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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36화 (36/332)

# 36

* * *

잠시 후, 겨우 제정신을 차린 쟈켄은 레온을 가게 한편에 딸린 작은 방으로 데리고 갔다.

‘우와!’

그리고 그곳에 들어서자 레온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수많은 시약 유리병들과 더불어 여러 가지 실험 도구들이 즐비했던 것이다.

제대로 된 것이 하나 없는 집 안 상태를 보며 진짜 정제를 할 수는 있는 건지 살짝 걱정이 들었던 레온은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가세가 기운 와중에도 이처럼 중요한 물품들은 차마 내다 팔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레온에게는 무척이나 다행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쟈켄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었다.

“흠, 이걸 여기에 넣고. 아! 그걸 어디다가 놔뒀지?”

레온이 건네준 사혼의 파편들로 사혼석의 정제를 시도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레온은 그런 그에게 방해되지 않게 살짝 옆으로 비켜선 채, 그 작업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모든 준비를 끝마치자.

쟈켄은 곧장 레온에게 건네받은 파편들을 세 묶음으로 나누었다.

예순 개나 가져온 것을 스무 개씩 나눈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사혼석 정제 작업이 시작되었다.

쟈켄이 파편들을 정체모를 액체가 담긴 시약병에 넣었다.

파직-. 파즈즈.

그러자 그 속에 들어간 작은 보석들이 시약병 속에서 작은 스파크를 만들었다.

‘오!’

레온이 그 광경을 확인하며, 탄성을 내뱉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불꽃이 튈 때마다 산산이 조각나 있던 파편들이 하나로 이어 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연이은 작업들이 모두 마무리가 된 후.

“후, 여기 있네. 나도 직접 해 본 것은 처음인지라 지치는구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쟈켄이 레온에게 드디어 완성된 결과물을 건네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레온은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넙죽 받아 들었다.

그리고 살며시 내려다보자 선홍빛의 구슬 세 개가 그의 손바닥 안에 놓인 채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파편 스무 개당 사혼석 하나씩 세 개가 정제된 것이다.

“……그럼 이것들이?”

쟈켄의 입으로 정확히 듣고 싶은 마음에 커다래진 눈동자로 레온이 물었다.

그러자 쟈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네. 그것들이 바로 사혼석이라네.”

‘오오, 요놈들이!’

잔뜩 들뜬 마음으로 레온이 바로 사혼석의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사혼석]

종류 : 재료

등급 : 하급

죽은 자의 원혼이 깃들어 있다는 구슬. 안을 들여다보면 구슬 안에 맴돌고 있는 섬뜩한 무언가를 확인할 수 있다. 재료로 사용하면 속에 담겨진 원혼의 힘이 깃들 것만 같다.

‘좋아, 좋아!’

설명을 읽어 내려간 레온이 헤벌쭉한 얼굴로 한참을 감상하고 있자, 쟈켄이 피식 웃으며 말을 꺼냈다.

“그럼 이제 말했던 대로, 바로 출발할 텐가?”

그러자 레온이 이내 정신을 차리고, 기운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힘들게 만들어 주신 물건, 얼른 사용해 보고 싶네요.”

그리고 레온의 그 말은.

‘빨리 9급 스켈레톤을 만들어 보고 싶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레온은 쟈켄에게 사혼석의 정제비를 지급한 후 집 밖으로 나왔다.

쟈켄은 계속 손사래를 쳤지만, 레온은 제법 두둑이 넣어 건넸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의 어둠 속에서, 레온이 뒷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생각했다.

‘……쩝, 안 받는다는데 괜히 줬나?’

레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잇, 아냐, 쟈켄은 이후에도 계속 마주쳐야 하는 중요한 NPC같은데, 친밀도를 높여 놓으면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레온이 그리 행동한 이유는 단순한 기분파적인 것이 아니었다.

후일에도 이어질 관계까지 생각해 호감도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던 것.

‘그래, 뭐 이 정도야. 남자가 쓸데는 써야지.’

레온은 자신의 예상처럼 돈을 건네받은 쟈켄의 호감도가 엄청나게 상승했던 것을 떠올리며 아쉬운 마음을 싹 털어 버렸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아끼지 말자는 것이 레온의 주의였으니까.

‘아무튼 그럼 진짜로 가 볼까.’

그리고 이어 레온은 곧장 9등급 뼛조각을 모으기 위해, 이제는 이 도시보다 익숙한 해골 안식처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가 용케 질리지도 않고, 또다시 야생 스켈레톤을 잡으러 가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일단 같은 베이스의 몬스터로 제작하되, 사용하는 뼛조각의 등급을 다르게 했을 때 나오는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첫 번째였고.

야생 스켈레톤의 리젠율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것이 두 번째였다.

즉, 시간 대비 가장 고효율을 뽑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 레온이 질려 하는 표정으로 속으로 생각했다.

‘휴, 그래도 9등급 스켈레톤을 제작하고 나면, 이제 다른 몬스터 좀 잡으러 가야겠어. 뼈다귀도 질린다, 질려. 곰탕도 못 먹겠다, 이제.’

그리고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그려 보기 시작했다.

‘10급은 다 모으는 데 1시간도 안 걸렸는데, 9급도 뭐 금방 모으겠지.’

그렇게 어둠이 짙게 깔린 늦은 밤, 레온은 지치지도 않고 사냥터로 향해 가고 있었다.

* * *

어느덧 새벽의 어둠이 걷히고, 해가 중천에 뜬 무렵.

부스럭.

수풀이 들썩이더니, 그 속에서 한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주위를 두리번두리번하던 남자가 이내 밝은 표정으로, 함께 온 여자에게 말을 건넸다.

“확실히 안쪽 깊숙한 데로 오니까 사람이 별로 없네. 다행이다, 그치?”

‘해골 안식처’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그들은 점점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탁 트여 있던 공간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구석진 곳으로 깊숙이 이동한 것이었다.

그러자 여자는 눈매를 가늘게 뜨며, 남자에게 대답했다.

“왜 이리 으슥한 데로 데려와? 오빠, 은근히 엉큼한 구석이 있다?”

“야, 야. 해가 중천에 떠 있구먼, 남사스럽게 무슨 소리야.”

당황해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피식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치. 해 떠도 할 사람은 다 한다더라~.”

“하, 하긴 뭘 해. 얘 봐라. 못 하는 소리가 없…… 엇!”

한데 남자는 순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자가 남자의 옷소매 부분을 잡아당긴 것이다.

‘다, 당돌한데.’라고 생각하며 갑작스러운 전개에 호응(?)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남자를 향해, 여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오, 오빠, 저기 좀 봐.”

이상하게도 그녀는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으응?”

의아한 표정의 남자가 고개를 돌려 여자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뭐, 뭐야, 저 사람.’

그러자 그곳에 펼쳐져 있는 뜻밖의 광경에 이제는 남자도 얼굴빛이 하얗게 질려 가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한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뭐야, 저 사람, 두개골을 품에 안고 있어?’

가슴에 웬 두개골을 꼭 끌어안은 채로 말이다.

그 해괴한 광경에 남자는 고개를 두어 번 흔들며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걸어 들어온 방향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여자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저런 사람은 모른 척 지나가는 게 좋은 거야. 엮여서 좋을 게 없어.”

“그, 그래, 어, 얼른 가자.”

그렇게 커플이 곧장 등을 돌려 한시바삐 발걸음을 재촉하며 떠나가려 했던 그때.

“……끄으어, 차, 찾았다!”

갑작스레 등 뒤에서, 괴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으아! 튀, 튀어!”

남자는 잡고 있던 여자의 손을 뿌리치며 저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꺄악! 가, 같이 가, 이 새끼야!”

여자 또한 비명을 내지르며 뒤쫓아 갔다.

하나 그런 소동이 생기건 말건.

그 의문의 해골 성애자(?)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홀로 괴상하기 짝이 없는 이상행동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었다.

처억-.

어느 애니메이션에서 절벽에 선 개코원숭이가 사자의 아들을 위로 들어 올리는 것처럼.

품에 안고 있던 두개골을 어깨 위로 번쩍 들어 올렸던 것이었다.

그러고는 선포하듯 한마디를 소리쳤다.

“크하하, 드디어 얻었노라! 2버언! 2버언!”

순간 나무 틈새로 깃드는 햇빛이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남자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렇게 드러난 남자의 정체는.

물론 레온이었다.

“으헤헤헤.”

개고생 끝에 갈망하던 뼛조각을 손에 넣은 그의 웃음소리가 사냥터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

“흐흐, 이제 좀 진정이 되는구먼.”

잠시 후, 한껏 고조되어 있던 상태를 힘들게 가라앉힌 레온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나 그런 그의 눈가에는 짙은 농도의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숨만 쉬어도 피곤함이 배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는 9등급 뼛조각 노가다를 시작하고는 잠도 포기한 상태였던 것이다.

만일 평범한 유저였다면 진즉에 현실로 돌아가 침대 위에서 세상모르고 곯아떨어졌으리라.

하지만 레온은 현재 그런 사소한 몸의 피곤함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길 수 있었다.

‘……그래도 결과를 얻었으니 됐지.’

잠을 자지 못하는 고통보다 고생 끝에 뼛조각을 얻어 낸 성취감이 훨씬 더 컸던 것이다.

스윽.

레온이 슬며시 고개를 숙여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그의 양손에 귀중한 보석이라도 된 양 조심스럽게 들려 있는 두개골 하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켈레톤의 뼛조각 (2)]

부위 : 두개골

등급 : 9급

분류 : 인간형

능력치 :

1. 지혜 15

2. 추가 이동속도 3%

‘크윽, 진짜 힘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 두개골의 아이템 정보 창을 살펴보며, 레온은 다시 한 번 밀려오는 감동의 파도를 느꼈다.

이것을 얻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휴, 이제 경험치를 쥐꼬리만큼도 안 주는 놈들을 얼마나 잡아 댔는지, 참.’

어느 순간부터는 자동 사냥 매크로처럼 기계적으로 팔을 휘두르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수도 없이 사냥하고, 수도 없이 해체하고, 수도 없이 연구했다.

정말로 여간 귀찮은 과정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나중에 해체랑 아이템 수거를 시킬 수 있는 전문 스켈레톤을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전에 본 네크로맨서는 노가다 직업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는데, 정정해야 할 판이었다.

개(Dog), 생生 노가다 직업으로 말이다.

그때 레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음을 비웠다.

‘휴, 인벤토리에나 넣어 놔야겠다.’

그리고 레온은 인벤토리를 열어 획득한 2번 뼛조각을 넣어 놓았다.

한데 거기서 알 수 있는 이상한 점은.

그의 인벤토리 안에는 이미 동일한 2번 뼛조각들이 여러 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얼른 다음 단계로나 넘어가자!’

그러나 레온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서둘러 다음 할 일을 준비하기 시작할 뿐이었다.

물론 그 일이란.

다 모은 9등급 뼛조각들로 새로운 스켈레톤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언제 피곤을 느꼈었냐는 듯.

“흐흐, 이번에는 내 계획대로 철저하게 뼛조각들을 간택해서 제작한다!”

레온의 두 눈이 초롱초롱 반짝이고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제작을 할지는 이미 생각을 마쳐 두었기 때문에 사전 준비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해 볼까!’

이윽고 레온이 천천히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제작.”

띠링.

그러자 일전에 보았던 양피지 책 모양의 창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고.

레온은 빠르게 뼛조각들을 선택하는 지점까지 척척 진행해 나갔다.

레온은 미리 생각해 둔 대로 인벤토리에 있는 수많은 뼛조각 중에서 조건에 맞는 것을 추려 내기 시작했다.

척-. 처척-!

레온이 거침없는 손길로 뼛조각들을 선택할 때마다, 효과음이 울려 퍼지며 허공에 반투명하게 떠 있는 해골 형상을 향해 선택받은 뼛조각들이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딱 하나의 부분만이 남았을 때, 레온이 멈칫했다.

-필수 조합 재료를 선택해 주십시오.

‘필수 조합 재료라 함은 딱 하나밖에 없지.’

그리고 레온이 인벤토리에서 선홍빛으로 빛을 내고 있는 구슬 하나를 선택했다.

당연하게도 사혼석이었다.

그렇게 선택된 사혼석 또한 허공으로 빨려 들었다.

그러자 그 순간!

물에 핏방울이 떨어졌을 때처럼, 사혼석의 핏빛 기운이 허공의 해골 형상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얀색이었던 해골의 색이 사혼석의 선홍빛으로 변해 있었다.

‘어라? 이거 빨간 스켈레톤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레온이 ‘빨간 스켈레톤은 너무 눈에 띌 것 같은데.’ 하며 살짝 걱정이 들던 그때.

-스켈레톤 제작을 시작합니다.

-뼛조각의 세부 능력이 반영됩니다.

일전에 보았던 메시지가 떠오르며, 이어 순조롭게 제작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뼛조각들을 조립하기 시작합니다.

-1번 뼛조각이 조립되었습니다.

-힘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조립 과정에서 20%만큼의 손실이 일어납니다.

-지혜 능력치가 10만큼 추가됩니다.

-2번 뼛조각이 조립되었습니다.

-신의 한 수! 완벽하게 조립되어, 뼛조각이 손상되지 않습니다.

-지혜 능력치가 15만큼 추가됩니다.

-추가 이동속도가 3% 추가됩니다.

-……후략…….

귓전으로 분주하게 뼈 맞춰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레온은 걱정은 잠시 뒤로 미루고 함박웃음을 지어 냈다.

이전 제작 과정과의 명백한 차이점을 찾을 수 있었다.

나열된 메시지들을 통해 알 수 있듯, 추가되는 능력치들이 한 가지 스텟에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번 콘셉트는 지혜 몰빵이다!’

그랬다. 레온의 계획이란 지혜 스텟에 최적화된 스켈레톤을 만드는 것이었던 것!

조금 전에 그가 이미 2번 뼛조각을 얻은 상태임에도 그리도 기뻐한 까닭이, 바로 그때 처음으로 지혜 스텟이 붙은 2번 뼛조각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과연!’

무엇이 나올 것인가.

그렇게 레온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던 그때.

새어 나오던 선홍빛 불빛이 서서히 잦아들며,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제작 랭크 : A

제작 총평

-당신을 조립의 대가로 임명합니다.

-정시 퇴근 하세요. 흠잡을 데 없는 마감입니다.

대성공이었다.

레온이 제작 랭크를 보고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당연하게도 제작 랭크가 일전의 D 등급에서 A 등급으로 수직 상승한 까닭이었다.

‘오오! A라니! 뼛조각의 능력치들을 고려해서 제작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었어!’

아니, 어찌나 이리도 현명할 수 있는지.

레온이 스스로를 자화자찬하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던 그때.

그의 눈앞에 드디어 새롭게 제작한 스켈레톤의 이름이 적혀 있는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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