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8화 (28/332)

# 28

레온의 얼굴에 오랜만에 싱글벙글 밝은 미소가 잔뜩 떠올라 있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바로 이 순간이 그동안 들인 노력의 결과가 나타날 그때니까 말이다.

바로 ‘직업’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캬하하하, 인장을 사용하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니까.”

순간 레온이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아직은 예상이지만, 네크로맨서와 연관된 직업이 나올 확률은…….’

그리고 레온은 머릿속으로 인장 사용의 성공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측해 보았다.

세 마리의 야생 스켈레톤을 확보했으며, 놈들을 활용해 몬스터와의 전투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상황!

그는 제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높겠어!’

혹시라도 실패를 할 것 같은 걱정은 별로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바로 시작을 하면 될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바로 장소부터 찾아볼까.’

이윽고 자신감을 얻은 레온이 인장을 사용할 만한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흠, 여기 정도면 드나드는 사람도 전혀 없고. 얼추 된 것 같은데?”

레온이 동굴의 초입에 멈춘 채,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몬스터가 출몰하는 곳을 벗어나 안전지대에 도착한 것이다.

이어 그는 서둘러 인장의 사용을 준비했다.

레온은 동굴의 입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해골 1호와 3호에게 명령을 내렸다.

“1호는 저쪽으로, 3호는 저쪽으로 가서 가까이 오는 이가 있으면 알려. 억지로 출입하려는 자가 있으면 공격해도 좋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보초를 세워 두는 것이었다.

해골 1호와 3호는 고개를 끄덕인 후, 덜거덕거리며 제자리를 찾아갔다.

이전과는 달리 레온의 명령에 반항을 하는 일은 없어 보였다.

레온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쯔쯔, 진작 좀 저렇게 하지. 왜 꼭 맞아야 정신을 차릴까.’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 안 듣는 녀석을 정신 차리게 하는 데에는 따끔한 주먹(?)이 제대로인 듯 보였다.

‘……아무튼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순간 레온의 눈빛이 한없이 진지해졌다.

마침내 레온의 입술이 그동안 너무도 말하고 싶었던 단어를 달싹였다.

“인장 티어 상승.”

그러자.

화앗-.

은은한 빛줄기가 뿜어졌다.

어둑어둑한 동굴 안이어서 그런지 빛이 더욱 선명했다.

‘휴, 시작이다.’

그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던 그때, 고대하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용할 특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창조.”

그가 선언하듯 말하자, 그 빛무리는 더욱 강렬하게 빛을 발했다.

웅웅.

그리고 옅은 공명과 함께 그의 혈관을 통로 삼아 익숙한 기운이 맥동하기 시작했다.

‘괜찮은 직업 나와라! 정크 등급만 아니면 돼!’

살며시 레온이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전 걱정이 안 된다 했지만.

막상 또 특성을 사용하는 시점이 되니 그게 아니었다.

레온은 최하위 등급만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제발!’

파스스-.

지잉-.

마침내 빛이 잦아들고, 점차 진동이 가라앉고 있었다.

‘과연 성공이냐, 실패냐?’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던 레온에게 새롭게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인장 티어가 ‘3’으로 상승하셨습니다.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본 네크로맨서’를 창조하셨습니다.

“예쓰! 캬하하하.”

놀랍게도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성공이었다.

아직 상세 내용을 보지 않았음에도 성공이라고 그가 단언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첫 문장에 존재하고 있었다.

‘티어가 바로 3레벨이라니!’

그랬다. 인장 티어가 0에서 3으로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레온이 이번에 어떤 등급의 직업을 획득했는지 알려 주고 있었다.

“캬하하! 경사로세. 이렇게 빨리 노멀 직업을 획득하다니! 좋았어!”

정크도 러스티도 아닌 무려 ‘노멀’이었던 것.

그는 펄쩍펄쩍 뛸 정도로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로써 레벨을 회복하는 데 드는 시간 단축이 엄청 크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그때 레온이 문득 고개를 가로저으며, 제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여태껏 직업의 상세 내용을 보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인장.”

순간 레온의 눈앞에 또 다른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창생의 인장]

티어 3 / 경험치 0%

개방 특성(4/?)

직업 총람(5/?)

5. [본 네크로맨서]

클래스 랭크 : 노멀 / 진화 불가

클래스 특성 : 단일

본 네크로맨서는 오로지 ‘스켈레톤’만을 연구하는 이들입니다. 그들은 몬스터들의 뼈가 마기의 진정한 결정체라는 이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한 본 네크로맨서는 네크로맨서 최초의 학파로도 유명합니다.

하나 초창기에는 대다수가 정통正統이라고 불리던 본 네크로맨서의 길을 걸었으나, 긴 시간이 흐르며 결국 본 네크로맨서 학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보유 패시브 스킬

1. 해골 지배 LV. 1

-스켈레톤과 관련한 모든 스킬에 재사용 대기 시간 10% 감소. 마나 소모 감소 20%

-현재 소환 가능 스켈레톤 수, 2마리.

보유 액티브 스킬

스켈레톤 연구학

1. ‘해체’ : 몬스터의 사체에서 뼈를 해체해 ‘뼛조각’을 추출합니다.

2. ‘연구 LV. 1’ : ‘뼛조각’을 연구하여, 재료가 된 몬스터를 분석합니다.

-몬스터 분석률 100% 달성 시 해당 몬스터를 스켈레톤화 하여 제작 가능합니다.

3. ‘제작’ : 연구가 완료된 뼛조각들로, 스켈레톤을 제작합니다.

‘레이즈 스켈레톤’ / 사용 불가

스켈레톤을 소환합니다.

[제작 완료 목록(0/?)]

-소환할 수 있는 스켈레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 네크로맨서는 오로지 제작 완료된 스켈레톤만을 소환 가능합니다.

‘본 스파이크’

눈앞의 지면으로부터 날카로운 뼈 쐐기들을 소환해 벽을 만들어 적들의 이동을 방해합니다.

‘본 아머’

……후략…….

새롭게 떠오른 정보 창을 수차례 읽어 내린 뒤, 레온이 씨익 하고 웃어 보였다.

그 미소에는 흥미로워 죽겠다는 심정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딱 보아도 결코 평범치 않은 직업이 등장한 까닭이었다.

‘흠, 내 플레이 스타일이 변할 수도 있겠는데?’

그리고 그는 자신의 게임 스타일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을 해 보았다.

그 이유는 본 네크로맨서가 지금까지의 직업들과는 다른 특이한 속성을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스켈레톤 연구학만 봐도, 이 이후가 대충 그려지니까.’

레온의 말처럼 어떤 스킬들보다도 ‘스켈레톤 연구학’이 본 네크로맨서가 어떤 직업인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단순히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을 넘어, 몬스터의 사체에서 뼈를 ‘해체’하고, 그 뼈에 담긴 몬스터의 정보를 ‘연구’하며.

마지막으로 연구를 마친 뼈들로 해당 몬스터의 스켈레톤을 ‘제작’을 한다는 것을 말이다.

레온이 보기에 본 네크로맨서는 마치.

“……네크로맨서랑 생산 직업을 섞어 놓은 것 같네.”

레온은 입 밖으로 말을 꺼내자, 자신의 결론이 더 확실해졌는지 이내 작게 고개를 주억였다.

약초를 채집하는 약초꾼처럼 뼈를 수집해야 했고, 무기를 만드는 대장장이와 같이 스켈레톤을 제작하여야 했다.

정말 생산 직업들의 특징이 많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흠.’

한데 그때 문득 레온이 얼굴에 살짝 복잡한 기색을 내비쳤다.

본 네크로맨서는 분명 활용하기에 따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 같았지만.

마음속에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쩝, 그래도 소환 가능한 것이 스켈레톤에 한정된다는 것은 아쉽긴 하네.’

그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네크로맨서의 정식 소환수인 스켈레톤 또한 최악의 성능 탓에 저레벨 때나 잠깐 사용하고 버려지는 위치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야생 스켈레톤보다는 쓸 만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약한 정도라고나 할까?

씁쓸하지만 그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뭐, 쓰기 나름 아니겠어?’

레온은 약간 불안감이 들었지만, 애써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이어 생각했다.

‘흠, 그래도 혹시 모르지. 언젠가 본 드래곤 같은 것도 제작할 수 있을지도?’

피식.

그러자 본인도 그게 가능할까 하며 웃는 레온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상이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 언젠가는.’

그때 레온이 기지개를 켜며 소리쳤다.

“으차, 어찌 되었건 네크로맨서 전직 완료했다!”

마침내 네크로맨서 전직에 성공을 거둔 순간이었다.

‘응?’

한데 그때 문득 레온의 시야에 보초를 서고 있는 해골 1호와 3호의 모습이 담겼다.

그러자 순간 레온의 눈에 뭔지 모를 갈등의 빛이 비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지극히 간단한 문제였다.

‘그럼 이제 쟤들은 어쩐다.’

바로 저 두 녀석을 처분해야 하는 시점이 왔던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테이밍으로 억지로 수중에 붙들고 있었던 것이기에 더 이상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냥 풀어 주자니, 바로 자신에게 달려들 터.

레온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쩝, 그렇다고 내 손으로 죽이자니 모양새가 좀 그렇고.’

고새 때린(?) 정이라도 들었는지, 고심하던 레온의 눈에 화면 한편에 정리되어 있던 스켈레톤들의 정보 창이 불쑥 눈에 들어왔다.

[해골 1호 / LV. 2]-해체 가능

-주인 ‘레온’

-레온에 대한 공포심 100%, 호감도 1%

-호시탐탐 당신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습니다. ……도망은 포기한 듯싶습니다.

‘……어라? 잠깐만 이거 혹시.’

정보 창을 확인한 레온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이전과 달리 한 군데에 변화가 생긴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러자 머릿속으로 한 가지 계획이 번뜩이며 떠올랐다.

‘될 것 같은데?’

이내 그는 자신의 생각을 실행시켜 보기로 결정하고, 곧장 스켈레톤들을 자신의 곁에 복귀시켰다.

“해골 1호, 3호. 이쪽으로 복귀.”

저벅저벅.

이윽고 스켈레톤들이 자신에게 점차 가까워 오자.

‘그동안 수고했다.’

레온은 다가오는 그들을 향해 조심스레 오른손을 뻗으며, 한 가지 단어를 입 밖에 꺼냈다.

“해체.”

파앗.

그러자 순식간에 보랏빛 기운이 레온의 손에서 피어오르더니, 쏜살같이 1호와 3호를 향해 날아갔다.

레온은 ‘스켈레톤 연구학’의 첫 번째 스킬인 해체를 사용했던 것!

[해체]

몬스터의 사체에서 뼈를 해체해, ‘뼛조각’을 추출합니다.

우웅!

어느새 스켈레톤들은 보랏빛 기운에 완전히 잠식되어 있었다.

그 속에서 1호와 3호의 모습이 점차 옅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순조롭게 진행이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레온은 내심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휴, 제대로 되는구나. 레벨 옆에 ‘해체 가능’이란 표식이 새로 생긴 걸 보고 혹시나 써 본 건데 다행이네.”

사실 스킬의 발동 여부가 긴가민가했던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킬의 설명에는 몬스터의 사체에 사용이 된다고 적혀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개발사도 테이밍이 되어 있는 언데드의 경우는 생각지 못했는지, 예외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상황인 것 같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간에 레온에게는 다행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기다림이 지난 후, 변화를 알리는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이 그의 눈앞에 떠올랐다.

띠링. 띠링.

-스켈레톤의 ‘뼛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스켈레톤의 ‘뼛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해체 시, 얻을 수 있다는 뼛조각을 손에 넣었던 것이었다.

어느새 보랏빛 기운은 걷혀 있었고, 스켈레톤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잘 가라.’

저벅저벅.

레온이 속으로 작별 인사를 하며, 조심스럽게 스켈레톤들이 서 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스윽.

“이건가?”

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1호와 3호가 사라진 곳에 남아 있는 하얀 뼛조각들을 집어 들었다.

한데 그것을 이리저리 진지하게 살펴보던 레온은 이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라, 둘 다 다르게 생겼네?’

명칭은 뼛조각으로 동일했으나, 그 둘은 눈으로만 봐도 확연히 그 형태가 달라 보였으니까.

한 개는 갈비뼈의 모양이었고, 한 개는 다리뼈의 일부였던 것.

‘같은 종류의 몬스터에게서 추출된 건데, 왜 모양이 다를까?’

그의 의문이 풀리기 전에, 레온의 눈앞에 이번에는 입수한 뼛조각들의 정보 창이 떠올랐다.

[스켈레톤의 뼛조각]

부위 : ?

등급 : ?

능력치 : ?

연구 가능 여부 : 가능

야생 스켈레톤에게서 추출한 뼛조각. 어딘가에 끼울 수 있을 것 같다. 어딘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레온은 물음표투성이의 뼛조각을 보며, 가슴이 거칠게 뛰어 오는 것을 느꼈다.

눈에는 호기심이 잔뜩 어려 있었다.

‘재밌어! 좋아, 바로 간다!’

그리고 다음 차례는 ‘연구’ 스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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