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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33화 (33/332)

# 33

‘흠, 어떻게 할까?’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를 확인한 레온은 잘 찾아왔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동시에, 머리를 바쁘게 굴리고 있었다.

찌릿.

‘거참, 되게 쳐다보네.’

의문스러운 방문자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 쟈켄의 마음을 어떻게 공략할지, 작전을 짜 보는 중이었던 것이다.

앞서 퀘스트는 이미 성공했지만, 이제 이후의 전개는 레온의 행동에 달려 있었다.

어떻게든 호감도를 올려야 했다.

그래야 정보를 얻기 수월해질 테니까.

‘……흠, 성공률이 제일 높은 걸로 해 볼까?’

호감도를 올릴 방법들을 떠올리던 레온이 하나를 정하고 바로 행동에 옮겼다.

씨익.

순간 레온이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쟈켄에게 말을 건넸다.

“오오! 정말 그 유명하신 쟈켄 님이 맞으십니까?”

레온이 연예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 대자, 쟈켄은 살짝 당황한 기색이었다.

“으, 응? 맞긴 맞는데, 난 그렇게 유명하지 않…….”

쟈켄이 머쓱해하며 변명을 하려 했으나.

“어휴! 유명하다마다요. 캬! 역시 전신에 뭔가 장인의 기품 같은 것이 흐르는 것을 보자마자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레온이 그 말을 툭 끊으며, 다시 한 번 치고 들어왔다.

“자, 장인? 허허, 내가 그 정도는 아닌데.”

그러자 쟈켄은 쑥스럽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반응을 보며 레온은 내심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후후, 그래 봐야 내 손바닥 안이지.’

보시다시피 호감도를 올릴 방법이란, 바로 아부 전술이었던 것.

“하하, 어찌 이리도 겸손한 말씀을. 크으, 뛰어난 식견과 더불어 이런 겸손한 인품이라니.”

그리고 레온이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이자.

띠링.

-현란한 말솜씨! 당신을 향한 쟈켄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메시지가 떠오르며, 쟈켄의 호감도가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허, 민망하군. 내 소문이 언제 그렇게 퍼진 건지, 참. 그래,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그리고 호감도가 올라간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방문 목적을 묻는 쟈켄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져 있었던 것이다.

‘좋아, 이 정도면 괜찮겠군.’

그렇게 자신을 대하는 쟈켄의 태도가 확실히 풀어진 것을 확인하자, 레온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저, 사실 쟈켄 님의 그 뛰어난 지식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수소문한 끝에 찾아왔습니다.”

레온이 사뭇 진지하게 물어보자, 쟈켄 또한 웃음기를 빼고 진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흠,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도와주도록 하지. 자, 말해 보게나.”

그러자 레온은 이내 침착하게 다음으로 이어 갈 대사를 떠올려 보았다.

‘흠, 아무래도 직업을 먼저 말해 보는 게 낫겠지?’

그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본 네크로맨서의 직업 퀘스트를 쫓아온 것이기도 했고, 그 퀘스트의 설명에 쟈켄이 본 네크로맨서에 대한 정보에 도움을 준다고 적혀 있었으니 지금 직업에 대해 밝히는 것이 흐름에 맞을 것 같았던 것이다.

결정은 지은 레온이 조심스럽게 쟈켄에게 말했다.

“먼저 밝힐 것이 있습니다. ……혹시 스켈레톤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네크로맨서인, 본 네크로맨서에 대하여 아십니까?”

한데 그 순간 레온의 말을 들은 쟈켄의 눈이 커다래졌다.

“……어, 음. 알고 있네만. 자네가 그들에 대해 어찌 아는가?”

그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호오.’

그리고 그 반응을 본 레온 또한 적잖이 놀랐다.

쟈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끝까지 말해 볼까!’

레온은 다음 말을 마저 했다.

”사실 제가 그 본 네크로맨서의 후예입니다.”

“……뭐, 뭣! 자, 자네가? 그게 정말인가?”

쟈켄의 깜짝 놀란 반응에 레온은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쟈켄은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듯한 표정이었다.

살짝 내비치는 그 감정들은 반가움과 충격인 듯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혼잣말까지 중얼거리고 있었다.

“흠, 아, 그래.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그래서 날 찾아온 거였어. 오오, 아직 본 네크로맨서의 형제들이 우리 집안을 잊지 않고 있었다니.”

끝에 가서는 왠지 모르게 감동까지 받은 모습이었다.

‘왜 저러지?’

하나 그런 행동의 이유를 알 리 없는 레온은 연신 의아할 따름이었지만.

그의 감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레 맞장구를 쳐 주었다.

왜냐하면 저렇게 눈에 띄게 기뻐하고 있는 모습이라면, 고조된 감정을 이어 가게 하는 것이 분명 자신에게 큰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내 제정신을 차린 쟈켄은 레온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허허, 정말 반갑네.”

그가 레온의 손을 부여잡으며 말을 건넸다.

“이리 환대해 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레온이 어느새 활짝 웃고 있는 쟈켄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꾸벅였다.

그의 미소에서 진심이 묻어 나왔다.

“아닐세, 아니야.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더 반갑게 맞아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할 뿐이네.”

그리고 레온은 이어진 대화를 통해, 그가 이렇듯 본 네크로맨서를 반기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과거의 인연에 기초하고 있었다.

쟈켄의 집안은 대대로 본 네크로맨서가 사용하는 마도구를 포함해 연구에 쓰이는 재료 일체를 다루었다고 했다.

레온은 그럼 그저 상인과 고객의 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듣다 보니 단순히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 네크로맨서들은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쟈켄의 집안을 물심양면 도와주었고, 쟈켄의 집안 또한 진심으로 그들을 돕는 가족 같은 관계였다고 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세월이 흘러가며 본 네크로맨서 학파는 무너졌고, 그와 동시에 그들과 함께했던 쟈켄의 집안 또한 이렇듯 몰락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때 쟈켄이 무언가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로 고충을 겪는 와중에 소식이 끊어졌었는데, 이처럼 사라졌던 본 네크로맨서의 후예를 지금이라도 다시 만나니, 참 기쁘구먼.”

한데 그다음으로 쟈켄이 꺼낸 한마디가 레온의 눈에 이채를 띠게 만들었다.

“흠, 그래. 그러면 아까 나에게 도움을 받고자 했던 것은 분명 스켈레톤 제작에 관련한 문제이겠군?”

‘뭐? 스켈레톤 제작? 이게 무슨 말이야?’

순간 레온의 눈이 번뜩였다.

“……아, 네. 맞습니다.”

레온은 지금 쟈켄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몰랐지만, 눈치껏 아는 척을 하며 이야기를 계속 들어 보기로 했다.

“흠, 그래, 예전부터 본 네크로맨서의 제작 과정에는 우리의 도움이 항상 필요했으니 말일세. 오오, 연마한 기술을 사용할 날이 올 줄이야.”

어느새 쟈켄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그 또한 이 상황이 흥분이 되는 듯했다.

그리고 이후 이어진 쟈켄의 설명은 깔끔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바로 9등급 이상의 스켈레톤 제작부터는 ‘특수한 재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9급 스켈레톤의 제작에는 ‘사혼석’이라는 물건이 필수적인 재료라는 말일세. 그리고 그 사혼석의 정제는 대대로 우리 집안에 내려오는 비법으로 가능하고 말이야.”

“어이쿠, 그렇군요. 즈응말 대단하십니다.”

레온은 접대용 웃음을 띤 채, 연신 엄지를 척척 세워 가며 쟈켄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하나 그의 속은 푹푹 끓고 있었다.

‘으으, 얼른 그 사혼석이란 것이 뭔지, 어디서 구해야 하는 지나 알려 줘!’

아니, 자꾸만 자신의 집안 자랑만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네크로폴리스의 투머치토커 쟈켄의 말은 쉽사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으어.’

레온이 자신의 귀가 너덜너덜해져 기능을 상실하는 것이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이 될 즈음에야, 쟈켄은 사혼석에 대한 정보를 레온에게 말해 주기 시작했다.

“사혼석이란 사혼의 조, 아니 파편을 모아 만들 수 있는 특수한 재료라네. 죽은 자의 기운을 담고 있는 특이한 광물이지.”

그 말을 들은 레온이 슬며시 되물었다.

“파편을 얻기는 쉽습니까?”

한데 그에 쟈켄이 다소 의아한 말로 대답했다.

“……글쎄, 얻기 쉽다고 해야 할지 어려운 재료라고 해야 할지.”

‘엥?’

그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에 레온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저, 그게 무슨 뜻이죠?”

“말 그대로라네. 일단 다행히도 사혼의 파편이 매장되어 있는 장소들은 알고 있네. 전해지는 곳들이 있으니 그중에 한 곳으로 가면 되네만…….”

이게 무슨 말인가. 장소를 알고 있으면 가서 파면 될 것 아닌가.

“그럼 그곳으로 가서 캐면 되는 것 아닙니까?”

“휴, 장소를 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네.”

쟈켄이 고개를 단호히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제야 레온은 그의 말을 살짝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레온이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그럼 캐내기가 힘들다는 뜻이군요?”

사혼의 파편이 매장된 장소는 이미 파악이 되어 있지만, 막상 그것을 캐는 일이 무척 힘들다는 것 같았다.

쟈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혹시 채광하기 위해 어떤 특수한 도구라도 필요한 겁니까?”

“특수한 도구는 필요치 않네. 평범한 곡괭이로도 가능하지, 다만…….”

쟈켄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내 이어 갔다.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고 해야 할까?”

‘능력?’

“그게 무슨 말이죠?”

다음으로 이어진 쟈켄의 말은 놀라웠다.

“……흠, 이쪽 세계에서는 사혼의 파편이 내는 기운을 알아차리고 또 그것을 캐내기 위해서는 최소 100번은 넘게 생사의 갈림길을 건넌 자여야 한다는 말이 전해진다네.”

‘100번의 죽음?’

그 말을 듣는 순간, 레온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지만 묵묵히 설명을 마저 들었다.

“즉, 죽음을 많이 겪은 자일수록 기운을 잘 느낄 수 있다는 말이지. 물론 그런 이가 많을 리가 없으니, 옛날에는 전문 수집꾼들이 있어 그들에게 의지했었다고 하네만…….”

그리고 또다시 잠시 쟈켄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레온의 눈치를 슬쩍 살필 뿐이었다.

그 침묵은 본 네크로맨서가 쇠락한 지 이리도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그 수집꾼들이 아직 남아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느냐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

찾아내는 데만 해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

……한데 수집꾼들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레온의 표정은 결코 어둡지 않았다.

아니, 어둡기는커녕.

‘이거 개꿀이잖아?’

오히려 레온은 반색하고 있었다.

탐색하는 이가 죽음을 경험한 횟수가 많을수록, 찾기 쉬워지는 광물이라니.

‘후후.’

그가 기뻐할 만도 했다.

100번은 무슨, 1,000번을 죽은 사람이 여기 있지 않은가.

바로 레온 자신 말이다.

‘흐흐, 이거 오랜만에 편하게 갈 수도 있겠는데?’

그는 어쩌면 생각보다 일이 손쉽게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머릿속에서 팍팍 샘솟는 것을 느꼈다.

하나 굳이 그 생각을 티 내지는 않았다.

그는 사뭇 진지한 분위기를 잡으며, 다시금 쟈켄에게 말을 건넸다.

“힘들다 해도 저는 꼭 찾아야 합니다. 장소에 가서 직접 캐 보겠습니다! ……혹시 제가 사혼의 파편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 필사적인 레온의 태도에 쟈켄이 고민에 잠겼다가, 순간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말을 건넸다.

“흠, 그럼 기다려 보게.”

그러고는 쟈켄은 창고를 향했다.

이어 레온의 귓전으로 우당탕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잠시 후, 쟈켄은 먼지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받게나.”

그는 붉은색의 작은 보석 조각이 그려진 낡은 그림 한 장을 레온에게 건넸다.

‘이게 사혼의 파편이겠군.’

레온은 보자마자 그 그림에 그려진 붉은 돌 조각이 사혼의 파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혹시나 찾아낼 수 있다면 다시 오게나. 충분한 양이 모이면, 내가 사혼석으로 정제해 주도록 하겠네.”

띠링-.

파편을 모아 오면 사혼석으로 정제해 주겠다는 쟈켄이 말이 끝나자, 효과음이 들려왔다.

[사혼의 파편을 수집하자]

쟈켄을 만나는 데 성공한 당신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쟈켄이 과거 본 네크로맨서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 가던 재료상의 후예라는 것이다.

본 네크로맨서인 당신의 방문을 무척이나 기뻐하는 그는 네크로폴리스의 곳곳에 매장되어 있는 사혼의 파편을 모아 오면, 사혼석으로 정제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건넸다.

분명 어려운 과정일 테지만, 당신은 네크로폴리스의 주변을 탐색하여 어떻게든 사혼의 파편을 모아야 한다.

난이도 : B

퀘스트 조건 : 본 네크로맨서

목표 : 수집한 사혼의 파편(0 / 20)

시간제한 : 없음.

보상 : 쟈켄의 사혼석 정제

그 소리의 정체는 퀘스트 알림 음이었다.

레온이 새로운 퀘스트의 획득에 기뻐하고 있던 그때.

스윽.

“어? 이건.”

쟈켄이 등 뒤에서 물건 하나를 더 꺼내어, 레온에게 건네주었다.

그 물건은 곡괭이였다.

“허허, 받게나. 별건 아니네만, 그래도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인연에게 주는 선물일세.”

‘오! 좋아, 좋아. 이것도 다 돈인데.’

쟈켄은 채광에 필수적인 아이템인 곡괭이 또한 더불어 가지고 왔던 것이다.

‘이 양반 참 심성이 곱네. 맘에 들어.’

“감사합니다.”

레온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파편이 그려진 그림과 곡괭이를 인벤토리에 얼른 집어넣은 뒤, 곧장 문을 나섰다.

“부디 운이 따르길 빌겠네.”

그런 그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쟈켄이 배웅하고 있었고.

레온이 기분 좋은 미소를 얼굴에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아직 예상이지만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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