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덩실덩실.
“얼쑤!”
성공적으로 연구를 마친 레온은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그 춤(?)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나 기괴한 꿈틀거림을 지켜보는 사냥터의 다른 유저들은 ‘저 미친 자는 대체 뭘까?’라는 공통된 감상평을 남기고 있을 뿐이었다.
‘어라?’
하지만 다음 순간 레온은 멈칫하며, 하던 그 동작마저 멈출 수밖에 없었다.
띠링.
귓전에 갑작스레 기계음이 추가로 들려왔던 것.
‘뭐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내는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 하나가 떠올라 있었다.
-직업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그 메시지의 정체는 새로운 퀘스트를 얻었다는 소식이었다.
하나 레온은 아직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당최 영문을 모르겠다는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근데 갑자기 무슨 퀘스트지? 난 연구를 완료한 것밖에는 한 게 없는데?’
신규 퀘스트를 받을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떠오른 퀘스트의 내용을 쭉 훑어보고 나자.
‘아.’
그제야 레온은 이것이 어찌 된 영문인지 전부 파악할 수 있었다.
[본 네크로맨서 학파의 잔존 세력을 찾아내라 / 직업]
네크로맨서의 탑, 초대 탑주의 진전을 이은 학파로 명성이 자자했던 본 네크로맨서들은 이제는 그 소재조차 불분명하다.
하나 몰락하여 뿔뿔이 흩어졌다고는 하지만 본 네크로맨서들은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존재들이다.
분명 어딘가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그런 그들을 찾아낸다면, 본 네크로맨서로 첫발을 내디딘 당신에게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난이도 : A
보상 : 알 수 없음.
본 네크로맨서로서의 첫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친 레온에게, 어딘가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본 네크로맨서 학파의 후예들을 찾아내라는 퀘스트가 떠올랐던 것이다.
“흠.”
한 손으로 턱을 짚은 채, 반복해서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레온이 이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호오, 만나면 뽑아 먹을 건덕지는 충분히 있겠어.’
어느새 그의 얼굴에 음흉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본 네크로맨서 일파를 찾아내는 일이 분명 자신에게 큰 이득으로 다가오리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
……이 짧은 사이에 그런 요소를 캐치해 내다니, 이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그건 그런데…….’
한데 그 순간 레온의 기색이 묘해졌다.
한구석이 턱 하고 걸리는 부분이 있는 듯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찝찝한 부분이라고나 할까.
이윽고 레온의 닫혀 있던 입이 열렸다.
“……근데 난 뭔 놈의 연이 닿는 집단들이 죄다 쇠락하고, 몰락하고, 근근이 명맥만 잇고 있는 거냐.”
그를 계속 찜찜하게 만들고 있는 건 바로 가는 곳마다 권세가 흥한 곳이 없다는 꺼림칙한 사실이었다.
안타까웠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떠올려 보면 분명히 그래 왔었다.
레온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문제인 건 아니겠지?’
그러고는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또 생각했다.
‘혹시 얘네도 인장의 전 주인이 지들 신물을 들고 토끼기라도 한 거 아냐?’
문득 일전에 암살자 클랜 때처럼, 전 주인이 민폐 짓거리를 벌이고 튄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인 든 것이었다.
‘아,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때 자신의 불운함에 대하여 고찰을 이어 가며, 미간을 좁혀 가던 레온이 고개를 두어 번 가로저으며 이내 제정신을 되찾았다.
‘일단 이건 뒤로 미루자.’
그러고는 퀘스트의 진행은 추후로 미루기로 결정을 내렸다.
한데 거기에는 딱히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본 네크로맨서의 일파를 찾는 퀘스트가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었으나.
‘한시라도 빨리 스켈레톤을 제작해 보고 싶어!’
그저 얼른 뼛조각으로 스켈레톤을 만들고 싶을 뿐이었던 것이다.
레온의 눈이 해맑게 빛나고 있었다.
‘시작해 볼까.’
그가 연신 떨리고 있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제작!”
띠링.
그러자 경쾌한 효과음이 귓전으로 들려왔고.
‘이건?’
눈앞에 낡은 양피지로 된 책의 모습이 담긴 시스템 창 하나가 떠올랐다.
촤라락.
레온의 의아한 표정이 사라지기도 전에, 순식간에 책장이 넘겨지는 소리가 나며 이내 양쪽으로 펼쳐졌다.
띠링.
-제작할 몬스터를 지정해 주십시오.
그러자 제작할 몬스터를 선택해 달라는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제대로 된 거구나.’
메시지 내용을 확인한 후 마음이 놓인 레온이 제작을 할 몬스터의 이름을 말했다.
‘뭐, 사실 만들 수 있는 게 하나밖에 없기는 하지만.’
“스켈레톤.”
스륵.
그러자 순간 펼쳐져 있던 페이지의 한쪽 구석에서, 삽화 한 장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공에서 푸른 빛을 뿜는, 새하얀 해골의 모습.
지금껏 연구를 해 온 스켈레톤의 그림이었다.
“오……?”
레온의 입에서 낮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삽화로 그려져 있던 해골의 형상이 반투명하게 허공으로 떠올랐다.
-재료로 쓰일 뼛조각들을 지정해 주십시오.
‘1번부터 10번까지 하나씩 고르면 되겠지.’
레온이 인벤토리에서 번호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던 뼛조각들을 하나씩 무작위로 선택했다.
그러자 지정된 인벤토리 안에 있던 뼛조각들이, 그 해골 형상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척- 처척- 척-!
제각각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며, 그럴싸한 스켈레톤의 형상이 되어 가는 뼛조각들!
스윽.
그때 레온이 주변을 살짝 살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사냥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자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나한테만 보이나 보구나.’
꽤나 화려한 효과였지만, 역시나 본인에게만 보이는 이펙트였던 것.
그런데 그때, 레온의 눈앞에 생각지도 못했던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스켈레톤 제작을 시작합니다.
-뼛조각의 세부 능력이 반영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레온의 머릿속에 번뜩이며 떠오른 것이 있었다.
‘아, 맞다! 뼛조각마다 수치가 달랐지?’
레온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랬다. 뼛조각은 지닌 능력치의 수치가 각각 달랐다.
게다가 같은 번호의 뼛조각이라도 어떤 것은 민첩성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것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이거, 재료로 넣은 뼛조각의 옵션에 따라 완성되는 스켈레톤의 능력치도 결정되나 본데?’
그리고 이어진 메시지들은, 레온의 추측을 확신으로 만들어 주었다.
-뼛조각들을 조립하기 시작합니다.
-1번 뼛조각이 조립되었습니다.
-조립 과정에서 30%만큼의 손상이 일어납니다.
-힘 빠지는 결과, 아쉽습니다. 힘 능력치가 7만큼 추가됩니다.
-2번 뼛조각이 조립되었습니다.
-조립 과정에서 40%만큼의 손상이 일어납니다.
-으악! 내, 눈. 체력 능력치가 6만큼 추가됩니다.
-……후략…….
메시지를 확인하던 레온은 속으로 적잖이 감탄하였다.
스켈레톤 제작이라는 콘텐츠가, 생각보다 더 세분화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노가다만 좀 열심히 하면……. 특정 스텟에 최적화된 스켈레톤도 만들 수 있겠는데?’
이번에는 스켈레톤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들어 보고 싶었던 탓에 신경을 못 쓴 채 일단 제작을 시작했지만, 더 좋은 수치의 뼛조각으로 골라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었다.
‘쩝, 이런.’
그렇게 레온이 못내 아쉬워하고 있던 순간.
띠링.
드디어 눈앞에 제작이 끝난 것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엥?’
내용을 확인한 레온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는데.
제작 랭크 : D
제작 총평
-첫 끗발도 개끗발?
-보는 이에게 아쉬움과 안타까움만을 남기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완성도입니다.
시스템이 난데없이 레온의 제작 결과에 마음에 비수를 꽂는 신랄한 평가를 매긴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였고.
‘……아놔, D라니. 뭐 이리 낮아.’
메시지에 적혀 있는 현저하게 낮은 등급이 두 번째 이유였다.
레온이 낮은 신음성을 흘렸다.
‘끄응, 이러면 좋은 게 안 나올 것 같은데.’
이제는 왠지 모를 불안함까지 엄습해 오던 그때.
띠링.
다시 한 번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왔다.
마침내 이 모든 상황을 만든 제작 스킬의 결과물이 완성된 찰나였다.
-‘살짝 단단한 스켈레톤’이 제작 완료되었습니다.
-‘살짝 단단한 스켈레톤’이 제작 완료 목록에 포함됩니다.
“아.”
눈앞의 메시지에 적힌, 제작된 스켈레톤의 이름을 확인한 레온의 입에서 낮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그런 그의 표정에는 어쩔 수 없는 아쉬운 감정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크흠, 살짝 단단한이라니.’
살짝 단단한이라는 네이밍은 레온이 어떤 기대를 품기에는 너무 소박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쩝, 하고 쓰게 입맛을 다시던 레온이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에잇, 일단 보기나 하자!’
그리고 안타까운 마음은 한편에 고이 접어 둔 채, 곧장 제작이 완료된 스켈레톤의 소환을 준비했다.
꿀꺽.
한데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된 나머지, 마른침이 목구멍으로 절로 넘어갔다.
“레이즈 스켈레톤!”
이윽고 레온이 스켈레톤을 소환하는 스킬인 레이즈 스켈레톤을 사용했다.
띠링.
-소환할 스켈레톤을 지정해 주십시오.
그러자 효과음과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고, 당연하게도 방금 제작한 ‘살짝 단단한 스켈레톤’을 선택했다.
촤아악!
레온에게서 어스름한 검보라빛 기운이 허공으로 살짝 치솟아 올랐다.
그러고는 지면에 쏟아져 내리더니, 마치 빗물처럼 금세 땅에 스며들었다.
샤샥-.
기운은 제멋대로 지면에 그림을 휘갈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흠, 소환되는 방식은 일반 네크로맨서랑 큰 차이가 없네.’
일전에 보았던 일반 네크로맨서의 소환과 거의 비슷한 모습이었던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일반 네크로맨서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레온은 혹시나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까 하는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잠시 후, 마침내 완성된 모습은 예상대로 소환진의 형상이었다.
슈웅-.
그리고 천천히 그 소환진 속에서.
레온이 제작한 스켈레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척-.
레온은 소환진 안에서 그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야생 스켈레톤보다 훨씬 커다란 덩치를 지닌 강골의 스켈레톤 한 마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레온이 눈은 어느새 이채를 띠고 있었다.
‘어라? 근데 분위기가…….’
풍기는 기세가 일반적인 스켈레톤과는 완전히 달랐던 탓이다.
하나 레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한 기대를 품었다가, 심적 타격을 입을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었다.
‘일단 수치나 확인해 보자고!’
이내 마음을 다잡은 그는 곧장 스켈레톤의 능력치를 눈앞에 띄워 보았다.
스윽.
그리고.
‘오오?’
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살짝 단단한 스켈레톤(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레벨 1 / 한계 레벨 10
분류 : 언데드
등급 : 일반
힘 25 민첩 15
지혜 10 체력 30
생명력 600 마력 50
고대의 의식을 거쳐, 제작된 스켈레톤.
일반 스켈레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의 뼈 경도가 특징. 그렇기에 착용하고 있는 방어구가 없음에도, 자체 방어력이 뛰어나다.
보유 스킬
1. 몸통 박치기
온몸으로 부딪쳐 적을 공격합니다.
-공격 적중 시, 3초간 상대의 방어력을 10% 감소시킵니다.
2. 철통 방어
최대한 몸을 웅크리며 방어 자세를 취합니다.
-물리 방어력이 20% 증가합니다(최대 40%).
-주변의 적이 많을수록 추가 방어력이 부여됩니다.
‘뭐야, 제법 괜찮잖아!’
스켈레톤이 그의 생각보다 훨씬 쓸 만한 수치를 지니고 있었던 것!
재료로 쓴 뼛조각을 마구잡이로 골라내었던지라 걱정이 컸었는데, 이건 그런 걱정은 휘휘 날려 보낼 수 있을 수준이었다.
‘단순하게 비교해 보아도 지닌 수치들이 일반 스켈레톤보다 훨씬 뛰어난 것 같은데?’
레온이 스텟을 살피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야생 스켈레톤과는 비교도 안 됐고, 네크로맨서의 일반적인 스켈레톤보다도 훨씬 높은 능력치였다.
씨익.
어느새 레온이 얼굴에 한 줄기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처음으로 제작한 스켈레톤이 마음속 기준선을 확실히 넘었기 때문이었다.
꽤나 괜찮은 결과물이었다.
‘……그럼 이제 할 일은 하나겠네.’
그러고는 새로 얻은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한 손으로 쓰다듬으며, 레온은 이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흐흐, 그럼 이제 새로 얻은 요놈을 써먹으러 가 보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