충족되는 곳인 것이다.
그때 레온이 슬쩍 뒤편을 돌아보며, 사뭇 진지한 분위기로 누군가에게 말을 건넸다.
“자, 일단 첫 번째 작전부터 해 보자. 아까 말한 것들은 다 이해한 거지?”
따닥.
딱-.
그러자 목소리가 아닌 위아래의 턱뼈가 맞춰지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려왔다.
누군가에게는 섬뜩하게 들릴 그 소리가 레온에게는 열의에 찬 교육생들의 대답처럼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의 주인들은 당연하게도 레온의 스켈레톤들이었다.
‘짜식들, 열의 봐라?’
레온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좋아, 아무튼 단단이는 자기 레벨보다 높다고 쫄지 말고! 그래 봐야 저놈들 너한테 안 되니까. 알겠지?”
따닥.
“그리고 땅땅아. 넌…….”
레온이 땅땅이(?)라는 이름을 부르자, 단단이의 뒤쪽에 서 있던 지팡이를 들고 있는 스켈레톤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래, 땅땅아, 너도 아까 말한 상황이 오면 후위에서 알지?”
그랬다. 땅땅이란 바로 스켈레톤 메이지를 칭하는 것이었다.
스켈레톤 메이지의 마법 속성이 대지[地]였기에, 이름을 땅땅이로 지었던 것.
……정말 경악할 정도의 네이밍 센스였다.
그르르.
그때 역병 들개 무리에 섞여 있던 한 놈이 다시 한 번 낮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처척-.
그러자 소리에 들개들이 하나둘 소리를 낸 놈 쪽으로 모여들었다.
성한 곳 없이 깨진 상태의 이빨들은 상어의 그것처럼 도리어 더욱 날카롭게 보였다.
순간 레온이 나지막이 말했다.
“온다.”
어느새 레온과 스켈레톤들을 발견한 들개들이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