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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9화 (29/332)

# 29

레온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추출된 뼛조각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면서 이어 말했다.

“연구.”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전의 음험해 보이는 보랏빛 기운이 레온의 손에 일렁이기 시작했고.

슈웅.

-연구를 진행할 ‘뼛조각’을 선택해 주십시오.

동시에 눈앞에 네모난 칸이 있는 창 하나가 생성되었다.

떠올라 있는 시스템 메시지의 설명처럼 사용할 대상을 끌어와 지정하라는 것 같았다.

‘이거랑 이거.’

그에 레온은 추출된 뼛조각들을 선택했다.

띠링.

순간 귓전에 새로운 효과음이 들려왔다.

-스켈레톤의 뼛조각을 연구합니다.

-스켈레톤의 뼛조각을 연구합니다.

메시지를 통해 레온은 ‘연구’ 스킬이 제대로 발동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던 그때였다.

‘엇!’

레온이 살짝 놀란 반응을 내비췄다.

‘지잉’ 하는 공명음과 함께 레온의 기운에 감싸진 뼛조각들이 눈높이까지 둥둥 떠오르더니…….

그 상태로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대단한데?’

레온이 다시 한 번 감탄을 토해 냈다.

단지 공중으로 떠올랐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게 부유하고 있는 뼛조각들에 자신의 시선이 맞닿은 순간.

마치 뼈에 내재된 모든 정보들이 뇌 속으로 스며들어 오는 신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해체된 대상의 구조를 낱낱이 살펴보는 느낌이랄까.

두근두근.

레온은 가슴이 거칠게 뛰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의 입꼬리는 어느새 한껏 말려 올라가 있었다.

‘재밌어!’

짜릿했다.

미지의 영역에 첫발을 딛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리라.

-뼛조각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왠지 모를 멍이 든 부분을 찾아냈습니다.

-분석률이 65%을 달성하였습니다.

-……후략…….

그렇게 별다른 문제없이 연구도 수치는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던 레온은 잠시 후 나올 결과가 더욱 궁금했다.

……그리고 마침내.

차악-.

공중에 떠올라 있던 뼛조각들이 천천히 지면에 가라앉았다.

‘과연?’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레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곧이어 반가운 소식들이 들려왔다.

-뼛조각의 연구를 성공하였습니다.

-뼛조각의 연구를 성공하였습니다.

-‘연구’ 스킬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연구’ 스킬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몬스터 ‘스켈레톤’의 분석률을 10% 달성하셨습니다.

-몬스터 ‘스켈레톤’의 분석률을 20% 달성하셨습니다.

‘좋았어!’

레온은 성공적인 결과를 학인하고는, 슬며시 제 주먹을 움켜쥐었다.

‘연구’와 같은 스킬들의 경우 대부분 약간의 실패 확률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그런 문제없이 잘 해결된 까닭이었다.

‘그럼 이제…….’

레온은 멈추지 않고, 곧장 다음 할 일을 행동에 옮겼다.

스윽.

레온은 바닥에 있는 뼛조각들을 얼른 회수했다.

“인벤토리.”

그러고는 바로 인벤토리 창을 눈앞에 띄웠다.

‘물음표가 사라졌을 뼛조각들을 얼른 확인해 봐야지.’

그 이유는 물론 연구가 끝난 뼛조각들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스켈레톤의 뼛조각 (1)]

부위 : 갈비뼈

등급 : 10급

분류 : 인간형

능력치 : 방어력 5

[스켈레톤의 뼛조각 (3)]

부위 : 다리뼈

등급 : 10급

분류 : 인간형

능력치 : 민첩성 3

“아.”

정말로 물음표들이 사라져 있는 뼛조각들의 설명을 차례차례 읽어 내려가던 레온이 이윽고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한 몬스터에 여러 종류의 뼛조각들이 숨겨져 있는 거구나!’

……라는 것이었다.

이름 뒤에 새롭게 생긴 ‘넘버링’이 힌트였다.

각각 1번과 3번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분.

그것을 보자 레온은 몬스터의 뼛조각이 여러 종류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었다.

왜 한 몬스터에서 나온 뼛조각들이 모양새가 다를까 의문을 가졌던 것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다른 추측도 떠올랐다.

‘돌아가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분석률을 100퍼센트 달성하기 위해서는 1번부터 10번 뼛조각 모두를 찾아내야 하겠는데?’

그가 스켈레톤의 뼛조각이 열 개가 있을 것이라 단정 지은 이유는 분석률이 뼛조각 하나당 10%씩 올랐기 때문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레온은 마치 수집 퀘스트처럼 진행되는 상황을 살펴보며 이 직업이 어떤 스타일인지 가닥이 잡혀 오기 시작했다.

‘……개노가다 직업인 거지?’

레온이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생각했다.

순간 본 네크로맨서라는 직업에서 짙은 노가다의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불현듯 본 네크로맨서의 직업 설명을 읽으며 들었던 의문의 해답이 슬슬 감이 오기 시작했다.

그 의문이란 ‘왜 본 네크로맨서 학파가 사장되었을까?’였고.

마침내 찾아낸 그에 대한 레온의 결론은 ‘너무 귀찮고, 복잡하니까’였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기피했을 만도 했다.

다른 네크로맨서들은 스킬 한 번으로 손쉽게 생성해 내는 스켈레톤 소환을 이렇게 성가신 과정들을 거치게 해 놨으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말이다.

평범한 이라면 어느 누구도 좋아할 사람이 없을 터였다.

그렇다, 분명 그럴 텐데…….

그 순간 레온이 씨익, 하고 잇몸을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계속 이어 나가던 그의 얼굴은 오히려 살짝 상기된 상태였다.

이윽고 레온이 입을 열었다.

“……그래, 내가 아니면 누가 좋아하겠어?”

놀랍게도 그는 누가 보아도 고생길이 펼쳐질 것임이 분명함에도 오히려 반기고 있는 듯했다.

아니, 즐기고 있는 것같이도 보였다.

레온은 직감하고 있었다.

‘이 직업은 분명 무언가 가능성이 숨겨져 있어! 이건 절대 쓸데없는 고생이 아니야.’

이 직업에 무언가 숨겨진 것이 있다고, 머릿속에서 연신 경보가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레온은 노가다라면 둘째라면 서러워할 이가 아닌가.

‘난 1,000번을 넘게 죽은 사람이라고!’

“으차.”

그때 이윽고 레온이 자리를 툭툭 털며 일어났다.

레온의 생각은 한 가지였다.

‘일단 스켈레톤부터 연구를 끝내 보자.’

기왕 스켈레톤의 뼛조각을 두 개 얻은 김에, 서둘러 첫 연구를 끝마쳐 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얼른 자리를 옮겨야 했다.

당연했다. 이곳에는 몬스터인 스켈레톤이 없었으니까.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가 볼까!’

금세 떠날 채비를 마친 레온이 일전에 1호와 3호를 납치해 왔던 해골 안식처로 향하고 있었다.

* * *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좋았어!”

레온이 제 주먹을 움켜쥐며, 쾌재를 불렀다.

그의 눈앞에 이것으로 벌써 아홉 번째의 레벨 업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살짝 흥분한 톤으로 말했다.

“벌써 10이라니! 진짜 빠른데?”

그 말처럼 어느새 레온의 레벨은 10에 도달해 있었다.

동굴을 떠나 이곳 해골 안식처 사냥터에 돌아온 지 그리고 사냥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로지 스켈레톤만을 사냥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벌써 10레벨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일반 유저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성장 속도였다.

물론 레온 본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씨익.

음흉하기 짝이 없는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흐흐, 인장빨 오지고.’

레온이 인장이 새겨져 있는 팔을 칭찬한다는 듯 토닥였다.

그랬다. 그의 이해할 수 없는 레벨 업 속도는 초기화 시 전 레벨에까지 추가 경험치 획득의 효과를 부여하는 인장의 ‘초기화 혜택’ 덕분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인즉 레온은 50레벨까지는 이처럼 쾌속 전진이라는 뜻이었다.

‘섀도우 워커에서 초기화했을 때가 50레벨이었으니까.’

“룰루~.”

레온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에게 레벨 업의 선물을 선사한 스켈레톤에게로 다가갔다.

하나 레온의 해맑은 모습과는 정반대로 그 시선이 닿은 곳에 위치한 스켈레톤은 끔찍한 몰골이었다.

전신이 회색빛으로 물든 채, 뼈 무더기로 화해 있었던 것.

놈은 레온에게 처치된 상태였으니 당연한 상태이리라.

스윽.

레온이 이내 그 잔해에 손을 뻗으며, 스킬 하나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꽤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해체.”

슈웅.

그러자 순식간에 손에 보랏빛 기운이 일렁였고, 일전처럼 해체 작업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레온은 한 발 살짝 물러선 채,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하고 있었다.

이제 본 네크로맨서의 스킬 사용이 제법 능숙해진 듯 보였다.

‘스무뜨하구만! 분석률 100%도 금방이겠는데?’

해체가 완료되자, 연구 스킬을 이어 사용하며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미 1번부터 8번까지 여덟 개의 뼛조각을 모은 상태였다. 이제 두 개의 뼛조각만 더 모으면 드디어 ‘제작’을 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순조로운 진행으로 보였다.

띠링.

“어라?”

-연구를 실패하셨습니다.

-아직 해당 뼛조각의 연구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런 당혹스러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뭐지, 이거?’

처음으로 연구 실패가 뜬 레온의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흠, 다시 한 번 해 보자.’

그는 실패한 뼛조각을 회수한 후 다시금 연구 스킬을 사용해 보았지만.

띠링.

-연구를 실패하셨습니다.

-아직 해당 뼛조각의 연구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는 처음과 똑같은 실패였다.

“아!”

메시지를 유심히 바라보던 레온이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몰랐던 연구 스킬의 효과를 발견한 것이다.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아마 9급 이상의 뼛조각인 거네. 아직 연구 스킬의 레벨이 부족해서 실패한 거였어.’

그래서 ‘아직’ 연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적혀 있는 것이리라.

즉, 연구 스킬이 오르면, 확인할 수 있는 뼛조각의 등급이 오른다는 뜻이었다.

‘쩝, 그럼 일단 이건 스킬 레벨이 상승한 다음에 연구를 해야겠군.’

레온이 측정이 되지 않은 그 뼛조각을 인벤토리에 갈무리하며, 이내 결론을 내렸다.

‘그럼 이제 하던 거나 마무리해 보실까.’

그러고는 레온이 슬쩍 몬스터들이 많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사냥터의 스켈레톤들을 탐욕스러운 눈으로 훑어 내며, 음흉한 웃음소리를 냈다.

“흐흐.”

움찔.

그러자 사냥터의 스켈레톤들이 그 흉포한 기세에 두려움을 집어먹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레온의 폭풍 사냥 타임이 지나간 후.

“이걸로 열 개 다 모았다!”

잔뜩 들뜬 상태의 레온이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갓 연구가 끝난 뼛조각 하나가 들려 있었다.

마지막으로 연구가 끝난 10등급 뼛조각이었다.

드디어 열 개의 뼛조각을 다 모은 레온은 활짝 웃고 있었지만, 사냥터의 다른 사람들은 스켈레톤의 뼈를 들고 난리를 피우는 그를 ‘왜 저러지?’ 하는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스켈레톤의 뼈를 모아 오는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리라.

그들이 레온에게서 신경을 끄고, 곧 각자의 사냥에 다시금 집중하던 그때.

띠링.

‘예스!’

귓전으로 들려오는 효과음에 레온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스켈레톤 하나 소환하는 일이 이렇게 가슴 떨리는 일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드디어!’

레온의 눈앞에 고대하던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뼛조각의 연구를 성공하였습니다.

-몬스터 ‘스켈레톤’의 분석률을 100% 달성하셨습니다.

-‘연구’ 스킬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연구’ 스킬의 숙련도가 충족되어, 레벨이 2로 상승합니다.

-9등급 뼛조각의 연구가 가능해집니다.

‘대박이다.’

연구 스킬의 레벨 상승을 확인한 레온의 입꼬리가 절로 말려 올라갔다.

예상처럼 연구의 레벨이 오르니 9등급 뼛조각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물론 그것도 기뻤지만, 레온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메시지는 다른 하나였다.

‘드디어!’

그 메시지를 보는 레온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스켈레톤’의 제작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가장 기다렸던 소식인 스켈레톤의 ‘제작’이 가능해졌다는 시스템 메시지까지 확인한 레온은.

“모두 쑤아리 질러!”

다시금 집중되는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깡그리 무시하며, 기쁨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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