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 * *
‘이쯤에서 시작해 볼까?’
잠시 후 레온은 원래 있던 곳에서 살짝 떨어진 위치에서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앞서 제작한 스켈레톤을 써 보자며 거창하게 말을 꺼낸 찰나였지만,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많이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지천에 깔린 게 몬스터인데, 뭐.’
알다시피 이미 이전부터 몬스터 필드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윽.
레온이 슬쩍 자신의 옆을 바라보자, 거기에는 듬직한 골격을 자랑하는 스켈레톤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물론 그 스켈레톤은 해골 안식처의 야생 스켈레톤이 아닌 레온이 손수 제작한 소환수였다.
‘흐흐, 고놈 참 실하네.’
필드에 깔려 있는 야생 스켈레톤들의 가느다란 뼈와 달리 그의 소환수의 뼈는 탄탄한 느낌이 들 만큼 굵고 단단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레온은 입꼬리가 절로 말려 올라갔다.
‘살짝 단단한 스켈레톤’이라는 시원찮은 이름을 보고 실망했던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소환수의 뛰어난 스텟을 확인한 이후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뭐, 그래도 일단 실제로 전투를 시켜 봐야겠지.’
순간 레온의 눈이 꽤나 진지하게 변하였다.
그러고는 서둘러 주위를 살피며 첫 번째 사냥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흠, 저놈부터 시작하면 되겠군!’
그리 오래지 않아 무리에서 벗어나 있는 적절한 먹잇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레온은 어느새 전투준비를 마친 듯한 자신의 소환수의 이름을 호명하며, 드디어 사냥을 시작했다.
“단단아! 저기 저놈부터 시작해 보자!”
따딱-.
그러자 주인에게서 명령을 하달받은 ‘살짝 단단한 스켈레톤’, 일명 단단이가 제 턱뼈를 부딪쳤다.
알았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듯 보였다.
파바밧.
단단이는 곧장 빠른 속도로 레온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야생 스켈레톤 한 마리에게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올, 빠른데?’
그 속도를 보며 레온이 살짝 감탄했다.
하나 레온은 그렇게 쇄도해 들어가는 단단이의 뒤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를 뿐이었다.
사실 그는 이 전투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그때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일단 나는 전투에 참여하지 말고, 혼자 전투하는 것을 지켜보자.’
자신의 도움이 없는 상황에서, 제작한 스켈레톤의 객관적인 능력치를 가늠해 보기 위함이었다.
따닥!
하나 단단이는 레온이 함께 싸우든지 싸우지 않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녀석은 어느새 적의 코앞까지 도달하여 있었다.
슈웅-!
그리고 어느새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날렸다.
하얀 뼈뿐이었지만 워낙 두꺼운 강골이어서 그런지, 웬만한 사람의 주먹보다 거대해 보였다.
퍽-!
순간 둔탁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크리티컬 대미지가 들어갔습니다.
‘오호!’
그에 레온이 작게 탄성을 질렀다.
단단이의 공격이 정통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무방비 상태로 일격을 얻어맞은 야생 스켈레톤의 가냘픈 몸뚱이가 사정없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호쾌한 공격을 보며, 레온은 어느새 흐뭇하게 엄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따, 다다닥!
이내 기습에 분노한 듯한 야생 스켈레톤이 흥분하여 턱뼈를 부딪쳤고.
채앵!
곧이어 허리에 매여 있던 칼을 뒤늦게나마 꺼내 들었다.
그것을 보자 레온이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쩝, 단단이는 무기가 없어 가지고.’
그랬다. 단단이는 제작을 마치고 소환을 했을 때부터 저런 무기는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아쉬운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했다.
‘뭐라도 하나 들려 줬어야 하나?’
하나 그런 레온의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쉐엑!
야생 스켈레톤이 단단이에게 칼을 휘둘렀다.
‘엇!’
순간 레온의 머릿속으로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걱정은 기우로 끝날 수 있었다.
휙-. 휘휙.
단단이가 적의 공격을 간단히 흘려보내며 모두 피해 냈던 것.
동작들에서 여유가 배어 나왔다.
레온은 깜짝 놀란 나머지 눈이 커졌다.
‘제법이잖아?’
예전에 사용하던 1호에게선 저런 몸놀림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단단이의 놀라운 회피가 계속 이어지던 그때.
레온의 시야로 이번에는 못 피할 궤적으로 날아오는 적의 공격이 담겼다.
‘앗! 저건 못 막겠다!’
그러자 레온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단단이, 철통 방어!”
단단이가 보유하고 있는 스킬인 철통 방어는 방어력을 크게 상승시켜 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자.
칼이 쇄도하는 찰나, 단단이가 몸을 웅크리며 공격을 방어했다.
-스킬, ‘철통 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단단이의 방어력이 20% 증가합니다.
팅. 티팅.
이어 마치 단단한 바위에 칼을 휘두를 때에나 들릴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공격이 전부 튕겨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눈앞에 뜬 메시지를 보며, 레온은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단이가 2의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야생 스켈레톤의 공격에 정말 미미하기 짝이 없는 수준의 대미지만을 입은 까닭이었다.
레온이 낮은 탄성을 냈다.
‘와, 방어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니. 고작 2밖에 안 달았네?’
대미지를 입었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수준이었다.
가뿐히 무시해도 전혀 상관이 없을 정도.
단단이의 맹활약에 미소를 머금은 레온이 전황을 살피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마무리 지어 볼까.’
그리고 레온이 방어에 힘쓰고 있는 단단이에게 다음 명령을 내렸다.
“단단아, 몸통 박치기!”
따닥!
레온의 말이 떨어진 그 순간.
파바밧!
단단이가 웅크린 자세를 금세 풀고는, 전방으로 맹렬하게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공격 스킬인 몸통 박치기가 시전되었던 것.
계속된 방어에 지쳐 있던 야생 스켈레톤이 단단이의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에 당황했는지 멈칫했다.
부웅-!
꽝!
그러나 단단이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그 기세 그대로 적 스켈레톤에게 제 몸을 냅다 박아 버렸다.
텅! 터덩!
굉음과 함께 하늘로 붕 떠오른 야생 스켈레톤은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산산조각이 난 채 바닥에 뒹굴었다.
그 처참한 잔해들을 바라보며, 레온이 혀를 내둘렀다.
‘……어우, 이건 뭐 물소가 들이박은 것도 아니고 그냥 박살을 냈네, 박살을.’
상황을 지켜보는 레온의 눈빛이 빛을 내며 반짝였다.
평가가 모두 끝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결론은 물론.
‘일반 스켈레톤들은 그냥 찜 쪄 먹을 수 있겠어!’
매우 긍정적이었고 말이다.
띠링.
그때 효과음이 귓전에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스켈레톤을 처치하셨습니다.
-단단이의 경험치가 상승했습니다.
-단단이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진짜 이겼네.’
그렇게 메시지를 확인하고 나자.
레온은 그제야 스스로 제작한 첫 스켈레톤을 데리고 전투를 승리했다는 것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뭐지, 이 기분은?’
지금껏 홀로 싸우는 직업만을 해 오던 레온은 자신이 제작한 소환수가 승리를 거두고 나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 정체는 기분 좋은 행복감이었다.
그의 입꼬리가 어느새 말려 올라가 있었다.
‘이거 꽤 재밌는데?’
지금껏 그는 왜 다른 유저들이 소환술사나 테이머 등을 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이제 살짝 알 것만 같기도 했다.
‘하면 할수록 재밌다니까, 판테라는.’
“후후, 그럼 한번 싹 쓸어 담아 볼까?”
어느새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상태가 된 레온이 야생 스켈레톤들이 넘쳐 나는 전장을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 * *
그 후 단단이를 데리고 진행한 전투는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 쉽게 진행되었다.
“캬하하! 다 부숴라, 부숴!”
레온의 미친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공격 명령이 내려지면, 단단이가 마치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들어 적들을 쓸어버렸던 것이다.
퍼펑! 꽝-! 꽈꽝!
마치 폭죽이 터진 것처럼, 야생 스켈레톤들의 뼈들이 하늘에 흩날렸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낯빛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뭐야, 저 스켈레톤……”
“몰라…… 무서워, 저거.”
하지만 레온은 그런 반응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저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꽝-.
그때 다시 한 번 단단이가 쇄도해 들어가자, 볼링공에 핀이 넘어가듯 필드의 야생 스켈레톤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에 레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생각했다.
‘흐흐, 메시지가 아주 풍년이로구나!’
그 말처럼 그의 눈앞에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단단이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단단이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단단이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후략…….
순식간에 단단이가 여러 마리의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있다 보니, 미친 듯이 경험치가 쏟아지고 있었던 것.
폭풍 레벨 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동시에 레온의 레벨 또한 오르고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레온은 그때쯤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제작한 스켈레톤이 지닌 진정한 이점을 말이다.
쉐액-!
순간 단단이와 싸움을 벌이고 있던 야생 스켈레톤이 단단이를 공격해 들어왔다.
그 공격은 조금 전 피하지 못했던 궤도와 똑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온은 이번에는 철통 방어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진 상황이 놀라웠다.
휘익.
단단이가 자신이 언제 그런 걸 못 피했었냐는 듯, 살짝 몸을 비틀어 피해 내더니.
퍽!
자연스레 반격을 밀어 넣어 상대를 쓰러뜨려 버렸던 것.
“캬!”
그 모습에 레온이 참지 못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저거 고새 학습해 낸 거야! AI가 달라, AI가!’
그랬다. 이전에 레온이 테이밍을 하여 데리고 있던 1호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1호 들에게는 몇 번을 주의시키고, 반복적으로 짚어 주어도 막상 전투를 벌이면 가르쳐 주기 전의 원상태로 돌아가 개싸움을 반복했던 것과 달리, 레온이 제작한 스켈레톤은 마치 학습 기능이 있기라도 한 듯이 전투를 계속할 때마다 실수를 고쳐 나갔던 것이다.
야생 스켈레톤이든 일반 소환수 스켈레톤이든 가장 큰 단점이 무엇이던가? 낮은 AI이지 않은가.
자칫 가볍게 여겼다면 지나칠 수 있었던 것이었지만, 레온은 단번에 캐치해 내었다.
‘어쩌면 이게 가장 큰 장점일 수도 있겠어.’
레온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단단이의 쇼타임이 모두 지나간 후.
“와우!”
레온은 눈앞의 전경을 보며 감탄했다.
어느새 단단이는 한 필드의 몬스터들을 전부 다 쓸어버리는 데 성공을 했던 것이다.
따닥-.
레온이 피식 하며 미소를 지었다.
단단이가 뼈밖에 없어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나 잘했지?’ 하는 위풍당당한 포즈로 서 있었다.
한데 그때, 레온이 문득 표정에 살짝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단단이의 레벨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쩝, 역시 레벨은 10에서 멈췄군.’
레온이 입맛을 다시며, 속으로 생각했다.
조금 전 확인했던 시스템 메시지처럼, 단단이의 한계 레벨인 10에 도달하자, 경험치를 얻어도 더 이상 레벨이 오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는 못내 아쉬웠지만 제작 등급에 따라 소환수의 레벨의 한계 또한 정해지는 듯 보였기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흠, 나중에 한계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한 번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그는 기분 전환을 하려는 듯, 다른 생각을 덧붙였다.
‘……뭐, 그래도 막판에 해골 지배 스킬이 오른 걸로 만족하자고.’
-해골 지배의 숙련도가 충족되었습니다.
-해골 지배의 스킬이 2로 상승합니다.
-스켈레톤의 소환 가능 수가 3마리로 증가합니다.
그의 말처럼, 어느새 소환 가능한 스켈레톤 수를 증가시켜 주는 해골 지배 스킬의 레벨이 올라 있었다.
그것을 보며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찌 보면 편한 일이야. 제작한 스켈레톤으로 전투를 치르면 스킬 레벨이 오른다니.’
‘해골 지배’ 스킬은 연구 스킬이나 제작 스킬과 달리 제작한 스켈레톤으로 직접 전투를 벌이면 그 숙련도가 오르는 시스템이었던 것.
꽤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왜냐면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그냥 제작한 소환수들로 전투를 하기만 하면 스킬의 레벨이 오를 테니 말이다.
그때 레온이 턱을 괴며, 무언가 생각에 잠겼다.
생각의 내용은 이후 무엇을 할지에 관한 것이었다.
‘……흠, 10급 뼛조각들로 두 마리를 더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사냥이나 해 볼까?’
단단이의 활약에 뼛조각들은 넘쳐 나는 상태였으니, 제작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으리라.
하나 아쉽게도.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일은 잠시 동안 미루어질 수밖에 없을 듯 보였다.
띠링.
“어라?”
귓전에 갑작스러운 효과음이 들려옴과 함께.
-직업 퀘스트의 생성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직업 퀘스트를 획득하셨습니다.
그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의 등장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