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
[사령 도시 네크로폴리스의 쟈켄을 찾아가라 / 직업]
당신은 처음으로 제작한 스켈레톤을 한계까지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당신은 본 네크로맨서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한 최소한의 자격은 갖추는 데 성공했다.
하나 그것은 말 그대로 최소한이다.
당신은 실력과 더불어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이때 필요한 것은 본 네크로맨서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누군가의 조언이다.
네크로폴리스의 쟈켄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난이도 : D
보상 : 알 수 없음.
-이 퀘스트는 직업 퀘스트이므로 거부가 불가합니다.
퀘스트 알림 창을 보고난 그는.
‘쩝, 이거 사냥은 잠시 미뤄 둘 수밖에 없겠는데?’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열의를 불태우던 사냥 계획을 뒤로 미뤘다.
사냥 속도에 한창 물이 오르고 있는 시점이었음에도, 레온은 무척이나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읽어 볼수록 퀘스트 내용이 더 중요해 보였던 것이었다.
일단 이번 사냥을 통해 단단이를 한계 레벨인 10까지 올린 것이 퀘스트 생성 조건인 듯했다.
그리고 퀘스트의 내용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쟈켄이라는 NPC와 대화를 나누라는 것이었다.
일견 간단해 보였지만, 레온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순간에도 여러 의문점들이 솟구쳤다.
‘쟈켄이 누구지? 조언을 해 준다고? 그럼 쟈켄이란 자가 본 네크로맨서인 건가? ……아냐, 근데 네크로폴리스 내부에 본 네크로맨서가 떡하니 남아 있는데 잔존 세력을 찾으라는 퀘스트가 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는 쉽사리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조금 이어지다가, 레온은 머리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 얼른 결정을 내려 버렸다.
‘에잇! 만나 보면 알겠지. 일단 가 보자!’
쟈켄이란 자를 최대한 빨리 만나 보기로 말이다.
그가 그렇게 결론을 내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받았었던 첫 번째 직업 퀘스트인 ‘본 네크로맨서의 일파를 찾는 일’에 단서를 지니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도 있었고,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암시되어 있는 내용이 그의 구미를 당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냥은 어느 때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중요도로 보자면 단연 이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일단 결정을 내린 시점에 레온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바로 떠날 채비를 했다.
스윽.
순간 레온이 슬며시 한 가지 스킬을 사용했다.
“소환 해제.”
그것은 불러낸 소환수의 소환을 해제하는 스킬이었고.
슈웅.
해제의 대상은 당연히 단단이였다.
희미한 불빛과 함께 다시금 나타난 소환진 속으로 단단이의 모습이 사라져 가자,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쩝, 좀만 기다려라, 금방 다시 꺼내 줄게. 형도 얼른 사냥하고 싶다.’
그는 아직 충분히 사냥을 못 해 못내 아쉬운 맘을 애써 달랬다.
그리고 곧이어 레온은 활기차게 다음 목적지로 출발했다.
“자! 그럼 가 볼까.”
* * *
그어-. 그어어-.
끔찍한 신음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죽어 가는 이가 내는 것 같은 끔찍한 소리였다.
그런데 그 소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어어-.
그건 바로 썩어 가는 시체의 형상을 하고 있는 몬스터, 구울의 울음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가 흘러나오는 진원지는 스산하면서도 기괴한 분위기가 나는 성 한 채였다.
처음 보는 이는 던전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때 구울들의 울음소리들 사이로 한 줄기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데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를 따라가 보자, 성문 앞에 검은 로브를 걸치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눈앞의 한 유저에게 손가락으로 한쪽 편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놀랍게도 구울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특이하게도 유저들이나 입을 만한 사슬 갑옷을 걸치고, 날카로이 벼려진 장창을 거머쥐고 있다.
검은 로브의 남자는 유저에게 몬스터들에게 가 보라는 황당무계한 말을 전한 것이다.
하지만.
뚜벅뚜벅.
남자에게서 지시를 받은 유저, 레온은 아무렇지 않게 그곳으로 걸어갔다.
철컹철컹.
그러고는 심지어 자신의 무기를 구울들 앞에 내려놓는 것이 아닌가.
무장한 몬스터 앞에 제 손으로 무기를 내려놓다니?
누가 보더라도 빼도 박도 못할 자살행위일 테지만…….
이곳에서는 이상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때 검은 로브의 남자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다음 분.”
그러자 입성하려 줄을 서 있던 다음 차례의 유저가 그에게 다가왔고, 앞서 행해졌던 일련의 행위가 반복되기 시작했다.
그랬다. 이곳이 바로 사령 도시 네크로폴리스였다.
키에엑.
레온이 성문 안쪽으로 건너오자.
좌우에 도열하고 있던 반투명한 망령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에 레온이 양쪽의 귀를 두 손으로 막고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망령이 입장을 반겨 주는 이 콘셉트는 괴상하기 짝이 없네, 진짜.’
망령들이 입장을 반겨 주다니.
황당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정말로 저 망령들은 네크로폴리스에 들어선 방문자에게 환영 인사를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놀이공원으로 치자면 정문 앞에 서 있는 마스코트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참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정상은 아니었다.
스윽.
‘근데 그건 그렇고.’
그때 레온이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완전무장이 되어 있는 일단의 구울들이 열심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레온은 백골 상태로 싸우던 단단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단단이에게 장비를 좀 갖춰 줄까? 단단이한테 무기를 들려 놓으면 쟤네보다 훨씬 나을 것 같은데.’
판테라에서는 소환수에게 장비를 장착시켜 줄 수 있었다.
여태껏 그 문제는 생각을 못한 레온이었지만, 저 모습을 보니 솔깃했다.
하나 그것도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레온이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쩝, 일단 내 장비부터 맞추고, 다음에 해 주자.’
분명 좋은 생각이기는 했으나.
지금 제 코가 석 자인데 누굴 챙기나 하는 생각이 괜스레 든 레온이었다.
‘휴, 얼른 할 일이나 하자.’
그리고 레온은 곧이어 본래의 목적이었던 ‘인물 탐색’을 시작했다.
‘분명 쟈켄이라고 했지.’
물론 그 수색의 대상은 퀘스트에 적혀 있던 쟈켄이라는 이름을 지닌 NPC였다.
이윽고 그는 도시를 샅샅이 헤집으며, 정보를 깡그리 모으기 시작했다.
“혹시 쟈켄이라는 사람을 아시나요?”
“저, 말씀 좀 묻겠습니다. 쟈켄이라는 분 아시는지?”
이런 퀘스트의 경우 대부분 시간을 퍼부은 만큼 단서도 나오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에, 그는 쉬지도 않고 오로지 찾는 데에만 열중했다.
하지만.
“쟈켄? 그런 것 안 파네.”
“흠, 그런 자는 잘 모르겠네만. 자네, 눈이 참 맑은 것 알고 있나? ……그래서 말인데 우리 니아교를 한번 믿어 보는 것이.”
그럼에도 쉬울 리 없었다.
당연하게도 계속 헛물만 켜는 것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레온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지친 모습은 없고 오히려 열의를 불태울 뿐이었다.
‘으어어어! 찾고 만다!’
목표를 향한 끈질긴 근성이 레온의 최고의 장점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끈질긴 수색이 계속된 가운데.
마침내.
“쟈, 켄, 쟈켄. 아, 거참 이상하네. 뭔가 알 듯 말 듯 한데. ……아!”
그러한 그의 노력이 빛을 보고 있었다.
드디어 한 NPC에게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여기가 맞는 것 같긴 한데…….”
레온은 어느 한 채의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곳은 바로 쟈켄이 산다는 곳이었다.
한데 레온의 표정이 미묘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전경 탓이었다.
레온의 눈에 비친 그곳의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흉가야? 뭐야, 이거?’
흉가 혹은 폐가라고 할 수 있으리라.
레온은 당황스러웠다.
이 지역이 네크로폴리스에서 가장 후미진 곳이긴 했지만, 주변의 다른 집은 그래도 사람 사는 곳 같기는 하거늘.
이 집은 마치 세월의 타격을 홀로 거세게 얻어맞기라도 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쉽게 말해, 폭삭 망한 티가 역력했다.
순간 레온이 허탈감을 숨기지 못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와…… 진짜 재수가 옴 붙었나. 나는 어찌 된 게 멀쩡한 NPC를 못 만나냐.’
딱 보아도, 또다시 거렁뱅이 신세의 NPC와 인연 맺기가 확정 수순으로 들어선 것 같았다.
“휴.”
한숨을 한 번 푹 내쉰 레온이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문 옆으로 페인트로 적힌 글자가 벗겨진 푯말 하나가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자 이곳의 위치를 알려 준 NPC의 마지막 대사가 떠올랐다.
-아! 그 오래전부터 망해 있던 재료 상점! 그래, 거기 이름이 쟈켄이었어.
희미하게 보이는 푯말의 글자는 ‘쟈켄 재료 상점’이라 적혀 있었다.
레온은 둥근 링 모양의 문손잡이를 잡은 채, 문을 두들기려 했다.
그런데 그때.
난데없이 문 안쪽에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러니까 좀만 기다리라고 했지 않는가!”
중년 남성의 목소리와.
“흥! 여태껏 잠자코 기다려 줬더니, 그 덕에 굶어 돌아가실 것 같으니 그러지!”
중년 여성의 목소리.
제법 나이가 든 것 같은 중년 부부의 목소리였다.
“어허, 돈은 다 때가 있는 법이라네. 아직 그 흐름이 나를 타지 않아서 그러니 좀만 기다…….”
“입만 살아서는 이 영감탱이가! 얼른 기어 나가서 코퍼 한 푼이라도 안 벌어 와!”
“어, 어허! 어딜 그리 목소리를 높이나! 안사람이 가, 가장의 권위를 지켜 줘야지!”
“가장은 개뿔! 가장 강력하게 얻어맞고 싶지 않으면 돈 벌어 와!”
쿵! 쿠쿵! 쨍그랑!
분노에 찬 여인의 소리와 함께 세간이 다 박살 나는 파열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크헉, 아, 아니, 부인! 이러시지 마시고. 으억! 그, 그렇게 밀면 넘어진다니, 끄악!”
우당탕탕.
‘엇!’
레온은 소리가 점점 문 앞으로 가까워 오자, 얼른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
그러자 곧이어.
“크헉!”
꽈다당!
활짝 열린 문으로 거세게 튕겨 나와 땅바닥을 뒹구는 쟈켄과 강렬한 인상의 첫 대면을 이룰 수 있었다.
* * *
그로부터 잠시 후.
“호호, 차린 건 없지만 어서 들어요.”
“아, 아닙니다. 맛있는 게 참 많네요.”
레온은 어느새 쟈켄의 집 안으로 들어와,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레온이 극구 사양을 했지만, 민폐를 끼쳤다며 쟈켄의 아내가 갑작스레 식사를 권한 것이다.
“……맛있는 게 많기는, 죄 원 풀때기…….”
그때 레온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쟈켄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실 그의 말처럼 식탁에는 그다지 음식이라 불릴 만한 것이 없었다.
텃밭에서 따 온 것 같은 채소와 볼품없는 풀죽이 전부였으니까.
찌릿.
순간 왜소한 체구의 쟈켄보다 두어 배는 커다란 것 같은 아내가 남편에게 살벌한 눈빛을 쏘아 냈다.
‘히익.’
그 기세가 어찌나 사납던지 본인을 향한 것도 아니건만, 레온의 몸이 다 떨릴 정도였다.
‘어휴, 이 정도면 거의 웬만한 보스 몬스터와 필적하겠는데?’
무겁기 짝이 없는 공기가 자신을 짓누르자, 쟈켄이 슬쩍 제 뒷머리를 긁적이며 불쌍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이가 아니고, 허허. 말마따나 진미들이구먼. 준비하느라 당신 참 고생했소. 자 자, 손님은 나를 보러 온 것 같으니 그대는 얼른 가서 좀 쉬시게.”
“흥!”
아내는 콧방귀를 뀌고는 불만이 가득한 발소리를 내며, 한편으로 사라졌다.
‘젠장맞을, 여편네 같으니라고.’라며 아무도 들리지 않을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린 쟈켄이 슬쩍 고개를 돌려 레온을 쳐다보았다.
“커흠. 그래, 자네가 누구라고?”
그러고는 처한 상황이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레온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아, 네. 전 레온이라고 합니다. 쟈켄 님 맞으시죠?”
레온의 질문을 들은 쟈켄은 살짝 경계하는 눈초리로 레온을 살피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는데.
“……흠, 그쪽이 뭐 하는 자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네크로폴리스에서 마도구와 재료를 다루는 쟈켄이 맞소. 한데 왜 날 찾아왔는지?”
그 대답은 레온이 꼭 원하던 내용이었다.
띠링.
-‘사령 도시 네크로폴리스의 쟈켄을 찾아가라’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